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0화 〉 NO.11&12 또라이 자매가 속삭이길, 정력에는 아연이 좋데요 (210/218)

〈 210화 〉 NO.11&12 또라이 자매가 속삭이길, 정력에는 아연이 좋데요

* * *

동아리실을 빠져나온 연재는 아리를 붙잡고 그녀를 닥달했다.

“너, 뭐 하고 다녔어?”

“…….”

“왜 정우 오빠랑 같이 오는 건데?”

그러나 아리는 묵묵부답이었다. 짜증을 느낀 연재가 그녀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쳤다.

“사람이 말하면 대답을 해. 아니면 뭐, 싸우자는 거야?”

“……햐.”

“뭐?”

아리가 조심스레 입을 여는 순간, 그녀는 곧장 입가를 가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짧은 순간, 연재는 그녀 입안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았다. 비리고 단, 특이한 고유의 냄새.

그녀의 침 냄새가 섞여 약간 변형되기는 했지만, 누구의 냄새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그 냄새.

“너, 설마…….”

“……읍읍.”

연재는 화들짝 놀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붙잡았다. 살짝 부풀어 오른 볼을 강하게 짓누르니, 그녀가 입에서 정액을 살짝 뿜어냈다.

“……야.”

“하, 하니햐… 여재야…….”

“벌려.”

연재는 양손을 사용해 아리의 입을 벌리는 데 최선을 다했다. 아리는 애써 막아보려 했지만, 정우의 자지를 빨면서 체력을 소모한 상태였다. 정액을 흘리거나 먹어도 안 된다는 제약까지 걸린 상황이었고.

결국, 그녀는 정액 가득 든 입안을 연재에게 허락했다.

연재는 그녀의 입안을 휘저으며 정우의 정액을 확인했다.

꿀꺽, 뒤늦게 정액을 모조리 삼켜버린 아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할 말은?”

“……미안해.”

“자지는 맛있게 빨고, 정액은 좋아라 받아놓고 이제와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우를 싫어한다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보니 자신보다 정우의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있었다.

‘망할년.’

시발년, 창년, 죽여버릴 년.

연재의 마음속에 날카로운 뱀 한 마리가 똬리를 풀고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현실성 있건 없건 상관없이 그녀를 물리적 사회적으로 죽여버릴 수십, 수백 가지 방법들이 떠오르고.

그중 하나를 선택해 휘두르기 바로 직전에, 동아리실에서 정우가 빠져나왔다.

“뭐해?”

“……오빠.”

저 목소리엔 마음을 가라앉히는 마력이 있다.

저 얼굴엔 사람의 마음을 뒤바꾸는 힘이 있다.

그리하여 그녀는 결국 제 몸과 마음을 샅샅이 분해해버리는 정우에게 몸을 던지는 것이었다.

“별일 아니에요.”

연재는 애써 모른 척 정우에게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정우는 이미 안에서 모든 걸 듣고 온 뒤였다.

“야.”

“네, 네?”

“너 말고, 아리. 너.”

싸늘한 목소리에 기겁하며 뒤를 돌아보았던 연재는 그가 불렀던 상대가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리고 곧장 이상함을 느꼈다.

이름을 불린 아리는 덜덜 떨고 있었다. 그녀가 뭐가 그리 두려워 그토록 떨고 있었을까?

정우는 아무렇지 않게 아리의 얼굴을 붙잡는다. 그리고 입을 강제로 벌린다. 저항하려 해봐야 소용없었다. 인체의 구조를 아주 자세히 알고 있는 정우는 고통을 줘 상대를 조종하는 방법을 수두룩하게 알고 있었다.

“정액, 마셨네?”

“아, 아마셔써요! 배터써!”

“더 괘씸하네, 누가 준 건데 뱉어?”

“읏­ 죄,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아리야?”

아리는 정우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을 듯 허리를 숙이며 싹싹 빌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우는 아무렇지 않게 뒤를 돌아 연재를 바라보았다.

“연재야, 둘이 무슨 얘기 했어?”

“…아무 얘기도, 얘가 입을 안 열어서요.”

“흐음, 그래? 마침 잘됐네.”

정우의 눈동자에 빛이 반짝인다. 아리는 아예 희망을 잃었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정우는 연재를 제 앞으로 끌고 왔다. 그리곤 그녀 등 뒤에 서서 아리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오빠…?”

“연재야, 아리가 할 말이 있다고 하네.”

“할 말……이요?”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리를 바라보았다. 아리는 절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마구잡이로 젓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우는 곧장 동아리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럼 그냥 아연이랑 놀까? 그것도 재밌을 거 같기는 한데.”

“아, 안 돼요…… 제 동생은 건드리지 마세요…….”

“그럼 해.”

꾸우욱, 치마가 찢어져라 강하게 쥔 그녀는 잠시 부들부들 떨다가, 연재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 연재야…….”

“왜?”

“사실… 내가 너에게 접근한 건…… 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였어…….”

“……뭐?”

“나, 나는, 레즈비언…… 이야.”

순간, 세상이 멈추었다.

* * *

연재는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뭐라고? 레즈비언?

‘그럴 리가 없잖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가 이성애자라는 정황은 몇 개나 있었다. 동시에 그녀가 동성애자라는 증거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가 동성애자여서는 안 될 이유가 몇 가지나 존재했다.

‘레즈면서, 정우 오빠 정액이나 받아먹고.’

그녀가 제 애인을 탐한 일. 그녀를 향한 우정이라는 말로 포장하기엔 선을 넘은 일.

우정을 위해서랍시고 남자랑 떡을 칠 수 있으면 그게 어떻게 동성애자인가? 그냥 이성애자지.

그러니 연재는 그녀가 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

다만, 이 상황 자체가 정우가 연출했다는 건 깨달았다.

그녀에게 이런 연극을 보여주는 이유가 있으리라.

그걸 재빠르게 파악하고, 정우의 니즈를 맞춰주어야 했다.

“……대체 어떻게.”

그녀는 인터넷에서 본 듯한, 그러니까 사람들이 보통 그렇게 '생각'하는 상황을 연기했다.

“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역겹게….”

실제로는 어떤지 전혀 알 수 없다. 동성애자는 제 존재를 숨기며 살아가고, 설령 상대방이 동성애자라고 할지라도 명분 없이 상대를 코앞에서 혐오하는 일 또한 할 수 없다.

그러니까, 그녀가 연기하는 건 정말 인터넷 속에서나 가능한, 상대를 가장 상처입히는 말과 행동.

“설마, 나도 노리던 거야? 나를 노리기 전에 정우 오빠를 노린 거고?”

“……아니야.”

혐오는 진실과 상관없이 상대방을 상처입힌다. 지금 이 순간, 연재의 혐오는 아리에게 닿았다.

동성애자가 아님에도 아리는 자신을 동성애자로 보는 듯한 연재의 모습에 상처 입을 수밖에 없었다.

상처 입고 움츠러드는 그녀를 보면서, 정우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

“이거 큰일이네. 언니가 레즈라는 걸 알면 동생은 어떻게 행동하려나.”

“……아니에요. 그러니까 아연이한테는.”

“아연이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예.”

“그럼 해야 할 게 있어.”

연재는 정우가 할 말이 무엇인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의 목적을 알고 있으니까 할 수 있는 일.

그건 바로, 그녀가 정우를 사랑하게 하는 일.

‘그러면서도 미움받지 않게 하는 일.’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정우는 이미 열이 넘는 애인이 있었으며, 그들 모두가 눈에 튀는 개성을 갖고 있었다.

구멍이 맞지 않는 톱니바퀴들, 억지로 끼워 맞추고 돌리면 망가질 수밖에 없다.

‘아리한테 이렇게 상처를 주는 건…….’

정우는 이리 생각했으리라, 톱니가 제대로 맞물리지 못한다면, 제대로 돌아가도록 맞추면 된다고.

하나의 부품을 억지로 깎고 갈아, 돌아가도록 만들면 된다고.

아리는 그 부품이 될 운명이었다. 정우 계획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품.

물론 이 모든 게, 연재의 추측일 뿐이었지만.

“오빠.”

“……응?”

그러니까, 연재는 그 부품을 깎는 걸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정우가 하는 말을 막아선 그녀는 정우에게 자신의 생각을 속삭였다.

그 말을 들은 정우는 재밌다는 듯, 어디 한 번 해보라 말하였다.

흠흠, 헛기침을 한 연재는 아리를 보며 말했다.

“내 보지가 그렇게 빨고 싶으면…….”

어디 한번 해보라고.

연재는 그리 말하며 아리에게 3P를 제안했다.

당연스레, 그녀는 거절할 수 없었다.

* * *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정우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에 살짝 당황하면서도 연재를 바라보았다.

‘3P를 먼저 제안하다니… 연재야 넌 정말.’

최고의 히로인이었다.

은혜 다음 가는 찐따녀.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을 갖다 바치는 여성.

‘그냥 자위 영상이나 보내라고 하려고 했는데.’

정우가 아리를 이토록 압박하는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아리의 정신이 생각보다 튼튼했기 때문이다.

게임 속 그녀는, 그 어떤 일을 겪더라도 항상 하하 웃으며 버텨냈다. 게임 속에서 그런 기능이 구현되지는 않았으나, 그녀라면 팔다리가 잘려도 그리 하리라 생각했을 정도다.

어차피 망가지지도 않겠다, 망가져도 금방 돌아오겠다, 혼자 이상한 짓 하느라 히로인들간에 관계도 망쳐놨겠다.

스트레스 해소 겸, 분풀이 겸, 그리고 공략 겸. 겸사겸사 그녀를 놀려주던 거였는데.

‘정말 알아서 만들어오네.’

3P는 히로인들 사이의 관계를 진척시켜 주는 일 중 하나였다.

히로인들 사이에 상당한 호감도와 친밀도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므로 더더욱 그러했다.

정우도 3P, 4P는 몇 번 해본 적 있었으나, 그 과정이 매번 험난했단 걸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이번엔 그냥 하늘에서 3P 이벤트가 떨어졌다.

그것도 꽁으로.

“……실례합니다.”

아리가 조심스레 집안에 발을 디뎠다. 그 뒤를 연재가 따라 들어왔다.

연재는 아리를 감시하듯 그녀를 상시 주의했다. 그래 봐야 아리가 도망칠 거 같지는 않았지만.

우우웅─!

그떄, 정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을 확인한 정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우림 : 어린애들 따먹으니 좋아?]

[우림 : (대충 화난 이모티콘)]

우림이에게는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고 말하며 돌아왔었다. 우림과 아연의 표정이 동시에 실망한 표정으로 바뀌긴 했으나, 정우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다만, 실제로 그녀보다 어린 애들을 따먹으려고 온 게 맞으니, 왠지 모르게 양심이 쿡쿡 찔려왔다.

“자, 일단 앉아.”

3P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분위기다. 사실 그건 어떤 섹스에서든 마찬가지겠지만.

조심스럽게 소파에 자리 잡은 아리는 자신의 집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커다란 집에, 그리고 비싼 소파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곤 곧장 자신이 이곳에서 무슨 일을 할지 깨닫고 헉, 하는 소리와 함께 입을 꾹 다물게 되었다.

“긴장하지 마. 나는 몇 번 해봐서 익숙하니까…….”

“……누구랑 해봤어요? 오빠.”

“음, 은혜랑 우림이, 마리랑 자희 누나?”

“5P를 해봤다고요……?”

“에이, 아무리 나라도 그건 아니지.”

애인이 10명 있는 정우도, 4P 이상을 해보지는 못했다. 그건 정우에게도 상식 외의 일이었다.

정우는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는 아리를 보며, 살짝 웃으며 연재에게 부탁했다.

“연재야, 아리가 아직 긴장하고 있는 거 같은데. 긴장 좀 풀게 도와줄래?”

“네? 어떻게요?”

“글쎄, 아리가 널 좋아한다고 했으니, 보지라도 빨아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제가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 말에 아리가 화들짝 놀라며 연재를 바라보았다.

연재도, 정우의 말을 어찌 해석해야 할지 고민하며 아리를 바라보았다.

이대로 그녀를 혐오하는 연기를 계속하며 싫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럼에도 정우를 사랑하니 하겠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지금 이 상황이라면…….’

연재는 잠시 고민하는 척, 아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려운 결심을 내린 듯 침음성을 흘리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알았어요. 할게요.”

“여, 연재야!?”

자신을 밀어내는 아리에게 다가가며, 연재는 죽어도 싫다는 듯 아리를 올려다보았다.

“다 정우 오빠가 부탁해서 하는 거니까, 넌 가만히 있어.”

이것만은 진심이었다.

그녀의 세상은 정우에 의하여 굴러갔으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