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각!
대가리를 꿰뚫었다.
즉시 뽑아내곤 그 앞에 서있던 남자에게 달려들며 검을 찔러넣었다.
"흡!"
파각!
눈을 뚫고 들어가 뒤통수까지 꿰뚫었다!
데이트 중이었나본데.
다음, 엎어진 놈!
"--아-아롹!"
씨발,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난 눈 앞의 좀비을 내려다봤다.
옷차림.
여대생인가?!
뭘 일어날려고 하냐!
파각!
됐어!
앞머리를 헤치며 뚫었고, 다음!
카운터 위로 뛰어오르는 바리스타 둘!
"흡!"
파각!
"---카--아-아륵!"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뽑아내고, 옆으로!
팍! 하며 핏방울이 허공으로 튀어오른다.
허공에서 느릿하게 일렁이며 날아오르는 피를 뒤로하고, 눈 앞의 바리스티를 향해 올려찔렀다.
파각!
됐어!
"후우!"
검을 힘껏 뽑아냈다.
프직!
핏방울의 폭죽이 바리스타의 관자놀이에서 느릿하게 튀어오른다.
"--륽!"
좀비들이 일제히 앞으로 엎어졌다.
우르르, 콰당!
피가 사방으로 휘날린다.
내 얼굴에, 몸에 후두둑 날려와 묻는다.
"풋."
제길. 입에 들어갔어.
기분 더러워져서 모아서 뱉았다.
퉤.
...입에 들어갔다...라...
흠...
설마 감염자로 변하거나...?
...아니야.
감염자로 변할거면 요전에 피칠갑 됐을때 이미 됐어야 돼. 그땐 심지어 몇방울 삼키기까지 했을거다.
난 피식 웃고는 주위를 둘러봤다.
[레벨이 5 올랐습니다.]
흠...
커피머신들 옆에 무슨 병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희석해서 드세요?
...흐음.
한병에 만 사천원?
괜찮네.
가난한 복학생이라 맨날 아메리카노만 사먹었는데, 한 번 먹어보지 뭐.
가방에다 병을 서너개 집어넣었다.
내가 하나 먹고, 수현이 하나 주고, 예은이 소은이 먹으라고 한두개 주고...
...할매도 먹을래나?
...한병 더 챙기지 뭐.
자, 돌아가자.
커피숍을 나와서 조심스레 치킨집과 약국을 지나 편의점 골목으로 돌아왔다.
운이 좋았달까, 당연하달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수현이와 주인집은 자는지 불이 다 꺼져있다. 요즘같은 시기에 밤에 불 켜놓는건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니긴 하다.
해 떨어지면 자야지.
주워온 커피병은 내일 주지 뭐.
옥탑방에 돌아와 샤워하고 이불에 드러누워 상태창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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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받은 자
[전문화 - 시간조정자] [레벨 - 26]
[호칭 - 일반인]
스테이터스
[체력 - 15/18] [감각 - 2/2]
[힘 - 1/5] [민첩 - 4/4]
[정신 - 1/15] [지능 - N/A]
[분배 포인트 - 5]
스킬
[액티브 - 가속] (자동시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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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체력이 좀 나갔구만.
철물점 다녀와서 쉬었다 나갈때 17이었지.
그나저나 포인트 분배 고민되는걸.
체력을 올려서 빨리 회복하고 싶기도 한데, 가속을 4회쯤 확보해두고 싶기도 하고, 힘을 올려서 좀 더 많이 죽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젠장.
1렙업당 1포인트밖에 안 주면서 스텟은 또 골고루 올려야 돼. 뭐 이딴게 있냐 씨발.
아오...
뭐 올리지?
내일은 중형마트에 가야돼.
아마 거기도 몇십마리는 있을텐데...
...몇십마리라...
...그러면, 중형마트에 걸맞는 작전을 세우고, 그 작전에 맞춰서 스텟을 넣는걸로 하자.
...젠장.
명색이 중형마트란 말이야.
베이커리나 즉석식품 코너같은건 없겠지만 정육점 정도는 포함하고 있는 마트일 거라고.
넉넉잡고 40마리. 최소 20마리쯤은 있다고 가정해야 돼.
가속 4회를 확보하면 치고빠지기는 수월할거다. 반대로, 4회를 다시 충전하려면 10시간 이상 필요할거야.
...빠르게 회복할거냐, 5마리씩 치고 빠질거냐.
...그 선택이군...
잠시 고민해보다 체력에 5포인트를 넣었다.
가속 3회면 굳이 5마리씩 아니라도 짧게 치고빠질 수 있어. 시간당 회복량 2.3을 확보해서 빠르게 가속을 충전한다.
2.3이면, 두세시간에 한번씩 충전 가능해.
빠르게 충전해서, 빠르게 활용한다.
치고 빠질 때 활용할 엄폐물을 찾아놔야 되겠군.
그 덩치 큰 아저씨는 어쩌지?
...그 사람 물어뜯는 좀비들이 우르르 몰려들면 몽키스패너 하나갖곤 택도 없을텐데.
난 옆을 돌아봤다.
...대형 도끼.
저걸 줘버리는게 낫겠다.
힘 좀 쓰는 아재같으니 도끼도 수월하게 다루겠지.
나한텐 진검 두자루와 토마호크 하나가 있어.
당연히 대형 도끼 하나 갖고 있다고 그 좀비들의 떼를 어떻게 할 수는 없다.
안되면 아재를 버려야지.
내게 중요한건 아재가 원하는 기저귀도 아니고, 여자들이 먹을 식량도 아니다.
내게 1순위는 렙업이다.
나머지는 겸사겸사 따라오는 것들일 뿐이야.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지는걸.
가게들에 좀비들이 들어차있는건 대충 알겠다. 그들이 인간이었을 때 있었던 곳이거나, 향하던 곳일거다. 마침 근처까지 왔다가 당해버리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간게 아닐까 싶다.
...그러면 나머지는?
멀리 가려고 버스정류장에 서있던 사람들, 어딘가로 이동하던 수많은 차량의 운전자와 동승자들, 그밖에 길거리의 수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은 다 어디갔지?
건물로 숨어들었나?
좀비들에 의해 연쇄적으로 물리고 변이하고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당했을텐데.
다 어디간거지?
여긴 꽤 괜찮은 도시다.
대학로가 근처에 있어 유동인구도 많고, 가게도 제법 있고, 주거인원도 상당하다.
지금까지 들러 본 가게들에 좀비들이 제법 있긴 했지만,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다.
주상복합건물의 경우는, 아마도 사무실도 제법 있는 건물이었던 것 같은데, 난리 터지고 도망치려고 자기 차를 가지러 주차장으로 우르르 몰려가다 모조리 당해버렸다.
원래라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갔겠지만, 사람들이 몰려 계단으로 우르르 내려가는 바람에 주차장 입구에 바글바글 모여있게 되었다.
라고 간단히 추측할 수 있다.
지하도도 마찬가지.
아마도 지하철에 지하상가와 연결되어 있는 지하도라 끔찍할만큼 많은 좀비들의 소리가 들려왔을거다.
즉, 가게든 주차장이든 거기 들어있는 좀비들은 원래 거기 있을만한 규모의 인원이라는거다.
...나머지들은?
유동인구가 제법 되는 동네이니 간단히 계산해봐도 적어도 두배 이상의 좀비들이 더 있어야 돼.
그런데, 없다.
수많은 좀비들이 어디론가로 사라져버린거다.
...어디로?
음...
생각해봐도 도무지 모르겠네.
"휴. 씨발, 머리 복잡하네."
내가 씨발 그 짐승들 머릿속을 어떻게 알겠냐.
잠이나 자자.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돼.
* * *
부스스한 얼굴로 아침을 먹는다.
분위기는 그냥 똑같다.
재잘대는 소리를 들으며 식사중에 문득 생각나서 아디다스 백팩을 당겼다.
"아, 맞아. 이거 드릴게요. 밤에 나갔다가 좀 가져왔습니다."
할매한테 말하며 커피병 네개를 꺼냈다.
"아이구, 고마워라. 잘 먹을게요 총각."
웃으며 병을 주는데 소은이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콘돔이나 갖고오지."
여자들이 멈칫한다.
...어제 낮에 수현이네 방에서 있었던 일을 들었던 모양이다. 젠장, 방음같은건 전혀 안되는구만.
아니.
그렇게까지 방음이 안되진 않을텐데?
...수현이가 얘기한거다.
수현이 킥 웃으며 말했다.
"약 먹고 있으니까 괜찮아."
할매는 못들은 척했고, 예은이는 헛기침을 했다.
으음...
...아침식사 화기애애하구만.
식사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진검 하나, 토마호크 하나를 양쪽 허리에 무장하고, 대형 도끼를 들고 동네 슈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시커멓게 굳은 피웅덩이에 엎어져있는 50대 아재의 시체가 냄새를 고약하게 풍기고 있다.
더럽네 진짜.
치울까, 이거.
...어디로 치워야 되냐.
시체 소각장이 근처에 있는것도 아니고, 묻을만한 데가 있는것도 아니다.
...귀찮다.
슈퍼로 가니 덩치 큰 아재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 여, 여깁니다."
...표정이 왜 저렇지?
얼굴이 좀 일그러져 있는데.
화난? ...것 같지는 않고.
...두려운거다.
왜?
아아, 저 병신새끼를 내가 죽여서?
피식 웃으며 아재한테 걸어가는데, 양쪽 골목에서 뭐가 우르르 걸어나왔다.
40대, 50대 남자들이다.
"야, 훈아. 이 새끼냐?"
뭐야 이건.
그냥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들이다.
한 놈은 정장바지를 입고 있는데 심하게 구겨졌다. 딱 봐도 관리 안 된 옷이다.
모두 세명.
내 옆에, 뒤에, 앞에 서서 날 껄렁하게 쳐다보고 있다.
앞에 있는 놈은 금목걸이를 했네.
금목걸이가 말했다.
"니가 우리 형님 해먹었냐, 이 새끼야?"
...무슨 씨발 80년대 드라마에서 기어나온 놈들인가. 같잖은 조폭흉내는 내고 지랄이야.
존나 웃기네.
난 큭큭 웃었다.
"푸풉... 씨발. 아... 그래. 그런데?"
"그런데는 이 씨발놈이."
놈의 팔이 올라간다.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자세를 보니 내 뺨을 때리려거나 목을 잡고 밀려고 하는 모양새다.
사람들한테 시비 걸고 다녀 본 티가 난다.
놀고자빠졌네 씨발.
다 쳐늙어갖고 그 나이 처먹도록 정신 못차리고 형님같은 소리나 하고 자빠졌어.
대형 도끼를 놓고, 허리에서 검을 꺼냈다.
동시에 놈의 목을 갈랐다.
깔끔하게 갈라졌다.
진검을 하도 다뤘더니 손에 착 달라붙네.
그리고, 옆으로 한 걸음 돌아서 섰다.
내 왼쪽에 서있던 놈의 팔도 올라가 있다.
뒤통수를 후릴려고 했던 모양이다.
오른쪽에 섰던, 지금은 내 앞에 서 있는 놈은 다리가 올라가고 있다.
팀웍 잘 맞는 놈들이네.
"--크륵!"
가속이 풀렸다.
금목걸이가 목에서 피를 촤악 쏟아내며 앞으로 엎어졌다.
동시에 터텅! 하며 대형 도끼도 떨어졌다.
"케륽! 큵!"
금목걸이가 엎어져서 몸부림을 쳐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