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화 〉 NO.10 이 소설 주간 연재인가요?
* * *
“친한, 아주 친한 오빠 동생 사이요…….”
연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거였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사이.
그녀가 생각하기에 절친이나 다름없는 오빠 동생 사이가 그것이었다. 항상 의지할 수 있고, 분위기나 술의 도움을 통해 선 넘을 수 있는 그런…….
정우가 보기엔 겁쟁이나 마찬가지였으나, 그렇다고 그런 그녀를 닦달한들 더 깊은 관계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연재도 용기를 냈겠지.’
정우는 손을 뻗어 연재를 끌어안았다. 오랜 기간 입어온 교복에는 정우의 냄새가 가득 배어있었다.
쉽게 말해 여자를 발정시키는 수컷의 페로몬이 듬뿍 연재의 코안으로 흡수되었다.
흠칫 놀란 연재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으면서 귓가에 속삭인다.
“그래, 절친이나 다름없지. 그런데 왜 이 오빠를 피하는 거야? 오빠 실망한다?”
“아, 그게…… 죄송해요. 여친분한테 죄송해서…….”
“죄송? 뭐가? 우리가 사귀는 것도 아니고, 이상한 짓 할 것도 아니잖아?”
그치? 하며 물어오는 정우에게 연재는 자신도 여자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겉으론 나약한 암컷처럼 보여도 언제든지 수컷을 덮칠 수 있는 짐승이라는 사실을…….
그러나 연재의 심약한 마음으로 그런 일이 어찌 가당키나 할까.
그녀가 남자와 접하는 건 언제나 상상과 공상뿐이었다. 그래, 지금처럼 눈앞에서 남자가 들이대는 상황이라도 이는 그녀의 창작욕을 들끓게 할 뿐이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세요.”
“왜?”
“글 쓸 거예요. 아직 오늘 분을 못 써서…….”
“급해?”
“비축분은 있지만… 그래도 매일 쓰지 않으면….”
“그렇다면야 뭐… 아, 나도 오늘은 아직 안 썼는데, 아예 같이 쓸까?”
“컴퓨터도 한 대 밖에 없어서….”
“난 그냥 노트에 써도 돼. 플롯만 짜고 집에 가서 쓰지 뭐.”
“……그렇다면야.”
정우가 집에서 소설을 쓰고 간다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던 연재는 결국 자신의 방안에 정우를 들이게 되었다.
컴퓨터를 켜고, 메모장을 켠 연재는 곧장 공상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뒤에 정우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했다.
정우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가방에서 공책과 펜을 꺼냈다. 다음 전개를 짜내리며 그와 관련된 그림을 끄적였다.
그러나 그 일은 금세 질려, 정우는 소설 쓰기도 잊고 연재가 소설을 쓰는 걸 가만히 바라보았다.
시선에도 힘이 있다는 말이 정말인지, 몰입 상태에 빠져 있던 연재가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정우와 눈을 마주쳤다.
“……왜요?”
“아무것도 아니야.”
“……네.”
연재는 시선을 돌려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한 번 깨진 몰입이 그렇게 쉽게 돌아오진 않았다.
‘따가워…….’
정우의 시선이 물리적인 창칼이 되어 그녀를 쿡쿡 찌르는 기분이었다. 종종 모니터 화면에 비치는 정우는 항상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 그렇게 보는 거예요…….’
뚝, 연재의 손길이 멈췄다. 소설을 쓸 마음이 들지 않았다. 머릿속과 마음속이 정우의 존재로 가득 차고 있었다.
‘아…… 집중 안 돼.’
그녀는 한 가지 오해하고 있었다. 정우와 만나서 생긴 정욕이 그녀의 상상력과 창작욕을 뜨겁게 달구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정우가 없을 때 이야기.
본인이 코앞에 있다면 그 성욕이 어디로 사라질 리 없다. 정우로 만들어진 성욕은 제 아비를 찾듯 정우를 향해 불타오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우가 눈앞에서 사라지든가,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성욕을 해소하든가 하는 수밖에 없었다.
둘 다 지금 당장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하아…….”
“한숨은 왜 셔?”
“……아무것도 아니에요.”
“피곤해? 뭐라도 만들어줄까?”
“……네? 만들어요?”
“슬슬 저녁 시간이잖아.”
남자의 수제 요리. 연재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거기엔 정우가 당장 눈앞에서 사라져 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요리를 하러 부엌으로 간다면 숨 돌릴 시간이 생기겠지.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무거나….”
“그래. 그럼 재료 좀 쓸게?”
연재의 허락을 받은 정우는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연재는 정우가 방을 나서자마자 창문을 열고 크게 심호흡했다.
“후우우…….”
방안에 남은 그의 냄새가 그녀의 코를 간질였다. 조심스레 방문을 노려보던 그녀의 손이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린다.
스윽─
가운데 부분이 살짝 젖어 찝찝한 팬티 위로 가느다란 손가락이 휘익 스쳐 지나간다.
이미 발기할 대로 발기해 팬티 너머로 툭 튀어나온 음핵에 손가락이 스칠 때마다 허리가 절로 움찔거리며 떨리기 시작한다.
“흐으읍…….”
보지를 만지는 건 기분이 좋다. 하물며 남자를 뒤로 하고 하는 자위란 그 무엇보다 황홀했다.
혹여 정우에게 들키지 않도록 입술을 꽉 깨물고, 연재는 계속해서 음부를 비벼댔다.
찌걱, 찔꺽. 새어나온 애액이 팬티를 적시고 결국 음탕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면으로 된 팬티가 음핵에 스칠 때마다 강렬한 쾌락이 그녀의 머리를 두들겼다.
때론 이렇게 속옷을 입고 하는 자위가 더 크게 느껴지곤 했다. 팬티가 더러워지기도 하고, 삽입을 할 수 없으니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으흐읏, 흐으윽…… 호옷!”
음핵을 문질문질 거리던 그녀는 금세 절정에 올라섰다. 전신이 움찔거리고, 특히나 허벅지 주변 근육이 경련했다.
“호오오옥……!”
“연재야, 혹시 못 먹는거…….”
쾅!
컴퓨터 책상에 얼굴을 처박고 자위에 열중하던 연재는 갑작스레 들어온 정우에 의해 깜짝 놀라 책상 밑에 무릎을 부딪쳤다.
찌르르 울려오는 고통을 참으며, 연재는 뒤를 돌아보았다. 의자에 가려 그녀가 무얼 하는지는 보이지 않았겠으나, 솔직히 들키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누가 봐도 자위하는 중이었으니까.
“……괜찮아?”
“괘, 괜찮아효오…….”
무릎을 부딪친 고통 때문에 눈물을 글썽이며, 연재는 정우에게 아무거나 먹어도 괜찮다고 전했다.
정우는 알았다고 말하며 방문을 닫고 나갔는데, 그 상냥하기 그지없는 행동을 본 연재는 정우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던 건지 봤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쪽팔려…….’
자위하다가 걸린 것도 쪽팔린데, 더 쪽팔린 사실은 아직 가지 못한 보지가 지끈거리며 그녀에게 더 큰 쾌락을 바란다는 점이었다.
발정난 원숭이나 개새끼 같다. 평소 자신이 이성 그득한 지성인이라 자부했던 연재에게 이 사실은 수치심으로 다가왔다.
찌걱─
“흐으읏…….”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이제 막 중학교를 졸업한 그녀의 성욕은 정말 짐승에 가까우니까.
뇌 대신 자궁이, 뇌수 대신 애액이 머릿속에 들어 있다 해도 믿을 정도니.
“흐옷!”
그녀는 입술을 꾹 깨물며 신음을 참았다. 정우가 요리가 다 되었다 말해주러 올 때까지 자위는 계속 되었다.
결과적으론 가지 못했다.
* * *
불행은 한 번에 찾아온다. 마치 이때만을 기다려 왔다는 듯…….
“우리 연재한테 이렇게 잘생긴 남자친구가 있는 줄 몰랐네.”
“……남자친구 아니에요.”
“얘가, 창피해서 그래? 엄마나 아빠가 창피해?”
“그게 아니라, 정말…….”
“아하하, 연재가 부끄럼쟁이기는 하죠.”
“그러니까, 애가 그나마 직업을 찾아서…… 아, 혹시 알고 있어요?”
“네, 연재가 뭐 하는지 다 알고 있죠.”
저녁 시간이었다. 당연히 그녀의 부모님이 돌아오실 시간이었고, 집에 돌아온 부모님이 저녁을 먹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했을 때 무슨 말을 하게 될지는 그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었다.
“와, 요리도 잘하네. 좋은 신랑 되겠어요.”
“감사합니다.”
“우리 딸, 부럽네.”
“내가 해준 밥은 맛이 없나 보네. 부럽다고 하는 거 보니까.”
“아니, 여보 그게 아니라…….”
연재네 어머니가 남편에게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서, 정우는 미소 지었다.
히로인의 부모와 접촉하는 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니었다. 정우를 아는 사람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았으니까.
어른의 시선으로 보기에 정우가 하는 일은 천인공노할 일이요, 천륜을 거스르는 일이었다.
제 딸이 열 다리 걸치는 남자에게 빠진다면야, 제아무리 남녀역전된 세상이라 할지라도 간섭하지 않을 부모는 없었다.
“몇 살이에요? 딸이랑 동갑?”
“아, 3학년입니다. 2년 선배예요.”
“연상남이라… 좋지. 우리 딸은 우유부단해서 연상이 앞에서 딱 이끌어줘야 해.”
“아하하, 그러네요.”
어째선지 정우는 그녀의 부모님과 죽이 잘 맞았다. 원래라면 부담스러워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정우는 아무런 부담감 없이 그녀의 부모님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음…… 정우라고 했지? 우리 딸이랑은 어떻게 만났지?”
“아, 연재랑요?”
그때, 아버지가 정우에게 질문했다. 연재는 정우가 뭐라 말할지 몰라 꼼지락거리며 불안해했다.
정우는 그런 연재의 모습을 확인한 듯 살짝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연재가 먼저 고백했죠.”
“……오, 오빠?”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도중에 갑자기 저를 보더니…… 한 눈에 반했다고.”
“어머어머.”
“호오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가진다고, 연재가 어머님을 많이 닮았나봐요.”
“아니, 오빠… 그게 무슨….”
연재가 황당해하는 가운데, 정우는 두 사람의 반응을 확인했다. 과연 칭찬을 듣고 언짢아할 사람은 없다고, 두 사람 모두 큼큼거리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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