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화 〉NO.3H 여름방학
정우네 집에 들어온 마리는 곧장 가방을 집어 던지고 소파 위에 축 늘어졌다. 상전의 모습이었다.
“이야─ 오랜만이네.”
“속옷 보인다.”
“뭐, 더 볼래?”
펄럭펄럭, 자기 치마를 펄럭이며 유혹하는 마리의 모습에, 정우는 몸을 돌려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에 있던 레몬청을 넣어 따듯한 레몬티를 만들었다. 그런데 만들고 보니 이 더위에 따듯한 건 조금 아닌 듯해서 사이다와 얼음을 때려 박고 시원한 레모네이드로 만들었다.
“오, 고마워.”
몸을 일으켜 레모네이드를 받아든 그녀는 몸을 일으킨 뒤 꿀꺽꿀꺽 음료를 들이켰다. 새하얀 목덜미가 꿀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음심이 절로 들었다.
저 목덜미를 쥐고 싶다는 생각과, 억지로 덮치고 싶은 음심이 솟구쳤으나, 정우는 고개를 저었다.
“뭐 하고 놀래?”
“음…… 너네 집 게임기 있지 않았냐? 그거나 해볼까?”
“그래.”
정우는 곧장 게임기를 꺼내 세팅했다. 그녀가 주로 흥미를 보인 건 일대일 격투 게임, 혹은 자기 팀을 꾸려 싸우는 축구 게임이었다.
여자애들이 좋아할 만한 인싸 게임이 대부분이었고, 정우는 그에 어울려주었다. 그러나 이런 게임을 이십 년 넘게 즐겨온 정우와 다르게, 기껏해야 몇 달 플레이 해본 게 전부인 마리와의 실력차이는 넘사벽이었다.
마리 본인도 그걸 느낀 건지, 몇 판 하고 나서는 패드를 집어 던진 뒤 1인용 게임으로 갈이끼웠다.
“그렇지, 거기서 그렇게. 재 죽여버려.”
“안 죽는 캐릭턴데.”
그러나 정작 게임을 플레이하는 건 정우였다. 자기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아는 마리가 그에게 패드를 맡기고, 자기가 원하는 식으로 플레이하는 걸 보며 즐기고 있었다.
이 시대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스트리머, BJ의 모습이었다. 물론 그녀가 그런 걸 알고 부탁했을 리는 없지만.
“아, 아! 뭐해! 거기서 왜……! 아, 진짜! 개 못하네!”
“그럼 네가 할래?”
“아니. 나는 보는 것만 할래.”
그렇게 2시간. 게임을 즐겼다.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것도 한두 시간이지, 게임도 진이 빠지는 일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배고프다.”
“그러게.”
두 사람은 점심을 먹지 않았다. 시간은 어느새 오후 2시였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정우는 자신이 밥을 해준다 했으니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를 대충 뒤져기운을 차릴만한 음식을 생각하던 정우는 무난하게 김치찌개를 끓였다. 조미료를 넣으려던 정우는 조미료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냥 시스템으로 사자.’
밖에 나갔다 오기도 귀찮았고, 조미료는 얼마 하지 않았다. 시스템을 연 정우는 시스템표 미원과 [기운 나는 액체]를 구매했다.
게임에서는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던 아이템이어서, 무슨 효과를 지녔는지는 모른다. 설명에도 그냥 ‘마시면 기운이 솟는다’라고만 적혀 있었고.
‘괜찮겠지 뭐.’
시스템이 보증하는 이상 효과는 있겠지, 그리 생각한 정우는 남은 액체를 한 번에 들이부었다.
“오, 뭐야. 김치찌개?”
냄새와 소리만듣고도 음식의 조리 여부를 파악한 마리가 부엌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자기 집인냥 능숙하게 그릇을 꺼내고 밥을 퍼담았다.
“음, 맛있네.”
국자도 가져와 알아서 찌개를 퍼 나른 그녀는 찌개를 한 입 떠먹고선 조용히 밥그릇을 비웠다.
정우도 그 앞에 앉아 김치찌개를 먹으며, 무언가 몸속 깊이 따듯한 기운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와, 이게 물약 효과인가?’
심장이 두근거리며 피가 핏줄을 따라 흐르는 감각마저 느껴진다. 전신에 활력이 넘치고 아랫도리까지 힘이 가득 찬다.
“뭐야 이거. 여기에 뭐 넣었냐?”
“응.”
“뭔데?”
“사랑.”
“지랄하네.”
마리도 찌개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녀의 절대미각으로도 찌개 안에 들어간 게 무엇인지는 해석하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시스템의 아이템은 이치를 초월한 힘이고, 그 안에 종속된 그녀가 시스템을 인식하고 아이템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는 없었을 테니까.
“진짜 뭐 안 넣었냐?”
“어.”
“아씨…… 그럼 뭐지?”
하지만 무언가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몰라도, 그 효능까지 모를 수는 없다. 몸 안에 가득 차오르는 활력을 느낀 그녀는 아예 그릇을 입에 대고 마시듯 국물을 빨아들였다.
“크아아…… 좋다.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인데.”
고된 일에 10대의 무한한 체력에도 만성피로를 느끼던 마리는 밥을 다 먹고 일어나 몸을 풀기 시작했다. 뚜둑, 뚜드득. 오랜 기간뭉쳐있던 근육이 풀어지며 소리를 냈다.
그리고 활력을 되찾은 그녀는 음흉한 눈빛으로 정우를 바라보았다. 찌뿌둥한 몸이 풀리고, 바닥 깊이 새겨져 있던 피로가 풀린 10대에게 할 거라곤 그 짓밖에 없다.
“야. 내가 쓰던 칫솔 아직 있지?”
“그럼.”
“쓴다.”
“설거지는?”
“나중에 할게. 나중에.”
그녀는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 양치를 시작했다. 그 모습에 정우는 그릇에 대강 물만 묻혀놓고 화장실로 향했다.
정우가 화장실에 도달하자마자, 그녀는 미리 준비한 칫솔을 내밀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보자, 그녀가 거품 잔뜩 낀 입술을 내보이며 배시시 웃었다.
“하리, 해.”
“뭐가 그리 급하다고.”
정우는 칫솔을 건네받고 양치를 시작했다. 먼저 양치를 시작한 마리는 가글까지 마치고 물로 입을 헹궜다. 그런 다음 거울 너머정우를 지그시 바라본다.
양치를 마치자, 그녀는 정우에게 물 담긴 컵을 내밀었다. 그녀가 쓰던 거였으나, 정우는 신경 쓰지 않고 받아들여 입안을 헹궜다.
“퉷.”
“끝났어?”
“어.”
혀까지 매끄럽게 닦아낸 다음, 칫솔을 제자리에 꽂아 넣자마자. 마리는 정우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기술을 이용해 강제로 끌어내린 정우의 입술에 그대로 입술을 박찬다.
“푸하! 야, 나 왠지 모르게 꼴렸거든? 바로 하자.”
와이셔츠를 벗어 화장실 밖으로 집어 던지고, 캐미솔을 내보인 마리는 그리 말했다. 얼마나 흥분한 건지, 캐미솔 너머로 유두가 빠딱 서 있는 게 보였다.
“아니다. 너는 그냥 따먹는 걸 좋아했지. 변태 같아선.”
정우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그녀는 천천히 다가왔다. 옷을 찢듯이 벗겨낸 그녀는 정우를 겁탈하듯 달려들었다.
‘아, 이거 설마…….’
정우는 그제야 아이템 설명창에 적혀있던, 활력이 샘솟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정력제였네, 이거…….’
게임에선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그야 게임에선 섹스 씬을 CG와 대사 몇 줄로 떼우니까.
‘큰일 났네.’
발정난 고양이가 얼마나 지랄 맞은 지, 정우는몸소 깨닫게 되었다.
* * *
“히야읏♡!”
“크읏!”
찔퍼억─!
마리가 정우의 위에서 말타듯 허리를 튕겼다. 신체가 얼마나 건강해졌는지, 그녀의 보지에선 물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었다.
많은 윤활유는 그만큼 윤택한 움직임을 지원하는바, 마리는 더더욱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저러다 허리가 아작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흐읏♡ 하아, 하아앙! 거기, 거기이 더, 잘 좀 세워봐앗♡!”
“윽, 나도, 지금 열심히─ 하고 있거든!”
마리는 두 팔을 뒤로 기댄 뒤, 허리만 퉁퉁 튕기고 있었다. 몸을 다루는 데 있어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마리의 허리놀림은 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보지가 귀두를 감싼다. 쩌억, 달라붙은 보지살이 빙그르르 360도 회전한다. 그리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360도 회전하며 위아래로 자극 주는 그녀의 질내는, 마치 살아 숨쉬는 꿀단지에 자지를 넣은 듯 뜨겁고 생생했다.
“으윽, 잠, 천천히……!”
“천천히는, 흐으읏, 무스은! 그동안 못했던 만큼, 존나게 따먹을 거야♡”
마리는 허리를 튕기며 그리 말했다. 오랜만인 것도 오랜만이지만, 이렇게 기운 넘치는 섹스를 하는게대체 얼마 만인지.
매번 찌든 피로에 쉴 때도 힘들었는데, 오늘은 아니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진심섹스.
그저 쾌락과 정열에만 몸을 맡길 수 있는 순수한 성교. 에로스적 사랑.
“가, 가아아─ 흐그읏, 간다아♡ 너도, 너도 쌀 거 같지. 흐읏, 응? 싸아, 싸저어.”
이젠 발음조차 힘든 건지, 그녀는 혀마저 데굴데굴 굴려 가며 정우의 젖꼭지를 희롱했다. 남자도 젖꼭지로 느낀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랬다.
실제로 정우는 그 예상치 못한 자극에 전립선이 풀리는 걸 느꼈다. 정액이 새어나가지 않게 꽉 조이고 있던 전립선이 풀리자, 정우의 물건은 퓩퓩 물총 쏘듯 정액을 쏘아냈다.
“하아, 흐으읏♡ 아아, 좋아…… 이 새끼 자지 하나는 개쩔어 시발…….”
마리는 정우에게 여덟 되는 애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애인들끼리 사고가나지 않는 이유가, 이 자지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혼자 독점하고 싶어지면서도, 정작 그렇게 되면 감당할 수 없을거라는 걸 직감하게 되는 괴물 자지.
“……벌써 끝이야?”
과연정우는 마리 아래에 깔려 모자라다는 듯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냉랭한 시선이 그녀의 심장을 꿰뚫었다.
“흐냐아아…… 우리 정우, 그렇게 노려보니까 귀엽네.”
마치 고양이처럼 척추를 축 늘어트리고 떨어진다. 곧이어 자지를 박은 채로 정우와 딱 달라붙는다. 코와 코가 맞붙을정도로, 자궁과 귀두가 맞붙을 정도로 딱 달라붙은 두 사람.
그 다음은 격렬한 키스, 혀와 점막이 헐어버릴 듯 격렬한 키스와 움직임.
파르르르, 허벅지와 엉덩이가 떨린다. 절정에 오르고도 만족하지 못한 보지가 진동하며 자지를 빨아들인다.
오오, 섹스. 오오.
위대하고 신성하며, 또다시 신비로운 행위에 두 사람은 빠져간다. 점점. 정신을 잃을 무렵까지.
결국, 정우는 그녀를 쉬게 해주겠다는 목표를 이루지못했다. 하지만 피로는 풀지 못했을지언정, 성욕은 실컷 푼 마리의 피부는 반들반들해졌다.
* * *
다음 날.
마리는 하루가 지나도 팔팔한 몸에 개운함을 느끼며 학교로 등교했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예약이 잡혀 있었기에 하교하자마자 출근해야한다는 게 문제였지만.
‘몸이 이상하게 좋은데.’
마치 마약이라도 한 것처럼,그녀 몸은 너무나 쌩쌩했다. 시험이 모두 끝나고 레스토랑으로 등교했을 때. 쌩쌩한 그녀를 보고 다른 요리사들이 뭐라도 잘못 주워먹었느냐 되물었을 정도로.
“으음, 딱히 뭐 한 건 없는데요.”
“한 게 없긴. 요년 피부 반들반들한 거 봐. 남친이랑 뭐라도 했냐?”
“아니 뭐…… 그렇긴 한데…….”
“이야, 남고생이라. 졸라게 부럽네.”
‘……그런가?’
그 뒤로, 요리사들은 산삼보다 좋다는 고삼 따먹은 썰부터, 여고생 때 남고생 한 번 사귀어봤으면 한이 없었을 거라는 이야기까지.
온갖 잡설을 내뱉었다. 그 이야기를 듣던 마리는 생각했다.
‘내가 복받은 건가?’
여덟 다리가 대수인가. 잘생기고 섹스 잘하고, 기타 등등 못 하는 게 없는 만능초인을 애인으로 삼고 있는데.
‘내가, 욕심쟁이였던건가?’
마리의 마음에 씨앗이 심어진다. 의심이 싹이 튼다. 자기 스스로를 의심하는 씨앗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