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7화 〉NO.9 섹스도 혈연 학연 지연 (177/218)



〈 177화 〉NO.9 섹스도 혈연 학연 지연

“선배는 저를 위해서 그 정도도 못 해주나요?”

지연은 그리 말하며 정우를 바라보았다. 그가 뭐라 답할까. 대강 예상은 되었다. 그리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못 해줄 것도 없지.”

“정말요……?”

“그래. 네가  선택을 스스로 했다면 말이지. 이 잼민아.”

“잼민……?”

지연은 정우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의 말은 거절이었다.

“만일 네가 처음부터 그런 결단을 가지고 있었다면,  말대로 너만 바라보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었겠지만…… 지금 네 선택이 오로지 네 생각만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겠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제가 내린 선택.”

“이지선다 문제에서 답을 네가 정했다고 하는 건 괴리가 있지?”

그녀가 가출을 하고, 어머니에게 거스르고, 결국 다시금 어머니에게 인정받기까지.

정우가 얼마나 많이 관여했을까. 그녀의 선택에 정우가 얼마나 뒷받침되어 주었을까.

그를 생각해보자면, 지연이 한 행동은 애당초 정우에게 의존하고 있는 선택이었다.

정우가 없었더라면 처음부터 가출도 없었을 테고, 그리하여 그녀가 부모를 거스르는 일도 없었을 테니.

“……처음부터 잘못됐다고요?”

“독점할 생각 말고, 지금 네 상태에 만족해. 이렇게 데이트 하는 것도 옛날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잖아?”

“그래요. 그러네요. 선배.”

지연은 그 말을 듣고 미소를 꽃피우며 그에게 달라붙었다. 정우는 그녀를 밀어내지 않았다.

‘진도를 천천히 빼라는 말을  이리 돌려 말하는지.’

그러나 지연은 정우의 말을 귀담아 듣지 못했다. 그의 말대로 지금  상태도 예전의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하던 일 아닌가?

그렇다면 그녀가 정우를 독점하는 일도,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들도. 언젠가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아직 때가 아닐뿐, 정우를 독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언제쯤 함락될지, 기대할게요. 선배.’

* * *

데이트는 그녀의 상상 이상으로 즐거웠다. 물론 정우와는 무엇을 하든 즐거웠으나, 그보다 즐거운 건 자신이 짠 계획에 정우가 움직이고 또 기뻐해 준다는 사실.

그게 무엇보다 즐거웠다.

‘선배가 웃고 있어. 나는 선배의 감정을 지배할  있다!’

대충 그런 방식이었다. 그녀가 짠 데이트 코스에 정우가 기뻐하는 건 온전히 그녀의 노력 덕분이요, 그 사실이 상당한 쾌락이 되어 다가왔다.

정우는 그녀가 자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되지 못했을, 그러니까 부화조차 하지 못했을 알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알일 때 얼마나 품어줬건 일단 부화하면 끝이지.’

그녀도 정우가 그녀의 가치관과 사상, 이념 등에 강하게 관여한  사실이나 고작 그런 이유로 그녀를 지배할 수 있으리라 하는 건 너무나 안일한 생각이었다.

“선배, 또 어디 가고 싶은데 있나요?”

“으음, 글쎄. 딱히 어디든 상관없는데.”

“저랑 있으면 어디든 좋다는 거죠? 네. 잘 먹었습니다.”

지연은 배시시 웃으며 정우를 안내했다. 정말로 어디든 좋았다. 이런 식으로 웃어주는 남자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역시 선배도 나를 좋아해.’

상사상애相思相愛.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거늘 만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

“선배, 저 좋아하죠?”

“왜? 내가 너 좋아하는  같아?”

“그럼요.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랑 데이트하는 남자가 어딨어요?”

“……하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정우는 미소지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한 부정이 긍정이듯 무언도 긍정이었다.

제 입으로 말하기 부끄러울 뿐, 정우는 그녀에게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엔 그랬다.

‘선배도어쩔 수 없는 남자라니까.’

남자는 제 마음을 감추려 하고, 여자는 그 장막을 들추려 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 암막을 들추려 했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든 두렵지 않다는 듯…….

“그럼 저랑 사귀어 주실래요?”

“……괜찮겠어?”

“뭐가요?”

“나는 매력이 쩔어 주는 사람이라서, 나랑 사귀면 내 매력에 빠져서 익사할걸?”

“좋네요.”

“후회할 텐데.”

“선배를 만나고 나서, 제 인생은 항상 후회로 점칠 돼 있었어요.”

조금 더 빨리 태어나지 못한 것.
조금 더 일찍 만나지 못한 것.
모든 것들이 후회스러웠다.

“……정 그렇다면야, 좋아.”

정우는 그녀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과연 그녀도 정우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거대한 금덩어리는 독점하고 싶으리만치 매혹적이었으나, 그리 커다란 물건은 숨길수도, 홀로 옮길수도 없다는 사실을.

그녀는 깨달았다.

* * *

정우와 사귀게 되고 나서, 그녀는 그날 밤 키스를 했다. 지금까지 철벽을 친 것 치고는 너무나 가벼웠다.

 남자친구의엉덩이가 가볍다는 사실을 여자친구로서 기뻐해야 할지, 걱정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던 지연도 며칠 되지도 않아 그녀를 자기 집에 초대하는 정우의 모습에, 걱정해야 할 문제라 생각했다.

“그, 혹시. 다른 여자들도 이렇게쉽게 초대하거나그런 건 아니죠?”

“애들 자주 집에 놀러 오는데?”

“……부모님 없을 때도요?”

“그럼.”

“선배! 저는 이제 선배여자친구니까, 한마디 하겠어요. 여자친구 말고는 집에 들이지 마세요!”

“그래.”

“어…… 제대로 알아들은 거 맞죠? 여자인 친구도 안 돼요? 애인만 된다고요.”

“알았다니까?”

“흐읏…… 못 알아 들은 거 같은데…….”

이때만을 지켜온 처녀, 그 딱지를 떼낸다는 생각에 그녀는 극도로 흥분했다.

그러니까 정우가 지금 무슨 부탁을 하건, 무슨 말을 하건. 지금  순간을 원활히 넘어가기 위해 수긍할 정도로.

쪽.

“저기 있지.”

“네…… 선배.”

“좋아해?”

“……네♡”

“흐음, 그럼 있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들어주겠네?”

“뭔데요? 뭐 갖고 싶은 거라도 있어요?”

지연은 이 나이 대 남자들이 흔히 하는 아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옷이나 가방, 신발 같은 걸 원할 거라고. 그리 생각했다.

베갯머리송사라, 침대 위에서 여자는 남자를 이길  없다.

“애인 말고는 집에 들이지 말라고 했잖아.”

“네, 흐읏♡ 그건 바꿔 달래도  돼요…….”

“그래?”

정우는 그녀의 옷을 벗기고,가슴을 살살 애무하며 물었다. 그녀는 가슴께에서 올라오는 쾌락에 자지러지면서도 선을 지켰다. 그러자 정우는 노선을 바꿨다.

“아흐응- 선배, 거기. 좀 더…….”

“여기이?”

“네에, 으흣.”

이미 열에 가까운 여자와 수천 번에 가까운  경험을 지닌 정우의 손놀림은 지연 같은 처녀가 버틸 수 없는 경지에 달해 있었고.

그리하여 그녀는 순식간에 절정이 턱 끝까지 차올랐고, 그녀는 슬며시 정우를 밀어내며 눈을 맞춘다.

“선배…… 저,  이제  거 같아요…….”

“그래서?”

“넣어주세요…… 빨리.”

절정을 앞둔 그녀는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고, 정우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상태가 된 여자는 몇 번이고 봐왔으니까.

그러니 비밀을 말할 타이밍이란 지금밖에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게얼마나 큰 비밀이건 지금 이 순간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자는 없으며,   받아들인다면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제 말은  지킨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찌걱-

물건의 첨단이 젖어 들기 시작한다. 이미 축축하게 젖은 보지에 정우의 물건이 스며온다.

꾹 다문 보지를 양갈래로 찢으며, 박히기 전에 이미 파악 당한 성감대를 조금씩 자극하며 순식간에 그녀의 안을 장악한다.

보지 안에 뚝 떨어진 자지 하나에, 그녀는 마치 창에 꿰뚫린 동물 마냥 입을  벌리고 꼼짝도 하지 못했다.

자지 박히니 꼼짝도 못 했다.

‘뭐, 뭐야─ 이거.’

숨이 턱턱 막혀온다. 그러나 제대로  섹스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 이제 정우가 허리를 움직여 그녀의 안에 박기만 한다면, 그녀는, 그녀는…….

“야.”

“흐으읏, 서, 선배. 왜요-?”

“말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뭐, 뭔데요? 급한 거 아니라면…….”

“사실 나, 애인 있다?”

“……네?”

찔꺽.

그 순간 그녀는 이성이 날아가 버릴듯한 쾌락을 느꼈다. 정우가 어째서 지금  순간 말문을  건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흐으응! 서, 선배! 잠깐, 그게 무슨─!”

찌걱.

“아흐윽♡!”

그러나 정우는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여유를 주지 않았다. 무언가 판단할 여유 없이 물건이 틀어박힌다.

“동아리  애들 있지.”

“흐윽, 서, 선배! 잠, 안 돼에…….”

“걔네들이 전부  애인이거든.”

“아흐윽, 그게 무슨─.”

쯔으읍!

정우의 요분질에 지연은 순식간에 절정에 달하는 쾌락을 얻었다. 정말 아주 조금만 움직여도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짐과 동시에 그녀의 절정을 축하하리라.

그러나 정우는 그런 일을 바라지 않았다. 뚝, 허리를 멈추고 그대로 그녀를 붙잡는다.

골반을 붙잡고 상체로 그녀의 상반신을 내리누른다. 정우에게 완전히 속박당한 지연은 쾌락을 얻으려 움직이려 해도 일절 움직이지 못했다.

“가고 싶어?”

“네, 네혜에…….”

“양다리 피우는 남자 자지로?”

“그, 그건…….”

“왜 대답안 해줘?”

찔꺽.

허리를 슬슬 비튼다. 보내지 않으면서 쾌락을 유지 시키는 게 중요했다. 갈듯 가지못하는 상황에 빠진 지연은 모든 신경이 보지에 집중됐다.

“가, 가게 해주세요…… 바람피우는 걸레 자지로…… 바람피워도 되니까…….”

“정말?”

“네, 흐으읏- 애태우지 말고…….”

지연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미래를 포기했다. 정우는 씨익 웃으며 그녀와 입을 맞췄다.

키스와 함께 자지가 자궁을 쳐올렸다. 윗입으로 들어오는 타액만큼 아랫입으로 애액을 내뿜는다.

“으으으읍!?”

절정에 오른다. 지금까지 겪어 왔던 자잘한 절정과는 격이 다른 쾌락이.

도파민이 터져 나온다. 곧이어 엔돌핀도. 한계를 뛰어넘은 쾌락이 그녀의 중추신경을 마비시키고, 뇌세포를 파괴했다.

“아, 허으억, 하으윽-”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전신이 고무줄마냥 팽팽하게 당겨지고, 근육이란 근육은 죄다 수축과 팽창을 반복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고, 사람들이 어째서 섹스를 잊지 못하는지, 여자들이 어째서 발정난 개마냥 남자들을 따르는지. 그제야 알  있었다.

“하윽♡ 흑, 흐아앙-!”

찌걱찌걱.

한 번 터진 쾌락은 밑동 잘린 둑 마냥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요리조리 허리를 틀며 이 쾌락에서 도망치려 했다.

정우가 보기엔  박아달라고 아양 떠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해 주었다.

정우는 그녀의 성감대를 귀두로 슥슥 긁어주고, 움푹 튀어나온 돌기를 긁어주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자지러지며 애액을 뿜어댔다.

“하아아아앙! 그마아아안!”

결국 그녀가 눈을 뒤집어 까고, 쾌락으로 일순 정신을 잃고 나서야 정우는섹스를 멈췄다.

* * *

“……그러니까, 선배. 지금 사귀는 여자가.”

“으음, 아홉 명인가? 열 명?”

“두,  자릿 수…….”

지연은 한숨을 퍽퍽 내쉬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일부다처, 일처다부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어찌해야 할지 생각했다.

‘……대통령이 되어도 불가능할 거 같은데.’

그러나 해야만 했다. 애인이 아홉 명 있다는 뜻은 그녀가 정우의 아홉 번째 애인이라는 뜻이요.

법을 바꾸는 게 아닌 이상 막내가 정우와 이어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까짓거, 뭐…….’

지연은 대통령을, 혹은 그보다 더 높은 권력자를 꿈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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