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3화 〉NO.8 임신예는 임신YES (153/218)



〈 153화 〉NO.8 임신예는 임신YES

과연 소녀는 사랑과 성욕으로 이루어진 존재라, 정우와의 만남 이후. 신예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재능을 믿고 안하무인한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자신의 연습 모습을 카메라로 녹화까지 해가며 공부했다.

과거 스타 플레이어라고 불리는 천재 스트라이커들의 영상을 시청하면서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가꾸어 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으아아아아…… 선배, 힘들어요. 힘들어서 죽을  같아.”

“힘내.”

“흐으응─ 안아줘요. 선배 기운 듬뿍 안 받으면 못할  같아.”

물론 고등학생의 의지는 그리 대단한  아니라서, 사흘에  번. 이틀에 한 번꼴로 정우를 찾아와 아양을 떨었다.

정우도 어쩔 수 없다는  그녀를 껴안고 아양을 받아주었다. 한 번 강하게 꼬옥 안아주고 나면 그녀는 마치 호날두 메시가 오더라도  뚫고 지나가겠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밖으로 뛰쳐 나갔다.

당연히, 그 모습이 다른 아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정우는 그녀의 이력에 대해 잘 몰랐으나, 다른 아이들은 아니었다.

임신예는 대한민국에 새로이 붉은 악마를 불러올 유망주였고, 그런 만큼 항상 누군가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야,  신예랑 사귀냐?”

대뜸 찾아와 그런 말을 남기고 가는 남자도 있었다. 물론 정우가 야려보니 별말 없이 되돌아가기는 했으나.

모르는 아이들도 그렇게 나올 정도이니, 정우와 친한 히로인들이 그 정보를 모를 리 없다. 모를 리가 없음에도, 그 누구도 그 화제를 꺼내지 않았다.

“음, 오늘도 맛있네. 항상 도시락 고마워.”
“맞아, 정우야. 도시락 고마워.”
“뭐, 나쁘진 않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예슬과 자희는 식사 시간마저 달라져 같이 도시락을 먹을 수는 없었으나, 항상 도시락을 받아 가며 고맙다는 말을 남기곤 했다.

그렇게 하루가 흐르고, 일주일이 흐르고, 시간은 점점 흘러간다. 기말고사마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정우가 말했던 대회가 열렸다.

“가고 싶은 사람만 말해라.”

대회는 학교에서 꽤 떨어진 장소에서 열리기에, 학교에선 데려다  수는 있지만 다시 집까지 데리고 와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가고 싶은 사람만 손을 들라고, 정우는 거기에 손을 들었다.

“하정우…… 너 축구부에 아는 사람 있었나?”

“네.”

“그래, 뭐. 그렇다면야.”

주희는 별다른 생각 없이 정우를 포함시켰다. 정우의 반에서는 정우만이 손을 들었고, 다른 아이들은 달리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TV에서 방송도 안 해주는 고등학생 끼리의 작은 대회. 학교 전체를 뒤져도, 축구부를 빼면 서른이  안 되는 인원만이 참가했다.

정우는 은혜나 우림이에게 굳이 올 필요 없다고 말했기에, 응원단 중에서 정우가 아는 사람은 아쉽게도 없었다.

대회장에 도착하고, 선생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지정좌석으로 안내했다. 가는 길에 정우는 경기장 구석에서 몸을 풀고 있는 신예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기쁘게 손을 흔들려다가, 연습 중이라는 걸 깨닫고 자연스레 스트레칭 자세로 전환했다. 정우는 씨익 웃으며 그녀가 활약하는 모습을 고대했다.

경기는 수월하게 흘러갔다. 천재라 불리는 신예의 이름값 때문일까, 아니면 정우가 몰랐을 뿐 학교도 강팀이었던 걸까.

같은 고등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차이가 벌어졌고, 경기는 순식간에 3대 0, 4대 1로 벌어졌다.

그 중 두 골이 신예가 넣은 골이었다.

“임신예! 임신예! 적 골키퍼 임신시켜 임신예!”

‘와…….’

정우는 옆에서 신나게 구호를 터트리는 응원단의 응원구호를 보고 탄식을 내뱉었다. 물론 현실에서도 적 골대를 강간하라느니, 배터지게 골을 먹여주라느니. 그런 식으로 드릡을 치기는 했지만……

저런 식으로 라임을 맞춰가면서 드립을 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애당초 너무 과하게 드립을 치면 고소당할 수도 있었고.

고소가 무서울 수준의 응원을 들은 신예는 주변을 훑고선, 번개처럼 달려들어 공이 다가올 장소로 향했다. 그녀가 이상한 곳으로 달려가는 걸 본 다른 팀원들은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공을 패스했다.

수비수들의 다리를 슝슝 지나친 공은 그대로 임신예의 발까지 도달했고, 그 순간 그녀의 치달이 시작됐다.

피지컬과 기술이 합쳐진, 100미터를 12초만에 주파할 듯한 속도로 공을 쳐가며 내달린 신예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골대 앞까지 도착했고, 주변을 돌아볼 것도 없이 곧장 발을 내질렀다.

코앞에서 쏘아지는 축구공은 불합리할 정도로 공격수에게 유리하다. 골키퍼는 몸을 던져가며 공을 막아보려 했으나, 이 거리에선 초등학생의 공도 막기 쉽지 않다.

결국 공은 골대를 출렁이며 골인했다. 신예는 지나치게 기뻐하며 리액션을 취했다. 경기는 5대 2로, 정우의 고등학교가 승리했다. 신예는 헤드트릭을 성공시켰다.

약속을 잊지 말라는 듯, 신예는 먹잇감을 잡아먹는 뱀의 눈빛으로 정우를 바라보았다.

* * *

“선배에에에에에!”

저 멀리서 오늘 경기의 주연이 달려온다. 땀투성이 유니폼조차 벗지 않은 채, 마치 마킹을 하듯 정우에게 달려든 그녀는 곧장 정우의 품에 안겨들었다.

정우보다 1.5배는 가벼운 그녀였으나, 체중을 실은 달리기는 마치 미식 축구의 태클마냥 충격적이었다.

신예를 받아  정우는 징징 울리는 내장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땀냄새.”

“앗, 아, 음. 그러니까…….”

그녀의 안에서 정우에게 안겨 있고 싶다는 욕망과 땀 냄새를 풍기기 싫다는 부끄러움이 충돌했다. 그러나 여자의 마음속에서 승리하는  언제나 숨기는 쪽이다.

“죄송해요. 여긴 샤워장이 없어서…….”

“다른 데는 있어?”

“보통은 있는데…… 여기가 특이하게 없네요.”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정우는 두 팔을 벌렸다. 땀 냄새에 신경 쓰던 신예는 잠시간 망설이다가 정우의  안으로 뛰어들었다.

여자들의 암내 사이에서 상쾌한 남자의 품 안으로 껴안기니, 콧속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개운하다못해 시원하다.

“아아, 선배. 선배선배선배.”

얼굴을 마구잡이로 비비며, 소금기 절인 머리를 옷에 부비적거렸다. 정우는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땀에 절여졌다 다 식은 지금, 푸석해진 머리카락을 손질하는 맛이 있었다.

“저 잘했죠?”

“잘했어.”

“그럼 데이트 해주시는거죠?”

“약속이니까.”

“지금 바로 가자고 해도요?”

“지금?”

정우는 시간을 확인했다. 집에 돌아가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내일 학교 갈 준비를 해야 한다 생각하면 놀 수 있는 시간은 한두 시간이 전부였다.

“지금 데이트를 하면, 한두 시간이 전부인데?”

“아…… 그럼 조금만 더 참을래요. 내일, 내일 놀아요.”

“내일모래는 어때.”

“내일 모래요?”

“응.”

“왜요……? 하루도 더 참기 힘든데.”

“내일 모래에 만나면…… 학교 갈 걱정 안 하고 밤새 놀 수 있는데?”

“내일 모래에 봬요.”


신예는 극한의 인내심을 선보이며 정우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곤 학교에서 준비된 버스로 향했다.

“선배, 내일 모래에요. 내일 모래.”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창가에 앉아, 입으로 입김을 불어 창문에 김을 서리게 한 그녀는 무언가 적어가기 시작했다.


멀리 있어서 뭐라 써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좋은 의미겠거니 싶어 정우도 손을 흔들었다.

버스가 떠나간다.

* *

하아아.


신예는 입김을 불어 유리에 서리가 끼게  뒤, 글씨를 써내려갔다. 그걸  옆자리 동기가 웃음을 터트렸다.

“미친년, 그거 뭐냐?”


“이거?”

유리창에는 ‘개따먹을 예정’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내 꿈.”

“변태새끼.”


동기의 욕설을 들으며, 그녀는 옷소매로 글씨를 지워나갔다. 좌석에 몸을 기대자 전신이  늘어진다.

‘기대된다.’

과연 선배는 운동부 출신의 음습한 한녀를 막아낼 수 있을까.


* * *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온 정우는 성실하게 데이트 코스를 짜기 시작했다. 이런 건 원래 여자가 준비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만나왔던 여자들은 단 한번도 이런 걸 제대로 짜온 적이 없었다.


‘신예도 마찬가지겠지.’


운동부 출신의 성욕 덩어리. 걸어다니는 자궁. 임신 천재. 여러 별명을 붙여주었던 그녀의 게임 속 모습을 떠올리며, 정우는 데이트 코스의 작성을 마쳤다.


혹시 몰라, 단둘이 있어야 하는 장소는 모조리 걸렀다. 항상 남들의 시선이 있어야 하고, 막차에 늦지 않게 탑승해 집까지 오는 동선까지 계획했다.

만일 그녀가 이날 정우와 교접하려고 한다면…… 대놓고 알몸으로 찾아와 정우를 제압하고,  따먹듯 강간하는 수밖에 없도록.


그리고 아무리 야겜이라지만, 그렇게 과격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설령 존재하더라도, 정우는 그녀를 제압할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기대되네.’

시간이 흐르고, 데이트 당일. 정우는 하교를 마치고 우선 집으로 돌아왔다. 신예에게도 옷을 갈아입고 나오라 연락을 미리 주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한 정우는 신예를 발견하고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멈칫했다.

“아, 선배!”

그녀는 쫙 달라붙는 언더아머에, 레깅스를 입고 있었다. 스스로의 몸매를 드러내다 못해, 성욕을 드러내는 수준의 복장이었다.

“오늘 데이트, 기대되네요.”


생각보다 그녀를 밀어내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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