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속보로 올린거다.
간혹, 진짜 어쩌다 눈에 띄는 아주 짧은 기사들.
진짜 속보들.
이......
이거......
나만 보이는건가?
이 뉴스들, 내 눈에만 보여?
서울...부산...광주...대전...
대도시들...!
난 주위를 둘러봤다.
차가 밀린다.
한가롭다.
햇살은 따스하다.
새가 지저귄다.
그리고, 비명이 들려왔다.
자지러지는, 소름끼치는 비명이다.
그것은 차라리 단말마다.
나와 기사는 놀라 동시에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로 건너 인도.
커피숍과 맥도널드, 편의점이 줄이어 늘어선 거리.
그 거리에서 사람들이 혼비백산해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니, 저건 뛰어다니는게 아니다.
쫓아가고 있는거다!
쫓고 쫓기는거다!
여대생?
젊은 여자가 미친듯이 달려가 장바구니를 들고가던 아줌마를 덮쳤다.
두 사람은 함께 나뒹굴며 엎어졌다.
양파와 대파가 공중을 날아오른다.
걷기도 힘들어 보이는, 몹시 노쇠한 할아버지가 짐승처럼 달려가 건장한 청년에게 뛰어들었다.
마치 거대한 개가 달려드는 것같다.
청년은 놀라 당황하며 뒷걸음질 치다가 할아버지와 같이 엎어졌다.
처절한 비명소리.
사람들이 놀라 좌우사방으로 흩어졌다.
대부분은 인도로 뛰어갔다.
그러나 일부는 다급히 차도로 뛰어들었다.
끼이익-
급히 제동하는 소리와 함께 승용차가 중년의 남자를 들이받았다.
놀라 도망치며 차도로 뛰어들었던 중년의 남자.
남자는 수미터를 날아가 가로수에 부딪혔다.
봤다.
나는 봤다.
저 남자, 가로수에 부딪히며 목이 완전히 꺾였다.
즉사다.
승용차에서 운전자가 놀라며 문을 벌컥 열고 나왔다. 젊은 여자였다.
여자 운전자가 나온 직후, 장바구니를 팽개친 주부가 그녀를 덮쳤다.
가로수에 부딪혀 목이 꺾인 남자가 부들부들 떨며 온 몸을 비틀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경련이 멈췄다.
중년의 남자가 천천히 일어섰다.
목이 뒤로 돌아가 있다.
......불가능하다.
일어서는건 불가능하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저 남자는 그러나 분명히 일어나 있었다.
내게 등을 돌리고, 나를 바라보며.
얼굴이 반쯤 박살나 턱이 비틀어져 있다.
그 남자는 턱을 크게 열고 괴상한 소리를 내며 어디론가로 뛰어갔다.
비명소리.
아비규환.
등줄기로 소름이 치솟는다.
이게......
이게, 메세지가 내게 보여줬던......
...종말의...시작...
"어어! 어어!"
나랑 같은걸 본 택시 기사가 놀라며 소리쳤다.
택시기사 뿐만이 아니었다.
도로를 메운 운전자들 전부가 놀라고 있다. 더러는 차에서 내리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을 쫓는, 사람처럼 생긴 짐승들.
그 짐승들은 사람을 쫓아 건물로 들어갔고, 가게로 들어갔으며, 인도를 뛰어갔다.
그리고, 내가 있는 큰 도로로 뛰어오는 놈들도 있었다.
차에서 내렸던 운전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폰으로 길거리를 촬영하고 있었다.
짐승이 차들을 짓밟고 뛰어올라 그 자를 덮쳤다.
여자의 비명소리, 남자의 비명소리가 동시에 사방에서 터져나왔다.
아비규환이다.
심장이 터질 것같다.
너무 놀라서 생각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아, 아저씨! 저 내릴게요!"
난 더듬대고는 곧장 택시에서 내려버렸다.
"소, 손님! 기다려요! 위험해요!"
위험하니까 내렸지!
내려서 어쩔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 뿐이다.
머리가 혼란스럽다.
사람처럼 생긴 짐승이 덮쳤던 운전자가 바들바들 떨며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보인다.
위험하다.
"씨발, 씨발, 씨발!"
난 곧장 옆 차도로 뛰어 차들 사이사이를 부리나케 지나갔다. 인도로 뛰어가는 동안 내 좌우에서 사람들이 나와 같은 방향으로 우르르 뛰어간다.
"으아악!"
"비켜! 씨발!"
"꺄아아악!"
주위에서 비명을 질러댄다.
난 인도를 따라 미친듯이 달렸다.
옆에 도로를 끼고 달리고 있다.
오른쪽엔 건물과 가게들이, 왼쪽엔 큰 도로다.
큰 도로엔 사람모양 짐승들이 있다.
왜 내가 이 길로 달리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오른쪽으로 꺾기만 하면 도로에서 멀어질 수 있는데, 난 왜 이 길로 달리고 있지?
"헉, 헉, 헉, 헉."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내 뒤에서 뭐가 우르르 덮치는 소리가 났다.
"으아아악!"
비명이 뒤따른다.
무슨 일이야!
난 앞을 보고있다고!
내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뒤돌아 보고싶다.
하지만 고개를 돌릴 수가 없다.
나는 그저 앞으로 달릴 뿐이다.
"헉, 헉, 헉, 헉!"
사람들이 내 앞을 휙휙 지나간다.
내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정처없는 발길들이 보도블럭 위를 휘몰아치고 있다.
저 앞에 킥보드 탄 아줌마가 놀란 얼굴로 달려오고 있다. 일직선으로 달려오고 있는데도 용케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는다.
아줌마는 완전히 패닉상태다.
도로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뛰쳐나왔다.
아줌마가 시커매진다.
그림자가 아니다.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을 물어뜯고 있다.
"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검은 양복 아저씨가 짐승같은 얼굴로 아줌마를 끌어안고 있다.
아줌마가 비명지른다.
몸부림친다.
뺨에서 피가 튄다.
케찹이 터진 것같다.
크르르르륵!
기괴한 소리.
사람 목에서 나올거라고는 예상할 수 없는 소리.
난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그저 앞으로만 미친듯이 달려가며, 그 모든 광경을 다 봤다.
등줄기가 섬칫하다.
"헉, 헉, 헉!"
소리도 못 지르겠다.
이대로 달리면 저, 피를 쏟아내는 아줌마와 맞닥뜨리게 된다.
아줌마를 누르며 고개를 처박고 있는 양복 남자와 부딪히게 된다!
편의점을 끼고있는 골목길.
난 즉시 골목길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곤 미친듯이 달렸다.
내가 어디로 가는건지 모르겠다.
평생에 이 길로는 와본적이 없다.
학교 때문에 이 동네에 방을 잡긴 했어도, 이 동네 자체는 처음이란 말이야!
골목길을 미친듯이 달려갔다.
다리가 무겁고, 땀이 줄줄 흐른다.
내가 뛰는건지 걷는건지 모르겠다.
심장이 터질 것같다.
머리가 새하얗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헉, 헉, 헉, 헉."
달려. 그냥 달려!
달려라!
허름한 단독주택들이 느리게 다가온다.
좌우로 빠르게 지나간다.
어느새 내 주위엔 아무도 없다.
비명소리도 발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나와 함께 뛰어가던 사람들은 다 어디있는거지?
왜 조용하지?
"헉, 헉, 헉, 헉!"
난 지금 어디로 달려가고 있지?
전봇대가 보인다.
조그만 동네 중국집도 보인다.
골목 골목을 잇는 손바닥만한 길들도 보인다.
이야, 여기에 차가 서로 마주보게 되면 꽤나 난감하겠는데. 둘 중 하나는 한참을 뒤로 빠져줘야 되겠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걸음을 멈췄다.
심장이 터질 것같다.
얼마나 뛴 건지 모르겠다.
숨이 차서 머리가 어지럽다.
다리가 너무 무겁다.
"학! 학! 학! 학!"
못 서있겠다.
갑자기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뛰었다.
무릎을 짚고 말았다.
"학! 학! 학! 학!"
무릎 짚고 몸 굽힌 채 주위를 봤다.
자전거 타고 한가로이 지나가는 할배가 뭔 미친놈이냐는 눈으로 나를 쓱 보고 지나간다.
......뭐지?
왜 저 할배는 아무렇지도 않지?
방금 내가 본 건 뭐였지?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아, 어지러워.
제기랄, 숨을 너무 가쁘게 쉬었나보다.
눈 앞이 핑 돈다.
내가 뛰어왔던 길을 돌아봤다.
골목을 하도 누비고 다녀서 내가 어디로 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존나 달리긴 달려왔나본데.
방금 본 거......
꿈은 아니지?
꿈이 아닌거지?
난 길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저 길로는 다시 못 가겠다.
터벅 터벅 몇걸음 걸어가자 조그만 동네 슈퍼마켓이 보였다. 요즘 죄다 편의점인데, 저런 슈퍼는 꽤 드물지.
아, 목말라.
뒤질것같네.
난 슈퍼로 들어가 냉장실에서 500밀리 게토레이 하나와 생수 하나를 집어서 계산대로 왔다.
"3천원입니다."
아줌마가 날 힐끗 본다.
아마 땀을 질질 흘리고 있어서 그럴거다.
아디다스 백팩에서 지갑을 꺼내 계산하며 물었다.
"하아, 하아. 아줌마. 여기 파출소나 경찰서, 하아, 하아. 어디 있어요?"
아줌마가 미심쩍은 눈으로 날 봤다.
"경찰서는 왜요? 무슨 일 났대요?"
만약 무슨 일이 났다면 네 녀석의 소행이 아니냐? 딱 그런 눈이다.
하긴, 시커먼 남자 하나가 땀 질질 흘리면서 나타나 경찰서부터 찾으면 그런 생각 들 만도 하지.
난 숨을 고르며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저기 도로에서 사고가 났어요. 엄청. 그래서 사람들이 도망치고, 하아, 하아. 파출소 어딨어요?"
"그런거야 112에 신고하면 되지. 파출소 저어기. 골목 하나만 꺾어가면 조그만거 하나 있어요."
......아?
112!
미친...!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존나 달리느라 그냥 머리에 생각이 없어졌나보다.
지금도 띵하다 씨발.
"예, 고맙습니다."
슈퍼를 나와 게토레이를 까서 벌컥벌컥 마시곤 폰을 들었다.
"......112? 하아, 하아."
파출소가 코앞인데, 씨발.
가서 얘기하자.
온 몸이 무겁고 축 처진다.
난 폰을 한손에 들고 골목을 꺾어 들어갔다.
문방구 옆에 바로 파출소가 보였다.
와, 이런 허름한 문방구 진짜 간만에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