소설리스트

〈 144화 〉NO.2H 수학여행 (144/218)



〈 144화 〉NO.2H 수학여행

창피하다. 그게 은혜가 느끼는 감정이었다. 야외노출. 그것도 원하지 않는 강제 노출이라는 건 그만큼 창피한 일이었으니까.

다행히 주변에 사람들도 없고,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빠 그녀만 조용히 한다면 시선이 끌릴 일은 없어 보였다.

“흐으읍!”

하지만 그녀는 정우의 무릎 위에 앉아있었다. 정우는 그녀를 보내버리는데 도가 튼 전문가였으므로, 그의 무릎 위에서 버티는 건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저, 정우야- 하읏, 그, 그만…….”

“괜찮아. 땀 좀 묻으면 어때?  괜찮아.”

“흐윽, 그, 그런 게 아니라- 하읍!”

결국 그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입을 틀어막았다. 위로 올라간 상의나, 엉덩이가 드러난 하의를 끌어 올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짓을 했다간 그녀의 신음이 동네방네 퍼져 나갈 테고,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말 테니까.

‘그, 그건 안 돼…….’

원치 않은 노출, 원치 않은 쾌락. 모든 게 그녀의 평정심을 뒤흔들었다.

“후우, 흐으으…….”

입가에서 침이 질질 흘러 뚝뚝 떨어진다. 떨어진 침이 바지를 적신다. 차라리 치마를 입고 올 걸 그랬다. 그랬더라면 침이 허벅지에 떨어지도록 조절을 할  있었을 텐데.

“으으읏!”

결국 은혜는 자신의 안을 후비는 정우의 손가락에 항복하고야 말았다. 입안에서 신음이 터져 나온다. 비부에선 과즙 같은 애액이 터지고, 허리는 뒤로 과하게 꺾인다.

은혜가 가버린다는 걸 깨달은 우림이와 마리가 그녀의 앞을 막아주었기에 다행히 남들에겐 들키지 않았다.

은혜는 절정 이후 정우가 손을 멈췄다는 사실을 깨닫곤 천천히 입에서 손을 떼내었다.

그리고 곧장 몸을 돌려 정우에게 입맞춤했다.

“으읍?”

설마 은혜가 반격해올  몰랐던 정우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곧장 은혜와 달콤한 키스를 나누었다.

“푸하, …그만하라고 했잖아.”

“싫었어?”

“싫어서 그런 게 아니야. 여긴… 사람들이 있으니까.”

은혜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정우의 무릎 위에서 일어났다. 그에게 붙어 있는  좋았으나, 그랬다간 이런 일을 몇 번이나 더 당하겠지.

“공공외설죄라는 것도 있거든? 정우 넌 어떻게 나보다 더 모르냐?”

“우리 은혜 박식한데. 나중에 박사라도 하려고 그러나.”

“흐흥, 조심해. 정우 네가 감옥에 갇히면 아무것도 못 해주니까.”

당당히 말할 만한 사실은 아니었으나, 은혜의 그 순수함이 그녀만이 가진 장점이었다.

“그래서, 우리 언제 내려가?”

“으음, 조금만 더 있다가 내려가자.”

결국 네 사람은 한 시간 정도 더 백록담에서 시간을 보내다 내려왔다. 꽤 높은 산이었기에, 왔다 갔다 등산 한  하니 하루 시간이 전부 흐르고 말았다.

“◎◎호텔로 가주세요.”

“어라, 손님. 숙소가 바뀌셨네요.”

“아…… 네.”

“허허, 좋은 호텔이지요. 요즘 학교는 그런 곳에서도 재워주고. 정말 좋네요.”

기사는 사람 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네 사람을 호텔까지 안내했다. 엊그제 얼굴을 보았던 직원은 그들을 보자마자 방긋 미소 지으며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은 네 분이신가요?”

“방이 있나요?”

“4인실 방으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이런 곳에 처음 와보는 마리와 은혜는 입을 딱 벌리고 와- 와- 감탄사를 내뱉었다. 정우는 어제   와봤다고 유세를 부리기 시작했다.

“뭘, 어서 들어가자.”

“계산은 내가 하는 데 말이지.”

앞서 걸어나가는 정우를 보며, 우림이가 어이없다는 듯 말을 꺼냈다. 그 말에 정우의 발걸음이  멈춰선다.

“내가 해?”

“남자한테 얻어먹으라고?”

“거봐.”

정우는 자신이 얻어먹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무언가를 사줄 기회를 주는 거라며. 당당하게 객실로 들어갔다.

마리와 은혜는 혹여나 우림이 돈을 내라고 말하면 지불할 돈도, 깡도 없었기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객실로 따라 들어갔다.

더블 배드가  개 놓인 드넓은 방에서, 정우는 곧장 안쪽 침대에 뛰어들어 자리 잡은 뒤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비싼 호텔의 최상층이다보니 풍경 하나만큼은 돈값을 했다.

“좋네.”

“……정우야,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이거랑 아까 산에서 봤던 풍경이랑, 뭐가 더 좋아?”

“응? 둘  비슷한  같은데.”

“그러면 애당초 등산할 필요 없었잖아!”

은혜는 저려오는 다리를 주무르며 소리쳤다. 호텔에서 보는 풍경이나  위에서 보는 풍경이나 같다면, 굳이 힘들게 등산을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그냥  주고 호텔가서 풍경을 보면 되지! 심지어 호텔엔 엘리베이터와 음료수, 과자와 스테이크까지 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똑같아!”

“달라. 은혜야.”

“으으…… 대체 뭐가 다르다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

인도어파인 은혜는 쓸데없이 몸을 움직이고, 감성을 추구하고, 되도 않는 꿈을 꾸는 둥. 이성과 논리가 아닌, 감성과 본능으로 움직이는 걸 질색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 본인이 100% 이성과 논리로만 움직이는 건 아니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표본.

“돈이 있으면 쉽고 편하게 이 풍경을 볼  있겠지.”
“그러나 돈이 없어도 조금만 노력하면, 조금만 땀을 흘리면. 누구나 이와 같은 풍경을   있어.”
“돈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고생함으로서 자신이 가진 돈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어.”

“아, 음…… 그렇구나.”

설마 등산에 그런 깊은 뜻이 있을 줄 몰랐던 은혜는 괜스레 투덜거렸던 자신이 한심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은혜를  정우는 웃으면서 사실을 말했다.

“뭐, 결국 돈이 짱이라는  변하지 않지만.”

“…거봐. 내 말이 맞잖아.”


“그런데, 은혜 넌 돈이 없잖아.”


“…어, 음.”


“돈이 없어도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거니까,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야.”

“그, 그런 거지? 응. 고마워!”

“물론 돈이 있으면 더 쉽고 빠르게 가능한 일이지만.”


“……나 놀리는 거야? 지금?”


은혜는 이랬다저랬다 자신을 뒤흔드는 정우를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정우는 침대에 누워 담임 선생님에게 오늘도 호텔에서 자고  거라 문자를 남긴 뒤, 호텔 룸서비스를 주문했다.

“야, 우림아. 이거 마셔도 되냐?”

마리는 이미 종횡무진, 호텔 방안을 돌아다니며 냉장고에 든 술을 꺼내고 있었다. 우림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와, 여긴  그냥 술이 이렇게 있네.”


“지금 먹지 마.”

“왜? 우림이가 먹어도 된 다는데.”

“밥 시켰어. 빈속에 술 먹지 마.”


“아─ 그럼 인정이지.”

마리는 조용히 술을 냉장고 안에 넣어 놓고, 룸서비스를 기다렸다. 최상층 VIP룸이기 때문일까, 룸서비스는 10분도  되는 시간에 올라왔다.


“맛있게 드십시오.”

서비스카를 끌고 온 직원이 스테이크 4개 세트를 두고 사라졌다. 마리는 곧장 뚜껑을 열고 스테이크의 질을 확인했다.


“음…… 나쁘지 않네.  먹을게.”
“잘 먹을게. 우림아.”
“……잘 먹을게.”


스테이크가 도착하자마자, 마리는 냉장고에서 와인을 꺼내들었다. 고기와 잘 어울린다는 레드 와인.


마리는 익숙하게 와인잔에 와인을 따르고, 고기 한 점,  한 잔. 고기  점, 술 한 점. 삼결살에 소주와 비견되는 최고의 조합에 그녀는 얼큰하게 취하기 시작했다.

“크으, 이거지.”
“……와인, 맛있어?”

“너도 마셔볼래?”


은혜는 조심스레 잔을 받아들여 술을 들이켰다. 고기와 어울린다고는 하지만, 와인이 달고 맛있기만 한 건 아니다.


“……써. 무슨 맛으로 먹는거야?”

“니가 애라서 그래.”


“우리 동갑이거든?”

하지만 은혜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정우도 우림이도 마리도, 어른스럽게 술을 마시는데. 정작 그녀만 술도 못 마시고, 투덜거리고, 완전 애 같다는 사실을.


“……머, 먹다 보니 먹을 만하네.”


결국 그녀는 허세를 부리며 술을 들이켰다. 마리는 저러다 100% 취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본인의 선택을 말리진 않았다.


딸꾹!

“흐윽, 뭐, 뭐야…….”


술 고기 술 고기 술술 고기. 본인의 주량을 가볍게 넘어선 술을 들이킨 은혜는 딸꾹질을 하며 테이블에 기대기 시작했다.


‘취했네.’


정우는 은혜를 일으켜 침대에 눕히고, 다른  명과 술대작을 계속했다.


고기를  먹어 치웠음에도, 술은 계속해서 들어갔다. 중간중간 룸서비스로 안주를 추가했다.

“그래서 말이야…….”
“세상에, 그랬어?”
“그러니까 내가…….”


술이 들어간 마리는 음식점에서 받은 고충을 설파했고, 우림이와 정우는 얌전히 그걸 들으며 술을 들이켰다.

알딸딸한 기분이 뇌를 지배하고, 정우의 머릿속엔 평소 하지 않았던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얘네들이랑 한 적은 없네.’


마리는 남들과 정우를 공유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다 같이 하는 4P에는 꼈지만 다른 사람과 3P를 할 때 끼지는 않았다.


우림이도 독점욕이 강한  비슷했으나, 죽음의 문턱까지 밟고 온 그녀는 다른 누구보다 아량이 넓었다.

‘술이 들어갔으니,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정우의 머릿속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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