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0화 (60/187)

"네 오빠. 조심해요."

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예은이를 바라봤다.

...오빠?

나한테 오빠라고 한 건 처음인거 같은데?

예은이가 내 눈을 보더니 갸웃했다.

그리고는, 곧 빨개졌다.

"왜, 왜 그런 눈으로 봐요?"

난 피식 웃고는 말했다.

"있다 보자."

오빠라.

흐음.

참 듣기 좋단 말이야.

소은이도 언젠간 나한테 오빠라고 부를려나?

근데 걘 하도 낯을 가려서 말이지.

나한테 거의 말도 안 붙인단 말이야.

옥탑방에 돌아와 드러누웠다.

"상태."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선택받은 자

[전문화 - 생존전문가] [레벨 - 23]

[호칭 - 힘을 얻은]

스테이터스

[체력 - 44/45] [감각 - 2/2]

[힘 - 30/30] [민첩 - 4/4]

[정신 - 57/60] [지능 - N/A]

[분배 포인트 - 4]

스킬

[패시브 - 혼의 문신 LV. 2]

[패시브 - 회복]

[액티브 - 가속] (자동시전 중)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흐음...

레벨 23이라...

제법 올렸네 그래도.

체력에 4포인트 넣어 49를 만들었다.

1점만 더 있으면 50이었는데, 젠장.

똥내녀석!

어쨋든 조금 지나면 가속 12회 되니 쉬었다가 다시 나가자.

11시.

집을 나섰다.

갔다가 혹시나 또 밤을 샐지도 모르니 이번엔 비상식량을 제법 챙겼다.

점심을 먹고 올 걸 그랬나.

...아니야.

렙업해야돼.

이 레벨에 밥이 넘어가냐!

대형 마트.

커달한 의자가 흉물스럽게 엎어져 있다.

유리도 깨져있고, 옆문만 보면 그냥 폐허다.

가속박고 들이닥쳐 단숨에 4층까지 뛰어올라갔다.

"후우."

이번 목표는 8층.

8층을 다 쓸어놓으면 남은건 주거층 뿐이다.

사람들 다 데려와서 정리해도 안 늦어. 어차피 문 딸려면 수현이랑 훈이 아재가 필요하고.

내가 절단기로 철문 손잡이를 잘라서 열려고 하다간 오히려 더 망가뜨려서 아예 못 열게 될지도 모른다.

그냥 할 줄 아는 사람한테 맡기는게 낫다.

8층에 도착해 숨을 가다듬었다.

여긴 뭐하는데지?

ㄹㄹㄹㄹ- ㄹㄹㄹㄹ-

...음...

제법 많네.

검 한자루를 꺼냈다.

스릉-

문을 살짝 열었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으르렁 때문에 공기가 울린다.

많다.

겨우 문만 살짝 열었을 뿐인데.

안쪽을 들여다봤다.

왼쪽엔 미용실.

오른쪽엔 만화방.

둘 다 사람들이 제법 긴 시간동안 앉아있어야 하는 곳이다.

많을 만 하네.

...기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고.

7층이 비었으니 여차하면 내려가서 은신하면 된다.

"후우..."

숨을 고르며 안으로 들어갔다.

만화방은 내부가 안 보인다.

하지만 미용실은 아랫쪽만 반투명이다.

내부가 훤히 보인다.

하나...둘...

...아홉.

엎어져 있는 놈도 있겠지.

검 한자루를 더 꺼냈다.

스릉-

"...스으읍."

일어나 미용실 문을 어깨로 밀며 들어갔다.

"캬르륽?!"

대가리들이 돌아간다.

전부 여자들이다.

남자는 하나도 없다.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캬-아---아-----"

발 밑에 뻗어있는 여자들의 머리를 찔렀다.

파각, 파각!

곧장 몸을 비틀며 카운터의 여자를 찌르고, 다시 한 걸음 크게 도약해 찔렀다.

가속의 타이밍.

완전히 숙달되었다.

언제 가속을 써야할지 본능적으로 알아챌 정도다.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좀비들은 움찔할 뿐 정체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난 미용실을 빠르게 다니며 끝없이 검을 찔러넣었다.

파각, 파각, 파각, 파각!

마지막 좀비의 머리를 뚫고, 검을 뽑았다.

그리고 숨을 가다듬었다.

"...후우."

"--캬-읅!"

우르르, 와당탕!

아줌마, 젊은 여자, 디자이너, 스탭, 캐쉬어.

모든 여자들이 일거에 와르르 무너졌다.

피가 사방으로 튀어오른다.

후드득, 하고 얼굴에, 몸에 묻는다.

사용한 가속, 4회.

처치한 좀비, 16마리.

왼손 칼질이 익숙해진 덕이다.

갈수록 처치하는게 빨라진다.

[레벨이 1 올랐습니다.]

음.

즉시 상태창을 열어 체력을 50으로 만들었다.

좋아.

이걸로 체력회복 45분.

스텟회복 12분 30초.

제법 많이 줄였다.

가속이 7회 남아있는데.

...가볼까.

미용실을 빠져나와 만화방 입구로 걸어갔다.

각종 만화 포스터와 캐릭터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있어 밖에서는 안을 도저히 들여다 볼 수가 없다.

"후우... 스으읍."

숨을 가다듬고,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크아읅?!"

벽에 진열된 수많은 만화책들.

늘어서 있는 1인용, 2인용 소파들.

그리고, 카운터.

언듯 봐도 20마리 이상.

"캬아아악! 크아아아악!"

온다.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흡!"

카운터에서 뛰어드는 아재의 머리를 뚫었다.

파각!

즉시 빼내며 주변의 좀비들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검 한 번에 머리 하나씩.

지체없이 찔러 들어갔다.

가속 횟수, 이것으로 둘.

셋, 그리고, 넷!

파각, 파각!

가속 다섯, 여섯!

파각, 파각!

난 검을 빼내고는 즉시 만화방 입구로 내달렸다.

문을 빠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찔러놓은 시체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아아악! 캬아아악!"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난 그대로 계단으로 달려가 철문을 닫았다.

철커덩!

지체없이 아랫층으로 내려가 철문을 붙잡고 한 발을 밀어넣었다.

그리고 위를 올려다봤다.

그럴리는 없을거다.

놈들이 철문을 열고 계단으로 올 리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

문이 열리는 낌새가 보이면, 즉시 들어가 서예학원으로 은신한다.

잠시 기다렸다.

놈들의 포효가 들린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후우."

놈들도 문은 못 여는 모양이군.

그동안 경험으로 문을 못 연다는건 알았지만,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쉽게 죽여 없앨 수 있지만 위험하다는 점이 변한건 아니다. 뭐든지 확실한게 좋아.

메세지가 눈앞에 떠 있었다.

[레벨이 3 올랐습니다.]

난 피식 웃고는 서예학원으로 걸어갔다.

가속은 이제 다 썼어.

이젠 쉬면서 회복하고, 8층을 마무리하자.

몇마리 안 남았다.

[수현아. 오늘도 늦을듯.]

[ㅡㅡ... 맨날 외박함?]

[아마 새벽녘에 들어가지 싶다.]

[내방에서 잘래요,]

으잉?

옥탑방에서 날 기다릴 생각이었나?

피식 웃고는 답장을 보냈다.

[무슨 일 있으면 메세지 보내.]

[오빠]

[응?]

[다치지 말아요.]

[안 다쳐. 걱정 마.]

폰을 넣어놓곤 드러누웠다.

의자를 1층에 집어던져버려 서예학원 사무실은 꽤나 널찍하다.

책상에 충전기가 있었네.

꽂아놓곤 유튜브를 들여다 봤다.

종말 2주차가 끝나갈 무렵이다.

뉴스는 더이상 업데이트 되지 않는다.

그 어떤 방송국도 새로운 방송을 내보내지 않는다.

종말 직후 뉴스로 도배되다시피 했던 정규방송은 이제 잡음 뿐이다.

재방송을 무한으로 틀어대던 케이블도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살아있는건 몇몇 커뮤니티.

그리고 유튜브 정도였다.

종말 3주차가 끝나갈 무렵에 그 마저도 끝장난다 할지라도 놀랍지 않을 것같다.

아직까지 통신이 된다는게 신기할 정도니까.

유튜브의 새로운 인기동영상은 좀비과 관련되어 도배되다시피 되어있었다.

더이상 국가나 언어 같은건 상관 없나보다. 온갖 국적의 동영상이 추천과 인기동영상으로 올라와 있다.

예멘이나 온두라스에서 누가 올린 동영상을 여기 한국에서 볼 이유는 없다.

평소라면 밑으로 아무리 내려도 찾아볼 수도 없었을거다.

그런데 버젓이 떠있다.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유튜버의 숫자가 줄었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전 세계 그 어디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은 아직 있을거다.

하지만, 그들은 말 그대로 살기 바쁘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살고있는 셈이다.

여유롭게 동영상을 찍어 올릴 만한 사람은 꽤나 드물 것이다.

그래서 현재 유튜브는 몇몇, 동영상을 광적으로 올려대는 소수의 유튜버들에 의해 잠식되어 있었다.

이 사람들은 거의 10분에 한 번, 혹은 한시간에 한 번 꼴로 영상을 업로드하고, 실시간 방송을 하며 자기가 살아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공포심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두려워서 죽을 것 같으니까 집착하며 올리는거다.

할 수 있는게 그거밖에 없으니까.

그런 동영상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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