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방향이 정해졌으므로, 새로운 전문화와 스킬, 업적이 부여됩니다.]
전문화? 스킬?!
[키워드 - '상태' 를 말하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키워드 - '업적' 을 말하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뭐야 이거!
"상태?!"
즉시 눈 앞에 화면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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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받은 자
[전문화 - 시간조정자] [레벨 - 1]
[호칭 - 일반인]
스테이터스
[체력 - 3/6] [감각 - 2/2]
[힘 - 4/5] [민첩 - 3/4]
[정신 - 7/7] [지능 - N/A]
[분배 포인트 - 0]
스킬
[액티브 - 가속] (자동시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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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뭐야 이거.
뭐야 이거!
아니 씨발, 뭐가 이렇게 복잡해!
뭔데 이게 다?!
"크아아악! 크아아아악!"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상태창을 보고 놀라던 사이, 유리문을 들이받았던 박순경이 발광하며 몸을 일으켰다.
와자작! 와장창!
유리가 거덜나며 파편이 튄다.
박순경이 날 홱 노려본다.
"미친!"
"크아악!"
목을 긁어대는 짐승같은 포효.
박순경이 내게 뛰어들었다.
피...!
피해야 돼!
그 순간, 상태창이 사라지며 메세지가 떴다.
[자동시전 : 가속]
박순경이 허공에서 우뚝 멈췄다.
"크아-아--아---아----아-----"
뭐라고?!
공중에서 저렇게 갑자기 느려질 수도 있나?!
소...!
손이 씨발!
점점 가까워진다!
피 묻은 입이!
시뻘건 아가리가!
난 소스라치는 기분으로 몸을 홱 숙였다.
박순경은 내 위에서 느릿하게 이동하고 있다.
"...실화냐."
박순경이 내 머리위로 천천히 지나간다.
가슴이, 배가, 그리고 허리가.
허리!
내 눈앞에 있는건...
...삼단봉!
난 본능적으로 삼단봉을 움켜쥐었다.
무슨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고리에서 재빨리 빼내고는, 곧장 유리문을 향해 뛰었다.
그 순간, 소리가 급격히 빨라졌다.
"----아---아-아아악! 크아각!"
콰지직!
뭐가 무너지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린다.
난 유리문을 확 밀치며 뒤돌아봤다.
박순경이 책상에 머리를 들이받고 엎어져 있었다. 목이 비정상적으로 꺾여있다.
그러나 팔다리는 부들부들대며 다시 일어나려고 든다.
난 고개를 돌리곤 미친듯이 파출소를 뛰쳐나갔다.
골목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 손엔 가방을, 한 손엔 삼단봉을 들고.
"미친! 씨발, 미친! 헉, 헉!"
다리가 죽을 것같다!
계속 달려 골목을 돌아 다시 뛰었다.
"헉! 헉! 헉! 헉!"
개씨발, 도대체 얼마나 뛰어야 되는거야!
뭐냐고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냐고!
허벅지가 뜨겁다.
종아리가 아프다.
온 몸이 고통스럽다.
"학! 학! 학! 학!"
미친듯이 뛰고 또 뛰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그저 뛰고 또 뛴다.
말을 할 새도, 투덜거릴 여유도 없다.
"학! 학! 학! 학!"
골목과 골목을 얼마나 뛰었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뛰려고 하는데 다리가 말을 안 듣는다.
걷는것도 아니고, 뛰는것도 아닌 상태로 나는 계속 단독주택 사이를 걸어갔다.
조용하다.
이 동네, 원래 이렇게 조용한가?
아... 안돼.
더 못걷겠어.
"학, 학, 학, 학."
머리가 어지럽다.
너무 뛰었다.
경찰들이 쫓아오는지 어쩌는지도 모르겠다.
안전한데를 찾아야 돼.
그런데 그게 어딘데 씨발.
걷고 걷다가 결국 주택가를 빠져나왔다.
눈 앞에는 도로.
바로 옆엔 지하도.
너무 지쳐, 반쯤 넋이 나간 채로 나는 바로 옆에있던 건물로 들어갔다.
뭐하는 건물인지는 나도 모른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우리동네는 일단 아닌 것같다.
어디 계단에라도 잠깐...
앉아서 쉬자.
조금만.
2층도 못 올라가겠다.
꺾어지는 계단에 풀썩 주저앉아 숨을 가다듬었다.
"하아, 하아, 하아."
두 손에 들고있는건 폰과 삼단봉.
폰이 땀으로 흥건하다.
바지에 쓱쓱 닦아내곤, 가방에서 반쯤 남은 게토레이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하아."
좀 살겠네.
빈 게토레이를 옆으로 치워놓곤, 생수병을 꺼내 뚜껑을 땄다. 그리고, 마시며 폰을 들여다봤다.
이 사태에 대해서 뭔가 대응이 있을거다.
있어야 한다.
군대도 있고, 전투기도 있고, 씨발, 뭐든지 다 있잖아!
유튜브에는 벌써 수많은 동영상이 올라와있다.
......잠깐.
이건...... 일본인 것 같은데?
교포가 올린건가?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말레이시아...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세계에서......
이... 짐승같은 놈들이 발생하고 있다.
미친듯이 달려들어 깨무는 이 짐승이 하나만 있어도 급속도로 퍼져나간다.
내가 직접 방금 체험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세상 전부에서 다 일어나고 있다고?
...미친...뭐야.
무슨 일이야 도대체.
[대통령 긴급 기자회견]
뉴스다.
기자회견? 아직 방송하는건 아닌 것 같은데.
뉴스를 눌러봤다.
[대통령은 오늘 저녁 6시를 기점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으로 보인다. 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정부관계자는 전해왔다.]
짧다.
이것도 속보다.
계엄이라고?
군대?
"하아, 하아."
미쳐돌아가는구나.
그래.
뭐든지 해라.
뭐든지 해서 사람들 죽는것 좀 막아줘.
계엄이든 군대든 다 동원해!
"하아, 하아."
아, 씨발.
너무 지쳤어.
폰을 내려놓고 계단에 드러누웠다.
왼손에 쥐고있는 막대기가 꽤 불편한데.
손을 들어봤다.
삼단봉... 꽤 묵직하네.
근데 보기엔 그냥 조그만 막대기 같은데?
영화에서 볼 때는 이걸 들고 앞으로 내려치면 뭐가 촥 하고 나오면서...
촤륵!
오! 소리 엄청 크잖아!
삼단봉이 쭉 길어지며 몽둥이가 됐다!
오오... 꽤 쓸만하게 생겼네.
아픈가 이거?
손바닥에다 찰싹 때려봤다.
윽.
엄청 단단하네.
삼단봉이라 그냥 플라스틱 쪼가리 같은건줄 알았더니 아니다.
이걸로 제대로 후리면 마빡 정도는 깰 수 있을지도 몰라.
......갑자기 긴장되는데?
계단 위를 쳐다봤다.
조용하다.
계단 난간 옆으로 거리를 슬쩍 봤다.
아무도 없다.
후, 다행이다.
......아무도 없다고?
난간으로 다시 밖을 힐끔 내다봤다.
도로에 차들이 서있다.
신호등은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바뀌었다.
차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을씨년스러울 정도다.
......무서워지는데.
"하아...하아..."
난간에서 떨어져 계단 벽에 쓱 기댔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 등이 축축하다.
아아, 벽 시원하네.
그런데......
왜 사람이 아무도 없지......?
짐승같은 놈들이 사람들을 쫓아 뛰어다니는 광경을 분명히 봤는데......
......그래도, 사람이 없다는건 다행일지도 모른다. 이참에 택시를 불러서......
......택시?
택시가 있나?
좀비들이 달려들고 있으면,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은 눈앞에 있는 택시란 택시는 모조리 잡아탈려고 들지 않을까?
게다가... 차 있는 사람들은 자기 차로 멀리 도망치려고 들것 같은데.
폰을 들어봤다.
교통과 도로를 검색하니 고속도로 카메라로 잡힌 이미지가 떴다.
눌러보니 곧장 뉴스로 연결된다.
[고속도로 극도로 정체중]
......뉴스인데 내용이 없다.
사진 뿐이다.
고속도로가 차에 점령당한 사진이다.
너무나 빼곡해 발 디딜 틈도 없어보인다.
......이 차들은 어디로 가는거지?
아까 뉴스에서 봤는데.
서울 뿐만이 아니야.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어.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택시를 부른다고?
불러서, 어디로 가야되는데?
......어디가 안전한데?
안전한 곳이 도대체 어디......
......잠깐만.
엄마. 아버지.
씨발년아.
다들 무사해?
부모님께 전화해봤다.
안 받는다.
씨발년도 전화를 안 받는다.
"하아...씨발..."
머리를 싸매고 한탄해봐도 답이 안 나온다.
젠장, 머리칼이 완전히 축축해졌네.
샤워 마치고 나온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