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화 (41/187)

파각!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롸-르랅!"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입구에서 픽업 트럭까지 일직선으로 우르르 뛰쳐나온 놈들.

난 즉시 한 걸음을 내밀며 찔렀다.

파각! 파각! 파각!

입구 근처까지, 총 9마리 처리.

못 찌른 놈 몇마리가 건너편에 있다.

다시 한 걸음을 물러섰다.

"후우."

핏방울이 사방을 수놓는다.

"-롸르랅!"

아홉마리가 도미노처럼 일거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우당탕, 콰당! 하며 육중하게 엎어지는 소리가 터진다.

...기다려.

엎어진 놈들 너머, 두 놈.

입구에서 또 우르르 기어나오는 놈들.

난 검을 들어올리며 기다렸다.

"캬아아아악!"

좀비들이 시체를 넘어 내게로 쇄도해 들어왔다.

사방이 순식간에 시커매진다.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크--아----아------"

허공에서 우뚝 멎어버린 좀비들의 눈.

수많은 눈들.

즉시 검을 들어 찔러넣었다.

파각! 파각! 파각!

"흡!"

검을 빼내며 도로로 한 걸음 옮겼다.

"--아-르륽!"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와르르 엎어지고, 뛰어들던 놈들이 멈췄다.

인도로 발을 내딛으며 검을 찔렀다.

"흡!"

파각!

한걸음 더!

파각!

옆쪽!

파각!

"-롸륽!"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머리가 뚫려 우르르 엎어지려는 좀비들.

난 몸을 숙이고 재빠르게 놈들 사이를 스쳐지나 갔다.

그리고, 자동문으로 기어나온 놈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흡!"

파각, 파각!

뒤로 한 걸음!

"--아-하랅!"

우르르, 와당탕 하며 또다시 무너진다.

계단에서 놈들이 뛰어내려오고 있다.

자동문, 비었다!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자동문으로 달려오던 놈들이 우뚝 멎었다.

난 시체를 밟고 문을 건너가 땅을 딛었다.

검을 들어 힘껏 찔러넣었다.

파각!

됐어.

옆으로 한 걸음!

"-르륽!"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대가리 뚫린 놈이 순간적으로 축 늘어지려는 찰나, 세상이 멈췄다.

계단에서 뛰어내려오는 다리 한 쌍.

다 내려온 놈들 둘.

힘껏 발돋움 해 계단 앞을 내딛었다.

두---우----

"흡!"

파각!

한걸음 더!

파각!

검을 뽑아내고 계단 옆으로 한 걸음 옮겼다.

터엉!

"-아륽!"

와르르륵! 하며 시체들이 앞으로 날라가더니 엎어졌다.

계단에서 우당탕하며 다리가 내려온다.

"크아아아악!"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이 년은 도대체 어딜 보는걸까.

내가 있었던 자리를 몹시 노려보고 있는데, 거긴 아무것도 없다.

난 검을 들었다.

"흡!"

파각!

검을 팍! 뽑아내니 핏방울이 버섯처럼 일렁일렁 올라온다.

난 계단을 올려다봤다.

내려오는 놈은 없어보인다.

"--아-럵!"

와당탕!

영어가 뭐라고 써있는 무지개 프린팅 티셔츠 입은 여자가 계단을 데굴데굴 굴러 내려왔다.

난 계단을 계속 주시했다.

...뭐가 또 나올지도 모르겠네.

...도발해볼까.

...아니야.

바로 옆, 30여 미터.

코앞이 주상복합 건물 주차장이다.

자칫하다 여기로 모조리 끌어들이는 수가 있다.

난 검을 들고 계단 옆 화장실 문을 검으로 슬쩍 밀어봤다.

일단 아무도 없어보인다.

들어가서 칸막이도 확인했다.

여자 화장실까지 전부 체크해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후, 2층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없다.

2층 화장실까지 모조리 점검했다.

확실히 없다.

"...후우..."

눈 앞에 메세지가 떠 있었다.

[레벨이 7 올랐습니다.]

...?

...7?

방금 죽인거 아마 스무마리 넘을텐데?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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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받은 자

[전문화 - 시간조정자] [레벨 - MAX.]

[호칭 - 일반인]

스테이터스

[체력 - 28/30] [감각 - 2/2]

[힘 - 4/25] [민첩 - 4/4]

[정신 - 10/55] [지능 - N/A]

[분배 포인트 - 7]

스킬

[액티브 - 가속] (자동시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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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맥스?

최대치라고?

...잠깐만.

그러면 레벨 100이 만렙...

...어?

전문화가 깜빡거린다.

시간조정자가 굵게 표시되어 있어.

점멸하면서 깜빡거리는데?

...저게 뭐가 있구나.

난 주위를 둘러봤다.

고개를 돌리자 상태창이 사라졌다.

...맥도날드다.

이런건 차분하게 살펴봐야 돼.

시체 즐비한 이런데서 들여다볼 순 없어.

옥탑방에 돌아가서 보자.

여긴 어쨋든 클리어했다.

깨끗해.

난 계단을 내려갔다.

맥도날드 안쪽과 입구에 우르르 엎어져 있는 시체들.

조심스럽게 발을 디디며 밖으로 걸어나왔다.

차 옆에 숨어 이쪽을 보고있던 덩치 큰 아재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나저나 저 아저씨...

이름이 뭐였지?

훈이?

라고 했던 것 같은데.

"서, 선생님. 어, 엄청납니다...!"

난 피식 웃고는 도로로 걸어나와 주위를 살폈다.

꽤나 조용하다.

꺄아아악-

멀리서 비명이 이따금 들려오긴 하는데, 이정도면 꽤나 평화롭지.

덩치 큰 아재를 보니 얼굴에 거의 경외심에 가까운 표정이 올라와 있다.

...이 아재 눈엔 내가 어떻게 보인걸까?

가속 걸고 찌르고 움직이고 하는게 다른 사람들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거지?

존나 궁금해지네.

"안에는 일단 안전해졌습니다."

"예, 선생님. 이제 뭐 할까요?"

아재가 거의 복종하다시피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왔다.

난 주위 가게들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일단 철물점, 미용실... 뭐 이정도만 시체 좀 들어내서 저기 빈 도로에다가 쌓아두죠. 이제 해도 다 떨어졌는데 거기서 더 작업하다간 식사때도 놓칠 것 같고, 그냥 그정도만 해두고 돌아갑시다. 나머진 내일 사람들 불러다 하고요."

"예, 선생님. 알겠습니다."

으음...

말 잘듣네.

난 미용실에서 수건 두개를 가져와 아재 하나 주고 내 얼굴에 싸맸다. 시체냄새 생각보다 너무 지독하고 심해서 이런 거라도 해둬야 좀 옮길 수 있을 것같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똥덩어리에 식초와 썩은 생선을 버무려놓으면 시체냄새랑 비슷할지도 모른다.

수건으로 코와 입을 덮은 우리는 철물점에서부터 시체들을 들어다 도로로 날랐다.

그나마 둘이서 하니 제법 괜찮은 편이다.

문제는, 시체들이 죽어 며칠이 지난 탓에 바닥에 기분나쁜 시커먼 즙 같은게 질질 흘러나왔다는 거다.

피도 아니고 뭣도 아닌 이 즙은...

개씨발 설명조차 하고싶지 않다.

그냥 구역질 난다.

시체들 옮긴 후 철물점에 널려있는 대걸레로 화장실 수도를 틀어 적셔 철물점 내부를 간단히 청소했다.

씨발 코랑 입 막아놨는데도 이 좆같은 냄새는...

즙에서 나는 냄새다.

냄새 자체가 드럽고 끔찍하다고 밖에 표현이 안된다.

얼굴이고 뭐고 뜯겨서 발광하는 좀비나 시체들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이 냄새에 비하면 말이지.

바닥을 좀 청소해놓고 나자 그나마 좀 나아졌다.

철물점을 내가 이렇게 신경써서 해놓는 이유가 있다.

내 베이스 캠프의 최고 일꾼이자, 또한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또 앞으로도 도움 될 수현이를 위해서다.

수현이가 편해지는게 곧 내가 편해지는거다.

안그래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망치질 뚱땅대며 온갖걸 다 분해해다 하숙집을 요새로 만들고 있는데, 이정도는 해줘야지.

물과 즙이 뒤섞인 씨발것을 잔뜩 빨아들인 대걸레를 시체더미에 휙 던져놨다.

난 후우 한숨을 쉬고는 수건을 벗어 시체더미를 향해 던지고는 말했다.

"됐네요. 갑시다 이제."

"예, 선생님. 오우오옥."

덩치 큰 아재가 헛구역질을 하며 날 따라왔다.

이 아재도 눈 앞에 사람 죽고 피웅덩이가 생기는걸 봤으면서도 무서워할 뿐 토하진 않았었다.

비위가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아니란 거다.

그럼에도 헛구역질을 한다.

시체가 썩는 냄새는 그정도다.

도로를 건너 하숙집으로 돌아와 시원하게 샤워했다. 입었던 옷은 당연히 버렸다.

피냄새까진 견디겠다.

그런데 이건 좀 씨발.

쓰레기통에 든걸 모조리 봉지에 담아 싸서 옥상 구석에 던져놨다.

"후우."

삼겹살 먹으러 가자 이제.

으음, 저녁식사.

딱히 배불리 먹었다곤 말 못하겠다.

여자들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오늘 뭐 가져왔다며 재잘대면서 삼겹살에 쌈장 푹 찍어 쌈을 잘도 싸먹는다.

아재는 처음엔 깨작거리더니 이내 삼겹살을 세네점씩 집어 상추에다 싸서 입에 우겨넣는다.

비위 좋네.

반대로 나는...

...윽.

대충 먹고 올라가서 한번 더 씻어야지.

식사후 샤워 하고 나오니 수현이가 내 이부자리에 앉아 새실거리며 웃고있다.

"오빠. 철물점 청소했다며?"

"어어."

"나 때문에 청소한거야?"

"어어."

난 피휴 하며 수현이의 옆에 앉았다.

수현이 날 빤히 바라보다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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