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3화 (53/187)

5초!

5초만에 2층에 도착했다.

두다다닥!

발소리가 뒤늦게 울려퍼진다.

따발총 소리같네.

"크아으윽! 크르륽?!"

좀비들이 으르렁거린다.

뭔가 있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찾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계속 있으면 안돼.

계단을 올라올지도 모른다.

움직여.

"...후우, 스읍."

숨을 들이키곤 계단을 올랐다.

3층.

마트 창고와 사무실 구역.

여기는 나중이다.

4층, 검도장과 필라테스.

철문을 살며시 열었다.

귀를 기울여 본다.

희미하게 들린다.

높은 소리의 으르렁이.

여자들이 내는 소리다.

조심스레 문 안으로 들어섰다.

오른쪽엔 검도장.

진검을 파밍했던 곳.

저긴 비었어.

필라테스는 밖에서 내부를 볼 수 없었다. 아마도 여자들이 옷을 갈아 입거나 타이즈 같은걸 입고있기 때문이겠지.

필라테스장 벽을 따라 조심스레 걸어갔다.

출입문이 가까워질 수록 으르렁이 점점 커진다.

필라테스 출입문은 미닫는 유리문.

크르르르- 크르르르-

소리가 들려온다.

유리문 너머로 힐끗 바라보니 안내데스크가 보인다. 그리고 그 너머에 여자 좀비 두마리가 서 있었다.

몸매 꽤 좋은데.

얼굴도 살아생전엔 제법 예뻤겠다.

지금은 얼굴 한쪽이 뜯겨있고 머리에서 흐른 피가 얼굴에 굳어있다.

고개를 돌려 검도장을 바라봤다.

...저긴 유사시에 은신처로 쓸 수 없겠는데.

밖에서 들여다 볼 수 있게 해놨다.

여차하면 놈들이 뚫고 들어올 수도 있다.

...은신처는 계단으로 잡자.

가속은 충분히 남겨놔야 되겠군.

여차하면 가속을 연속으로 박으면서 여길 탈출해야 돼.

검을 뽑아들었다.

슈르릉-

...둘 뿐인가?

...후우...

"...스으읍."

어깨로 문을 힘껏 밀고 들어갔다.

털컹!

"캬르륵?!"

여자들의 머리가 홱 돌아간다.

엎드려 있던 여자 하나가 벌떡 일어난다.

"캬아아악!"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한 발을 내딛고!

"흡!"

힘껏 찔러넣었다.

두 여자의 머리를 동시에 뚫은 후, 왼손을 빼내어 옆의 좀비을 뚫었다.

파가각! 파각!

검을 빼냈다.

핏방울이 일렁일렁 날아오른다.

주위를 둘러봤다.

오른쪽엔 사물함. 그 너머 탈의실.

왼쪽엔 필라테스장.

오른쪽으로 한걸음을 내딛었다.

"-캬-핡."

여자들이 안내데스크에 부딪혀가며 와르르 쓰러졌다. 핏방울이 뺨으로 귀로 튀어오른다.

젠장.

안쪽에 몇마리나 있는지 모르겠다.

뛰쳐나오나?

잠시 서서 기다려봤다.

귀에 신경을 집중하고 소리를 들었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반응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계속 죽이면서 느꼈지만, 이놈들은 자기들끼리 내는 소리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쓴다.

좋아.

조심스레 걸음을 옮겨 탈의실 앞으로 갔다.

으르렁이 들려온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이상하군.

탈의실은 하나 뿐인가?

남자 탈의실은?

주위를 둘러보니, 벽에 여성 전용 필라테스 어쩌고 전단지가 붙어있었다.

아아, 여자들 뿐이라는 건가.

알겠어.

탈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무 캐비넷들이 줄이어 늘어서 있다.

그리고,

"캬르륽?!"

아줌마들의 머리가 홰래랙 돌아간다.

눈들.

뜯기고 찢어진 얼굴과 몸을 한 채 희번득 노려보는 눈.

좀비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캬아아악!"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걸음을 크게 딛으며 힘껏 찔렀다.

"흡!"

파각, 파각!

탈의실에 있던 아줌마는 일곱마리.

모두 처리하고 탈의실을 나섰다.

핏방울을 하도 얻어맞아 머리칼에서 뚝뚝 떨어진다.

젠장.

피부에 흐른 피는 시커멓게 눌러붙어 있으면서 몸 속에는 아직 맑은 피를 갖고있다니.

이상한 괴물들이라니까.

[레벨이 올랐습니다.]

"후우..."

필라테스에서 가속 3회.

들어오며 1회.

처리한건 10마리.

앞으로, 17마리.

횟수를 잘 계산해야 돼.

필라테스실도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그쪽으로 걸어가 문을 살짝 열어봤다.

천장에 무슨 이불 같은게 주렁주렁 달렸네.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는 기구도 있고.

크르르르- 크르르르-

하나...둘...셋...

...16마리.

...좀 아쉽네.

한마리 모자라, 젠장.

...욕심내지 말자.

한마리 잡자고 가속 쓰고 다닐순 없어.

어깨로 문을 밀치고 필라테스실로 들이닥쳤다.

"캬르륽?!"

좀비들의 대가리가 홰래랙 돌아간다.

"캬아아악!"

난 미소지었다.

가속.

* * *

2층 계단.

난간 너머 아래층을 내려다봤다.

놈들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들린다.

으르렁이.

계단을 내려가 오른쪽을 보면, 내 코 앞에 있을거다.

"...후우..."

조심스레 한계단씩 내려가, 1층 구석.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힘껏 뛰어 마트를 빠져나갔다.

차로를 건너 인도로 올라가 뛰는데 뒤에서 으르렁이 들려왔다.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난 그대로 앞으로 질주했다.

편의점 근처까지 도달해서야 가속이 끝났다.

뛰는것도 제법 빨라졌는데.

계속 죽이고 다녔더니 체력이 점점 좋아지는 모양이다.

가속은 1번 남았다.

"후우, 하아."

하숙집에 돌아와 대문을 열었다.

"아!"

눈 앞에 뭐가 있다.

놀란 소리를 내며 흠칫 물러선다.

정은서다.

난 힐끗 보고는 피식 웃었다.

"사람 보고 뭘 놀라고 그래."

숨을 몰아쉬며 계단으로 몸을 돌렸다.

뛰었더니 숨이 차네.

정은서가 말했다.

"아, 죄, 죄송합니다. 피가..."

어?

아아.

피 좀 뒤접어 썼지.

머리칼에서도 뚝뚝 떨어지니까.

난 정은서를 힐끗 돌아봤다.

"전에 나 싸우는거 봤잖아. 새삼스럽게."

"아...네..."

피칠갑한 모습이 편하진 않겠지.

나도 피냄새 오지고 찝찝하다.

씻자.

아, 맞아.

"남자들은 좀 어때요?"

정은서가 내 눈길을 피하며 대답했다.

"아...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요. 약이 많아서... 밤새 열이 심해서 계속 물수건 갈아주고..."

으음.

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요. 금방 일어날거야. 간호사 아줌마도 있고. 아, 그 아줌마는 좀 어땠어요?"

"네, 상처도 잘 꿰메주시고..."

음.

솜씨는 있나보네.

"알았어요."

후우, 하고 숨을 들이키곤 말했다.

"한 방에 여럿이 있으려니 불편하죠. 지금 저기 마트 정리하는 중인데 이사할 때까진 시간 좀 걸리겠어. 저 맞은편에 집 비워놨으니까, 저기서 머물러요."

정은서가 꾸벅 인사해왔다.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으, 찝찝해.

"씻으러 갑니다."

그렇게 말하곤 옥탑방으로 올라왔다.

계단 오지게 오르내리네.

저 건물 싹 청소할려면...

으으.

방에 돌아와보니 수현이는 아직도 자고있었다.

어제 몇번 깨는 바람에 잠이 모자랐나.

피에 젖은 옷을 훌러덩 벗어다 쓰레기통에 처박아넣곤, 곧장 욕실에 들어가 핏물을 씻어냈다.

"하아..."

좋네.

아, 그렇지.

"상태."

3렙업.

포인트 3점.

힘에 3 넣어 30을 만들었다.

30마리.

레이드 한번에 3업.

반드시라곤 할 수 없지만, 그래도 3업 할만한 기반은 만들어놨어.

아, 멀다.

생존 전문가 만렙, 너무 멀어.

젠장.

아침식사 후 새로 합류한 사람들의 이사가 시작됐다.

할줌마는 밤새 꽤나 열심히 간호했는지 눈이 퀭했다. 하지만 얼굴은 어제보단 확실히 나아졌다.

다른 사람을 돌보면서 기운을 얻는, 뭐 그런 타입인가.

어쩌면 인라인 동호회 사람들과 성향 자체는 별로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새 집에 잠겨있던 문은 수현이가 절단기로 아예 문짝의 손잡이를 잘라 뜯어내곤, 경첩부터 새로 달았다.

훈이 아재가 무거운걸 도맡아서 문을 들었다 놨다 하며 도와주니 점심 먹기 전에 새 집 준비가 끝났다.

잠금장치는 아주 오래된 방식.

전동드릴로 문틀에 구멍을 뚫어 쇠꼬챙이를 꽂아 문을 걸어잠그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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