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화 (10/187)

심장은 쿵쾅대며 뛰고있다.

혹시나 일이 잘못되면 다 죽는다.

"...후우..."

손잡이를 살며시 돌렸다.

관리가 잘 된건지 소리가 안난다.

제법인데, 편의점 사장님.

슬며시 열어봤다.

편의점 내부가 보인다.

삼각김밥 진열대가 있고, 그 너머에 온갖 커피며 핫바 따위들이 늘어서 있고, 진열대 너머 냉장고도 보인다.

하지만 짐승인간들은 없었다.

어디갔지?

눈을 내려봤다.

"...!"

씨발것들이 바닥에 누워있잖아.

엎드려 있는건지 뻗은건지 모르겠다.

왜 저러고 있지?

...나가서 확인하기엔 너무 위험하다.

어떡한다?

시야가 환해진다.

심장이 쿵쾅인다.

머릿속에 잡생각이 사라진다.

난 혀로 입술을 적셨다.

그리고 입술을 모아, 휘파람을 불었다.

휘잇!

"크르르르륵!"

으르렁대는 소리와 함께 뻗어있던 것들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좌우로 대가리를 홱홱 젓는다.

체크무늬 남방 대학생, 양복 회사원, 청바지 애송이, 고등학생.

네명이다.

다 남자네.

어디서 소리가 났는지 찾나본데.

아직 여길 발견하진 못한 모양이다.

문이 빼꼼 열려있으니 그럴만도 하지.

저 놈들을 구경한다고 답이 나오진 않는다.

난 다시 휘파람을 불었다.

휘잇!

"크르륵!"

좀비 네마리가 이쪽으로 고개를 홱 돌린다.

씨발 진짜 면상 개좆같네.

목 살이 뭉텅이로 나갔고, 티셔츠는 찢어져있고, 코와 뺨이 같이 뜯겨나갔고......

"크아아악! 크아아아악!"

달려든다!

씨발, 가속!

빨리!

[자동시전 : 가속]

"크롸아-아--아---"

체크무늬가 카운터로 펄쩍 뛰어오르며, 정장 아재가 카운터를 짚고 달려들며, 청바지가 벽을 들이받으며, 고등학생이 창고로 들이닥치려는 찰나.

시간이 멈췄다.

아니, 움직임이 느려졌다.

또다.

또 이 거리다!

항상 같은 거리에서 시간이 멈춘다!

난 창을 들어올려 고등학생의 머리를 겨냥했다.

미안한데, 안 미안하다 씹새끼야!

"으라아압!"

고삐리의 마빡에 힘껏 창을 찔러넣었다.

파각!

씨발!

창이 안 들어가!

이걸론 안뒤져!

난 즉시 창을 당겼다.

온 힘을 다해 다시 찔러넣었다.

"크아압!"

퍼거걱!

불쾌한 감촉이 창을 타고 내 손으로 전해져왔다.

창이 고등학생의 대가리를 뚫고 들어갔다.

고등학생의 눈알이 튀어나올 것같다.

소름끼친다 씨발!

난 즉시 창을 힘껏 당겨 뽑아냈다.

"---아--아-아아앍!"

가속이 풀렸다!

난 즉시 문을 힘껏 밀어 닫았다.

콰쾅!

닫히는 힘과 들이받는 힘이 도중에 부딪혀 굉음을 터뜨렸다.

꺄아악! 으아앙 하며 비명과 우는 소리가 동시에 들린다.

난 즉시 문을 잠갔다.

철컥!

"크아아악! 크롸아아아악!"

쾅! 쾅! 쾅! 쾅! 쾅!

"헉, 헉, 헉!"

씨발!

난 창을 든 채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시... 심장 터질 것같다.

진짜 죽일려고 죽인건 이번이 처음이다.

"헉, 헉, 헉!"

소은이 울고있고, 예은이는 달래고 있다.

내 창에는 피와 머리칼이 찐득하게 묻어있고, 기분은 미칠 것같다.

나 방금 사람 죽였다.

턱이 덜덜 떨린다.

"크아아앍! 크아아아악!"

쾅! 쾅! 쾅! 쾅! 쾅!

문이 진동하는게 보인다.

"후우, 후우, 후우."

아니야.

저건 사람이 아니야.

죽이는게 맞아.

난 이를 악물며 심호흡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메세지가 뜬다.

난 입을 다물고, 이를 악문 채,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았다.

다 죽이자.

앞으로도, 계속.

저 놈들을 전부 죽여버리자.

종말?

좆까 씨발.

내가 뒤질것 같냐.

숨을 헉헉 몰아쉬다가 나직이 말했다.

"...좀, 좀 쉬었다가. 다시."

다 죽여버리자.

결심은 했지만 턱은 여전히 덜덜 떨린다.

딱딱거리며 이빨이 부딪힌다.

싸움질이야 해봤지.

사람을 죽인다?

생각도 해본적 없다.

나 방금 사람 죽였다.

아니, 사람이 아니다.

...고등학생이었어.

교복을 입고있었다고.

아니, 사람이 아니야!

난 창을 움켜쥐고 천천히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하아."

소은이가 애앵거리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예은이 동생의 머리와 등을 쓸어주며 달래고 있었다.

그러며 날 쳐다본다.

"...고맙습니다."

고맙다고?

난 예은이를 바라봤다.

눈이......

반쯤 젖어있는데도,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데도,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날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결심을 맺은 얼굴이다.

살아서 나가겠다는 결심이 얼굴에 가득하다.

동시에, 나를 믿겠다는 의지가 들어있다.

...저런 눈으로 봐주니 좀 기운이 나는걸.

난 고개를 끄덕였다.

금속 파이프가 두개골을 뚫고 들어갈 때의 끔찍한 느낌 같은건 잊어버리자.

앞으로 수십번, 아니, 수천 수만번 두개골을 뚫고 무기를 집어넣어야 될거다.

입술을 다물고, 허공을 노려보며 난 천천히 숨쉬었다.

"...성훈씨."

쉰 목소리.

난 예은이를 다시 쳐다봤다.

"밖에 얼마나 더 있어요?"

난 말없이 손가락 세개를 들어보였다.

그러며 말했다.

"...난 방금 사람을 죽였어요."

예은이와 소은이가 흠칫하는 소리가 들린다.

난 나직이 말했다.

"...좀 쉬었다가 다시 할겁니다."

예은이도 소은이도 대답은 없었다.

난 예은을 돌아봤다.

그녀도 날 보고있다.

눈물이 또르륵 흐른다.

왜 우는지는 모르겠는데, 울지 말라고 말할 생각도 안 든다.

난 말했다.

"...살아서 나갑시다. 같이."

예은이 내 말에 나직이 고개를 끄덕여왔다.

그래.

살아서 나가자.

난 창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급해서 들어온 창고다.

세사람이 앉으면 비좁을 정도다.

이 좁은 창고에 이렇게 길게 갇혀있게 될거라곤 나도, 저 여자들도 몰랐다.

버티자.

버티고 버텨서, 살아나가자.

"후우..."

좀 앉아있으니 멘탈이 회복되는 것같다.

쉬고있는데 예은이 말을 걸어왔다.

"저어... 성훈씨."

그녀를 돌아봤다.

예은이 말했다.

"밖에 세... 세사람... 많이... 위험하죠? 저... 저희집에... 할머니가... 혼자 계시는데..."

......음......

말하는 어투와 표정을 보아하니...

빨리 좀 어떻게 해달라는거 같은데...

나는 씨발 여기 있고싶어서 이러고 있는줄 아나.

좀 발뻗고 있고싶다고, 나도.

가속이 충전되길 기다리고 있다, 라는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은거냐.

좀 생각해보다 대답해줬다.

"저 놈들이 진정하길 기다리는겁니다. 아까 보니까 그냥 엎어져 있더군요. 갑자기 몇놈이 덮치면 저 선반이 버틸지도 모르겠고."

"...아..."

예은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냥 그러고 있어라.

아, 그렇지.

아까 렙업했는데.

상태창을 열었다.

...스텟을...

...씨발, 갑자기 또 고민되네.

가속 횟수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데, 회복도 중요하다.

정신을 올려봤자 회복이 안 받쳐주면 오랫동안 쉬는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가능하면 빨리 나가고 싶단 말이지.

......밖에 있는건 세놈......

다 죽인다고 치면, 지금 있는것 까지 해서 4점이네.

...그래.

난 체력에 1점을 넣고는 도로 눈을 감았다.

회복량이 시간당 겨우 0.1만큼 오른다고 해도 좋다. 가능한 빨리 회복시켜서, 빨리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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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받은 자

[전문화 - 시간조정자] [레벨 - 3]

[호칭 - 일반인]

스테이터스

[체력 - 3/7] [감각 - 2/2]

[힘 - 4/5] [민첩 - 4/4]

[정신 - 3/8] [지능 - N/A]

[분배 포인트 - 0]

스킬

[액티브 - 가속] (자동시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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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에 1점 넣고나니......

큭... 체력이 3점이었네.

아깐 5점이었어.

대충 한시간쯤 지났다.

그러면 6점이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3점이다.

...한시간에 3번 회복되는 셈이네.

20분에 한번씩 체력을 1 깎으면서 다른 스텟들이 회복되는건가?

...만약 그런거면, 체력 스텟의 효율이 상당하다는 뜻인데.

체력이라......

어쨋든, 알겠어.

힘도 1 나갔네.

아까 창 찔러넣느라 용써서 그런가?

몸은 괜찮은데.

...설마 한 놈 죽이는데 힘 1씩 든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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