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화 (31/187)

아줌마다.

내 쪽으로 엎어져 있다.

난 힘껏 검을 내리찍었다.

콰드득!

"캬륵?!"

파각!

아줌마가 움찔하는 것과 동시에,

가속이 끝남과 동시에,

검이 뒤통수를 뚫고 들어갔다.

털푸덕!

주차요원이 내 어깨에 부딪히며 아줌마 위로 엎어졌다.

"후우, 하아."

[레벨이 2 올랐습니다.]

...일단 가속 한 번 날렸고.

주차요원의 몸을 뒤져 열쇠를 찾아냈다.

주차장 사무실의 문을 따고 들어가자 씨발 아재냄새가 훅 들어온다.

아오 진짜.

피냄새에 절여있는 것도 싫은데, 왜 이렇게 온갖 냄새들이 날 자꾸 괴롭히냐.

그래도, 제법 튼튼해 보이는데.

이만하면 엄폐용으로는 제법 쓸만하겠어.

마트 바로 옆에 있기도 하고, 여차하면 농성하기도 좋다.

난 조그만 창문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마트 안에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

소리만 들어도 확실히 많다.

마트를 공략하려면, 장기전으로 가야 되겠어.

벽에 걸린 수건으로 검을 닦아내며 생각했다.

치고 빠진다.

가속을 회복하고, 다시 치고 빠진다.

주차장에서 죽인 두 놈.

레벨 38, 포인트 2점.

체력에 넣어 28이 되었다.

성장목표는 체력 30 찍고, 힘 적당히,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가속 횟수 확보.

...그런데 만렙은 몇이지?

스텟을 언제까지 얻을 수 있는걸까.

게임 해본 경험에 의하면 50만렙인 경우도 있고, 60이나 80 만렙인 경우도 있다.

나는?

모른다.

...올려봐야 안다.

좀 답답하네 씨발.

기왕 상태창 준거면 좀 자세히 설명해주면 안되나. 맨날 맨땅에 헤딩해서 알아내야 되냐고.

참나.

의자에 기대앉아 좀 투덜거리며 기다리니 가속이 회복되었다.

4회, 완충.

난 주차장 사무실을 나왔다.

아직 오전이다. 점심때가 될려면 멀었다.

조심스럽게 벽을 타고 마트 쪽으로 걸어갔다.

마트 안에 몇마리나 있는지는 모른다.

욕심부리지 말고, 차근차근 해치워 나가는거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공기를 낮게 울려오는 무거운 소리.

벽을 지나자 곧장 거리로 열려있는 마트에 붙어있는 점포가 나타났다. 구운 오징어를 파는 조그만 점포다.

점포 옆 벽에 몸을 숙이고 앉아 귀를 기울였다.

"흐르르륵... 크르르륵..."

...점포 주인인가, 마트 직원인가.

한놈이 으르렁대는게 들린다.

이 점포를 지나면 정문이다.

...가속을 쓰고 볼까.

난 검을 천천히 뽑았다.

슈르릉-

"...후우...흐으읍!"

벌떡 일어나며 검을 당겼다.

점포를 들여다봤다!

없다!

그래, 바닥에 엎어져 있구나.

몸을 기울여 아래를 내려다보니 앞치마 두른 여자 하나가 엎드려 있었다.

검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천천히 내밀어 여자의 머리 위로 가져갔다.

"흡!"

파각!

뒤통수를 관통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좋아.

가속 안쓰길 잘했다.

이제, 정문이다.

정문은 유리로 된 이중문이었다.

어서오십시오 라고 써있는 깔개를 밟으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구조다.

...난감한데 저거.

자칫하면 가속 쓰고도 못 빠져나오는 수가 있다.

저 문은 열어놔야 돼.

뭔가 무게가 있는걸로...

...제길.

당장 눈에 띄는건 하나밖에 없다.

주위를 둘러봤다.

해가 쨍쨍하다.

고요하다.

아무도 없다.

"...썅."

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구운 오징어 진열대를 밟고 간이점포 안으로 들어갔다.

아, 비좁네 씨발.

오징어 냄새 죽인다.

구워놓은, 다 식은 오징어들을 우르르 움켜쥐고 가방에 던져넣었다.

대충 열마리 되는거 같은데.

여자들이 좋아하겠는걸.

지익-

조심스럽게 지퍼를 잠근다.

옆을 보니...

문이 열렸는데...?

...아. 이 쪽으로도 마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구나.

문틈에 피가 좀 묻어있다.

문 열어놓고 장사하다가 좀비 쳐들어왔고, 문을 닫을려고 했지만 채 못 닫았다.

그래서 쳐들어 온 놈한테 물렸다.

...맞나?

엎어진 여자 시체를 내려다보니 손등이 뜯겨나가 근육과 뼈가 드러나 있었다. 정확히 이빨자국이다.

맞구만.

이쪽으로 들어갈 수 있어도 정문은 열어두는게 좋겠지.

난 여자 시체를 안아 들고, 오징어 진열대 쪽으로 밀었다.

존나 무겁네 씨발.

50킬로는 넘는 것 같은데.

이미 죽은 시체라 젖을 움켜쥐어도 아무 느낌도 안 든다.

푹 젖은 이불마냥 진열대에 엎어져 늘어진 시체.

바지 허리춤을 움켜쥐었다.

흡! 하며 힘껏 밖으로 밀었다.

우당탕!

빠득!

"하아, 허억."

씨발.

땀난다.

무거워 제길.

혹시 뭐가 오지는 않겠지?

검 손잡이에 손을 대고 잠시 기다려 봤는데, 딱히 무슨 반응은 없었다.

아무래도 좀비들은 자연적이라고 여긴 소리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는 모양이다.

상자가 넘어졌다던지, 뭐가 털썩 쓰러졌다든지 그정도는 괜찮은거다.

...어느 정도의 소음이 있어야 저 놈들이 반응할까?

궁금하긴 한데, 실험해보고 싶진 않다.

때가 오면 알겠지 뭐.

그나저나 뭐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는데?

진열대를 밟고 밖으로 넘어가보니 시체의 목이 뒤틀려있다.

머리부터 떨어지면서 목이 부러졌네.

이미 죽어있으니 미안할 필욘 없겠지.

난 이마와 뒤통수에서 피를 질질 흘리는 시체를 껴안고 천천히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유리문인데.

보이지 않을래나.

유리 너머로 마트 내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문을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이 꽤 큰데.

남녀에 장애인 화장실도 따로 있다.

그리고 화장실 옆으로 긴 칸막이가 나와있고, 그 앞에 박스들이 접혀 쌓여있었다.

마트 내부는 꽤 넓고 밝다.

유리 너머 멀리 보이긴 해도, 정갈하게 잘 되어있는 마트다.

다만, 지금은 진열대 여기저기가 쓰러지고 무너져 다소 난장판이다.

여기저기 머리가 올라와 있는데, 생각보다 많다.

입구 왼쪽으로는 포장대가 놓여있었다.

손님들이 구입한걸 알아서 박스에 담아 포장해가는 곳.

화장실부터 포장대 사이에 대충 봐도 여덟마리가 서 있었다.

운이 좋은건지 눈이 나쁜건지 놈들은 이중 유리문 너머에서 슬금슬금 움직이는 나를 신경도 안 쓴다.

자동 유리문에 붙은 할인행사 포스터가 한몫 해내고 있는 듯하다.

"후우...후우..."

시체는 무겁고, 안에서 보일 것같고 긴장된다.

마침내 발판에 다다랐다.

시체를 안고 발판에 올라 손을 놨다.

동시에 자동문이 열린다.

"크륵?!"

놈들이 일제히 이쪽을 쳐다본다!

"씹!"

난 곧장 뒤로 내달렸다.

"크롸라라락! 카아아악!"

우르르, 콰쾅!

여닫이 유리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깨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제법 두껍나본데, 유리문!

씨발, 다행이다!

난 힘껏 달려 주차장 사무실로 돌아왔다.

"헉, 헉."

가속 박고 들이댈 수도 있었지만, 중요한건 안전이다.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공격한다.

쫄았냐고 누가 묻는다면, 맞다.

쫄았다.

쪼는건 중요하다!

생존본능이니까!

강해지려면 렙업해야 되고, 빨리 렙업하려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다쳐선 안된다.

몸을 사리고, 순식간에 들이닥쳐 처리하고 빠르게 빠져나온다.

오직 그것 뿐이다.

멀리서 쾅쾅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유리문이 아직 잘 버텨주고 있나보다.

"후우..."

...제길.

유리문...

...잠깐만.

열리지 않고 쾅쾅대고 있다면 잠겨있다는 소린데.

...왜?

좀비들이 잠가놓진 않았을거고...

누가 잠가놓은건가?

...누가?

...있다.

어딘가 생존자가 있는거다.

이 동네를 잘 아는.

마트같이 좀비들이 몰려있는 곳이 위험하다는 걸 아는 자다.

...하.

생존자라......

멀리 들려오는 비명소리만 들었지, 이 상황에서 뭔가 하는 사람이 있을거라곤 생각 못했는걸.

한 번 만나보고 싶네.

문 어떻게 잠갔는지도 들어보고싶고.

...그건 그렇고...

저 유리문이 저렇게 튼튼하다면, 정문으로는 못 들어가겠는데?

들어가는 와중에 이미 들킬거다.

...어차피 해결볼건 자동문이었어.

안쪽 유리문은 놈들에게 맡겨두지 뭐.

...좋아.

사무실을 나와서 마트 앞쪽으로 걸어갔다.

쾅쾅대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난 오징어 점포 진열대를 밟고 넘어갔다.

소리내지 않게, 조심.

바닥에 내려서고는, 검을 뽑아들었다.

슈르릉-

"캬아아악! 카아아악!"

쾅! 콰쾅! 퉁!

유리문 두드리는 소리가 점포 안에서 더 크게 들린다.

난 검을 붙잡고 천천히 문 밖으로 나가봤다.

으르렁대는 소리가 실감나게 들려온다.

"크롸라락! 크아아아악!"

투탕! 쾅! 투퉁!

...유리문, 오래 못 버티겠는데.

문 바로 앞이 벽이다.

한사람 정도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 바로 앞에 포장대가 있다.

난 소형 점포 벽에 기대어 밖을 슬쩍 내다봤다.

...늘었다.

아까 봤을땐 분명 8마리였는데, 지금 언듯 봐도 두배로 늘었다.

근처에 있던 놈들이 몰려들었나본데.

화장실에 있던 놈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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