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187)

내가 어디있는지 한 번 찾아봐라, 병신들아.

"하아, 후우, 후우, 하아."

편의점 앞에 서있던 화물차 옆에 숨어서 도로가를 바라봤다.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멀다.

...됐어.

"...후우...하아..."

난 천천히 몸을 일으켜, 가능한 숙인 채 편의점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

...됐어.

여기까지 왔으면 안심이다.

돌담벽에 기대어 도로쪽 동향을 살펴봤다.

좀비들이 저 멀리서 헤메면서 으르렁대고 있다.

"...후우..."

밖으로 기어나온 놈들은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배회하려나? 아니면 랜덤하게 아무 건물이나 들어가나?

아니면, 원래 있던데로 돌아가나?

...돌아가자.

가속이 없어.

가속도 없이 밖에 오래 나와있는건 위험하다.

지금은 궁금증을 해결볼 때가 아니다.

난 몸을 돌려 하숙집으로 향했다.

...계획은 성공했다.

똑똑.

1층 수현의 문을 두드렸다.

...음.

주인집에 있나?

잠시 기다리자 뭔가 부산한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렸다.

"어? 오빠!"

수현이가 날 보곤 활짝 웃는다.

있었구만.

난 웃으며 가방을 내밀었다.

"많이는 못 챙겨왔어. 있다 밤에 한번 더 갔다올려고."

"밤에?"

수현이 날 빤히 바라본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음. 금방 갔다올거야."

수현이 날 보며 눈을 굴리더니 말했다.

"...땀 많이 흘렸네? 땀냄새 나."

"그러냐?"

수현이 고개를 안으로 살짝 까딱거렸다.

"들어와서 좀 씻어."

...좋지.

난 가방을 들고 수현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큰 방 하나, 세탁기 놓인 작은 베란다 겸 부엌 하나, 그리고 욕실 겸 샤워실.

혼자 살기엔 딱 알맞은 방이다.

방 안엔 못이랑 나무, 공구들이 널려있는데.

뭘 하던 중이었나보다.

옷을 훌러덩 벗으며 물었다.

"1층에 방 몇개야? 두개?"

"응. 옆방은 사람 안살아. 옥탑방 살던 사람이랑 둘이 친구였는데, 나갈때 같이 나갔어."

"아, 그래?"

"응. 저 방에 있던 가구들 뜯어내서 창문도 막고 그러고 있어."

오... 그랬구만.

난 바지와 빤쓰까지 확 벗어버리곤, 수현의 손을 잡고 욕실로 들어갔다.

"왜, 왜이래..."

"뭘 왜이래야. 같이 씻어."

그러고는 수현의 티셔츠를 잡고 올렸다.

키 150이 될까 싶은 조그만 여자가 새삼 부끄러워하며 가슴을 가리고는 날 새침하게 흘겨본다.

벌써 나한테 안겨놓고는.

난 웃으며 브라 후크를 풀어, 벗긴 티셔츠와 함께 욕실 밖으로 휙 던졌다.

"아, 알았어. 알았어. 자, 잠깐만."

수현이 자기가 벗겠다는 듯이 날 밀더니 바지를 벗었다. 나한테 등돌리고 벗는게...

꽤나...

난 수현이를 뒤에서 껴안고 젖을 움켜쥐며, 동시에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보드라운 털이 손가락을 간지럽힌다.

기분 좋은 감촉이다.

균열에 손가락을 넣고 비벼대니 금방 미끈미끈거린다.

"아응... 하아, 잠깐만. 좀."

수현이 내 손을 밀어냈지만 난 손을 뺄 생각이 없었다.

수현이를 주무르며 귀를 빨았다.

음, 살짝 짭쪼름한데.

집에서 일하고 있었던게 맞구만.

수현이 신음하며 샤워기를 틀었다.

쏴아아.

땀이 시원하게 씻겨 내려간다.

손에 닿는 감촉도 좋고, 물도 상쾌하다.

기분 좋은데.

수현이 내게 몸을 돌렸다.

난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

혀가 들어온다.

부드럽다.

젖을 주무르며 수현이를 만지다 보니 자지가 빳빳해져 마구 성질내며 꺼떡거린다.

난 수현의 어깨를 잡고 살짝 눌렀다.

내가 뭘 원하는지 금새 눈치챈다.

수현은 나를 힐끗 흘겨보곤, 무릎을 꿇어 앉았다.

그리고 내 자지를 두 손으로 잡고, 천천히 입에 머금었다.

희미하게 닿을 것 같은 이빨과 보드라운 혀의 감촉이 아랫도리에서 올라온다.

아아, 기분좋네.

* * *

한참 뒤에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우리는 둘 다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안에 싸지 말라니까..."

그러며 날 흘겨본다.

난 웃었다.

"너무 기분 좋아서 못 빼겠던데?"

"으이구."

수현이 내 가슴을 탁, 치더니 옷장에서 티셔츠와 반바지, 트렁크 팬티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이거 입어. 저거 빨아줄게."

음. 무난한 회색 무지티랑 검은색 칠부바지다.

"네거 아니야? 나한테 맞겠냐? ...트렁크 팬티? 이건 네거 아닌거 같은데?"

"내거 아니야. 전에 남친 있었을때, 남친 옷. 그새끼 뒤룩뒤룩 살쪄서 돼지였거든. 오빠보다 훨씬 덩치 컸어."

흐음.

난 티셔츠를 펼쳐봤다.

확실히 큼직한데.

얘가 입을 만한 옷은 분명히 아니다.

난 옷을 입으며 물었다.

"남친하곤 연락 안돼?"

"남친 아니래도. 헤어진지 한참 됐어."

"알았어."

난 웃으며 옷을 차려입곤, 가방 안에서 갖고 온 것들을 꺼내어 수현이에게 넘겼다.

"난 올라가서 좀 쉬었다가, 있다 밤에 한번 더 나갔다 온다."

수현이 날 보며 손을 흔들어 준다.

배시시 웃는게...

나도 웃음이 나오네.

손을 흔들어주곤 옥탑방으로 올라갔다.

이부자리에 털푸덕 드러누워서 천장을 올려다봤다.

...꽤 나쁘지 않은걸.

이렇게 순조롭게 렙업해 나가면 아마 한달이 되지 않아서 제법 강해질 것 같다.

게다가 쌓이면 빼주는 섹파도 있고.

아까 획득한 5포인트.

마음같아선 정신력에 쏟아부어 가속을 하나 더 확보하고 싶다.

하지만...

빨리 회복되는게 중요하지.

밤에 나갔다 올려면.

정신력에 5를 부으면 아마 자정 넘어 새벽이 되어야 완전히 회복하게 될거다.

체력에 넣으면 밤 9시나 10시쯤엔 완전히 회복되겠지.

...체력에 넣자.

넣고, 밖에 한번 더 다녀오는거다.

체력에 5를 넣고 나는 눈을 감았다.

* * *

저녁식사도 든든하게 했고, 더러워졌던 검도 깨끗하게 닦아놨다.

검... 이거 물로 닦았는데 그래도 되는건가?

녹슬거나 하진 않겠지.

굳은 피를 닦아내면서 느꼈는데, 피라는건 일단 굳으면 꽤나 안 닦이는 놈이다.

샤워타올로 한참을 비빈 후에야 겨우 핏자국이 사라졌다.

하나 남은 토마호크와 닦아놓은 검을 무장하고 편의점 거리로 나섰다.

멀리 미용실과 철물점이 보인다.

음......

미용실......

밖에서는 열마리 정도밖에 안 보였는데, 안에는 훨씬 많았어. 최소 15마리다.

아까 5마리 해치웠으니, 적어도 10마리 이상 저 안에 있는거다.

...가속 3회로는 치고 빠지기 힘들겠어.

적어도 가속 5회 정도는 확보되어야 들어가서 모조리 휩쓸고 내 안전까지 도모할 수 있을 것같다.

그럴려면 힘도 확보해둬야 되고.

...미용실은 일단 보류.

언젠간 미용실 뿐만 아니라 맥도날드, 주상복합건물까지 전부 처리해야 되겠지만 지금은 아냐.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다.

다른데가 있을거다.

난 편의점 계단에 서서 미용실쪽을 잠시 지켜봤다. 날 쫓아 나왔던 좀비들이 배회하는지 궁금해서다.

그러나 길거리는 깨끗했다.

미용실의 박살난 유리벽과 유리창 너머로 사람의 형태들이 언듯거리며 보인다.

원래 자리로 돌아간거구나.

...신기한 놈들이다.

그러면 이번엔... 도로를 건너지 말고 편의점쪽 길을 따라 가볼까.

근처에는 뭐가 있는지.

난 검에 손을 얹은 채 길을 나섰다.

밤 10시에 가까운 시각.

주변은 고요하다.

길거리엔 여자와 중딩의 시체가 누워있다.

...시체냄새. 피냄새.

난 시체를 돌아 천천히 걸어나갔다.

꺄아아악-

멀리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야밤에 뭐하러 나온거야, 저 여자는.

...밤이라서 혹시나 더 안전할거라 생각한건가?

밤이든 낮이든 똑같이 위험하다.

종말이라고.

비명이 들려온 쪽을 힐끗 보곤 내 갈길 갔다.

이쪽 길도 은근히 뭐가 많은데?

점포매매라고 써붙인 셔터 두개를 지나가자 약국과 치킨집, 그리고 커피숍이 나왔다.

약국...

...안에 몇명이나 있을래나?

크르르르 하며 으르렁대는 소리는 희미하게 들려온다. 주위를 주의깊게 살피곤, 문틈으로 살짝 들여다봤다.

...세마리.

약사 둘과 손님 하나.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겠어.

하지만, 일단 파악부터 하자.

...다음, 치킨집.

미용실처럼 절반은 치킨브랜드 광고스티커가 유리벽과 문짝에 붙어있어, 위쪽 절반밖에 안 보인다.

벽에 기대어 안쪽을 힐끔 들여다봤다.

...주방에 일단 하나.

알바인지 배달인지 하나.

...둘 뿐이냐.

...치킨집에서 가져갈 만한게 있을려나.

냉동닭?

...흠...

어쨋든, 알겠다.

다음.

몸을 숙이고 커피숍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새삼스럽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도망다니기 바빴는데, 이제는 정찰도 다니고.

커피숍은 유리벽과 문짝이 완전히 개방되어 있었다.

숨을데도, 숙여서 은신할데도 없다.

난 벽에 기대어 조심스럽게 커피숍 안을 들여다봤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여길 보는 놈은 일단 없다.

바리스타 두명.

엎어져 있는놈, 둘.

서있는 놈 하나.

...다섯.

...좋아.

정확히 다섯이다.

난 주위를 둘러봤다.

혹시라도 여기서 판단을 잘못해 쫓기기라도 하면 자칫하다 좆될수도 있다.

순식간에 치고 빠져서 베이스 캠프로 귀환한다.

스릉-

검을 뽑아들었다.

미용실 때처럼 한놈 처리하고 시작할 수 있을건가?

...아니.

문 앞에 있는 놈은 없었어.

토마호크를 잡았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검을 움켜쥐었다.

난 곧장 커피숍 문을 어깨로 밀며 들어갔다.

"크롸락?!"

다섯놈이 일제히 나를 홱 돌아본다.

"카아아악! 카아-"

달려든다!

가속!

[자동시전 : 가속]

"--아---아----"

창가쪽 좌석 옆에 서있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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