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8화 〉NO.8 임신예는 임신YES (158/218)



〈 158화 〉NO.8 임신예는 임신YES

후회는 모든 감정 중 가장 질척하게 남는 감정이요, 인간은 성공보다 실패를 곱씹으며 살아가는 생물이다.

성공한 사랑은 무너져 내리는 데 반해, 못다 이룬 사랑이 평생 사람의 가슴을 간질이는 건 그런 사유이다.

“으아아아악!”

신예는 발을 동동 구르며이불을 박찼다. 드넓은 이불이 통통 하늘을 날아다니며 깃털을 흩날린다.

‘왜 그랬지?’

한 번뿐인 기회였다.심지어  뒤에 정우는 그녀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누가 봐도 화가 났다고 알 수 있었다.

‘그러지 말걸.’

너무 조급한 나머지 선을 넘어버렸다. 경기할 때도 종종 듣는 말이었다. 너는 성격이 너무 급하다고, 그래서 중요할 때 실수를 한다고.

이번에도 실수를 저질렀다. 아무런 관계도 아니거늘, 멋대로 급발진해 입술 박치기를 해버렸다.

‘멍청한 년. 이렇게 헤어질 거였으면 가슴이라도 만지지.’

정우의 남성성이 가득 드러난 탄탄해 보이는 가슴. 차라리 그 가슴을 주무르고 뺨이라도 맞았으면 그나마 가슴을 만져봤다는 업적이라도 남지.

“하아…….”

절로 한숨이 나온다. 한심하다. 우울하다. 키스하고 싶다. 연애하고 싶다. 섹스하고 싶다.

‘선배랑 섹스했으면…… 끝내줬을 텐데.’

운동하는 남자는 특히나 밤에 끝내준다고 한다. 정우는 그녀도 놀랄 정도로 운동한 몸을 가지고 있었으니, 두 사람의 화학작용은 가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의 열락을 만들어냈겠지.

‘아, 시발…… 갑자기 꼴려…….’

맞닿을뻔했던 입술과, 살짝 맞닿았던 코. 그리고 정우에게서 풍겨왔던 향기가 떠오른다.

찔꺽─

“으, 흐읏.”

입술을 꽉 깨문다. 평소엔 운동만으로 지쳐 쓰러져 자위 같은 건 하지 않는다. 할 체력도 없다. 그러나 오늘은 어째서인지 힘이 차고 넘친다.

‘도시락 때문인가.’

스스로 생각해도 웃긴 생각이지만, 그녀의 일상에서 그걸 제외하곤 크게 변한 게 없었다. 맛있는 음식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다른 특별한 조미료가 있는 걸까.

확실한 건, 정우의 도시락엔 사랑  이상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 덕분에 그녀는 지금 유례없이 흥분한 상태라는 것.

“아흣, 흐아앙… 흐읏, 페, 페에엔….”

손가락으로 보지를 어루만지던 그녀는 부족함을 느끼고 이전에 자주 사용하던 볼펜을 꺼내들었다.

이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구매했기에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그럼에도 혹시 몰라 아기용 물티슈로  번  닦아 깨끗하게 만든 펜을 조심스레 집어넣는다.

찔끄억─

“흐, 흐그읏-.”

그녀의 안은 좁다.  그래도 좁은 질구멍이 운동으로 인해 더욱 좁아졌으니, 손가락 하나도 들어가기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그녀가 주로 사용하는 용품은 손가락 하나보다  작은, 안에 아무것도 들어가 있지 않은 텅 빈 볼펜 껍데기였다.

마감 작업도  되어 있어 부드러운 제품이라 어렸을 때부터 애용한 도구. 손가락보다 얇고 길어 그녀의 좁은 질에도 깊게 들어가는 물건이었다.

쯔어업─

“후아아…….”

오랜만이라 그런지, 아니면 딸감이 좋아서 그런 건지. 그녀는 이상할 정도의 포만감을 느끼며 펜을 쑤셨다.

질퍽질퍽, 그녀 안에 있는애액을 모조리 끌어내겠다는 듯 움직이는  촉대의 감촉에, 그녀도 수 있는 애액을 모조리 뱉어내었다.

축구 경기 풀타임 90분 내내 흘리는 땀보다, 지금 뱉어내는 애액이 더 많았다.

“으흐읏, 하아! 흐으윽!”

욕구라는  무언가를 충족시키기를 바라는 마음이요, 성욕이란 성적인 욕구를 뜻하는데. 그녀의 성욕은 밑바닥에 구멍 난 장독처럼 채워도 채워도 부족함이 느껴졌다.

남들은 운동으로 성욕을 억누르라 말하는데, 정작 운동으로 얻은 건 그녀의 성욕을 가득 채울 때까지 자위할 수 있는 체력이었다.

“하아아앙! 흐아아아앙!”

축구선수답게 목청도 커서, 그녀는 혹여나 부모님께 신음소리가 들릴까 집에 아무도 없을 때나 자위를 시도할  있었다. 그게 그녀의 자위 횟수가 적어지는데 한몫한 이유기도 했고.

“흐어어엉! 하악, 흐으윽!”

아예 자세를 바꾸고, 엉덩이를 높게 들어 올린 채 손을 뒤로하고 펜을 쑤셔 넣었다. 손목이 조금 아프기는 하지만, 앉아서 넣을 때보다 더 깊숙이 들어가기도 하고.

무엇보다 성욕에 못 이긴 남성이 그녀를 위에서 덮치는 듯한 자세라서, 특히나 취향인 자세였다.

“하아아아앙!”

절정에 오른다. 안 그래도 좁은 질이 펜을 부러뜨릴 마냥 강하게 조여온다. 그녀는 재빨리 펜을집어 던지고, 여운을 즐겼다.

보통 사람은 여기서 끝이다. 성욕이 북받친다 할지라도 체력은 무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위는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많은 운동이다.

그러나 신예는 다르다. 그녀는 남들보다 월등한 성욕과 월등한 체력을 갖고 있기에, 원한다면 밤새도록 딸딸이 삼매경에 빠질  있었다.

‘한 번만…… 아니, 한 세 번만 더 해야지.’

욕구가 넘쳐흐르면 욕심이라고 한다. 그녀는 지금 욕심덩어리였다 성욕과 욕심으로 가득  죄인이었다.

“흐읏!”

이날, 신예는 기어코 아끼던 자위 기구를 부러트렸다.

* * *

“하아…….”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신예는 아침 댓바람부터 한숨을 퍽퍽 내뱉었다. 친구가 그녀에게 무슨 일이냐 물어왔으나, 자위하다가 자위도구를 부러트렸다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으로 생긴 문제는 그녀 혼자 속으로 끙끙 앓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오늘 선배 얼굴 어떻게 보냐…….’

하루하루 삶의 낙이었던 정우를 보는 게, 오늘 하루만큼은 지옥 같다. 물론 정우의 얼굴을 보는 게 싫어진 건 아니다. 자신을 싫어하게 될 정우를 보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일 뿐이지.

‘차라리죽을까. 죽으면 선배도 날 위해 울어주지 않을까.’

극단적인 생각까지 해봤으나, 그렇게 되니 섹스도 못 하고 죽는 게 너무나 원통해서 포기했다. 아니, 내가 뭘 잘못 했다고 섹스도  하고 아다로 뒤져야 해?

‘아아, 제발 오지 말아라. 제발 오지 말아라.’

새벽 훈련. 학교 운동장을 수 바퀴 내달리면서, 그녀는 정우가 오지 않기를 빌었다. 샤워나 뒷정리 때문에 훈련은 일찍 시작하지만, 정우는 항상 훈련이 끝마칠 때쯤 등교했으니까.

오늘 하루만큼은 무언가 천재지변이 일어나서, 다치지는 않고 그냥 학교만 안 오기를 빌었다.

‘제발오지마라제발오지마라.’

그러나 호랑이는 부르면 나타나고, 누군가를 떠올리는 상상은 그 사람을 끌어당긴다 했던가.

신예는 등교하는 정우를 발견했다.

‘아…….’

하루아침 사이에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저 새침한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었고, 동그란 눈동자를 선명하게 핥고 싶었다.

욕망을 불러들이는 야하디 야한 얼굴. 그런 정우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온다.

‘안 돼.’

가까워지지 마라. 가까워지면  돼. 그렇게 빌고  빌어도, 그녀가 달리는 코스는 정해져 있고, 정우의 발길도 정해져 있다.

결국 두 사람은 마주한다. 정면에서. 눈이 마주칠래야 마주칠 수밖에 없는 위치.

살짝 눈을 돌리면 그가 보여서, 그녀는 오늘도 그를 눈에 담았다.

허나 정우는 그제처럼 그녀에게 미소 짓지 않았다. 바다를 담은 듯 푸르른 눈동자는 멍하니 제갈길을 비추었다.

그의 눈길에, 그 사실에. 그녀는 역시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를 지나쳤다.

마음이 무너져내린다. 그러나 다리는 계속해서 멀어져간다. 그에게서. 그녀의 사랑에게서.

* * *

‘아, 피곤해.’

낮에는 신예에게 신비로우며 순수한 선배 역할을 하느라, 밤에는 다른 히로인들을 꼬셔 남자다움을 보충하느라.

정우의 하루는 다른 이들의 하루보다 배는 길고 충실했다. 하지만 정우도 사람이고, 그의 하루는 남들과 같은 24시간이다.

자원은 그대로인데 소모량만 배로 늘어난다면, 필경 피로도도 두 배로 쌓이기 마련이다.

‘방금 축구부 아니었나…… 신예 있던가.’

덕분에 정우는 매일 아침 일과였던 신예와의 아침 인사도 깜빡했다. 물론 어제 그녀가 벌였던 기습 키스를 염두에 두기는 했었다.

아침을 어색하게 시작할 수도 있었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었다. 역으로 이를 이용해 그녀를 놀려 먹을 수도 있었고.

하지만 어느 쪽이건, 정우가 연기하는 신비롭고 순수한 선배와는 거리가 있었다.

“정우야.”

“우림아. 무슨 일?”

이런저런 고민을 가지며 교실로 가고 있을 때, 그는 복도에서 우림이를 만났다. 오랜만이었다. 점심마다 보기는 했으나, 일단 과가 달랐고, 반이 달랐으니까.

하지만 히로인 중에서 지고불변의 사랑을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소우림이라, 정우는 아무 걱정 없이 그녀와 멀어질 수 있었다.

“잠시 보고 싶어서.”

“아…… 그래? 점심에 보지.”

“그때는 너무 늦거든.”

우림이는 또다시 이유 모를 웃음을 지으며 정우를 끌고 어디론가 향했다. 남들의 시선이 없는 곳. 학교 뒷편이 한눈에내려다보이는 베란다로.

“무슨 일이길래 그래?”

“내가 요즘 생각을 해봤는데…… 정우 네가 다른 애들을 꼬시는 거 말이야.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제 와서?”

그녀는 자신의 바람기를 알고 이해해주던  아닌가 싶었던 정우는, 이제  이런 말을 하는 그녀가 이해가되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 위에 떠 있는 호감도는 여전히 붉다 못해 검기까지 했다. 반쯤 농담으로, 정우가 그녀의 부모를 죽인 원수라 해도 그녀는 정우를 미워하지 못한다.

“그게 나쁘다던가, 이제는 바람 피지 말라든가.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야.”

그러나 우림이는 고개를 저으며 정우를 난간까지 밀어트렸다. 툭, 부딪힌 난간에 고개를 살짝 사이 우림이 곧바로그의 넥타이를 붙잡고 끌어당긴다.

“이상하다는 거지. 네 얼굴 능력이면 아무나 꼬실 수 있을 텐데. 무언가 기준이 있어.”

우림이는 정우가 여자를 꼬시는 걸 그리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물론 그가 다른 여자들과 즐기는  보고 있을 때면 그 확신에도 종종 금이 가기는 했으나…….

그가 모든 여자를 반기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이후에 모은 여러 증거가, 그가 본인의 감정이나 열락이 아닌 어떠한 의무감에서 여자를 꼬신다는   수 있었다.

“마치 게임처럼, 정우 너는 여자를 수집하고 있어.”

“게임이라니…….”

정곡을 찔렸다. 정우는 놀란 눈을 치켜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게임 속 캐릭터가 자신이 게임 속 캐릭터라 눈치채는 건 여타 메타 픽션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작자가 그리 의도했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AI가 스스로 컴퓨터라는 걸 알아낼 수 없듯이, 이 세상은 현실이고, 그녀는 진짜 사람으로 재창조 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근원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파악하다니.

‘조금 무섭네.’

“이게 사실은 게임이고, 내가 통속의 뇌라는 상상은 많이들 하지만…… 그건 아닌 거 같아.”

“으, 응?”

“그런 식으로 학창 시절의 추억을 남기려는 거지?”

다행히 우림이는 마지막에 가서 판단미스를 내었다. 정우의 행동은 학창 시절의 일탈이라고.

“내가 도와줄게.”

우림이는 정우의 행동을 일탈이라 규정하면서도, 스스로 나서 그의 등을 떠밀어주었다. 날아오른 푸른 새가 언제든 다시 자신의 품으로 돌아올 거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믿음엔 일절 빈틈이 없기에, 이리 행동할 수 있다.

“일단…… 이런 건 어때?”

질투심 자극하기.

우림이는 그렇게 입모양을 바꾸며, 정우의 입술에 박치기를 시도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우림이의 향기와 부드러운 감촉에, 정우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에 열중했다.

* * *

“으아…… 피곤해.”

아침 훈련 후 샤워를 마치고, 신예는 뒷정리까지 마친 뒤 샤워장에서 나왔다. 에이스고 뭐고, 1학년이 뒷정리를 하는 건 동아리의 오랜 전통이다.

뒤늦게 샤워장을 나서면서,신예는 반으로 가는 지름길로 향했다. 학교 뒷편을 가로질러 가는 지름길.

선생님들은 이리로 다니지 말라 호통치고는 했으나, 뭐든 들키지 않으면 범죄가 아닌 법. 그녀는 그렇게 학교 뒷편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우를 발견했다.

‘선배?’

그와 함께 있는 건, 금수저라는 소문이 자자한 우림이였다. 친화력이 어마무시 한지, 아름다운 얼굴과 커다란 가슴, 그리고 좋은 집안까지. 질투심을 유발할 요소가 가득한데도 그녀를 싫어하는 이들은 몇 없었다.

‘뭐 하는…… 거지?’

두 사람이 애인이라는 말은 종종 나왔었다. 같은 밴드부고, 둘  선남선녀고.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러나, 정우는 사귀는 사람이 없다 말했고, 그녀는 그 말을 굳게 믿고 있었다.

‘잠시만.’

그러니까 그 절대명제가 깨질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정우의 입술에 자신 아닌 다른 여자의 입술이 부딪힐 거라고는…… 상상의 그림자조차 밟지 못했다.

우림이와 정우의 입술이 부딪친다. 그녀는 얼빠진 모습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우림이 그런 그녀를 보며 가볍게 눈웃음 지었다.

─넌 어차피 친한 후배일 뿐이야.

그런 눈빛을 담아서.

‘선배.’

그러나 그녀는, 지금껏  번도 가지고 싶던  놓쳐본 적이 없었다. 그게 장난감이건, 공이건.

‘저 입술, 내가 오늘 게걸스럽게 따먹는다.’

설령 남의 손에 들린 물건이라 할지라도.

그녀는 손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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