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6화 〉NO.9 섹스도 혈연 학연 지연 (176/218)



〈 176화 〉NO.9 섹스도 혈연 학연 지연

정우는 그날부로 지연에게 심부름시키는 걸 멈추었다. 그럴 필요가 없다 여겼다. 지연도 굳이 정우에게 다가가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필요가 없다 여겼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당당하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 매력은 뽐내는 게 아니다. 보잘것없는공작새는 스스로 날개를 떨쳐 암컷을 유혹한다.

그러나 정작 뛰어난 수컷은 그러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다. 스스로의 월등함을 암컷이 한눈에   있으니까.

그녀도 그러하기로 했다.

“그래서, 선배. 바빠서 시간이 이때밖에 없을  같은데…….”

“응. 그래. 그때 만나기로 하자.”

“네.”

아싸, 하고 지연은 몰래 주먹을 쥐었다. 해냈다. 이렇게 자신이 바뀌는 것만으로 세상이 바뀌었다.

세계를 바꾸는 비결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다. 자신이 바뀌면 된다. 아주 조금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한 발자국을 딛지 못 할뿐.

* * *

“옷은 이걸로 됐고…….”

지연은 자기 집에서 거울을 보며 내일 데이트에 입고 나갈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옷장을 헤집으며 바닥에 흩어진 옷만 벌써 수십 벌. 남들이 보면 아주 지랄을 한다고 한마디 하고 지나갈 모습이었다.

겨우 옷을 고른 그녀는 입고 나갈 가방과 액세서리, 신발까지 고르곤 침대에 뛰어들었다.

그리곤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정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최근 개발된 SNS의 일종이었다.

[선배. 자요?]

그리 보내 놓고 가슴 졸이며 조그마한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길 10분. 뒤늦게 정우의 답장이 도착했다.

[ㅇㅇ]

[자는 사람이 어떻게 답장을 해요?]

[자면서 하는 중]

그녀는 정우가 농담을 하고 있다고, 자신과 농담할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되었다고 느꼈다.

별거 아닌 그 사실이 너무나 기뻐서 그녀는 씨익 미소지었다.

[전화 해도 됨?]

[반말 써서 안 됨]

그녀는 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문자를 하고 있던 만큼 정우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

“선배?”

“받아주셨잖아요. 지금부터 존댓말 쓸게요.”

찰랑, 전화기 너머로 첨벙거리는 물소리가 난다. 은은하게 목소리가 울리는 것도 그렇고, 아마 목욕 중인 모양이었다.

꿀꺽, 목울대가 출렁인다. 자연스레 상상이 된다. 정우가 목욕탕에 그 튼튼한 몸을 집어넣고 몸을 씻는 모습이.

“……저, 선배. 혹시 지금 목욕 중이에요?”

“아니, 그러면 나중에 통화할까 해서…….”



첨벙, 또다시 물이 튀긴다. 자신이 욕조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괜히 얼굴이 다 붉어진다.

호흡이 가팔라지고, 열띤 호흡이 내뱉어진다. 전화기 너머로 침 꼴딱 삼키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조심스레 침을 삼킨다.

“……네, 뭐. 그럼.”

그러나 지연은 정우가 목욕하고 있다는 사실때문에, 정작 정우에게 어째서 전화를 걸었는지 까먹고 말았다.

생각이 나질 않는 걸 보면 그리 대단한 이유도 아니었으리라.

“내일, 만나서 뭐  거에요?”



“그러네요. 뭐 하고 싶어요?”


촤아악.

물이 가득 차 넘쳐 흐른다. 정우가 욕조에서 몸을 움직였으리라. 발을 빼냈을까? 아니면 아예 몸을 푹 담갔을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의 목욕 소리가 그녀의 성욕을 끓게 만든다는 것이요.

그리하여 그녀가 자연스레 자위 행위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읏… 그럼, 선배. 영화, 볼래요? 흐읏.”

“하으읏- 네, 네에. 그러네요. 그걸로.”

“아, 아뇨옷. 그냥 하품이 나와서…….”

정우도 설마 통화중에 대뜸 자위를하리라곤 상상도 못 해서, 지연이 정말로 하품이라도 내뱉은 거라 생각했다.

“네, 네헤에. 바, 밤이라 졸리네요. 선배도 어서 주무세요.”



통화가 끝났다. 지연은 빛처럼 빠른 속도로 녹음된 통화를 재생했다. 곧이어 정우의 목소리, 첨벙거리는 물소리, 드넓게 퍼지는 메아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정신은 곧장 심연에 빠진다. 색욕의 늪이다. 모든  느릿하고, 또 확대되어 느껴지기 시작한다.

첨벙첨벙, 욕조 물이 넘쳐 흐르고 그것만으로 정우의 모습을 상상한다. 박쥐가 초음파로 주변 환경을 파악하듯 녹음된 통화로 정우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리하여 완성된 모습. 그녀는 정우의 모습을 보며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다. 상상이지만 그러하기에 더욱 가치 있다.

상상엔 흠이 없으니까. 상상이기에 완벽하고, 상상이기에 그녀에게 상냥하다.

진짜 정우라면 절대 하지 않을 법한 행동도, 그녀의 상상만으로 이루어진다.

[이리 와]

상상  정우가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그녀는 그 손을 붙잡았다. 그리하여 그녀도 같이 욕조 속으로 풍덩 빠져든다.

뜨거운 목욕물이 그녀를 덮쳤다. 덩달아 그녀의 체온도 상승하기 시작한다. 흥분으로 인한 온도 상승. 그녀 몸은 뜨겁게 달구어지기 시작했다.

[잘했어. 훌륭해. 이제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그냥 푹 쉬어]

정우가 포근하게 그녀를 껴안는다. 등뒤에서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진다. 그녀의 입에서 열띤 신음이 새어 나온다.

“흐읏♡ 선배…….”

가슴을 주무르고,  첨단에 달린 젖꼭지를 꼬집는다.방안의 난방이 드러난 그녀의 피부를 달구기 시작한다.

“하악, 흑, 흐응! 하아앙!”

가슴으로 엔진에 시동을 건 그녀는 제로백이 1초대인 슈퍼카 마냥 아랫도리에 손을 가져갔다.

찌걱.

이미 푹 젖은 팬티 위를 문질러 툭 발기한 음핵을 찾는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녀의 팬티는 애액으로 푹 젖어 음부에  달라붙어 있었으며, 발기한 음핵은 그 위로 강하게 자기주장 하고 있었으니.

꾸우욱.

“흐그읏!”

허리가 절로 들리기 시작한다. 새우마냥 팔딱거리던 그녀는 음핵을 문지르는걸 넘어 소음순을 꾹꾹 문지르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팬티가 보지 안으로 파먹혀 들어간다. 그녀의 보지는 자지나 손가락이 아닌 팬티의 감촉을 느끼곤 이게 아니라는 듯 꾸물꾸물 움직여 팬티를 밀어냈다.

  없이 많은 점막이 팬티와 맞닿고, 매끄러운 팬티는 마치 기능성 콘돔마냥 그녀의 내부를 긁어 내었다.

“하아앙!”

퓻퓻, 애액이 강하게뿜어져 나온다. 이미 젖을 대로 젖은 팬티는 이 이상 애액을 흡수하지 못하고 허벅지 너머로 슬그머니 배출한다.

주르륵,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애액이 한 줄기 흘러내린다.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몸을 일으켜 수건을 꺼내엉덩이 밑에 깔고 앉았다.

그리고 팬티를 아예 걷어냈다.

쩌어억-

음란하기 짝이 없는 소리와 함께 음부와 팬티를 이은 실이 뚝뚝 끊어진다. 준비는 이미 끝나 있었다.

그녀는 익숙하다는 듯 손가락을 음부 안으로쑤셔 넣었다. 쩌어억, 벌려지는보지. 손가락은 깊숙이 파고들어 그녀의 G스팟을 괴롭혔다.

“흐아아앙! 하악, 하아앙! 흐억, 헉, 하윽!”

빙글빙글 문지르는 것만으로 허리가 들리고, 엉덩이 구멍이 미친듯이 조였다 풀어지고, 보지에선 새하얀 액체를 퓻퓻 발사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절정이 온다. 평소엔 이러지 않았는데, 정우는 살아있는 미약이라도 되는 마냥 목소리만으로 그녀를 발정시켰다.

발정난 여자는 절정 하기 쉬워진다. 조루마냥 삼분도 되지 않는 시간 만에 절정에 오르고, 그녀는 허리를 들어 올린  미친 듯이 허리를 털었다.

“흐그으으읏!!”

오줌이라도 싸는 듯 수백ml의 애액이 발사된다. 삼분 만에 절정 하다니, 절정의 쾌락에 휩쓸리면서도 그녀는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한 번만 더.’

그러나   싸면 성욕이 팍 사그라드는 남자와 다르게, 여자는  번이고 몇 번이고 절정에 오를  있었다.

‘한 번만 더 하고…… 끝내자.’

그녀는  뒤로  번  절정하고 나서야 잠에 들었다.
당연하게도, 다음 날 늦잠을 자게 되었다.

* * *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왜  와?”

정우는 약속 장소에서 지연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생기긴 했지만 그걸로  수 있는 거라곤 그리 많지 않았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지만  속도는 매우 느리고, 요금은 뒤지게 많이 나온다.

뮤튜브를 모바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폴더폰 시대를 장악하던 게임은 스마트폰이랑 호환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니까, 이 시기에 약속시간을 어기는 건 상당한 무례요, 상대방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막말로 이대로 돌아가더라도 별말 하지 못할 정도로.

우우우우웅.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지연이었다. 정우는 전화를 받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 전화를 받아들였다.

[서, 선배! 죄송해요!]

“어디야.”

[저, 지금 가고 있기는 한데…… 한 20분 정도……]

“그래, 알았다.”

뚝, 정우는 그대로 전화를 끊고 주변 피시방으로 들어갔다. 남자 혼자서 피시방으로 들어오자 잠시 시선이 모였다 흩어진다.

정우는 곧장 1시간 선불을 결제하고 자리에 앉았다.  시대에 할만한 게임이라고 해봐야수년째 구린 그래픽으로 해먹는 FPS 정도지만…….

‘시간 때우기는 나쁘지 않지.’

근처에서 아줌마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에 속이 타오르는  느끼며, 정우는 게임에 열중했다.

“저기요.”

“……네?”

“저기, 게임 같이 하실래요?”

그러다 옆자리에 앉은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그녀는 무슨 자신감이 그리 차오른 건지 반쯤 떡진 머리로 그리 말했다.

정우는 거절하고 싶었으나, 어차피 20분뒤에  거라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받아줄지 몰랐던 그녀는 재빨리 게임에 들어와 정우를 초대했다.

“fps 좋아하시나 봐요?”
“제가 또 소장이거든요. 소장. 별. 아, 잘 모르시려나?”
“다 이겨드릴테니까 그냥 제 뒤만 따라오세요.”

정우는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그녀와 게임을 진행했다.   이기더니 흥분할 대로 흥분한 그녀는 아예 휴대폰을 내밀며 말했다.

“이것도인연인데, 저, 그…… 전화번호좀…….”

“싫은데요.”

“아, 네…….”

내미는 휴대전화를 도로 밀어낸 뒤, 정우는 자신의 위치를 지연에게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연이 피시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선배! 늦어서 죄송…… 누구에요?”

“그냥, 같이 게임하던 사람.”

“아, 애인? 애인 있었구나. 아하하. 말을 해주지…….”

“가요. 선배.”

지연은 거칠게 정우를 끌고 피시방을 빠져 나왔다. 정우는 어어 하면서도 지갑과 휴대폰을 챙겼다.

잠시 후, 피시방에서 빠져나온 그녀는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건물 틈 사이의 골목길로 들어갔다.

그 안으로 정우를 밀어 넣은 뒤 벽으로 밀어붙인다.

“누구에요?”

“모르는 사람.”

“근데 저렇게 살갑게 이야기해요? 막 웃어 주면서?”

자신한테는 그렇게 숨기던 미소를, 이토록 쉽게 내보이다니.

“그래도 되는 거예요? 선배.”

“……네가 무슨 상관인데?”

“제가, 제가 무슨 상관이냐면…….”

그렇게 물으면 할 말은 없었다. 그녀가 정우랑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친한 선후배 정도.

“선배를 좋아하니까.”

그러나 이유는 만들면 된다.

“선배를 위해서 제 인생을 바쳤는데.”

피는 속일 수 없다. 그녀를 평생 억압하던 부모의 그림자는 그녀의 핏속에 남아 있었다.

“선배는 저를 위해서  정도도 못 해주나요?”

그리하여 자식을 억압하려던 부모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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