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화 (13/187)

"그렇죠. 안 붙잡히면 돌아오는거죠."

할매가 탄식하며 말했다.

"하이구, 선생님. 그냥 집에 계시요. 예? 뭐하러 나가려고요. 그 무지막지한 것들이 사람을 때리고 깨문다는데."

이 할매는 안경녀랑은 또 다르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눈은 살짝 웃는 듯하다.

나가서 뭘 갖고와주길 바라고 있는거다.

할매.

능구렁이인걸?

난 미소지었다.

"염려마세요. 잘 다녀올 수 있을겁니다."

최대 5마리 까지라면 말이지.

힘스텟 씨발...

힘 0되면 어떻게 되는걸까.

...알아보고 싶진 않다.

...그러고보니 방금 나 3마리 해치웠지.

난 만둣국을 후루룩 먹어버리곤 말했다.

"휴. 이제 좀 살겠네요. 아깐 진짜 너무 굶어서 되게 안좋았어요, 상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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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받은 자

[전문화 - 시간조정자] [레벨 - 6]

[호칭 - 일반인]

스테이터스

[체력 - 5/7] [감각 - 2/2]

[힘 - 2/5] [민첩 - 4/4]

[정신 - 0/8] [지능 - N/A]

[분배 포인트 - 3]

스킬

[액티브 - 가속] (자동시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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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것.

힘 3점 나갔다.

몸 상태는 괜찮다.

힘만 3점 나간거다.

즉, 한마리에 1점씩이다.

개씨발!

불길한 예상은 왜 틀리질 않는거냐.

힘 0되면 어떻게 되는건데?

가속 박고 대가리를 찍어도 못 죽이는건가?

난 가능한 한숨쉬지 않기 위해 애쓰며 억지로 미소지었다.

지금 내가 처리 가능한 좀비는 하루 최대 5명이라는 거다.

빨리 회복하려면 체력.

많이 죽이려면 힘.

가속 횟수를 늘리려면 정신.

...감각이랑 민첩은 뭔지 모르겠는데, 체력 힘 정신의 중요도를 보아하니, 쟤네들도 뭔가 역할이 있긴 있는거다.

게다가 지능은 N/A고.

나 지능 그렇게 낮지 않거든!

그러면, 내 지능이 아니라, 스텟으로서의 무슨 기능을 하는 지능을 말하는거다.

그게 뭔진 아직 모른다.

5개나 모아놓은 혼석이 뭔지도 모르고.

모르는 것 투성이다.

씨발, 선택받은 자같은 소리하네.

좀 친절하게 알려주기나 할 것이지.

"성훈씨, 그럼 언제 나갈거예요? 뭐 가지고 올 생각?"

안경녀가 물어왔다.

난 가능한 마음을 차분하게 먹으려 애쓰며 대답했다.

"글쎄요......"

음.

무기가 필요하지.

여기선 굳이 숨기거나 구라칠 필요는 없겠다.

"무기가 아무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중이거든요. 지금 파이프를 갖고있긴 한데 아무래도..."

...어?

앗!

개씨발, 삼단봉을 창고에 놓고왔어!

난 눈을 슬며시 감았다가, 나 자신에게 병신새끼라고 속으로 욕 한번 박아주고는 눈을 슬며시 떴다.

안경녀가 턱에 손가락을 짚고 뭘 생각하고 있었다.

"무기라... 그거, 제가 좀 도와드릴 수 있을것 같은데요."

"예?"

안경녀가 어깨를 으쓱했다.

"장비만 있으면 뭐 간단한건 만들어 드릴 수 있어요. 파이프 갖고 계시다고요? 저 문 앞에 있던 더러운거?"

"네, 맞습니다."

안경녀가 저 쪽을 보면서 흐음 하더니 말했다.

"철물점에 다녀와요 그럼."

...!

처... 철물점!

그거다!

씨발, 나 왜이리 멍청하지? 다이소같은 거나 생각하고 자빠졌고!

철물점이야 말로 없는 동네가 없는데!

지금 상황에선 철물점만큼 좋은 곳이 없다!

무기를 구하기엔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난 활짝 웃었다.

저절로 나오는 웃음이다.

아, 좋은걸.

이 여자, 마음에 들어.

"그거 좋군요. 철물점에 가본지 오래됐네요. 뭐 가져오면 되죠?"

안경녀가 웃으며 말했다.

"성훈씨 웃는거 봐. 음, 철물점은요. 아마 거기서 도끼나 마체테 같은거 구할 수 있을거예요. 그거랑, 칼 같은거."

...도끼...!

마체테...!

난 놀라며 물었다.

"마체테를 철물점에서 구할 수 있다고요?"

안경녀가 웃었다.

"그럼요. 마체테, 공구예요. 무기가 아니라. 무기처럼 생기긴 했지만."

진짜 몰랐다!

철물점에서 마체테를 판다니!

난 고개를 끄덕이며 안경녀를 바라봤다.

마음에 들어, 이 여자.

기공과라고?

입술을 깨물며 미소짓는다. 그런 얼굴로 안경녀를 바라보고 있자, 안경녀가 뭘 그런 눈으로 보냐는 듯 살짝 새침하게 날 흘겨본다.

씨발, 귀엽네.

안경녀가 아, 하더니 말했다.

"가서 혹시 용접기랑 용접봉 있으면 그것도 갖고와요. 저 파이프랑 식칼이랑 붙여버리게. 날이 달려있으면 제대로 창으로 쓸 수 있지 않겠어요?"

"...마음에 드는군요. 제가 이 근처를 잘 몰라서 그런데, 약도를 좀 그려주시겠어요?"

"물론이죠."

정말로 마음에 든다.

이 여자... 이름이 뭐였지?

"죄송합니다, 그쪽 이름이 뭐였죠?"

"안수현."

그러며 다시 내게 손을 내민다.

난 수현의 손을 다시 맞잡았다.

"한성훈. 만나서 반가워요."

정말로 반갑다.

기공과 공대생이라니.

보물을 찾았다.

이 여자, 내게 정말로 도움이 될 것이다.

* * *

식사를 마치고 할매한테 열쇠를 받아 옥탑방으로 올라왔다.

옥탑방은 휑하다.

진짜 아무것도 없다.

빈 방이다.

부엌에 있는건 냉장고와 가스렌지.

방 안에 있는건 창문에 커텐.

우두커니 서서 텅빈 방을 둘러보고 있는데, 예은과 소은이 이불과 베개를 들고 올라왔다.

"저, 일단 이거..."

"아, 고마워요."

이불과 베개라.

후.

몸에서도 꽤 나쁜 냄새가 나는데.

땀을 엄청 흘려놨으니.

내일 나가면 옷도 좀 해결을 봐야되겠다.

"정말... 나가실거예요?"

예은이 퍽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온다.

이 여자, 이렇게 보니 또 예쁘게 생겼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죠. 걱정 마세요."

예은의 뒤에서 소은이 주춤거리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초콜렛이다.

"...고맙습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난 초콜렛을 받아들고는 웃었다.

"잘 먹을게."

그리곤 두 여자를 보며 말했다.

"잘자요."

"네..."

예은의 얼굴은 여전히 약간 어두웠다.

문을 닫고나니 왜 예은의 표정이 그런지 좀 알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할매는 내가 나가서 뭘 가져오길 바란다.

수현은 밖이 위험하다는 것만 알 뿐, 별 생각이 없어보인다.

이 두사람의 공통점은, 직접 맞닥뜨린 일이 없다는거다. 그러니 누가 대신 나가주면 고맙거나 반가운 생각이 먼저 드는거겠지.

하지만 예은과 소은은 밖에 나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너무 잘 안다.

특히 예은은 내가 좀비들을 찔러 죽이는걸 코앞에서 봤다.

진짜 죽을수도 있다는걸 체험했다.

공포심의 정도가 다른거다.

어차피 종말이야.

할매든 수현이든, 언젠가는 맞닥뜨리게 될거다.

그런 일이 없으면 제일 좋겠지만, 그냥 무사안일로 마냥 지낼 수 있다는 보장따윈 없다.

종말이니까.

쏴아아.

샤워물을 맞고 있으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하아..."

시원하다.

그래.

앞으로의 일 같은건 생각하지 말자.

머리만 복잡해진다.

내일은 철물점.

그리고 옷을 구해오는거다.

이튿날,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난 잠에서 깼다.

정신에 2, 체력에 1 넣어 각각 10, 8 만들어놓고 바로 뻗었었지.

참 오래도 잤네.

12시간은 자버린 것 같은데?

씻고 옷을 입을려고 하니 땀이 말라서 티가 단단하다. 젠장. 냄새도 별로고 입기 싫어.

억지로 옷을 입고 소은이가 준 초콜릿을 으적거리며 먹었다.

좋아.

나가보자.

배고프면 편의점에서 뭐 좀 주워먹지 뭐.

계단을 내려가다보니 웅웅소리가 들린다.

주인집에서 세탁기 돌리는 것 같은데?

1층에 내려가니 안수현이 마당 빨랫줄에 세탁물을 널고 있었다.

밖에 나와있는거 보니 얘도 꽤 강심장이다.

안수현이 날 발견하곤 속닥거렸다.

"안녕하세요. 지금 나가려고요?"

난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수현이 내게 접어둔 노트를 내밀었다.

공책에서 찢은 것 같은데.

"말씀하셨던 약도예요."

......음.

얘, 참 맘에 든단 말이야.

"조심하세요, 성훈씨."

웃으며 다시 고개를 끄덕여줬다.

아.

"저기, 대문 비밀번호가 뭐였죠?"

"폰 번호 알려드릴게요. 오실때 연락주세요."

수현이와 번호를 교환했다.

...젠장. 밧데리 20퍼 남았다.

충전해야돼.

20퍼라... 오늘 밤까지는 버텨주겠지.

"다녀올게요."

"조심해요, 성훈씨."

고개를 끄덕여주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텅 빈 아디다스 백팩 하나와 파이프 창.

그리고 가속 2회.

"후..."

가자. 철물점으로.

가로등이 켜졌다.

방금 전에 노을지는 것 같았는데, 대문 닫고 앞을 보자 밤하늘밖에 안 보인다.

뒤를 보니 노을이 내려가고 있다.

음.

얼마 안 지나서 완전히 어두워지겠는데.

조용하다.

고요하다.

개짖는 소리도 안 들린다.

편의점을 향해 걸어나갔다.

약도에 의하면, 큰 도로를 건너가 왼쪽으로 몇 블럭 가면 맥도날드, 미용실, 그리고 철물점이다.

셋 다 각자 건물을 끼고있어 학원에 내과에 별게 다 있긴 한데, 지금 그런데는 내 관심사가 아니다.

편의점에 도착했다.

"......"

삼단봉 가지고 갈까......

잠시 서서 주위를 둘러봤다.

조용하다.

좀비들이 사라진건 아닐거다. 어딘가에 있다. 죄다 어디 안보이는데 엎어져서 죽은것처럼 하고있을 뿐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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