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을 돌리고 있다.
약간 구부정한 자세로 낮게 으르렁거리며 서있다.
...여대생?
아니면 여고생?
티셔츠 청바지 차림의 젊은 여자다.
이 여자... 마트에는 뭘 사러 갔던걸까.
혼자 갔었을까?
친구와 함께?
어쩌면 남자친구와?
그런 생각을 하며, 검을 천천히 올려 내밀었다.
문에, 문틀에 닿지 않도록 천천히.
그리고, 찔러넣었다.
"흡!"
퍼걱!
머리가 꿰뚫려 벽을 들이받는다.
쾅!
검을 힘껏 뽑으니 뒤로 널브러지며 쓰러진다.
털썩!
단숨에...뚫렸다!
좀비들이 쓰러진 시체로 고개를 홱 돌린다. 그리곤 포효했다.
"크롸라락! 크아아악!"
놈들이 문짝에 들이닥쳤다.
콰콰쾅!
"크아아악! 카아아아악!"
문은 선반에 가로막혀 삐죽하게 열릴 뿐이다. 쾅쾅댈 때마다 문이 부들부들 떨린다.
"크롸라아악!"
문틈새로 얼굴을 비집어 넣으려 하지만 비좁아서 눈알만 겨우 보인다.
손을, 팔목을 억지로 집어넣어 내게로 뻗어댄다.
어지러이 문을 틀어잡는다.
가속!
[자동시전 : 가속]
"크와아-아--아---"
느려졌다!
검을 들어 문틈에 대고있는 얼굴을 향해 조준했다.
머리가 뽀글뽀글한 중년의 아줌마다.
마트에는 반찬거리 사러 들렀던걸까.
힘껏 찔러넣었다.
파각!
정수리가 단숨에 꿰뚫려 눈을 까뒤집는다.
힘차게 뽑아 위에 있는 얼굴을 조준했다.
색이 다른 앞치마를 두른 젊은 여자다.
무슨 베이커리라고 써있다.
마트 내 빵집에서 알바하던 여자인가보다.
어쩌다 입구까지 나와있었지?
힘껏 찔러넣었다.
파각!
눈알을 뚫고 머리를 관통했다.
힘차게 뽑아내자,
"--아-롸락!"
가속이 풀렸다.
"카아아악! 크아아아악!"
제기랄, 대가리가 위아래로...!
제대로 조준을 할 수가 없다!
"흡!"
힘껏 찔렀지만 정수리를 긁고 지나갈 뿐이다.
그렇다면, 아래에 있는 놈은!
검을 대각선으로 내려 밑에서 발광하는 놈을 조준했다.
아저씨다.
이 아재도 앞치마룰 입고있네.
관리자 같은건가.
힘껏 내리찔렀다.
"흐압!"
퍼걱!
정수리를 위에서 꿰뚫린 아재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홱 풀린다. 눈을 까뒤집고 입을 어 벌린 표정이다.
"카아악! 크아아악!"
눈앞에 뭐가 홱 지나간다.
제기랄, 좀비의 손가락이다!
얼굴 들이민건 두놈.
대가리를 하도 움직여대서 제대로 조준할 수가 없다.
문은 버텨줄건가.
하지만...
한 놈 정도는 더...!
칼을 조준하려고 드니 대가리를 하도 움직여대고, 칼끝도 부들부들 안정되질 못한다.
"큭, 제길!"
날을 잡고...!
흠칫.
날을 잡으면 안 되지!
난 즉시 검을 뒤집어 칼등을 내 팔뚝에 얹었다.
그리고 조준했다.
가만히 있어라, 가만히...!
나를... 노려보는 눈.
둥그렇게 뜨고 노려보는 눈!
쩌억 벌린 아가리!
"흡!"
찔러넣었다.
파각!
칼날이 아가리를 타고 뒤통수를 뚫고나갔다.
표정이...
짐승같던 얼굴이 단숨에 넋나간 얼굴로 변했다.
힘껏 당겨 검을 뽑았다.
퍼억! 하며 칼 뽑힌 놈이 문틀에 대가리를 찧고 뒤로 넘어갔다.
그제야 보인다.
저 놈, 티셔츠 위에 조끼를 입고있다.
마트 배달부다.
쿠쾅!
"카아아악!"
대가리 하나가 문을 들이받았다.
"...!"
이... 이 아줌마, 본 적 있다.
내... 내 고시원 이웃집에 살던 아줌마다.
마트에서... 일하고 있었구나.
"카아악! 크아아아악!"
...으드득!
이를 악물고, 칼등을 팔뚝에 얹었다.
문틀에 있는 대가리는 두개.
팔은 몇갠지 모르겠다. 많다.
...아줌마.
그렇게 된거, 유감입니다.
나한테 김치도 줬었는데.
남편 사업이 망해서 가족들 뿔뿔이 흩어졌다고 했었던가.
"...흡!"
힘껏 찔러넣었다.
팅-
"!"
무... 뭐지?!
검이... 안 들어가!
똑같이 힘을 썼는데?!
다시!
"흡!"
팅-
검이 안 들어간다!
자... 잠깐.
왜지?
왜 검이...?!
...아.
다섯.
다섯명 해치웠나.
벌써?!
힘이... 0이 된건가...!
문을 닫아야 돼!
"큭!"
문을 치듯이 힘껏 밀어붙였다.
터텅! 요란한 소리가 날 뿐 닫히지 않는다.
좀비들의 팔이 세 개나 문틈새로 들어와있다.
"썅!"
난 검을 던져버렸다.
땡그랑!
그리고, 선반 위 대형도끼를 집어들었다.
힘껏 휘둘렀다.
퍽! 퍼퍽!
피가 튄다.
살점이 튄다.
팔이 잘려나갔다.
계속 휘둘렀다.
"흡! 흐읍!"
퍼걱! 퍽!
잘린 손가락이 바닥을 구른다.
틈이 생겼다!
난 즉시 문을 힘껏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제기랄, 놈들이 너무 많아! 무거워!
"크아아아압! 으아아아아앗!"
쾅! 쾅! 쾅!
"크롸라라락! 카아아아악!"
온 힘을 다해 문을 밀어붙였다.
등을 대고, 발로 벽을 밀며 힘껏 밀었다.
쾅! 쾅! 쾅!
문을 두드리고 미느라 힘이 엎치락 뒤치락 한다.
나는 계속 밀고있다.
결국, 문이 흔들흔들, 비틀대다 이내 닫혔다.
철컥.
즉시 문을 잠갔다.
"헉! 헉, 헉!"
쾅! 쾅! 쾅!
"크아아악! 카아아아아악!"
음료 선반을 잡아당겨 다시 문에 갖다댔다.
끼이이익!
"헉! 하아, 하!"
돼...
됐다...
다리가 풀린다.
비틀대다 자빠질 뻔했다.
"하아, 하아!"
툭, 하고 대형 도끼가 바닥에 떨어졌다.
난 벽을 짚고 창고 구석으로 걸어갔다.
으직.
뭐가 물컹하게 밟힌다.
뭐지?
...손가락 네 개 달린 손바닥이다.
손금에서부터 잘려있다.
그 옆엔 팔뚝이, 그리고 손가락들이 널브러져 있다.
사방에 피다.
핏방울의 비가 내린 것같다.
"하아...하아..."
어지럽다.
씨발...
선반을 붙잡고 두어걸음 걸어 창고 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바닥에 천천히 앉았다.
쾅! 쾅! 쾅! 쾅!
"카아아악! 카아아아악!"
문 밖에선 여전히 지랄발광을 해대고 있다.
난 쾅쾅댈 때마다 부들대는 문을 바라보며 천천히 한쪽 무릎을 감싸 안았다.
눈 앞에 메세지가 떠있다.
[레벨이 5 올랐습니다.]
메세지는 언제부터 떠있었지?
모르겠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5마리 죽인거구나.
"하아, 하아."
...5명이나 죽였어.
요 며칠 사이에 두자릿수를.
거의 20명 가까이...
몇명이지?
하나...둘...
...17명이네.
눈을 감고 벽에 머리를 기댔다.
...많이 죽였다.
17명.
단 며칠 사이에 17명.
엄청나게 죽인거다.
저 사람들, 다들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었겠지.
내가 다 죽였다.
"...하아...하아..."
예전같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사람을 죽여놓고 이렇게나 아무렇지도 않다니, 예전의 나였다면 정말로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겨우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다.
몇명 죽이고 구역질한게 어제였던가 그제였던가.
지금은 구역질도 나오지 않는다.
무뎌지는건가.
"하아...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