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화 (46/187)

가속 적당히 회복하고, 밤에 다시 가자.

옥탑방에 올라와 드러누웠다.

회복해야 하는 정신은 50.

체력 30이니...

13시간쯤 쉬어야 최대치로 회복된다.

...13시간이나 쉴 순 없어.

적당히, 밤까지만 쉬었다가 다시 나가자.

회복량을 빨리 확보하는게 중요해.

체력에 2 넣고, 욕실에 들어가 피를 씻어내고 누웠다.

유지 장갑을 벗어보니 문신이 아주그냥 존나 선명하다.

이놈에거 씨발.

고향 친구들이 보면 뭐라고 할래나 모르겠네.

살아있다면 말이지만.

고딩때였나 소년원인지 무슨 보호소인지 좆같은데 사고치고 들어갔다 나온 놈이 팔뚝에 이딴거 하고 있었지.

무슨 천상천하였나 한자로 개병신같이 새겨갖고 본드빨고 삥뜯고 그지랄 하면서 양아치들이랑 어울려 다니다가 존나 나대길래 나한테 개처럼 처맞았었는데.

뭐, 메세지창이 알려주니 개패듯 팰 수 있었던 거라 내가 이겼다고 보긴 힘들긴 하다만.

이후로 그새끼 문신병신이라고 나랑 내 친구들한테 개같이 갈굼 당하다가 자퇴하고 사라졌었지.

이름도 기억 안나네.

그냥 문신병신이다.

그랬던 내가 손에 이딴거 달고 나타나면 내 친구들 씨발.

"아, 씨발 진짜 좆같네."

...디자인은 뭐 썩 나쁘진 않다만.

안에 뭐가 꽃 같은게 불타고 있고 그걸 여러개의 고리가 겹치면서 감싸고 있는 문신이다.

안에 타고있는게 뭔지 모르겠네.

여튼 희한하게 생겼다.

그래도 싫은건 싫은거라고.

길거리 쳐늙은 양아치 씹새끼들 중에도 문신한 놈 있었던거 같은데.

씨발.

문신병신이나 늙은 양아치 쓰레기들이랑 동류 되는 거 같고 기분 좆같다.

에라 썅.

유튜브 보다 잠이나 자자.

자다 깬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잠이 올래나.

...유튜브에선 꽤나 난리가 났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대통령은 뭐하냐, 군대는 뭐하냐, 호소하고 절규하는 채널이 수두룩하다.

전세계가 이 지랄이 났는데 대통령이라고 무슨 수가 있나...

주변 돌아다니면서 보아하니 서너집 건너 한집씩 으르렁댄다.

대충 30명 혹은 40명당 한명씩 변해버렸다는 소리다.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있는 곳은 대참사가 벌어졌을거고, 막사를 여럿이 같이 쓰는 군대도 거기서 벗어날 순 없다.

아니, 오히려 내무반을 같이 써서 더 치명적이다.

대응이 빠른 부대는 몇몇 살아남았겠지만, 어떤 부대는 단 몇시간만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을 수도 있다.

그걸 대통령보고 해결하라고 하면, 대통령이 무슨 초인도 아니고 무리지.

......음?

...채널에 이상한게 있는데...

뭐지 이건?

무슨 월드컵 축구 결승전 응원하는 것같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도시 전체를 바글바글 채우고 있다.

어디야 여기?

약간 오르막 엄청 심한 달동네처럼 생겼는데.

...리우 데 자네이루?

브라질이네?

사람 왜 이렇게 많아?

옛날 영상인가?

...업로드 날짜는 어제다.

...어제라고?

그럴리가...

채널 주인이 브라질어인지 못알아들을 말로 다급하게 나불거린다.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

...드론?

드론이라는 단어가 자주 들린다.

드론으로 촬영했다는 것 같은데.

...도시랄까, 엄청난 규모의 달동네를 가득 채운 인파를 보고있자니 좀 멀미 날 것 같다.

다른 채널 좀 보자.

...오, 이건 미국이네.

...뉴욕?

건물들의 마천루가 들어선게 언젠가 영화 같은데서 봤던 매디슨 스퀘어... 같은데.

인파가...

어마어마하다.

리우랑 마찬가지로 엄청난 인파가 도심 속을 가득 메우고 있다.

영어로 뭐라고 씨부리는데 못알아듣겠다.

업로드 날짜는...

8시간 전?

...뭐야...

...불길한데.

도로에 있다가 사라졌던 사람들, 분명히 더 많아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 사람들.

그 생각, 요전에 했었지.

한국 채널 한 번 찾아보자.

...찾았다.

"...미친씹..."

...어디야 여기.

인천?!

마찬가지로 누가 드론으로 촬영했다.

인천 거리를...

인파가 가득 메우고 있다.

언듯 봐도 수만명, 아니 수십만명은 될 것 같다.

건물과 건물 사이, 도로와 도로를 완전히 메워 틈이 없을 정도다.

채널 주인이 속삭이고 있다.

"이, 이걸 보세요 여러분. 으, 음식 구하러 가는 길 안전한가 제가 늘 드론으로 먼저 살피고 나가거든요. 오, 오늘 보니까 우리 집 앞이... 이... 좀비들로 완전히 가득 차서, 도, 도저히 나갈 수가... 어, 없습니다."

채널 주인은 극도의 공포에 질려 턱을 덜덜 떨고 있었다. 이가 딱딱 부딪히는게 말하는 사이사이에 들려온다.

크아아악, 크르르르 하며 음향조절조차 압도하는 으르렁이 섞여들어 온다.

집 안이 울릴 정도의 소리라는 거다.

이 사람의 집은 완전히 포위당했다.

채널 주인이 속삭였다.

"이, 이 좀, 좀비들은 지금 이동하고 있어요. 어디로 가는지는 모, 모르겠습니다. 어디서 끝없이 와서, 어디로 가고 있네요. 아, 아마도 방향 보니 수원 쪽인거 같은데, 모르겠습니다. 그, 그쪽에 계신 분들 괜찮으신지 모르겠네요. 호, 혹시 이거 보신다면 조심하시고요. 다, 다들 살아서 다시 만납시다."

채널 주인은 손을 흔들었다.

영상이 꺼졌다.

업로드 시간, 4시간 전.

......좀비들, 거리에서 사라져서 모여들고 있었구나.

...위험하다.

저 놈들, 이 거리엔 없어.

아직은.

하지만, 여기에 저 떼거리가 나타난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일주일, 혹은 한달.

아니면 그 이상.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내미는 수가 생긴다.

내가 놈들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곤 해도 무한대로 해치울 수 있는건 아니야.

몇만명, 몇십만몇씩 혼자 썰어버릴 순 없어.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장갑끼고 검을 챙기고 집 밖으로 나갔다.

...주상복합 건물 쪽에선 아직 으르렁이 들려오고 있는데. 하지만 꽤나 잠잠해졌다.

슬슬 돌아가려는 타이밍같다.

...수현이 괜찮나.

철물점에 아마 있을것 같은데, 수현이 먼저 확인해보자.

편의점 쪽으로 몸을 굽히고 걸어가 철물점에 도착했다.

뭐가 달그락거리며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아, 그거 용접봉이예요. 그것도 가져가야 돼요."

"예, 수현씨. 말씀만 하세요."

...마음이 탁 놓인다.

방금 그걸 봐서 그런지 긴장감이 너무 올랐어.

"수현아."

"어? 오빠."

수현이가 날 보며 반갑게 웃는다.

옆에 있던 훈이 아재도 평소대로 선생님 어쩌고 하며 날 반겨준다.

"좀 어때? 물건은 좀 챙겼어?"

"응. 이제 돌아갔다가 한번 더 올려구."

난 고개를 끄덕이곤 물었다.

"수현아. 너 하숙집 방비하는거는 좀 어떻게 되어가냐?"

"잘 되고 있지. 왜?"

난 폰을 들어 수현이에게 내밀었다.

"...너 이거 봤어?"

수현이 반가운 얼굴로 미소지었다.

"와 유튜브. 요 며칠간 망치질 하느라 바빠서 못 봤는데. 뭐 재밌는거 떴...어...?"

표정이 변한다.

훈이 아재의 얼굴도 대번에 변했다.

"서, 선생님... 이, 이거..."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인천이면 이 놈들한텐 딱히 멀지도 않아요. 방비를 제대로 해야됩니다."

"...인천만이 아닐거야."

수현이가 말했다.

"오빠. 서울 어디에도 분명히 어마어마하게 몰려있을거야. 전국 각지에 이런 떼거지들이 많이 있을거라구."

...수현이의 말이 옳다.

리우 영상에서 본게 브라질에서 발생한 좀비 전부가 아닐 것이며, 메디슨 스퀘어에서 본게 미국에서 발생한 전부가 아닐거다.

...이 떼거리가 과연 인천에만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을거다.

전국 각지에 이런 수만, 수십만의 떼거리들이 모여 어디론가로 이동하고 있겠지.

"서, 선생님. 어, 어떡하면 좋습니까?"

어떡하긴 뭘 어떡해.

렙업 존나 해야지 씨발!

근데 10마리당 1업 개씨발!

난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일단 수현이를 도와야죠. 그리고 식료품도 집에 꽉꽉 채워놔야 됩니다. 혹시 모르니까요."

"예, 선생님. 그 말씀이 옳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이곤 수현이에게 말했다.

"나도 거들테니까 필요한거 다 집어."

"알았어."

수현이가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반쯤 취미로, 반쯤 진심으로 망치를 뚱깡거렸다.

나중엔 풀타임 직업처럼 그저 일했다.

지금은 전력을 다해 집을 요새로 만들겠다.

그런 얼굴이다.

철물점에서 한아름 짊어지고 하숙집으로 돌아왔다.

주상복합건물에 좀비들이 아직도 졸라 우르르 몰려있긴 한데, 철물점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도로 건너 치킨집을 따라 돌아오는 길은 확실히 안전하다.

그나저나 무겁다, 철물.

젠장.

"후우."

마당에 짐을 내려놓고 물었다.

"수현아. 또 뭐 챙길건 없어?"

훈이 아재가 땀을 뻘뻘 흘리며 묵직한 가방을 내 옆에 내려놓는다.

수현이가 가방을 지익 지익 열어보고는 말했다.

"실리콘, 챙겼고. 전동드릴, 챙겼고. 용접도구에 용접마스크도 있고..."

그녀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말했다.

"...제대로 막아둘려면 합판 같은게 있으면 좋겠는데, 어디 구할 데 없겠지?"

...합판?

여기서 합판을 구할 데가 있나...

그때 훈이 아재가 말했다.

"저, 수현씨. 합판은 잘 모르겠는데, 철판은 안 됩니까? 철판도 아니고 알루미늄이긴 한데."

"그런게 있어요?"

훈이 아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있죠. 저기 도로에 널려있지 않습니까."

...!

아!

도로를 점거중인 수많은 차량들!

본넷이고 범퍼고 죄다 뜯어내버리면 되겠네!

난 씩 웃으며 수현이를 봤다.

괜찮은데?

수현이도 나를 보고 웃고있다.

"그럼 철물점 한번 더 갔다가 차나 보러가요."

"그러자."

차라는, 금속 덩어리가 도로에 널려있는데 왜 진작 써먹을 생각을 못했지?

차가 만약 필요하다 해도 도로에 넘쳐나는게 차다. 몇대 뜯어내도 이용할 놈들은 많다.

"차 뜯어내면 그걸로 뭐 할거야?"

수현이가 돌담벽을 가리켰다.

"벽을 보강해서 뭐 넘어오는거 없도록 할려고."

...진짜 요새네.

난 그런 쪽으론 전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감도 안 잡힌다. 그냥 수현이한테 맡기자.

다시 철물점을 다녀오니 점심때다.

마트에서 돌아온 여자들이 재잘대면서 식사를 준비했다. 마트 카트를 이용해서 세제부터 사탕까지 하여간 잔뜩 갖고왔다.

점심 메뉴는 돼지고기 김치찜.

상추에 푹 익은 김치 쭉 찢어다 돼지고기랑 같이 올려놓고 통마늘에 쌈장 푹 끼얹어 입에 넣으면 구수한 김치국물이랑 돼지육즙이 입 안에 쫙 퍼지면서 개꿀맛이다.

"마트 쪽은 좀 어때?"

으적거리며 먹다가 물어봤다.

예은이가 대답했다.

"좋아요. 인라인 동호회 사람들 엄청 열심히 돌아다녔나봐요. 벌써 거기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요."

"바글바글하다고?"

새댁 아줌마가 웃으며 말했다.

"보니까 우리 이웃집 언니도 있더라고요. 인라인 그 분들 저 밑에 우리 동네까지도 왔었나봐요."

...호오.

돼지고기 상추쌈을 만들며 물었다.

"얼마나 몰렸길래 바글바글하대?"

예은이가 갸웃하며 생각해보더니 말했다.

"우리랑 인라인 분들 빼고도 스무명? 서른명? 거의 그정도. 시간이 갈수록 점점 사람들이 늘어나더라구요."

...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늘어났다라...

그러면 오늘 저녁이나 내일쯤 되면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겠네.

"인라인 사람들은 아직도 나눠주고 있어?"

예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근처에 그... 좀비들? 없는 그런 집들은 죄다 들러서 라면팩 한봉지씩 줄거래요. 살아남은 사람들이 꽤 된다나봐요."

...으음...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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