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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화 〉 NO.10 이 소설 주간 연재인가요? (194/218)

〈 194화 〉 NO.10 이 소설 주간 연재인가요?

* * *

귀빈이 도착했다. 수 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입장한 귀빈은 직원의 안내를 따라 VIP실로 이동했다.

유나는 곧장 달려가 그들 앞에서 요리를 선보였다. VIP 손님이 오면 항상 하던 일이라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뒷다리살입니다.”

“삼겹살을 통째로 구운 저희 점포 특제 요리입니다.”

“고기는 이베리코 데 베요타를 사용하였습니다.”

“으음, 마음에 드네요.”

장관은 그리 말하며 귀빈의 눈치를 살폈다. 세계적인 연주가이자 거장. 볼프강 슈텔은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내며 말했다.

“맛있네요.”

“그거참 다행입니다. 이 식당이 저희 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으로…….”

“그것보다.”

슈텔은 장관의 말을 끊으며 유나를 바라보았다. 유나가 상반신을 기울이며 그녀의 말에 귀 기울였다.

“이 노래는 뭐죠? 슈트로하임인가? 아니면 아라키?”

“네? 그게 무슨…….”

“이 음악, 누구 음반이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모르는 걸 보니 공개된 음반은 아닌 듯한데…… 불쾌하네요.”

“아니, 그러니까 질문의 의도를 잘…….”

“쉐프! 뭐 하는 겁니까! 귀빈께서 질문하면 알아서 딱 대답을 하셔야지!”

보다 못한 장관이 유나를 질책하며 몸을 일으켰다. 유나는 당황하며 손사래쳤다.

“아니, 그…… 음반이 아니라. 실제로 홀에서 연주하고 있습니다.”

“……이게 음반이 아니라고요?”

“손님께서 클래식을 좋아하신다기에 힘 좀 썼습니다.”

유나가 그리 말하자 슈텔이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그리곤 곧장 홀로 향했다.

깜짝 놀란 장관과 유나가 그 뒤를 따랐다. 슈텔은 홀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확인했다.

‘……남자?’

심지어 젊다. 적어도 자신이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 그녀의 뇌가 혼란을 일으켰다.

슈텔은 천천히 정우에게 다가갔다. 인기척을 느낀 정우도 연주를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자네, 자네는 누구지?”

“아…… 처음 뵙겠습니다. 배유나 사장님의 부탁으로 온 하정우라고 합니다.”

“하정우? 처음 듣는 이름인데…… 선생이 누구지? 누구한테 사사 받았니?”

“독학인데요.”

슈텔은 그 말에 정우를 바라보았다. 거짓말을 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더 놀랐다.

‘독학이라고?’

어찌 이런 실력이 독학으로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죽은 베토벤 모차르트 바흐가 살아 돌아와도 이런 건 불가능하다.

“저, 정말?”

“네. 무슨 문제라도…….”

“……장관님, 전에 이야기 하셨던 거. 하지요.”

“예? 아, 예. 정말 감사합니다만…… 갑자기 왜…….”

“대신, 저 아이.”

슈텔은 정우를 가리켰다. 정우는 자신을 가리키는 그녀의 손가락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에게 주시지요.”

* * *

그녀의 말을 들은 정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장관은 당황한 듯 손사래를 치며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

“저, 죄송하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청년을 달라고 드릴 수가…… 저희 나라가 무슨 봉건제 국가도 아니고요.”

“아, 죄송합니다. 한국말이 서툴러서…… 그게 아니라, 음. 저희 학교로 초대할 수 있게 장관님이 도움을 주시지요.”

“……아, 그런 말씀이셨군요.”

말귀를 알아들은 장관은 눈빛을 빛내며 정우에게 다가갔다. 헛기침을 몇 번 한 장관은 정우를 향해 말했다.

“흠흠, 학생? 나는 문화체육부 장관 이윤예라고 하는 사람일세. 잠깐 이야기좀 나눌까?”

“음…….”

정우는 유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부탁이니 한 번만 응해달라는 눈빛을 쏘아 보냈다.

어쩔 수 없지, 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에 응했다. 장관은 미소지으며 옆에 선 슈텔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분은 케티스 음대의 교수이자 캘리포니아 주립 오케스트라 지휘자이신 볼프강 슈텔 마에스트로신데, 너에게 관심이 있다는 구나.”

“그 정도는 저도 알아들어요.”

“……그래, 이분께서 너를 음대에 초청하고 싶다는구나.”

“왜요?”

“왜, 왜?”

그 말에 장관은 할 말이 없어졌다. 자신은 막귀라 잘 모르겠으나, 저 외모에 슈텔이 관심을 보일 정도의 실력이면 보통 음대생일텐데…….

해외의 거장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면 보통 감사하다거나, 꼭 가고 싶다거나, 그런 반응이 나와야 정상 아닌가?

“장관님, 제가 얘기하겠습니다.”

“아, 네.”

슈텔은 장관을 뒤로 물리고, 정우에게 처음부터 다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정우…… 군이라고 했던가요. 저는 볼프강 슈텔이라고 합니다.”

“예.”

“다름이 아니라…… 정우 군을 우리 학교로 초대하고 싶어요.”

“초대요?”

“네. 보아하니 아직 대학생인 모양인데…….”

“아, 저 대학생 아닌데요.”

“……아니라고요? 그럼 어느 악단 소속이죠?”

“고등학생인데.”

“고등……학생이요?”

그 말을 들은 슈텔의 머리는 잠깐 정전되었다가, 곧이어 참을 수 없을 만큼의 도파민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고등학생? 하이스쿨? 장관님, 제가 말한 게 맞나요?”

“네네, 맞습니다. 고등학생이면 하이스쿨이죠…….”

“맙소사…… 이건 정말…….”

갖고 싶다. 슈텔의 눈이 빛난다. 정우는 귀찮음을 느끼고 살짝 물러섰다.

“전액 장학금.”

“예?”

“학비 및 생활비, 월세까지 지원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저희 대학으로 오시죠.”

“싫은데요.”

“……방금 뭐라고 한 겁니까?”

“하정우 군? 이건 엄청난 기회야! 전액 장학금으로 초대를 받다니! 국위선양할 기회라고!”

“나라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그리고 전 대학 갈 생각도 없는데요.”

정우와 장관의 대립은 계속되었으나, 21세기에서 누군가에게 무언가 강제할 수단이라곤 거의 없었다. 하물며 그게 합법적인 방법이라면 더더욱.

결국 정우를 설득할 수밖에 없는데, 장관이 보기에 정우의 고집은 쉽게 깨질 듯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을 공략하기로 했다.

“사장. 자네도 한 마디 해주게.”

“……예? 제가요?”

“그래! 미래 창창한 학생이 귀한 기회를 몰라보고 놓치려 하지 않은가! 어른으로서 충고해 줘야지!”

“어…… 음……. 장관님. 제가 생각했을 때 쟤는 대학에 가든 말든 잘 먹고 잘살 놈이라…….”

그러나 유나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유나는 정우를 이런 상황에 빠트렸다는 사실에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과 대화가 통하지 않자, 장관은 한참을 연설하다 시간이 되어 떠나갔다.

슈텔은 떠나가기 전 명함과 한 마디를 남겼다.

“꼭 전화하세요. 그 재능…… 썩히긴 아깝습니다.”

“예예, 생각해보죠.”

“그럼…… 음식 맛있게 먹었습니다.”

두 사람이 떠나고 난 이후, 유나는 식은 땀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그리곤 물었다.

“너, 뭐하는 놈이냐?”

“고등학생이죠. 비범한.”

“……하하.”

* * *

약속했던 연주가 끝나고, 정우는 마리가 일을 끝마치기까지 기다렸다.

장관이 오늘 온종일 식당을 대관했기에 크게 할 일이 없었다. 덕분에 마리는 드물게 반차를 받고 일찍 퇴근할 수 있었다.

“아, 마리야.”

“뭐야, 기다리고 있었네?”

“응. 엄청 기다렸는데.”

“……이럴 땐 보통 안 기다렸다고 하는 거 아니냐?”

“그런 걸 원해?”

정우의 말에 마리는 한숨을 내쉬며 들고 있던 봉투를 몸 뒤로 숨겼다. 그걸 놓치지 않은 정우는 얼굴 가득 미소를 펼치며 몸을 들이밀었다.

“뭐야? 뭐야뭐야? 그거 뭐야?”

“……꺼져. 관심 갖지 마.”

“내꺼 맞지? 내 선물 맞지? 내가 부탁한 그거 맞지?”

“……씨발.”

정우의 격렬한 공세에 마리는 결국 물건을 숨기는 걸 포기하고 순순히 봉투를 정우에게 빼앗겼다.

봉투를 탈취한 정우는 그 안에 차곡차곡 포개져 있는 요리복을 확인하고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이게 뭘까아∼?”

“……네가 하고 싶다면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리 너도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줄 줄 몰랐는데.”

“시끄러워. 어차피 빨아야 해서 갖고 온 거야. 너랑은 아무 상관 없어.”

“그럼 더러워져도 되겠네.”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흘렀다. 마리는 그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정우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돌아갈까.”

“……그래.”

두 사람은 정우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온종일 요리하고 돌아온 마리는 제집 마냥 편안하게 옷을 벗어 던지고 정우에게 말했다.

“대충 아무거나 만들어줘.”

“에엑, 요리사 여자친구를 두고 요리는 내가 해야해?”

“하루종일 밥 만들고 여기서도 만들라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수많은 요리사 커플이 이런 고충을 겪는다. 직장에서 하도 요리를 하고 와서, 집에서는 하기 싫다는 그런 일들을…….

마리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오늘은 요리보단 재료 손질을 더 많이 하긴 했다만.

‘그래도 귀찮은 건 귀찮은 거니까.’

욕실로 들어간 마리는 피로와 먼지를 쓸어내고 수건 두 장 두른 채 밖으로 나왔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땋아 수건으로 말아 올리고, 받침대조차 되지 못하는 빈약한 가슴을 넘어 쇄골에 수건을 걸친다.

이럴 때마다 빈약한 가슴에 마음이 서러워지기는 했으나, 먹고 자랄 시기에 불우하게 자랐으니 자신의 잘못은 아니라며 자위할 수 있었다.

“킁킁, 다 됐나보네?”

“야…… 머리는 말리고 오지.”

“귀찮아. 네가 말려주던가.”

속옷도 챙겨입지 않고 수건 한 장만 걸친 채, 마리는 의자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정우의 요리는 맛도 물론이지만, 그걸 넘어서서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특별한 조미료를 넣는 것도 아닐 진데,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거냐 물어볼 때마다 정우는 웃으며 ‘마음’이라고 답했다.

유나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는 사실에 짜증이 난 마리는 퍽퍽 밥을 퍼먹었다.

“뭐야, 식당에서 굶겨? 천천히 먹어라. 체할라.”

어느새 드라이기를 챙겨온 정우가 그녀의 뒤에서 머리를 말리며 그녀를 구박하기 시작했다.

잔소리가 듣기 싫었던 그녀는 먹는 속도를 줄이며 툭툭 밥그릇으로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치웠다.

“아이고, 머리카락도 다 상했네…… 집에서 샴푸만 쓰지?”

“그럼 뭐 샴푸만 쓰면 되지 뭘 또 치덕치덕 바르냐…….”

“안 된다고 했지. 마리 넌 머릿결이 길고 예쁜 게 장점인데. 머릿결 상하면 뭘로 어필하려고 그래?”

“어필은…… 나 가슴 작은 게 그리 불만이면 우림이나 찾아 가든가.”

“앗… 그런 얘기가 아니었는데. 그래도 감도는 네가 제일 좋더라.”

마리는 그 말에 짜증을 내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정우는 웃기만 할 뿐이지 그녀에게 전혀 손대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의 이런 모습에 질려버린 게 아닐까 싶었으나, 슬쩍 내려다본 그의 하복부는 거창하게 팽창하고 있었다.

‘이렇게 발기해놓고 왜…… 아.’

왜 자신을 먼저 건드리지 않는 걸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자신은 지금 수건 한 장만 두르고 있었고, 사실상 알몸이었다. 그리고 지금 방에는 세탁을 위해 가져온 요리복이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 단지 그뿐이었다.

“……변태 같은 새끼.”

“응? 뭐가?”

“머리 다 말렸어?”

“다 말렸지.”

“그럼 조금만 기다려.”

마리는 정우를 밀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곤 요리복으로 갈아입었다.

‘진짜, 이런 게 뭐가 좋다고.’

그의 변태스러움에 질릴 때도 있지만, 결국 이렇게 넘어가주게 된다.

어쩌면 자신도 변태가 아닐까, 그리 생각하며 밖으로 나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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