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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8화 〉 NO.11&12 또라이 자매가 속삭이길, 정력에는 아연이 좋데요 (208/218)

〈 208화 〉 NO.11&12 또라이 자매가 속삭이길, 정력에는 아연이 좋데요

* * *

연재가 정우 독점선언을 내뱉고 나서 며칠이 흘렀다. 그녀의 생각대로 아이들의 증오심은 정우가 아닌 연재 그녀에게 로만 향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오직 한 사람만이 그녀의 생각을 알아차리곤, 그녀에게 연락처를 남겼다.

─재밌네, 힘들면 연락해. 도와줄 테니까.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중 가장 가슴이 커다랗다는 것만은 기억났다. 역시, 가슴이 크면 성격이 좋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교실에 들어온 연재는 온갖 낙서가 되어 있는 자신의 책상을 발견했다. 그녀 자리에서 당당하게 수성펜으로 낙서하고 있는 일진들도 발견했다.

축구부인 신예가 제 후배들에게 그녀를 괴롭히라 언질 한 것이리라.

“뭐?”

그녀와 눈을 마주친 일진은 그리 말하며 역으로 그녀를 위협했다. 연재는 아무 말 없이 가방을 제 자리에 내려놓고 교실 밖으로 나왔다.

시시덕거리던 아이들은 연재가 겁먹었다 생각하고 아예 그녀의 가방을 뒤적거리며 갖고 놀 게 없나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사이, 연재는 복도에 있는 소화전을 열어 호스를 그대로 들고 교실로 들어왔다.

연재의 손에 들린 호스를 본 일진들은 순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그녀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닫고 소리쳤다.

“야, 이런 미친……!”

푸화아악!

사람이 날아갈 정도로 강력하진 않지만, 그걸 뚫고 앞으로 나아갈 정도로 약하지도 않았다.

일진들은 물대포에 맞아 아무것도 못 한 채 움츠러들었다.

“지금 뭣들 하는 거야!”

끼릭, 끼릭.

그러나 그런 소동을 벌이고도 소문이 퍼지지 않을 리 없었다. 선생과 함께 따라온 학생들이 순식간에 소화전을 잠그고, 연재와 인질들을 바라보았다.

“너희 넷! 당장 다 따라와!”

“아니, 쌤. 저희는 당하기만….”

“시끄러워!”

결국, 일진들은 연재와 함께 교무실로 호출되었다.

* * *

교무실로 간 연재는 곧장 학생주임의 호통을 들었다.

“왜 그랬어!?”

“괴롭힘 받아서요.”

“뭐, 뭐?”

“쟤네들이 저를 괴롭혀서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요.”

“너희들, 이 말이 사실이야?”

“아뇨, 저희는 그냥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정말이에요! 저 미친년 갑자기 물대포를­!”

“어허!”

일진들의 말을 듣다가 험한 말이 나오자 곧장 호통으로 회답한 학생주임은 다시 연재를 바라보며 물었다.

“얘네들은 아니라는데?”

“그럼 범죄자가 자기 죄를 밝히겠어요? 당연히 모르쇠 하겠죠.”

“설령 얘네가 그랬다고는 해도 말이야, 일단 선생님들한테 도움을 요청해야지!”

“다음부턴 그럴게요. 죄송합니다.”

“그래! 너희들도, 얘를 얼마나 괴롭히면 이랬겠어?”

“아니, 쌤. 진짜 억울하다니까요…….”

“시끄러워, 다음부터 이런 일 있으면, 너희 몽땅 징계위원회 열 줄 알아!”

“아…… 씨바알….”

“뭐?”

“……아무것도 아니에요.”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교무실을 빠져나온 일진들은 곧장 연재를 바라보며 험상궂은 표정을 지었다.

“씨발년아, 니가 미쳤지? 두고 보자.”

“……선생님!”

연재는 두고 볼 것 없이 곧장 선생님을 호출했다. 교무실 바로 앞에서 부른 것이었기에, 학생주임은 곧장 뛰쳐나왔다.

그리고 학생주임이 나오는 걸 보던 일진들은 지레 겁먹어 금세 도망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밖으로 나온 학생주임은 연재를 보며 물었다.

“뭐야!?”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부턴 조심해라.”

“네.”

* * *

툭툭.

그러나 괴롭힘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수업시간, 아이들은 교사의 빈틈을 노려서 연재에게 툭툭 지우개나 쓰레기를 집어 던졌다.

연재가 매섭게 뒤를 바라보면, 낄낄 웃어대며 수업에 집중하는 척했다.

연재는 아무렇지 않게 가방에서 후추 스프레이를 꺼냈다. 작고 은밀해서 숨기기 쉬운 물건이었다.

“선생님.”

“어, 연재야. 왜?”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될까요?”

“그러렴.”

“감사합니다.”

끼익, 연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곧장 일진들이 앉은 뒷자리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들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녀들 얼굴에 스프레이를 방사했다.

취이익­.

“꺄아아아악!”

일진들이 눈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하는 사이에, 연재는 자연스레 교실을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증거물인 스프레이는 사람 손이 닿지 않는 창고 위로 집어 던졌다.

‘끝까지 해봐.’

자신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육신이 약하더라도 상관없다. 저항할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저항할 방법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사랑이 꺾이지 않는 한, 그녀의 사랑은 불굴하다.

* * *

다행히 그쯤 되자, 아이들이 연재를 괴롭히는 일은 사라졌다. 아무리 부탁을 받았다지만, 자기가 상처 입으면서까지 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일진 세계 또한 자연인지라, 상처를 입는 건 곧 죽음을 뜻한다. 그렇기에 그들 또한 최대한 상처 입지 않으려고 한다.

일진들의 속박에서 벗어난 연재였지만, 모든 게 좋아졌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아…….”

“아리야.”

아리랑 눈을 마주친다. 자신이 정우에게 손을 댔다는 걸 들킨 그녀는 감히 연재와 눈을 마주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정작 그 본인이 정우랑 몸을 섞은 이유가 연재를 위해서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그녀가 정우와 잠자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작 연재가 아리를 피했다는 걸 떠올려 본다면 더더욱.

“이야기 좀 해.”

“……미안.”

“계속 그렇게 피한다고 해결될 거 같아?”

“너랑 마주할 면목이 없어. 다 내 잘못이야.”

“잘못을 했으면,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할 거 아니야?”

“미안해.”

아리는 그저 피하는 걸로 이 사태를 해결하려고 했다. 어차피 정우에게는 열댓 명이 넘는 애인이 있지 않았던가? 시간만 흐르면 자신 따위는 가볍게 잊게 될 것이다. 그리 생각했다.

그러나 연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정우의 행동을 소설적으로, 몽상적으로 분석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돼.’

사람 자체가 바람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세상엔 정우가 만나는 여자보다 예쁘고 멋진 여자가 수두룩했고, 그들 중에서 정우에게 관심을 보인 여자 또한 수두룩했다.

당장, TV에 나와 대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A양이 정우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에게 추파를 던졌다는 소문이 퍼지는 마당 아닌가?

‘그런 여자는 거르고, 나나 은혜 선배 같은 사람을 고른다고?’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됐다. 평범녀 페티시가 있다고 하기에는 예쁘장한 선배도 애인으로 삼고 있었고.

그렇게 분석한 결과, 연재는 상당히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 가운데 단 한 사람도 겹치는 설정이 없던 것이다.

‘이건…….’

그리하여 연재가 낸 결론은 정우는 모종의 이유로 각 속성의 여자애들을 수집하고 있다는 점.

그 이유까지는 모른다. 인생이 너무 쉬워서 하드코어하게 즐기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어렸을 적 무당에게 드래곤볼 마냥 12 속성의 여자애들을 모으지 못한다면 죽는다는 점지를 받았던 건지.

‘이유가 중요한가?’

중요한 건 아리가 정우에게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정우에게 필요하다면 아리의 의지 따위는 일절 상관없이 그녀를 정우에게 바쳐야 한다는 점.

“계속 그렇게 도망칠 생각이야?”

“……정말 미안해.”

그러니 결국 연재는 아리를 움직일 또 다른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그닥 어렵지 않았다.

“안녕, 아연아.”

“어, 연재야. 무슨 일?”

연재는 아연을 찾아갔다. 아리가 자신만큼이나 소중히 하는 제 자매에게. 아연은 왜 자신을 찾아왔냐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쌍둥이지.’

아리는 쌍둥이였다. 연재의 소설에도 쌍둥이 히로인이 나온다. 그러니 아마도 아리 또한 쌍둥이 속성으로서 간택 받았으리라.

그렇다면 결국 아연도 정우에게 간택될 운명이라는 뜻이다. 그녀도 정우에게 선택될 운명이라면, 그녀가 먼저 나서서 제 몸 바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겠지.

“아연아?”

“응, 말해.”

“정우 오빠가… 너랑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정우 선배가?”

그리고 아연을 꼬시는 건 굉장히 쉬웠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정우의 광팬이었고, 정우 하나를 보기 위해 이 학교에 들어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정우의 이름을 팔아 그녀를 꼬시는데 성공한 연재는 그녀를 데리고 부실로 향하면서 우림 선배에게 문자를 보냈다.

[도와주세요.]

답장은 빨랐다.

[뭔데?]

[정우 선배 데리고 부실로.]

[OK]

후우, 가볍게 한숨을 내쉰 연재는 정우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아연은 연재를 바라보며 정우 선배가 자신을 무슨 일로 보자 했는지 궁금해했다.

“근데, 갑자기 선배가 나는 왜?”

“아리 문제로 할 말이 있다던데.”

“그으…래?”

연재는 아연의 반응을 보고서, 정우와 아리, 그리고 아연 사이에 무언가 일이 있었다는 걸 확신했다.

물론 그게 성적인 일은 아니리라. 그렇다면 그녀가 이런 반응을 보일 리는 없을 테니까.

아마도 성적인 문제가 아니라, 예를 들면…….

‘아리가 정우 선배한테 버릇없게 굴었다던가?’

그리고 그건 아마도 아리가 정우 선배가 바람피는 모습을 관측하겠다며 나대던 때 있었던 일이리라.

정우 선배 말로는 그때 아리와 섹스를 한 게 틀림없고, 이 나이대 학생이 어디 갈 때가 있을 리 없으니, 아마 아리네 집에서 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집에서 섹스를 하던 와중에 아연이 도착하고, 아리는 그걸 숨기기 위해 정우를 일단 내쫓으려 하고…….

완벽하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의 그림이 연재의 머릿속에서 그려지기 시작했다.

철컥, 그러나 그것도 잠시. 문이 열리고 로켓만 한 젖가슴이 출렁출렁 부실 안으로 들어왔다. 우림이었다.

“아리? 왜 여깄어?”

“……누구세요?”

“아리… 아니니?”

“아, 저는 아리 동생 아연이에요. 쌍둥이 동생….”

“어머, 아리가 쌍둥이였어? 몰랐네.”

부실로 들어온 우림은 한 사람이었다. 그걸 본 연재는 인상을 찌푸리며 정우를 찾았다.

“오빠는요?”

“아, 정우? 잠시 할 일이 있다 하더라고.”

“그게 무슨…….”

슬쩍 미소지은 우림은 연재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아연이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그야, 네가 싸지른 똥을 치우는 일이지.”

“……정우 오빠를 위한 일이었어요.”

“선의로 행한 일의 결과가, 꼭 좋게 끝나란 법은 없지.”

우림은 연재가 정우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참을 수 없을 만치 굴욕적이었지만, 연재는 참았다.

왜?

여기서 두 사람이 싸우는 일 또한, 정우가 원하는 일이 아닐 테니까.

“……그럼 정우 오빠는 어디서 뭐 하는데요?”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해?”

우림이 씨익 웃었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오라 손짓했다. 연재는 우림이에게 다가가려다 가슴에 막혀 결국 빙 돌아 그녀의 옆에 섰다.

옆에 선 연재의 귓가에, 우림이 속삭였다.

“아리랑 떡 치고 있어.”

연재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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