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화 (17/187)

오, 찾았다.

백팩 앞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한대 피워물었다. 연기가 가슴속에 훅 들어왔다가 시원하게 나간다.

"하아..."

띵하게 오네.

좋다.

똑똑.

음?

"오빠, 저예요. 충전기 갖고 왔어요."

오오.

난 일어서려다 멈칫했다.

지금 빤스도 없이 수건 하나 두르고 있는데?

뭐, 충전기만 받으면 되겠지.

문을 빼꼼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아, 고마워."

수현이 눈이 동그래져서 날 본다.

"오빠 담배 피워요?"

"응."

"...왜 그러고 있어요? 고개만 내밀고."

난 웃었다.

"지금 나체라서. 방금 씻었거든."

수현이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더니 말했다.

"...저도 담배 한 대 줄래요?"

......들어오고 싶다는 건가.

이 여자......

밥 먹을때도 그런 분위기 풍기더니...

...자지가 좀 슬금슬금 일어설려고 하는데.

난 미소지었다.

"그래. 들어와."

문을 열면서 손을 방으로 향해주니 수현이가 총총거리며 들어왔다.

"와... 진짜 아무것도 없네... 빈 방이네요? 콘센트는 어디 있어요?"

"저기."

이불 깔아놓은 구석을 가리켰다.

수현이가 그리로 가더니, 들고있던 충전기를 꽂았다.

난 수현의 뒤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수현을 껴안았다.

"앗!"

수현이 놀라서 움찔거렸다.

하지만 반항하진 않았다.

난 미소지었다.

"너, 맘에 든다."

그러며 수현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밥 먹을 때부터 허벅지에 손을 얹질 않나, 다 벗고 있다는데 들어오겠다고 하질 않나.

이제와서 그만두겠다고 해도 안 놔준다.

살짝 통통한 뱃살.

풍만한 가슴.

아마 키 155쯤? 몸무게는 50정도 되겠다.

수현이 날 돌아보더니 중얼거렸다.

"그래도... 이야기는 좀 하고..."

뭐라는거야.

날 돌아보니 머리칼이 내 뺨을 간지럽힌다.

난 웃고는 수현의 턱을 잡고 내게 돌리며 입맞췄다.

말랑한 입술이 저절로 벌어진다.

스스로 혀를 내밀어 온다.

말랑하고, 촉촉하다.

이 여자가 갑자기 내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종말이 와서 그런가?

밖에 나가지 못해서 그런건가?

어쨋든, 지금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

난 수현을 그대로 이부자리에 눕히며 브라 후크를 풀었다.

틱.

티셔츠와 함께 확 벗겨내고, 곧장 바지도 벗겼다.

팬티 위로 둔덕을 쓰다듬으니 움찔한다.

...젖어있네.

얘도 내 허벅지에 손 올렸을 때부터 은근히 기대하는게 있었던 모양이다.

목을, 귀를, 그리고 젖을 움켜쥐며 젖꼭지를 빨았다.

오랜만에 안아보는 여자다.

향긋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팬티 안에 손을 넣으니 보드라운 균열이 손가락을 맞이해온다.

털이 소복하네.

포근하고 따스한 균열을 비비니 액이 점점 넘쳐나오기 시작했다.

엄청 미끈미끈하다.

"...아응...흣..."

수현이 희미하게 신음했다.

팬티를 확 벗기곤, 내 허릴 감고있던 수건도 던져버렸다.

자지가 빳빳하다.

후우.

심장이 두근대는걸.

자지를 수현의 가랑이에 대고 슬슬 문질렀다.

"...넣는다."

수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다리를 벌리고 눈 감은 채 희미하게 신음할 뿐이었다.

그대로 허리를 밀어넣었다.

포근하고 미끈한 감촉이 자지를 타고 올라왔다.

"...앙읏!"

수현이 찡그리며 신음했다.

엎드려 수현이를 껴안고 천천히 허리를 왕복했다.

기분 좋은 느낌이 자지를 감싸온다.

"하아... 기분좋다, 수현아."

대답은 없었다.

그저 신음 뿐이었다.

* * *

"사귀는건 아니예요."

수현이 옷을 입으며 날 새침하게 돌아봤다.

"가끔 땡길 때가 있거든요. 오빠가 마침 거기 계셨던 거예요."

난 피식 웃고는 팔을 슬쩍 벌렸다.

"항상 여기 있을테니, 얼마든지."

수현이 옷을 입는 동안 계속 가슴을 어루만졌다. 수현이도 딱히 내 손을 물리치진 않았다.

감촉 좋네.

옷을 입은 수현이 날 돌아봤다.

"오빠, 잘 자요."

내 뺨에 쪽, 하고 입맞춘다.

"그래. 잘자라."

수현이 나가며 문 닫는것까지 다 보고서야 난 느긋하게 이불에 누웠다.

꽤 괜찮은 밤이야.

푹 쉬었다가, 내일도 나가보자.

상태창을 열어보니 포인트가 4점이 생겼다.

...4점이라고?

철물점에서 2명...

길거리에서 1...

어?

중딩도 포함된거냐?

왜지?

...아무나 죽이기만 하면 렙업인건가, 아니면 물려서 변할 상태인 놈이라 렙업한건가.

...모르겠군.

...아무튼 4점이라...

가속을 확보해두는게 좋겠지.

4점을 정신에 넣어 14점이 되었다.

1점만 더 벌면 가속 3회다.

...그런데...

몰려있는 놈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먼저 생각해야 돼.

나가는 것도 좋고, 렙업도 좋은데, 몰려있는 놈들이 한 번에 내게 들이닥치면 감당이 안 된다.

...머릿속에 뭔가가 그려졌다.

...요 앞 편의점.

거길 좀 활용해볼 수 있겠어.

...좋아.

난 끄덕이곤 눈을 감았다.

아침밥 맛있었다.

할매가 꽤 요리솜씨가 좋은데?

고춧가루랑 멸치라고?

알겠어.

내 옆에 앉은 수현이는 평소와 다름없다.

반찬이 맛있다는 둥 재잘대며 잘 먹는다.

그런데 예은이와 소은이는 얼굴이 꽤나 묘한데.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다 아는 눈치다.

신음소리가 좀 흘러나갔나?

흠흠.

"잘 먹었습니다."

"오빠, 바로 출동하는 거야?"

"가야지."

"그럼 오빠, 검도장에 다녀와."

난 나가려다 멈췄다.

"...검도장?"

...검도장!

수현이 밥 우물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 아마 진검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

아니 씨발, 왜 난 그 생각을 못했지?

온통 렙업생각에 좀비들 맞닥뜨리고 다니니 살아남자는 생각밖에 못했네.

검도장이라니!

수현이 배시시 웃으며 내게 종이를 내밀었다.

"오빠가 무기 찾아다니니까, 잘려고 누웠는데 그 생각이 나더라구. 약도야. 저기 마트 건물 4층."

"아, 고맙다."

약도를 받아들곤 웃었다.

수현이 새침하게 날 쳐다보곤 말했다.

"웃지 마. 정들어. 오빠가 무사해야 우리 필요한것도 오빠가 자꾸 갖다줄거 아니야."

"그래, 그래."

난 웃고는 수현의 어깨를 짚어줬다.

그리곤 예은이와 소은이를 보며 말했다.

"다녀올게."

"네. 조심히 다녀오세요."

"잉. 잘 다녀와. 다치지 말구."

예은이는 그렇게 말했지만, 소은이는 날 힐끔힐끔 쳐다볼 뿐이다.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는데.

...틀림없이 어제 신음소릴 들은거다.

쯥.

가자, 가.

* * *

아침인데도 거리는 한산했다.

이따금 들려오는 저 어딘가의 비명소리를 제외하면 말이지.

아침에 폰을 좀 들여다 봤는데 수현이 말대로였다. 이젠 뉴스가 거의 업데이트 되지 않는다.

겨우 며칠 지났을 뿐인데 언론사 대부분이 당해버린거다. 방송사도 마찬가지.

유튜브는 뭐 어떻게 관리되는건지 모르겠는데, 아직 잘 돌아간다.

소식은 이제 유튜브로밖에 접할 수가 없다.

일단, WHO는 망했다.

아니, 망했다기 보다는, 거의 무용지물이 되었다고 보는게 맞겠다.

제약회사고 뭐고 무너져버린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고, 의사마저 감염자가 되어 병원을 쑥대밭을 만들어 놓는데 무슨 전염병 연구냐.

어딘가에서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보건 기구로써의 WHO는 더이상 역할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는게 맞다.

망해버린거지.

각국 지도부들은 벙커 같은데서 생존해 있는 것 같지만, 그건 제대로 된 국가들 얘기다.

제3세계 국가, 온두라스나 시리아, 미얀마같은 그런데는 이미 정부 같은건 없어져버렸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불과 며칠 사이에 지도에서 사라진 셈이다.

몇몇 살아남은 사람들이 유튜브로 생존신고 같은걸 하고 있었다.

지금 먹을걸 구하러 갑니다. 다녀와서 다시 영상 올릴게요. 해놓고 다음 영상이 없다.

그런 채널이 수백 수천개다.

세계는 빠른 속도로 무너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지.

나도 그중 하나고.

편의점을 등지고 길을 따라 조심스레 걸어갔다.

젠장, 아침이라 그런가 웬지 마음이 놓이는데.

마음을 놓으면 안 돼.

마트는 비교적 가까웠다.

한의원과 떡방앗간, 옷가게를 지나면 바로 마트였다.

이런 가게들 특징은, 내부가 잘 안 보인다는거지. 당연히 안에서도 밖을 못 본다.

옷가게는 온갖 옷가지를 주렁주렁 걸어놨다.

덕분에 안쪽은 잘 안보여도, 무슨 옷이 있는지는 잘 보인다. 내가 입을 만한 옷도 제법 있는데.

여유 되면 여기도 한번 들러야겠어.

지금은 일단, 검도장으로.

마트가 점점 가까워졌다.

크르르륵- 크르르륵-

"......"

있다.

많다.

저 안에 바글바글하다.

한의원이나 떡방앗간, 옷가게 같은데야 손님이 바글바글할 일이 잘 없으니 한가롭게 걸어왔지만, 저 마트 안은 얘기가 다르다.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섬칫할만큼 공기를 울린다.

소리만 들으면 백명은 저 안에 있는 것같다.

......안돼.

저긴 너무 위험하다.

난 대형 도끼를 힘껏 움켜쥐고, 조심스레 마트 옆으로 들어가 옆문을 열었다.

1층 전체가 마트인 건물.

옆문을 열었어도, 마트 입구와 통해있어 계산대까지는 보인다.

좀비들 열마리 정도가 거기 서서, 또 엎어져 있었다.

조심해야 된다.

눈에 띄면 저 놈들이 단숨에 내게 달려든다.

조심.

도끼를 들고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마트 입구를 지나가야 된단 말이지.

무리다.

저길 뚫고 지나가기엔 난 너무 약하다.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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