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9화 〉NO.3H 여름방학 (169/218)



〈 169화 〉NO.3H 여름방학

마리가 지린 오줌은 바로 걸레를 가져와 닦아냈다. 정우가 바닥을 닦는 동안 마리는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시작했다.

축축.

이불과 침대를 조금 적시고,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오줌. 샛노랗다기보다 투명한 게 오줌보다는 애액처럼 보이기도 했다.

킁킁.

“그, 그걸 왜 맡아 미친놈아!”

정우가 오줌 빤 걸레 냄새를 맡으려  때, 때마침 샤워를 마치고 돌아온 마리가 정우의 손에서 걸레를 뺏어들었다.

뺏은 걸레로 바닥을 박박 닦던 마리는 한순간 열이 올라서 그랬는지, 살짝 휘청거리며 침대에 기대기 시작했다.

“괜찮아?”

“……뒤질 거 같아.”

“그러길래 왜 움직여서.”

“……너 때문이야. 다  때문이라고. 알아?”

수건 하나로 몸을 가린 상태에서, 침대에 기댄 마리가 고개만 돌려 정우를 노려보았다. 매서운 눈빛이었고, 그를 원망하듯 보이기까지 했다.

“내가 뭘?”

하지만 정우는 가볍게 시치미를 떼며 걸레를 뺏어 들어 화장실에서 씻어왔다. 그렇게 몇 번 화장실과 방을 왔다 갔다 하고 나서야 바닥을 전부 닦아낼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두 사람을 덮치던 뜨거운 열락은 가라앉은 뒤였다. 몸을 움직이게 하던 성욕이 사라지고, 몸을 불태우는 뜨거운 고열이 마리의 몸을 덮쳤다.

마리는  열에 저항하려 끙끙댔고, 저항에 온 힘을 다하느라 그만 철푸덕 쓰러지고 말았다.

다행히 침대 옆에서 쓰러진바, 정우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이마 위에 얼음 담은 수건을 올려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그녀를 간호한 정우는 자신의 물건이 폭발할 듯 솟구친  확인했다. 아무리 그라도, 환자에게 빼달라고 말할 만큼 개념 없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이렇게 뭉친 성욕을 풀지 않고 그냥 나가는 것도 불가했다.

“흐으으…… 하아, 흣.”

정우의 눈에병 걸려 신음하는 마리가 들어왔다. 갈아입은 흰 티셔츠도 어느새 흘린 땀에 달라붙어 가느다란 몸매를  드러내고 있었다.

없다시피 할 정도의 빈유였으나, 이리 보면 여자다운 부분이 있었다. 갈비가 보일랑말랑 할 정도로 마른 주제에 볼록 튀어나온 가슴이나, 마른 배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자궁이 그러했다.

‘아.’

그때, 정우의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정우는 곧장  생각대로 움직였다.

옷장을 뒤져 그녀의 속옷을 하나 꺼내고, 신음하는 그녀를 보며 자위를 시작했다. 본인 앞에서 이런 짓을 한다는 배덕감이 있어서일까, 의외로 자위는 금방 끝났다.

속옷 안쪽에 질펀하게 정액을 싸지르고, 정우는 포스트잇을 뜯어 메모 한 장 남긴 뒤 집을 나섰다.

* * *

주륵.

편히 잠들어 있던 마리는 이마를 타고 흐르는 차가운 물방울에 정신 차리고 눈을 떴다.

이마에 손을 올려보니 축축한 수건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불이 젖지 않게 수건을 바닥에 내려놓고, 몸을 일으킨다.

“열은…… 이제 안 나네.”

죽을 먹고 푹 쉬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정우의 손길에 땀과 액체란 액체는 모조리 배출해서 그런 걸까.

그녀의 몸 상태는 어느 정도 돌아와 있었다. 내일 즈음엔 완치하고 출근도 할  있겠지.

수건을 치우고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그녀는 침대 옆 탁자 위에 올려진 속옷을 발견했다.

자기가 벗어놓고 저런데 둘리가 없으니, 정우의 소행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속옷을 넣어놓기 위해 집어 들었다.

물컹.

“……아.”

기분 나쁜 촉감이 손을 뒤덮었다. 손을 들어 확인해보니 살짝 굳었음에도 여전히 끈적함을 유지하고 있는 흰 액체가 묻어 있었다.

그녀는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몸으로 받아본 적도, 입으로 먹어본 적도 있었으니.

그건 남성의 정액이었다. 싸지른 지 시간이  지난. 하루까지는 안 지난 정액.

‘이게 왜 내 속옷에…….’

현실적으로 일어날 확률이 극히 드문 일을 겪은 마리는 순간  일이 어찌 된 일인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금세 진실을 파악했다.

정우가 속옷 옆에 써두고 간 쪽지 덕분이었다.

[이거 보고 자위해]

“……미친놈.”

 말은 즉, 그녀가 자는 동안 옆에서 정액을 싸질렀다는 말이다. 변태 새끼, 미친놈, 말은 많이 했지만 이 정도까지 할 줄이야.

“아니, 대체 뭘 보고…….”

남자가 사정하기 위해선 강렬한 자극이나, 그만한 시각적, 촉각적 흥분제가 필요하다고 알고 있는 마리는 대체 무얼 보고 자위를 했나 고민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자신이 곧 정우에게 있어 최고의 발정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항상 그가 입에달고 사는, 모두를 사랑한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야.

“아, 아하하. 진짜. 골 때리네.”

골 때리는 만큼, 그녀의 심장도 두근거렸다. 그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확 다가오기 시작했다.

사랑은 흥분을 도핑시킨다. 남들이 본다면 절대로 불가능할 행위도, 사랑이라는 마약은 가능케한다.

끈적이는 정액을 손가락에 묻힌 마리도 그러했다. 절대 해서는  되는 행위이지만,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 뇌가 마비되기 시작했다.

찔꺽─

“흐그읏…….”

하루종일 감기에 시달린 보지의 상태는 별로 좋지 못했다. 손가락을 쉽게 받아들이지도, 안으로 들어온 손가락을 꽉꽉 물지도 못했다.

그러나 손가락에 묻혀 들어온 정액을 안으로 들여 보내는 건 성공했다.

“하, 하하. 이제 나 니 애 임신한다.”

그녀는 정자가 공기 중에서 30분 이상 생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저 어디선가 본, 정자는 3일 동안 생존한다는 사실만을 기억했다.


그리하여 그녀의 보지 안으로들어간 정자들이 팔딱팔딱 뛰어 자궁까지, 그녀의 난자까지 닿기를 바라며 조심스레 가장 안쪽까지 쑤셔 넣었다.

그 과정에 자위행위와 매우 닮아 있어서, 그녀의 보지는 쾌락 물질을 분비했다.

“흐읏, 하앗- 멍청한 놈, 애가 생기면 바람도 못 피겠지. 응, 돈도 많이 필요할 거고……내가 길러줄게. 너도, 니 아기도…….”

그녀는 절대 자신의 어미처럼 몰상식하고 무책임한 사람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에게 사랑받는 만큼이나 아이를 사랑하겠다고.

그리 마음먹었다.

* * *

학생들은 방학이란 말을 매우 좋아한다. 아마 로또 1등 되기 vs 평생 방학하기. 라는 주제를 내건다면 후자를 고를 정도로.

졸업하면 평생 방학처럼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은 망각한 채.

그러나 방학이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학교의 존재의의는 학생들의 교육이고, 쉬는 날이 있다고 해서 무의미하게 시간만 보내게 해선 아니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방학숙제라는  내준다. 대부분의 학생은 이를 싫어하고, 별 강제성이 없는바 30% 이상의 학생은 아예 손도 대지 않는다.

예슬도 그러했다.

“아, 너무 싫어 방학숙제…….”

“안 하면 되잖아?”

“안 하면 동아리를 박살 내신다잖니. 학생의 본분은 공부니 뭐니 하면서. 그래놓고 정작 나중에 내가 성공하면 지들이 잘나서 그런 마냥 현수막도 걸어놓고 그러겠지? 그럼 고소해야겠다.”

예슬은 올해로 고3이었다. 가장 예민하고 불안에 떠는 시기임에도 그녀는 일절 망설임 없이 하나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뮤지션, 음악가라는 꿈을 향해서.

다행히 그녀는 그리 만들어진 존재였기에, 음악에 대한 재능이 출중했다. 그냥 노래방만 주구장창 다니더라도 얼마 가지 않아 기획사 프로듀서에게 간택 받아 연예인이 될 정도로.

그녀는 그런 재능을 그냥 놀리지 않았고, 꾸준히 노력을 더한 덕에 몇몇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까지 갖고 있었다.

그녀가 원한다면 곧장 데뷔시켜주겠다는 기획사 명함도  개나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장 데뷔해 현장에서 실력을 뽐내기보다 정우와의 시간을 중요시했다.

‘내가 세상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고, 인기를 끌고, 그런 게 다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녀는 자신 같은 천재를, 그러니까 자신과 비슷한 수준을 지닌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정우를 제외하고는.

놀랍게도 정우는 예술 말고도 다양한 재능을 가진바, 예술 쪽으로는 발도 딛지 않겠다 말하고 있었다.

예술계로 가더라도 정우와 비슷한 수준의천재가 있을거라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래에 있을 모든 시간과 배움이, 지금의 정우와의 인연보다 가치 없다.

그녀는 그런 논리 하에 데뷔를 미루고 있었다.

‘아깝게.’

사실 정우는 그에 대해서 정말 아깝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진짜 천재인 그녀와 다르게 자신은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가짜 천재,

본능적으로 모든 걸 설명하고, 이론만 습득하면 그에 대해서 교육까지가능할 예슬과 다르게 그런 게 전혀 불가능한 정우는 예슬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수 없었다.

그저 정우의 연주에서 예슬이 알아서 배울 수밖에.

“말 나온 김에, 한 곡만 칠까?”

“아까도 했잖아.”

“십분이나 됐잖아!”

“십분 공부하고 오분 연주하고?”

“안 돼?”

정우는 고개를내저었다. 그녀는 침울한 표정으로 다시 교과서를 내려보았다. 사실 공부에서 손놓다시피한 그녀가 보기엔전부 다 외계어에 가까웠다.

국어는 수백  전에 무덤에 묻힌 사람의 생각을 파악하라고 하지, 수학은 어디에 영희의 목숨을 가지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 영어는 그나마 팝송을 외우느라 늘었지만, 외국에서도  쓸법한 괴상한 단어만 등장했다.

“아, 몰라.  할래. 연주 안 하면 숙제 안 해.”

결국 푹 퍼져버린 그녀는 펜을 놓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눈에 새겨진 피로에 눈을 주무르며 마사지하고, 잠시 후 눈을 뜨면 망가진 TV화면처럼 지지직거리는 무언가가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그게 절묘하게 천장의 얼룩과 맞아 떨어졌다.

“─La, lalala.”

그녀의 입에서 처음 듣는 음률이 새어 나온다. 마치 새가 지저귀듯 아름다운 목소리와, 그를 뒷받침하는 아름다운 리듬이 절묘하게 조화됐다.

“아, 역시 안 돼.”

노래를 부르던 그녀는 곧장 일어나 기타를 손에 쥐었다. 그리곤 미친 듯이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정우는 생각했다.

‘천재라니까.’

몇  기타줄을 튕기던 그녀는 연주를 마치고 정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야, 도와줘.”

“뭘?”

“알잖아.  영감 뽑는 방법.”

예슬이 옷을 끌어내리며 말했다.

“섹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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