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4화 (54/187)

수현이, 정말 만능인걸.

인라인 남자들이 비틀대며 새 집으로 옮겨졌는데, 얼굴을 보니 호빵맨이 따로 없다.

팅팅 불어갖고 엉망진창이다.

그래도 비좁은데서 여섯일곱이 지내는 것보단 커플끼리, 남자끼리, 또 여자끼리 지내는게 훨씬 좋지.

남자들을 간호할 사람도 물론 있어야 된다.

할줌마는 결국 붙잡혀 주인집 안방에서 머물기로 했다.

이 할줌마, 집에 아무도 없는거다.

기다리는 사람도, 먹을 것도 없다.

돌아갈 이유가 없다.

마지못해 승락하는 것 같았지만, 사람들과 그래도 부대끼며 지내는게 더 좋은거겠지.

나는 이사를 대충 거들어주다 훈이 아재와 시체를 모으러 나갔다.

저 시체들, 저렇게 썩어가도록 놔둘순 없다.

지금 상황에 쥐떼라도 창궐하면 좆망이다.

병원도 구급차도 의사도 없다.

전염병이 돌면 모든게 끝장이다.

태우는거야 나중에 하더라도 미리미리 조금씩이라도 시체를 치워놔야돼.

몇시간 시체 수거하는 작업을 하고 집에 돌아와 푹 쉬었다.

오늘 하루는 꽤나 평범하게 지나가겠는걸.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며 거리를 살펴봤는데 아무런 낌새도 없다.

다른 그룹은 뭘 하고 있는거지?

서로 치고받고 싸우다 자멸이라도 했나?

그러기엔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고.

흐음...

내가 알 바 아니지.

어쨋든 푹 쉬고, 밤에 다시 레이드다.

옥상 난간에 팔꿈치를 얹고 마트 건물을 바라봤다.

4층은 완전히 정리했다.

하루 1층씩...

가능하려나.

뻐끔뻐끔 피우던 담배를 거리로 튕겼다.

그리곤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쉬자.

저녁 일곱시.

스텟이 모두 회복되었다.

확실히 빨라졌다.

정신력 54를 회복시키는데 약 13시간.

너무 조금씩 줄어 티가 안 나는 것 같지만, 쉬어보면 확실히 체감된다.

가속이 충전됐으니 다시 간다.

검을 차고 옥탑방을 나섰다.

이번 목표는 5층.

대형 마트 앞에서 가속 박고 뛰어들어 곧장 5층까지 올라갔다.

중간에 가속이 풀려 밑에서 뭐가 으르렁대긴 했지만 놈들은 계단을 타고 올라오지 않았다.

"후우..."

5층.

노래방과 DVD방.

문을 살짝 열고 안쪽을 바라봤다.

...어둡다.

엄청 어두운데?

아예 불이 안 켜져 있는 것같다.

귀를 기울여봤다.

우우웅 하며 바람소리가 들린다.

으르렁은 들려오지 않았다.

...뭐지?

휴대폰을 꺼내 조명을 켜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른쪽, 노래방.

...불 꺼져있는데?

왼쪽, DVD방.

...뭐야 이거.

A4 용지가 출입문에 붙어있다.

점포매매.

...장사가 안돼서 망했나보네.

...하.

건물 밖에다 점포매매 써붙여놓으면 미관상 안좋아서 그러나.

그럼 노래방은?

...점포매매 같은건 안 붙어있다.

문 너머 안쪽을 들여다보니 음료랑 술이 들어있는 냉장고가 보인다.

장사는 하는 모양이네.

단지 영업시간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마 오후 늦게나 저녁때 열어서 새벽까지 장사하는 그런 집인가보지.

...5층은 그럼 없구만.

"...쯥."

됐어.

없는데 뭐.

자, 올라가자.

6층으로 조심스레 올라갔다.

"...!"

...미친.

겨우 계단 몇개 올랐을 뿐인데 공기가 진동한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도대체 몇마리야?

무슨 우퍼사운드 같은 소리가 나는데.

공기가 울릴 정도다.

조심스레 계단을 올라가니 6층 철문이 그대로 열려있다.

그리고, 계단쪽 창문도 열려있다.

...기둥형 재털이가 놓여있는데.

...아.

PC방이다.

...미친씹...

대낮부터 피시방에서 게임 조지는 인간들 도대체 얼마나 많았다는 거야?

으르렁 소리 개 오지네 진짜.

신형 모니터가 좋다는 스탠딩 광고판이 얄팍하게 서있다.

저딴거 보고 누가 가냐.

그냥 앉아서 편하게 게임할 수 있으면 가는거지.

"...후우..."

6층 올라가는 계단.

거기 살짝 앉아서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열린 철문.

그 너머, 유리문.

크르르르- 크르르르-

많다.

몇 놈인지 모르겠다.

어쨋든 많다.

검을 꺼냈다.

슈르릉-

철문은 이미 열려있다.

한 계단 올라가면 곧장 노출된다.

"...하아..."

...가자.

"...스으읍."

일어나 계단을 성큼 밟고 올라가 유리문을 어깨로 들이받듣 밀어젖혔다.

털컹!

"크아아아악! 캬아-"

[자동 시전 : 가속]

"--아-----"

"으읏!"

미친 씨발!

문 바로 옆에 알바가 서있냐.

깜짝 놀랐네 썅.

곧장 검으로 대가리를 찔렀다.

파각!

시전도 안 했는데 알아서 자동시전 됐다.

젠장, 많긴 많구만.

낭비 할 시간 없다!

즉시 옆으로 뛰며 검을 찔렀다.

파각!

"--크-와우욹!"

미친!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언듯 봐도 컴퓨터 200대는 넘겠다.

화장실이랑 흡연실은 피시방 한가운데.

난 좌석과 좌석을 너머 성큼성큼 뛰며 검을 찔러넣었다.

파각, 파각!

* * *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제기랄, 가속을 다 썼어!

미친듯이 달려 활짝 열린 유리문 너머 계단 아래로 뛰었다.

5층에 도착하자 마자 철문을 벌컥 열었다.

"--크-아아악! 캬아아악!"

개씨발!

문을 힘껏 닫고 손잡이 잠금을 돌렸다.

철컥!

"하아, 하아."

눈 앞에 메세지가 떠있다.

[레벨이 3 올랐습니다.]

30마리.

30마리를 죽이고도 아직도 실컷 남았다.

미친.

대낮부터 저만큼 사람이 있었던거면 무지하게 장사 잘되는 가게였구만.

서비스가 좋았나?

최고 사양에 알바 존내 이쁘고 앉으면 무조건 컵커피 주는 그런덴가?

아까 알바가 어떻게 생겼었더라? 놀래서 칼부터 찔러넣는 바람에 생각도 안나네.

씨발.

"크아아아악! 캬아아아악!"

우당탕 와당탕 하며 엎어지고 자빠지며 요란한 발소리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개씨발.

오지마라...!

"카아아악! 캬아아악!"

철문 너머로 으르렁이 들려온다.

"하아, 후우..."

젠장.

피시방.

만만한곳이 아니었어.

좌석과 좌석이 밀집되어 은근히 바닥이 안보이고, 들어가자 마자 발각당해서 도발해서 끌어모을 여유도 없었다.

가속 12회를 죄다 써버리다니.

"후우... 하아..."

그래도 3업 했네.

"캬아아아악! 크아아아악!"

아직도 철문 너머에선 지랄발광이다.

젠장.

5층, 노래방.

너무 어두워.

폰으로 조명을 켰다.

확실하다.

여기엔 아무도 없다.

등 뒤에서 오도방정을 떨든 지들끼리 잡아먹든, 이 철문을 뚫고 들어오진 못한다.

"후우..."

검을 집어넣었다.

스르릉-착.

철문에 기대앉아 숨을 가다듬었다.

툭, 툭.

뭐가 턱에서 자꾸 떨어지는데.

아, 피다.

젠장.

자...

여기서 숙제인데.

이 철문, 일단 안전하고.

저 노래방은 유리벽이랑 유리문으로 되어 있어 검으로 쪼개면 간단히 들어갈 수 있을거고.

노래방 안쪽엔 당연히 커다란 소파가 있을거고, 화장실도 있을거다.

간식거리와 음료수도 물론 있고.

...흐음.

여기서 버텼다가 6층 피시방을 완전히 정리하고 돌아가느냐.

아니면 가속을 좀 충전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느냐.

...여기서 탈출하려면 적어도 가속 2회는 필요해.

왕복하려면 가속을 2회씩 낭비하게 된다.

그래.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내보자.

피칠갑 된 옷이 좀 불편하긴 한데, 할 수 없지.

그나마 피가 덜 묻은 엉덩이에 손을 쓱쓱 닦아내고는 수현이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수현아. 오늘 못들어갈거같다. 내 걱정 말고 저녁먹고 쉬어.]

보내기를 누르고 일어섰다.

자, 노래방이라...

다가가서 문을 보니 제대로 잠겨있다.

검을 꺼내어 유리문에 갖다댔다.

그리고 쓱 내렸다.

끼이익-

...음...

베는건 좀 어렵겠는데.

좀 깊은 흠집이 약간 날 뿐이다.

힘주어 찔러봤다.

퍼걱!

단숨에 검이 쑥 뚫고 들어간다.

...유지장갑 덕분인가.

웬만하면 이가 나갔을텐데.

한 방에 뚫어버리네.

그래. 찌르자.

지잉-

폰이 진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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