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187)

하아.

문을 조심스럽게 당기며 핸들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 때 깨달았다.

...키가 없네.

씨발!

미치겠네.

문 열린 차가 아니라, 키가 있는 차를 찾아야 돼.

도로 차에서 나와서 차들 사이를 걸었다.

차들이 늘어서 있는데도 아무 소리도 움직임도 없는게 꽤 부자연스러운 풍경이다.

게다가 이 넓은 도로 한가운데를 혼자 걷고있으니.

...찾았다.

......씨발.

파란색 5톤 트럭이잖아.

이거 몰고 다니면 소리 꽤 클건데.

...어쩌지.

꼬르륵.

으윽...!

씨발...!

하아... 젠장.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고 존나 뛰기만 했더니 배가 뒤질 것같네.

제기랄.

목표 변경이다.

차는 나중에.

어차피 이 차들은 이 도로 위에 한동안 그냥 가만히 있을 것 같으니, 당장 조바심내면서 몰고다닐 필요는 없다.

일단 뭐라도 먹고, 살고보자.

도로를 벗어나 인도로 다시 돌아왔다.

희한한 풍경이다.

이 새벽에, 모든 가게들이 전부 열려있다.

상품도 죄다 진열되어 있다.

그런데 가게 주인들은 안 보인다.

전봇대를 붙잡고 좌우를 둘러봤다.

저 앞에 편의점 하나 있네.

아, 씨발.

조용하니까 존나 움직이기가 불편해.

사람들이 도대체 있긴 있는건가 여기?

발소리를 죽이고 보도블럭을 조심스레 걸어갔다.

편의점이 가까워진다.

...알바가 있나?

주위를 경계하는걸 잊지 않으면서, 편의점 안을 들여다봤다.

카운터에......

사람은 없다. 없는데......

담배 진열대에 피가......

양동이로 확 뿌린 것처럼 세차게 퍼져있다.

......들어가도 되는건가.

저기 사람 죽어있나?

...돌겠네, 씨발.

"하아, 하아, 하아."

긴장되니 숨이 가빠진다.

후우, 들어가보자.

뭐라도 먹어야 돼.

편의점 문을 슬쩍 밀면서 고개를 디밀어 봤다.

은은하게 노래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그밖에 다른 인기척은 없다.

좋아.

일단 아무도 없는 것 같은데.

난 조심스레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환하다.

통유리 벽 밖에선 내가 아주 잘 보일거다.

혼자 스포트라이트 받는 것처럼 엄청 눈에 띌거다.

제기랄, 빨리 챙기고 나가자.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냉장고로 먼저 갔다.

라면도 좋고 뭐 다 좋은데, 일단 마실건 챙겨야지.

아니, 냉동실에서 만두를 먼저 챙기자.

냉동실로 걸어가려고 한 걸음을 옮겼다.

그때, 띠링 하고 문소리가 들렸다.

난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개씨발!

뭐야!

그 짐승새끼야?

뭐냐!

삼단봉 쥔 손에서 땀이 난다.

하도 꽉 쥐어서 부들부들 떨린다.

"...거 봐, 언니. 아무도 없다니까."

"야, 그런데 저기 피가."

......사람?

여자 목소린데?

웅크리고 있던 진열대에서 고개를 쓱 디밀어 봤다.

...고딩?

교복입은 여자애랑 사복입은 여자애 둘이 진열대에 피묻은걸 보면서 뭔갈 얘기하고 있다.

뭐하는거야 쟤들은.

아, 나처럼 먹을거 구하러 왔나?

그럼 동지잖아.

아......씨발.

웬지 안심되는걸.

"...으흠."

헛기침을 하며 천천히 일어났다.

여자애 둘이 헉 하더니 날 돌아본다.

소스라치는 표정이다.

문을 붙잡을려고 한다.

...문 더듬는거 봐라, 씨발. 내가 짐승인간이었으면 타이밍상 너흰 이미 죽었어.

"난 먹을거 구하러 왔어."

손바닥을 내밀며 나직이 말했다.

여자애들이 흠칫하며 날 쳐다본다.

눈에는 공포심이 맺혀있다.

"먹을거 챙기고, 나는 나갈거야. 너희들도 먹을거 챙기러 온거면, 서둘러. 그 놈들이 언제 나타날지 아무도 몰라."

니들이 무섭던 말던 난 일단 내 할 말부터 다 했다. 낮은 목소리로, 가능한 조용히.

이 년들이 눈치도 없이 비명이라도 지르면, 밀실이나 다름없는 이 편의점 안이 내 무덤이 될거다.

병신처럼 소리질러서 니들이 죽는거야 내가 알 바 아닌데, 나까지 휘말려서 죽기는 싫거든.

나는 내가 할 일 하러 왔으니, 니들은 니들 할 일 해라.

"후우, 후우."

가능한 평온하게 숨쉬려 하며, 여자들에게 손을 내민 채 잠시 가만히 있었다.

표정을 보니, 꽤 괜찮아진 것 같은데.

저 년들도 그렇게까지 눈치 없는 년들은 아닌가보네. 비명지르지 않는걸 보니.

유리벽 너머를 슬쩍 쳐다봤다.

다행이다.

아직 조용하다.

난 여자들을 힐끔 바라보곤, 냉동실에서 만두를 집어 가방 안에 쑤셔넣었다.

뭐 더 챙길거 없나.

과자......

배부르지가 않아.

질소빵빵한 봉투라 가방에 넣어봤자 얼마 넣지도 못하고.

그냥 만두나 좀 더 챙기자.

두봉지, 세봉지.

그리고, 음료수.

게토레이 큰걸 꺼내 가방에 쑤셔넣으며 뒤돌아보니, 여자들이 먹을걸 고르고 있었다.

......껌은 왜 집는건데?

먹지도 못할거.

그때, 어딘가에서 와장창! 하며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비명이 울렸다.

누군가가 당했다!

제기랄, 가깝다!

비명소리가 너무 커!

스피커 크게 틀어놓고 온 힘을 다해 질러대는 것같다!

편의점 안이 쩌렁쩌렁 울린다!

여자들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그리고 그 순간, 계산대 뒤에서 시커먼게 벌떡 솟아났다.

"크아아아악!"

아뿔싸!

계산대 뒤에 엎어져 있었구나!

제기랄, 확인을 못했어!

저거, 편의점 알바생이다!

얼굴 절반이 사라져있다!

턱이 그대로 드러나 이빨을 드러내놓고 있다!

"크아아아앍!"

알바생이 눈을 뒤집고 계산대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몸을 굽힌 채 뛰어 오른다.

짐승이나 마찬가지다.

"으아아악! 꺄아아아악!"

여자들이 비명을 지른다.

그러며 그대로 주저앉아버린다.

왜 앉는건데!

이 미친년들이 씨발!

알바생이 미친년들에게 뛰어들었다.

나도 곧장 미친년들에게 뛰어들었다.

미친년들은 좌우에서 쳐들어오자 서로 붙잡고 비명을 질러댔다.

알바생이 턱을 쩌억 여는게 보인다.

씨발것이 어찌나 턱을 벌리는지, 입술이 좌우로 찢어진다!

개미친 씨발!

늦으면 좆된다!

한 순간이라도 늦으면 좆된다!

빨리!

더 빨리!

[자동시전 : 가속]

그 순간, 여자에게 덮쳐가던 알바생이 공중에서 멈췄다.

"크롸아-아--아---"

놀랍다!

무슨 특수촬영한 슬로우모션처럼 공중에서 느릿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씨발 지금 그런걸 생각할 때가 아니지!

난 곧장 삼단봉을 아래에서 위로 힘껏 올려쳤다.

쇳덩어리가 알바생의 면상에 정확히 적중했다.

파각! 하며 코가 단숨에 부러진다.

피가 느릿하게 허공으로 방울방울 흩어진다.

얼굴이 꼭 짓눌러 놓은듯 우그러든다.

난 두 손으로 삼단봉을 잡고 야구하듯이 힘껏 휘둘렀다.

쇳덩어리가 알바생의 면상에 또다시 작렬했다.

퍼걱!

누...눈이!

눈...!

눈, 눈알이 튀어나왔다!

개씹, 삶은 계란같네, 개씨발!

씨발, 미친!

"---아--어-어러럵!"

알바생이 공중에서 반회전하며 진열대에 힘껏 부딪혔다.

와르륵! 하며 진열대가 상품을 휘날리며 엎어졌다.

가속이 풀렸다!

"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미친년들이 씨발, 분위기도 모르고 아직도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난 가방을 서둘러 메고, 여자 하나의 팔을 붙잡고 들어올렸다.

"일어나! 어서!"

이 눈치없는 씨발년아!

"꺄아아악! 아악! 꺄아아아아악!"

개씨발 진짜!

쓰러진 알바생이 부들부들 경련하며 괴상한 소리를 냈다.

"커러러럭! 크러러럵!"

이... 일어날 것 같은데!

미친 씨발!

밖에서도 소리가 들린다.

...포효소리다.

아니, 짐승 울음소리다.

드......

들켰다......!

"꺄아아악! 으아아아악! 아아아악!"

미친년들이 주저앉아 손을 발발 떨면서 비명을 질러대며 밖에 있는 것들에게 어그로를 끌고있다.

이러면 개씨발 나갈 수가 없다!

어디서 덮쳐올지 알 수 없다!

미친, 어쩌지?!

난 주위를 둘러봤다.

여기서 판단 잘못하면 좆된다!

"...!"

찾았다.

찾았다!

카운터 뒤쪽에 편의점 창고!

슬쩍 열려있잖아!

개씨발, 개씹 다행이다!

난 여자 팔을 움켜쥐고 창고로 힘껏 잡아끌었다.

"이리로 와! 안그럼 죽어!"

이 썅년이 씨발 아직도 비명 쳐지르면서 움직이질 않네!

창 밖에서 포효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크아아아악! 크아아악!"

한 놈이 아니다!

개씨발 존나 여러놈이 동시에 포효하는 소리다!

존나 몰려온다!

"꺄아아악! 아아아아악!"

이 씨발 미친년들 개씹!

난 고함을 버럭 질렀다!

"빨리 오라고! 죽고싶어?!"

호통치면서 당기니 어찌어찌 끌려온다.

교복입은 미친년도 팔을 잡고 힘껏 당겼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