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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화 〉 NO.10 이 소설 주간 연재인가요? (191/218)

〈 191화 〉 NO.10 이 소설 주간 연재인가요?

* * *

아쿠아리움. 그저 그런 장소라고 생각했다. 물고기 따위를 보는 게 뭐 그리 즐거운 일이라고…….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까지 그녀는 솔로였고, 여자 혼자서 어패류를 구경하는 건 정신 나간 취미였으니까.

‘다 틀렸어.’

애인과 함께하는 모든 일은 즐겁다. 그게 설령 노동이라 할지라도 즐거울 것이다.

그녀는 그 사실을 깨달았다. 옆에 애인이, 정우가 있었으니까.

“왜?”

“아, 아무것도 아녜요.”

보라는 물고기는 안 보고 정우의 얼굴을 훔쳐보다 걸린 연재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도 당당하게 ‘오빠 얼굴좀 훑어봤어요. 오빠도 제 얼굴 좀 봐요.’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재는 아쉬움에 맞잡은 손을 꽉 쥐기 시작했다. 정우도 그걸 느꼈는지 똑같이 제 손을 꽉 잡아주었다.

손안에 가득 차는 압력만큼이나 행복함, 그리고 안정감이 샘솟았다.

고작 손잡는 게 뭐라고 그리 좋아하느냐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직 제대로 된 키스조차 못 해본 그녀에게 있어서 손잡기는 섹스와 동급의 행위였다.

민감한 신체 부위를 서로 맞대고 부비적거리면, 끈적거리는 액체가 흘러나와 쩍쩍 달라붙는다.

액체를 흘린 사람은 민망해하며 신체를 떨어트리려 하지만, 상대방은 그래도 좋다며 달라붙으려 하고…….

이때 흘리는 액체는 적어도 안 되지만 많아도 곤란하다는 점에서 완전 섹스가 아닌가?

‘섹스지, 섹스.’

그리 생각하며 손을 꿈틀거리자, 정우도 똑같이 손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손바닥과 손바닥이 마주 비벼지며 안 그래도 민감해져 있던 손바닥이 아예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여긴 에어컨도 안 트나?’

바닷속 깊은 곳에 지어진 아쿠아리움인지라 더울 리가 없음에도, 그녀의 몸은 마치 태양처럼 뜨겁게 열을 발하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열이 나는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혹시 심해에만 존재하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정우한테서 떨어지는 게 좋지 않을까? 정우에게 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건 안 되지 않을까?

“얼굴이 붉네. 힘들어?”

연재의 얼굴을 본 정우가 먼저 그리 물었다. 연재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전신에서 땀이 나고 있었다.

벤치에 앉자 정우는 잠시 기다리라 말하며 근처 자판기로 향했다. 그 사이 그녀는 옷을 털털 털어내며 땀을 식혔다.

‘더워.’

정우가 멀리 떨어지자 몸이 천천히 식어간다. 그제야 그녀는 정체 모를 발열의 원인이 정우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 발전소야 뭐야.’

그가 있으면 몸이 뜨거워진다. 그는 주변 여성들을 뜨겁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었다.

정우가 무슨 우라늄도 아니고 그게 말이 되느냐 하겠으나, 정우처럼 뛰어난 수컷을 만난 암컷은 모두 자가발전을 하게 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도 항상 이런가? 남자랑 여자가 만나면 항상 이렇게 몸이 뜨거워지고…… 섹스할 생각밖에 안 드는거야?’

종족 번식의 본능이니 뭐니 말해봐야, 솔직히 크게 체감되지 않았다. 체감할 수 없었다.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 아쿠아리움의 음습함과 어두움에 숨어 구석에서 몰래 애정행각을 벌이는 저 커플도.

홀로 온 남정네를 꼬시려고 드는 여자들의 발정난 모습도…….

‘아니, 잠깐. 저건…….’

연재는 정우가 헌팅 당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걸 본 연재는 곧장 정우에게 달려갔다.

자신보다 정우가 강하다는 건 알고 있다. 겁쟁이에 소심한 자신이 가봐야 별 도움 안 될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나 여자라는 생물은 패배가 확정된 도박에 몸을 던져야 하는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까, 우리랑 같이…….”

“머, 멈춰!”

“응?”

연재는 곧장 정우의 손을 잡아 자신의 뒤로 끌어당겼다. 그의 뒤에 숨었던 며칠 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

정우는 히죽히죽 웃으며 연재를 바라보았다.

“넌 뭐야?”

“이 사람 여자친구인데요…….”

“여자친구? 너가?”

헌팅녀는 후드티 하나 걸친 연재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정우의 애인이라기엔 썩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라 믿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헌팅하는 사람들만 노리고 방해해서, 헌팅하던 남자에게 호감을 얻는다는 수법을 쓰는 년들도 나오는 와중이라 더더욱 그러했다.

“네가 무슨…….”

“야, 내 애인 맞거든. 이제 그만 가줄래?”

정우는 그 모습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연재가 이토록 용기를 내주었는데, 그에 합당한 상을 내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녀의 뒤에서 목을 감싸며 백허그, 동시에 고개를 내밀어 그녀의 볼에 자신의 볼을 부비적거렸다.

긴장이라도 한 듯 화끈거리는 뺨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미친…… 취향하고는.”

두 사람이 진짜 사귄다고 생각한 헌팅녀는 그리 말하며 사라졌다. 연재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정우에게 이야기했다.

“……이제 놓으셔도 돼요.”

“싫어.”

“……네?”

“이대로 있을건데?”

정우는 그걸로도 모자라 그 상태로 어기적어기적 연재를 끌고 벤치로 향했다.

연재는 설마 하는 마음에 저항했으나, 애당초 둘의 신체 능력은 간단히 뿌리칠 수 없을 만치 큰 격차가 있었다.

벤치에 도착한 정우는 그대로 자리에 앉고 그 위에 연재를 올려놓았다.

“아, 아니. 이러면 사람들이 볼 텐데…….”

“보라 해. 어때? 대부분 커플인데.”

정우가 그리 말하며 하복부를 이리저리 비틀었다. 그 너머에 두텁고, 뜨거운 무언가가 그녀의 생식기를 쿡쿡 찌르는 게 느껴졌다.

대체 왜 이렇게 커진 건지 의문이 갈 정도라, 연재는 흥분보다는 호기심이 먼저 들었다.

“……왜 이렇게 됐어요?”

“뭐가?”

“그…… 왜 커졌냐고요.”

“흠, 성희롱 하는 거야?”

“아뇨! 그게 아니라─! ……발기, 했잖아요.”

주변 사람들에겐 들리지 않도록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녀는 조심스레 그리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정우는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작은 웃음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간질였다.

간지럽다. 마치 정우가 귀를 하나하나 핥고 있는 듯 했다. 청각의 자율 감각이 쾌락 반응을 일으킨다.

“발기하면, 안 돼?”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왜, 변태 같아서?”

“……솔직히, 조금.”

“변태면 안 되나?”

“남자가 변태인 건 조금, 그렇잖아요.”

그건 아직 어린 그녀다운 가치관이었다. 여리디여린 마음가짐.

청소년 특유의 싱그러움이 그윽한 생각. 정우는 그녀의 생각이 풍기는 야한 냄새를 맡으며 그녀의 목덜미에 고개를 푹 박았다.

입술이 쇄골과 목덜미 사이의 애매한 부분에 툭 걸쳐진다. 목덜미는 민감한 부위다.

야생에서 사냥꾼에게 내주게 되면 영락없이 목숨을 내주게 되는 것처럼.

사회에서도 애인에게 목덜미를 내주게 된다면 곧이어 사회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되리라.

이토록.

쪼옥.

정우가 천천히 목덜미를 빨아들인다. 입안이 순간 진공으로 변해 그녀의 살덩이를 잡아당긴다.

연약한 목덜미가 그 압력을 버텨낼 수 있을리 없다. 순식간에 그녀의 목덜미는 벌겋게 물들기 시작한다.

“뭐, 뭐 하는 거예요.”

흐읏, 가벼운 신음을 내뱉은 연재는 고개를 돌려가며 정우의 행위를 방해했다.

그러나 이미 등을 잡힌 상황에서 그건 쉽지 않았다. 결국 그녀의 목덜미는 정우의 키스 마크로 시뻘겋게 물들고 말았다.

“헛소리한 벌.”

“그게 무슨…….”

“나보고 변태라고 했잖아? 변태 같은 행동 좀 했다.”

“아니…… 그렇다고 이러면…….”

“그리고 내가 아무한테나 흥분하는 것도 아니고. 여자친구한테 흥분하는 건데, 뭐가 나빠?”

“그렇긴, 하지만.”

흐읍. 다시 한번 신음이 터져 나올 뻔한 걸 겨우 입을 틀어막아 견뎌낸다.

안 그래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다. 꼴불견이라는 시선이 대부분이었으나…… 그마저도 좋지 않은 시선인 건 확실했다.

“여, 여기서 이러다가, 쫓겨나요…….”

“흐응, 쫓겨나면 어디로 갈까?”

“네, 네? 하읏, 그게 무슨.”

“남들 시선이 없는 장소로 가서…… 단둘이. 응?”

츄와악­

그 말을 듣는 순간 연재의 하복부에서 격렬한 기세로 애액이 뿜어져 나왔다.

남자가 흥분하면 발기하듯, 여자가 흥분하면 젖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나, 원체 그녀의 상상력이 좋은 탓에 이런 말만 듣고도 극도로 흥분하곤 했다.

“그, 그럼 안 돼요. 저흰 아직 학생이고…….”

“학생이면 뭐?”

“또, 책임도 못 질 테고─”

“콘돔이 있잖아.”

“흐읏, 그러니까 비비지 마요…… 좀….”

점점 함락되어 간다. 준비된 방벽이 하나둘 파괴되어 간다. 평소 준비된 논리로 상대방을 무찌르는 그녀는, 논리가 파훼 될 땐 지나치게 무력했다.

“나갈까?”

“……아직, 이요.”

연재는 본능적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만일 한 순간의 성욕을 이기지 못하고 그를 따라 밖으로 간다면…….

‘평생, 성욕의 노예가 되겠지.’

그런 건 바라지 않는다. 평생 하지 않을 생각은 없다. 그러나 천천히 단계를 거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성행위 정도로 변색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워 졌을 때.

그때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 태어나기 마련이다.

“아직은, 아니에요.”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그래, 지금은…….

* * *

정우는 자신의 품속에서 헉헉대면서 잘난 척하는 연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바지춤이 축 젖었을 정도로 흥분한 주제에, 정작 섹스 하자고 말을 꺼내지는 않는다.

이런 상황을 전생에서 보았더라면 여자가 부끄러움을 타는 거라고 생각했겠으나, 지금은 아니었다.

‘이러니까 처녀는…….’

그저 처녀가 심각하게 악화된 것뿐이다. 원래 세상에서 여자랑 연이 없는 동정이 자신만의 성적 취향을 절대적 진리로 믿는 것처럼.

그녀는 그리 긴 세월이 아님에도 처녀가 악화되어 자신만의 고집, 성적 판타지가 생겨버린 것이다.

‘종종 이런 애들이 있지…… 얼굴이 나쁘면 그대로 아웃이지만, 연재는…….’

얼굴도 능력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히로인 캐릭터로 간택될 만큼 뛰어난 편이었다.

그래서 더 질이 나쁘지만…….

‘함락시키는 것도 재미지.’

오히려 지금껏 너무 쉬운 경향이 있었다. 말만 걸면 그대로 다리를 벌리는 게 이쪽 세상 여자들이었으니까.

지금도 어렵다기보다 시간 문제기는 하지만, 적어도 당장 다리를 벌리지는 않지 않은가?

‘어떻게 요리해줄까.’

정우의 머릿속에는 그녀의 의지를 꺾고 쾌락으로 타락시킬, 그러니까 자신에게만 의존시킬 방법이 수십 가지 떠올랐다.

어느 걸 먼저 시험해봐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많아서, 정우는 그녀가 자신의 품에서 탈출하는 걸 막지 못했다.

“자, 자! 가요! 아직 아쿠아리움은 많이 남았으니까.”

그리 말하며 손을 내민다. 정우는 마주 웃어주며 연재의 손을 붙잡았다. 꾸우욱. 아까 전과 다르게 이번엔 손가락과 손가락이 얽힌 깍지였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렇다고 손을 놓지는 않는다. 엄지를 사이로 집어넣어 그녀의 손바닥을 살살 간질였다.

장난치지 말라는 듯 그녀가 자신을 바라본다. 열띤 얼굴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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