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5화 〉NO.2H 수학여행 (145/218)



〈 145화 〉NO.2H 수학여행

술이 들어간다. 달콤한 알코올의 향연이.

꿀꺽─

목울대가 울렁이며 미성숙한 몸 안으로 알코올을 받아들인다. 성장이 끝나지 않은 몸은 활발한 신체 반응으로 순식간에 전신에 알콜을 운반했다.

“흐으… 이거 맛있네. 끅,  병 더 까도 돼지?”

“마음대로.”

“하아아… 야, 왠지 조금 덥지 않냐? 에어컨 좀 더 켜봐… 아니, 그냥 내가 벗어야지.”

도수 높은 술에 거하게 취한 마리는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을 주체하지 못하고 입고 있던 끈나시를 벗어 던진다.

당연히 알몸은 아니고, 안에는 작은 브래지어 하나를 입고 있었다. 그녀가 고작 속옷을 노출하는 걸 신경 쓸 리도 없었고, 이미 정우와는 볼 장 다 본 사이라고 생각해 별 개의치 않았다.

“아, 나도 조금 더운데.”

우림이는 그렇게 말하며 입고 있던 티셔츠의 목덜미를 잡고 펄럭였다. 찬바람이 옷을 타고 흘러 땀이 조금 흐른 가슴골을 닦아낸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마리는 아예 자신처럼 옷을 벗어 던지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녀가 옷을 펄럭일 때마다 출렁이는 가슴을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뭘 먹고 자란건지, 진짜 젖소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커다란 우림이와, 한창 먹을  못 먹고 자라 빈약한 마리는 옷 위로 보기에도 커다란 빈유격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우는  모습을 보면서 몰래 에어컨 리모콘을 숨겼다. 여기서 급하게 온도를 내리는 건 미련한 짓이다.

술이 계속 들어가도, 몇 도나 낮아진 기온을 이겨낼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림이와 마리는 결국 추위를 느끼고 옷을 껴입게 되리라.

조금 더운 온도가 딱 좋은 온도였다. 일을 치루기에도, 분위기를 띄우기에도.

“더우면 얼음 좀 넣어.”

그렇게 말하며, 정우는 마리의 잔에 사각 얼음을 보충해주었다. 와인에 얼음을 넣어 먹는, 소믈리에들이 보면 기겁할 짓을 서슴치 않고 벌였으나, 이 자리에 있는 건 전문지식이 없는 고등학생들.

생으로 보드카를 까먹든, 와인을 얼음에 타먹든. 뭐가 문제인지 알지 못하는 어린애들이었다.

“안주, 안주가…….”

그러나, 호텔은 술을 마시기에 좋은 장소가 아니었다. 술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였지.

안주가 금세 바닥을 보인다. 어느새 시간은 오후 열 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서비스를 시켜도, 간단한 과자 정도가 끝인 시간.

실제 안주가 점점 더 저렴해진다. 값비싼 스테이크에서, 짭쪼름한 과자로.

“흐으─ 이거지.”

하지만 마리는 안주가 얼마나 저렴해지든 술을 마시는 걸 멈추지 않았다. 술에 의해 전신의 근육이 노곤하게 풀어지고, 마음이 안정된다.

고된 노동의 끝. 매일 자정까지 일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등교하고, 또다시 자정까지 일하는 노동 지옥 속에서 휴식도 낙도 없이 살아가던 마리에게, 이런 일탈과 휴식은 꿀맛같은 일이었다.

“그만 마시고 자자.”

허나 모든 일엔 끝이 있다. 즐거움이든 괴로움이든, 끝이 있기에 사람은 인내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에에,  마시자아아∼ 으응? 안 돼?”

마리는 답지 않은 애교까지 부려가며 음주를 권했다. 보기 드문 그 모습에 정우가 혹하고 넘어갈 뻔했으나, 정우는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

“술 마시는 것보다 더 좋은 거 할 건데.”

“흐그윽, 그런 게 있어어?”

“있지. 그럼.”

정우가 웃으며 우림이를 바라보았다. 우림이는 그 모습을 보고 실수인 척 물컵을 엎질렀다. 물이 줄줄 흐르며 우림이와 정우의 티셔츠를 적셨다.

“앗, 실수.”

우림이가 그렇게 말하며 푹 젖은 티셔츠를 벗어 던진다. 우림이의 풍만한 신체가 티셔츠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흘린 물로 인해 촉촉하게 젖은 피부도 드러났다.

정우도 젖은 티셔츠가 축축해 차갑기는 했으나,  옷을 벗어 던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입은  더 꼴리니까.

‘흰 티셔츠를 입고 있을 걸 그랬나?’

속이 비치지 않는 검은색 티셔츠라 불안했으나, 정우는 몰랐다. 검은색 티셔츠가 속이 비치지는 않지만, 몸의 윤곽은 더더욱 잘 드러나는 야한 옷이라는 걸.

“흐메에…… 시부럴 것.”

“……뭐?”

“아, 아니. 시발. 말이 헛 나왔네.”

정우의 몸을 훔쳐보던 마리는 자신의 주둥이를 툭툭 쳐대며 고개를 돌렸다. 정우는 부끄러워 하며 고개를 돌리는 그녀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야야, 마리야. 방금 뭐라고 했어? 응?”

“아무 말도…….”

“아니아니, 무슨 말 했잖아. 뭐라고? 시부럴? 와. 완전 아줌마 다 됐구나…….”

“……그래, 시벌. 맨날 아줌마들이랑 부대끼면서 주방일 하다 보니 나도 따라 입에 붙었다. 어쩔 건데.”

마리는 강하게 쏘아붙이며 그리 말했다. 하긴, 험한 주방에서 온종일 앉지도 못하고 일하는 아줌마들 입에서 얼마나 많은 욕들을 들었겠는가.

그녀가 지위로는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는 주방장의 수제자이자 고등학생이라 직접적으로 듣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주방은 전쟁터다.

덕분에 그녀도, 고등학생치고는 걸쭉한 욕들이 입에 들러붙고 말았다.

“시버얼…… 나도 이렇게 되고 싶어서   아니라고…… 지랄하지 마…….”

술에 취한 그녀는 자신의 약점을 수믹지 못하고 훤히 드러냈다. 그녀가 자신의 말투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깨달은 정우는 슬금슬금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속삭였다.

“네네, 그러시겠쥬─. 조심할게유. 시부럴.”


“……하지 말랬지.”

다음은, 그녀도 굳이 말로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정우를 들어 침대에 넘어트리고, 정우의 입술을 손으로 꽈악 쥐었다.


살짝 아플 정도로.


“으읍! 읍!”

“요요, 망할 주둥아리를 어떻게 해줄까. 응?”


마리는 꼬집던 입술을 잡아당겨 쭈욱 빼내고, 삐쭉 솟아오른 입술을 자글자글 씹기 시작했다.

입술에 상처가 나 피가 날 장도로 씹어대던 마리에게선, 진한 알코올 냄새가 풍겨왔다.


“……피 맛?”

정우의 입술을 맛있게 씹던 그녀는 입안에서 풍기는 철 맛에 술이 확 깨는  느꼈다.

철분에 알코올을 해소하는 성분이 있나 헷갈릴 정도로.


입가를 어루만진다. 무얼 잘못 씹어 입안이 찢어진 건 아니었다. 정우의 얼굴을 확인한다. 입가가 피투성이……까지는 아니었으나 피가  줄기 흐르고 있었다.

“미, 미안하다야, 괜찮냐?”


“안 괜찮은데. 아, 따가워.”


“미안. 진짜 미안.”

어떻게 하지, 어떻게. 그녀는 원래 세상과 똑같은 여자들의 종특을 보여주려다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냉장고에서 냉큼 술을 가져왔다.


그리고 입에 머금은 다음, 정우의 입술을 입에 물었다.

알싸르한 알코올이 상처를 마취하고, 침으로 치료한다. 마리는 아무래도 그런 생각이었던 거 같다.


“푸하! 괜찮지? 응?”


“침 바른다고 낫는 거 아닌데… 개쓰라려….”

“뭐!? 지, 진짜? 클났다….”


레스토랑에선 요리를 하다가 칼에 베여도  바르면 낫는다고 쉬지도 않던 상여자밖에 없던 탓에, 마리는 살짝 부족한 지식으로  말이 사실인 줄 알았다.

실제로, 대부분의 상처가 며칠 지나기도 전에 쏙 들어갔기 때문이다. 흉터가 남지도 않았고.


그러나 그건 마리가 특출나게 체력이 넘쳐 흐르는 여고생이어서 그런거고, 평범한 축에 속하는 정우는 고작 그 정도로 상처가 낫지는 않았다.


“더 핥아줘.”

“……뭔가 이상한데.”

할짝. 마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정우의 얼굴을 붙잡고 입술을 낼름낼름 핥기 시작했다.


고양이 같다 고양이 같다. 말은 많이 했으나 그녀의 혀는 부드러운 편이었다.


입술을 핥고, 핥고, 또 핥는다. 쓰라린 상처가 점점 침으로 물들어간다. 침과 함께 알코올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온다.

점점 술에 취해간다. 전신이 저려오고, 마취가 된다. 마리도 열심히 입술을 핥다가 어느 순간 이상함을 느낀 건지 뚝 멈춰서 정우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왜?”

“아니…… 내가 왜 네 입술을 핥고 있었더라…….”

“그러네. 왜일까아.”


그때, 우림이가 마리의 등 뒤로 쓰러진다. 큰 가슴, 큰 질량을 가진 우림이는 늘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무겁다.


그 무게를 가지고 마리를 내리누른다. 옛날의 마리였더라면 모를까, 최근엔 요리사의 길을 걷겠다고 운동도  하고, 나날이 체력만 갉아먹는 나날을 보내던 마리는 우림이를 밀어내지 못하고 정우와 우림이 사이에 햄버거처럼 납작, 끼어버렸다.


“잠, 너 뭐하는……!”

“우림아, 너무 강하게 누르면 토할지도 모르니까.”


“아, 그러네. 아무리 정우라도 토를 먹기엔…… 조금 그렇지?”


“당연하지.”

“나는 정우 네 토사물도 먹어줄  있어. 원하면 언제든지 말만 해.”


“……부탁  해.”


정우는 그렇게 말하며 마리의 팔다리를 붙잡았다. 매일 빠지지 않고 근력 운동을 하는 정우와 마리의 힘 싸움은, 애당초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배제하더라도 이길 수 없는 차이였다.


“잠, 뭐하는 짓이야.”


“마리야, 나 아직도 상처가 쓰라려.”

“……미안하다고 했잖아.”

“말로만 끝낼 셈이야?”


“핥아도 줬잖아. 뭘 더 바래.”

“그런  말고.”

정우는 본론을 꺼냈다. 마리와 우림이의, 3P를 보고 싶다고.  말을 들은 마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정우를 노려보았다.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야, 너는 진짜…… 섹스에 미친 놈이야. 알아?”


“내가 더  알지.”


“미친놈, 진짜, 진짜 미친놈.”

마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자신의 팔다리를 엮은 정우에게 신경질을 내며 속박을 풀어냈다.


그녀가 뿌리치고 방을 나갈 거 같지는 않아서, 정우는 순순히 그녀를 놓아주었다.


속박이 풀린 마리는 곧장 정우에게 달려들어, 그의 입술을 콰직 깨물었다.


“윽-.”

“아프지? 내 마음은 이것보다 더 아프다. 망할 놈아.”

살짝 뜯어진 정우의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면서, 마리는 천천히 브라를 집어 던졌다.


“와라. 씨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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