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3/187)

밀려 엎어지는 할배!

파각!

흰머리 가득한 정수리에서 곧장 뽑아내며, 아저씨를 찌르려는 찰나.

"---아--아-롹!"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버퍼링 걸린듯이 순간적으로 멈춘다.

멈춘게 아니다.

느려졌다.

난 힘껏 찔렀다.

할매!

파각!

관자놀이에서 뽑아내곤, 다시 찔렀다.

키큰 안경남!

파각!

이마에서 뽑아내곤, 다시 찔렀다!

아기 업은 주...부?!

손이 움찔 멈췄다.

그 때, 가속이 끝났다.

"--캬-롸륽!"

가속.

[자동 시전 : 기속]

아기가...

목이 뜯겨있다.

귀까지 같이 떨어져 나갔다.

...씨발.

으드득.

이를 악물고, 찔렀다.

파각, 파각!

꽤 젊은 여자였다.

나보다 어려보이는데.

애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아보인다.

...7명 끝났다.

난 몸을 돌리고 뛰었다.

하아, 씨발 진짜 안 익숙해지네.

기분이...

개좆같다.

"-롸르랅!"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돌아가자.

오징어 점포를 지나 꺾어들어가 주차장 거리로 들어섰다.

그리고 계속 뛰었다.

우르르, 콰당탕!

여러 사람이 엎어지는 소리와 함께 괴성이 들려왔다.

"-캬르뢁! 크아아아악!"

포효를 뒤로 하고 나는 뛰었다.

힐끗 뒤돌아보니 언듯 그림자가 보이는 것같다.

내 발소리 때문인가본데.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등 뒤에서 포효소리가 늘어난다.

단독주택 골목의 가로등 불빛이 옆으로 지나간다.

내 그림자가 여러개로 분열해 앞뒤로 춤을 춘다.

멀어졌다.

족히 100미터는 떨어졌다.

멀리서 포효가 들려오긴 하지만, 나를 잡을 수는 없다.

골목을 꺾어 들어갔다.

멀리 슈퍼가 보인다.

"하아, 하아, 후우!"

한 손에 검집을, 한 손에 검을 꼭 쥔 채, 나는 계속 달렸다.

야생의 들개가 짖는 듯한 포효가 멀리서 들려온다.

멀다.

확실히 따돌렸다.

탁, 탁, 탁.

"하아, 후우, 하, 하아."

존나 달렸네 씨발.

마트 레이드 첫 날.

14마리, 14렙업.

하지만...

씨발...

아기를 베이비캐리어에 얹어서 앞으로 메고있던 젊은 여자가 머릿속을 맴돈다.

어깨에 피가 흥건했었지.

아기를 지키려고 껴안다가 어깨를 물렸던거다.

...썅.

...그냥 좆같다.

"하아, 하아."

늙은 양아치 씹새끼들을 죽일땐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런데, 방금 그건 진짜 개좆같다.

계속 죽여 나가다 보면 이런것도 감정이 마비되는 날이 올까?

...씨발.

돌아가자.

하숙집으로.

"하아, 하아."

밤바람은 그나마 시원하네.

* * *

저녁식사는 꽤 괜찮았다.

새로 들어온 아재네 집은 마누라가 아직 온전치 못해 우리 식탁에 앉지는 않았다.

다섯이 앉으면 꽉찬다. 자리도 없다.

닭죽 두그릇을 예은이 소은이가 아랫집에 갖다주고 와서 다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밥을 먹었다.

도움이 된다.

기분이 확실히 전환되는걸.

이 여자들에게 내가 필요한 만큼, 나도 정서적으로 꽤나 이 여자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고있다.

현실이 그러니 부정할 필욘 없지.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식사를 마치고 옥탑방에 올라가 드러누워 있는데 누가 노크를 했다.

수현이가 왔구나.

그래, 오늘 밤에 나 좀 위로해줘라.

일어나서 문을 열었는데, 덩치 큰 아재였다.

"아...저... 서, 선생님."

뭔가 말할게 있는 모양인데.

...아.

뭔지 알겠다.

"기저귀요?"

아재가 머리를 긁으며 쑥스럽게 웃는다.

맞네 씨발.

난 피식 웃고는 말했다.

"마트에 그 짐승들이 많네요. 오늘 일단 열네명 죽이고 왔습니다. 내일 가서 더 죽일거요. 확실히 안전해지면 말해줄테니까 그때 같이 가는걸로 하시죠."

수현이 계단을 올라오다 내 말을 들었나보다.

아재랑 수현이가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열네명이요?"

"열네명?!"

으음...

난 그냥 어깨를 으쓱해줬다.

아재가 수현이 목소릴 듣더니 놀라며 옆으로 비켜준다.

수현이 배시시 웃으며 내 방에 들어왔다.

"에이, 오빠. 거짓말이지? 혼자 어떻게 열네명이나 해치워? 말이 돼?"

난 피식 웃었다.

"그럼 나중에 저 아저씨랑 갈때 너도 같이 가보던가. 입구쪽에 열네명 죽어있어."

그러며 진검을 쓱 들어보였다.

수현이 혀를 쏙 내밀며 내 엉덩이를 톡, 치고는 신발 벗고 들어왔다.

난 수현이 엉덩이를 힐끗 보고는 아저씨한테 말했다.

"그리 길게 기다리지 않아도 될겁니다. 한 이삼일? 잘 모르겠지만 그정도요."

아재가 나와 수현이를 번갈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저, 좋, 좋은 밤... 안녕히 주무세요."

으음.

나보다 열 몇살은 많아보이는데 항상 극존칭이냐 저 아재는.

"말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저보다 많이 형님이신 것 같은데."

아재가 계단 내려가다가 날 돌아보곤 어설프게 웃었다.

"아... 예, 예. 지, 지금은 좀... 낯을 가리는 편이라..."

난 피식 웃고는 목례했다.

"주무십쇼."

그리곤 문을 닫았다.

"하아..."

수현이가 내 이부자리에 앉아서 새실새실 웃고있다.

"오빠. 부탁했던거 해놨어. 리프팅 벨트에 검 달아달라며."

아, 그거.

까먹고 있었네.

난 피식 웃고는 말했다.

"고맙다."

그리곤 옷을 훌러덩 벗어제쳤다.

전부 벗어 옆으로 던져버리곤, 수현이를 껴안고 목에 입맞췄다.

으음.

얘는 참 살냄새가 좋단 말이야.

"...크윽!"

허리를 힘껏 밀어올렸다.

수현이가 신음을 흘렸다.

내 위에 엎드려 있는 수현이의 체온과 숨결을 귀로 느끼며, 보드랍고 따뜻하게 조여주는 감촉을 아랫도리로 느끼며, 나는 힘껏 사정했다.

"...하아..."

천천히 허리를 밀어넣으며 수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분 좋았어."

"...나두 좋았어."

우린 상기된 얼굴로, 지친 몸짓으로 일어나 같이 씻었다.

수현이가 내 방을 나가며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준다.

나도 마주 손을 흔들어줬다.

"잘자 오빠."

"음. 잘자라."

수현이를 보내고 이부자리에 털푸덕 드러누웠다.

"하아..."

좋네.

꿀꿀했던 기분이 확 풀린다.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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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받은 자

[전문화 - 시간조정자] [레벨 - 52]

[호칭 - 일반인]

스테이터스

[체력 - 22/30] [감각 - 2/2]

[힘 - 5/7] [민첩 - 4/4]

[정신 - 5/25] [지능 - N/A]

[분배 포인트 - 7]

스킬

[액티브 - 가속] (자동시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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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돌아온지 시간 꽤 지났구만.

회복된걸 보니.

오징어 점포에서 시체를 들어서 그런가.

체력이 좀 나갔네.

...설마 방금 수현이랑 해서 또 좀 나간건가?

"...푸흑."

그런거면 웃긴데.

확실히 체력을 쓰긴 했지.

난 이마에 팔을 얹고 좀 큭큭대고 웃다가 다시 상태창을 바라봤다.

포인트 7점.

어디에 넣을까...

가속을 역시 충분히 확보해두는게 좋긴 좋아.

그런데...

회복이 영...

시간당 3점씩 회복된단 말이야.

좀 팍팍 회복되면 좋을텐데.

"...쯥..."

그래도 역시 가속 한 번 늘려놓는게 좋지.

정신에 5를 넣고, 힘에 2를 넣었다.

가속 6회 확보.

힘 9.

좋아.

푹 쉬고, 내일 아침 일찍 다시 간다.

* * *

아침햇살을 보면서 한가로이 골목을 거니는 기분은 꽤 나쁘지 않다.

시야가 선명해지는 것 같고, 웬지 공기도 상쾌하며, 기운이 솟는 것같다.

깊게 푹 자고 충분히 쉬었기 때문이겠지.

언젠가 술 오지게 처먹고 뻗은 다음 아침에 나와본적이 있는데 뒤질 뻔했다.

햇빛이 그렇게까지 고통스러울 줄이야.

그때 같이 먹고 놀았던 친구놈들은 어떻게 됐을래나.

종말 터지고 나서 말 그대로 살기 바빠서 며칠 보내다보니 미처 눈치를 못 챘는데, 메신저 앱이 이제 안된다.

카톡도 라인도 죄다 먹통이다.

서버가 맛탱이가 갔나본데.

뭐때문인진 모르겠다.

종말 터지고 갑자기 톡량이 폭증해서 맛탱이가 갔거나, 혹은, 어쩌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지만, 회사가 서버와 함께 끝장났거나.

외국계열 앱은 어떤지 모르겠다.

안 써봤다.

인터넷이나 전화는 아직 되긴 하는걸 보면 통신사나 기지국 쪽은 아직 괜찮은 모양이다.

그런데, 모르지.

설비가 괜찮을 뿐, 직원들은 죄다 좀비으로 변해버렸을지.

마트로 느긋하게 걸어가며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안 받는다.

한 놈도 안 받는다.

...가족도 전화를 안받고 친구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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