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화 (42/187)

"고마워, 오빠."

"고마우면."

난 허리에 감고있던 수건을 벗었다.

수현이 날 흘겨보더니 곧 피식 웃고는 허리를 굽혔다.

내 가랑이로 수현의 머리가 들어온다.

미끈한 혀와 입술의 조임이 아랫도리에서 올라온다.

"하아..."

아, 기분 좋은걸.

* * *

수현이는 오늘 갖고온거 정리한다고 계단을 토토토 내려갔다.

쟤도 참 대단하다.

내 위에 타서 스스로 허리를 흔들어 왔었다. 그래서 안에 싸고, 또 같이 씻으면서 입 안에 또 쌌다.

그걸 또 삼켰다. 기쁘게도.

나랑 두번이나 그렇게 하고도 여전히 체력이 남아서 짐정리를 하겠다니 확실히 부지런하다.

그래.

저런 애가 하나 있어야 돼.

예은이와 소은이도 슬슬 거들어주는 모양이고, 아랫층 새댁도 몸 좀 회복하면 아마 분위기에 휩쓸려 같이 집 안을 가꿔나가지 않겠나 싶다.

솔직히 난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상관하고 싶지 않다.

처음 이 집에 들어올 때부터 생각했었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는 것이, 난 강해지면 여길 떠날거라는 거다.

고향에 돌아가 내 가족들 생사를 확인한다.

아마도...

아마 죽었을거다.

내 고향 친구들도 마찬가지고.

죽어 시체가 되었거나, 좀비 되었거나.

어떻든...

...내 가족, 내 친구들이다.

만약 그들이 변해버렸다면...

...적어도 그들 만큼은 내가, 내 손으로 끝내야 된다.

내 부모님, 여동생, 내 친구들.

인간도 아니게 되어 으르렁거리고 다니는걸 그대로 둘 순 없다.

만약 어딘가에 생존해 있다면?

...내가 지킨다.

어쨋든 난 언젠간, 아마도 조만간 여길 떠날거고, 머무는 동안 꽤 얼굴도 익히고 정도 들었으니 이 사람들이 요새화 된 이 집에서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으면 나도 나름 마음 편해지는 셈이다.

떠난 후 여길 다시 올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오게 되면 오는거고, 아니면 마는거지.

어쨋든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다.

난 이부자리에 드러누워 허공을 바라봤다.

"상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선택받은 자

[전문화 - 시간조정자] [레벨 - MAX.]

[호칭 - 일반인]

스테이터스

[체력 - 27/30] [감각 - 2/2]

[힘 - 11/25] [민첩 - 4/4]

[정신 - 17/55] [지능 - N/A]

[분배 포인트 - 7]

스킬

[액티브 - 가속] (자동시전 중)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좋아.

일단......

포인트부터 분배하자.

전문화 저거 보니까 레벨 최대치인데다 깜빡이는걸 보니 새로운 전문화가 나올 모양이다.

하지만 어떤 전문화가 나오더라도, 기본적으로 가속을 쓴다는건 변하지 않을거다.

그리고 힘.

더 많이 죽이려면, 더 많이 확보해야 돼.

정신에 5, 힘에 2를 넣었다.

정신 60, 힘 27.

가속 12회면 잘 몰기만 해도 27마리는 단숨에 처단할 수 있는 횟수다.

좋아.

다음은...

깜빡이고 있는 저것.

난 손을 들어 시간조정자를 눌렀다.

새로운 메세지가 나타났다.

[전문화 시간조정자를 최대로 성장시켰습니다. 새로운 전문화를 선택해 주세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ㅡ. 시간조정자 (MAX)

1. 생존전문가.

2. 그림자전사.

3. 야생사냥꾼.

4. 공간탐색자.

5. ??? (선택 불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씨발?!

뭐야 이거!

생존 전문가? 뭔데?

그림자 전사?!

뭐냐고!

잠깐.

맨 밑에 ???는 뭔데?

저건 뭔데 선택불가인건데?

...아니, 이름만 주렁주렁 있고 뭔 설명이...

...눌러보면 설명이 나오나?

1번을 눌러봤다.

[생존전문가, 선택되었습니다.]

...?!

화면이 사라졌다!

야, 씨발 잠깐!

선택 안했어!

야, 설명 좀 볼려고 한거야!

개씨발!

[새로운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개씹......

미친 씹......

선택 안했다고 씨발년아......

이런게 어딨어 씨발......

난 이마를 짚었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오네.

이놈의 상태창, 존나 설명도 좆도 없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는건 이미 겪어봐서 알았다.

그래도 씨발 이건 좀 심하잖아.

만지면 사야됨! 이런거냐.

강매하는 양아치 상인들이나 할 짓을 씨발.

"어휴..."

...화내지 말자.

이미 이렇게 된거 씨발.

"...상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선택받은 자

[전문화 - 생존전문가] [레벨 - 1]

[호칭 - 힘을 얻은]

스테이터스

[체력 - 27/30] [감각 - 2/2]

[힘 - 11/27] [민첩 - 4/4]

[정신 - 17/60] [지능 - N/A]

[분배 포인트 - 0]

스킬

[패시브 - 회복]

[액티브 - 가속] (자동시전 중)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으음...

생존전문가... 레벨 1부터 시작하는구만...

젠장...

일단, 호칭이 바뀌었네.

전문화 하나 최대치로 올릴 때마다 호칭이 변하나본데.

힘을 얻은 선택받은 자라...

쩝...

뭐, 그렇다 치자.

그 다음엔 별로 변한게 없다.

지능은 여전히 안 열렸고 말이지.

스킬...

...회복 패시브가 생겼네?

회복을 눌러봤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패시브 - 회복

체력 5 단위마다 회복속도가 빨라집니다.

체력 5당-

시간당 체력 회복속도 - 1분 30초.

시간당 스텟 회복속도 - 45초.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잠깐...만.

스텟 회복속도가 빨라진다고?!

잠깐.

계산해보자.

시간당 체력 회복속도 -1분 30초.

그러면 지금 체력 30이니까, 9분 줄어든단 소린가?

원래는 1시간에 1틱인데, 51분에 1틱씩?

스텟 회복속도는...

총 4분 30초만큼 줄어들었다는 소리네?

원래 20분마다 1틱이었어.

그러면, 15분 30초마다 1틱이 온다.

......그렇다면.......

체력을 만약에 100을 찍으면...

체력은 30분마다,

스텟은 5분마다 회복된다?

시간당 3점에서, 시간당 12점만큼 회복된단 소리네.

지금 정신이 60이니까, 체력 100일 경우엔 5시간만 쉬어도 풀스텟 충전이 된다는 뜻이다.

정신을 120까지 올려도 10시간이면 완전히 충전이 된다.

지금은 60 회복시키려면 20시간을 쉬어야 돼.

......지금 상황에 정말 알맞는 패시브다.

"...하아..."

씨발.

운이 좋았다고 해야되나.

생존 전문가라고?

꽤나 쓸만하잖아.

...잠깐만.

잠깐 있어봐.

앞에 올렸던 시간조정자.

저거, 가속을 주는 전문화였지.

정신을 위주로 올려야 되는 전문화다.

생존전문가.

이건 대놓고 체력 올리라는 전문화야.

...다른 전문화들은...

그림자 전사, 야생 사냥꾼, 공간 탐색자.

이것들도 각자 대응하는 스텟이 있다는 뜻이다.

...미친거 아니야?

난 이마를 짚고 말았다.

"뭔 씨발 진짜 이딴게 다 있어."

아니, 씨발 내가 아무리 RTS만 거의 하긴 했어도, RPG를 아예 안 해본건 아니라고.

아무리 그래도 씨발 하나에 집중해서 스텟을 키우는게 정석 아니냐고.

전사는 힘!

법사는 지능!

궁수는 민첩!

국룰이잖아 씨발!

난 왜 전부 다 올려야 되는건데!

"아 씨발."

잡캐도 씨발 이런 잡캐가 없다.

1업당 1포인트밖에 안 주는 주제에 스텟은 골고루 찍으라고?

...아니야.

혹시 몰라.

새 전문화니까 1업당 2포인트씩 줄지도 몰라!

...씹...

그럴리가...

"하아..."

아 짜증나 씨발.

...잠깐만.

전문화는 전문화고, 패시브 스킬 얻었고 어쨋든 알겠어.

근데 스텟만 있는건 아니잖아?

"업적."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업적

 (5/???)

1. 첫 전문화 획득.

2. 악체 10 처단.

3. 악체 100 처단.

4. 두번째 전문화 획득.

5. 호칭 1단계 상승.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오!

업적이 5개로 늘었잖아!

2번부터 5번까지 점멸하며 깜빡이고 있다!

악체(惡體)...

악한 몸?

아니야, 그렇다기 보다는.

악에 물든 신체...

그렇게 해석하는게 더 가깝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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