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장 앞으로 튀어나가며 다시 찔렀다.
파각!
곧 화장실이다.
난 검을 빼고 앞으로 내달렸다.
두어 걸음을 딛었을 때, 가속이 끝났다.
"-커읅!"
우르르, 와당탕!
찔린 놈들이 쓰러지고, 뒤이어 쫓아오던 놈들이 걸리고 부딪히며 와르르 넘어진다.
놈들은 확실히 나를 쫓아오고 있다.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크아앍!"
화장실이 코앞이다.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머리 두개를 다시 꿰뚫었다.
파각, 파각!
검을 빼낸 즉시 화장실로 꺾어 들어갔다.
타-- 타--
내 발소리가 늘어난다.
화장실 앞 넓직한 칸막이.
꽤 깊이 들어가 좌우로 꺾어지는 구조였다. 왼쪽이 여자 화장실, 오른쪽이 남자 화장실이다.
구조가 QP 모양으로 되어있나보지.
뛰어들어가 오른쪽으로 들어갔다.
남자 화장실을 찾은건 본능이다.
익숙하니까.
화장실엔 문이 없다.
키 큰 외부 칸막이가 있을 뿐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남자들 둘이 보인다.
즉시 검을 내질렀다.
"--크-륽?!"
파각!
가속이 끝났다.
"크앍!"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검을 빼는 것과 동시에 한 발 내딛으며, 다른 손으로 찔러넣었다.
파각!
됐어.
시간낭비 없이.
난 즉시 좌변기 칸막이 문짝을 발로 걷어차며 안에 사람이 있나를 확인했다.
칸막이는 네칸.
전부 비어있다.
문짝이 벌컥 열린 채 느릿하게 움직인다.
즉시 한 칸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터텅! 우당탕!
칸막이 문들이 닫히며, 시체들이 쓰러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철컥.
문을 잠갔다.
"...후우."
됐어.
여기를 거점 삼아서 마트를 공략한다.
"크아아악! 캬아아악!"
뭐가 우르르 다가온다.
"캬아아악! 크롸라라락!"
우르르 들어오긴 했는데, 으르렁이나 발소리를 들어봐선 그리 많이 들어오진 않은 모양이다.
화장실 앞에서 갑자기 사라졌으니.
아마 화장실 입구 근처에 바글바글 모여있지 않을까?
화장실 문을 바라봤다.
딱히 튼튼해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틈새는 거의 없다.
밖에선 나를 볼 수 없다.
난 검을 쥔 채 숨을 가다듬었다.
후우...스읍...
조용히.
놈들이 진정할 때까지 기다리자.
"크르륽, 크롸르르륽!"
짖는건 변함없다.
그러나 소리가 약간 바뀌었다.
문과 칸막이라는 개념을 놈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문이 닫히면 열지도 못하고, 멀쩡한 문이 있음에도 유리벽을 뚫고 밖으로 튀어나오는거다.
인간이 아니니까.
밖에서 들려오는 으르렁을 들으며 나는 천천히 숨을 가다듬었다.
눈 앞에 메세지가 떠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음.
마트 입구 정리하면서 올렸던 2레벨.
포인트는 샤워하면서 체력에 넣었다.
체력 56.
방금 올린 1업. 다시 체력에.
현재 체력 57, 레벨은 34.
10마리당 1업인걸 알았을땐 막막했는데, 착실하게 레벨 올라가고 있잖아.
올릴수록 회복량도 점점 빨라지고.
나쁘지 않아.
그나저나 가속을 세번을 써서 말이지...
스탯을 보니 가속은 9번 남았고, 힘은 23.
방금 죽인거 7마리였구나.
살짝 모자라.
잠깐 쉬었다가 30마리 한번에 쓸어버리자.
그나저나 여기 몇마리나 있는지 모르겠네.
언듯 봐도 100마리쯤은 되어 보였는데.
폰을 꺼내 수현이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수현아. 어떻게 되고있어? 작업은 다 했어?]
[아직 하는중. 오빠, 어떻게 된 거야? 안쪽으로 달려갔다며. 무사한거야?]
[별 일 없어. 화장실이야.]
[다친거 아니지?]
[안 다쳤어. ㅋㅋ]
[화장실엔 왜 간거야?]
으음...
좀 생각해보다 답장했다.
[마려워서.]
답장은 좀 지나서 왔다.
[어지간하다, 오빠. 강심장도 오빠같은 강심장은 못봤어. 저 좀비들 가득한데서 마렵다고 화장실에 들어가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어?]
웃을 뻔했다.
희미하게 피식 웃고는 답장했다.
[작업 끝내면 곧장 올라가. 시간 좀 걸릴거야.]
[넹. 무사히 돌아와. 알았지?]
[ㅇㅋ 걱정마.]
주머니에 폰 넣어두곤 생각해봤다.
자아.
여기서 숙제인데.
1층.
화장실도 있고, 마트라 먹는건 걱정없다.
문제는 레이드 횟수인데...
100마리가 만약에 넘는다면, 레이드를 네번 해야돼.
거의 이틀이다.
...좀 빡세겠는걸.
두번만 하고 아침에 돌아가자.
밤 아홉시.
모두 회복되었다.
밖은 조용하다.
세시간이나 화장실에 앉아있는거, 꽤 못할 짓인걸.
찌뿌드드한 몸을 펴 기지개를 하곤 칸막이를 나섰다.
바닥에 죽은 시체 두마리.
피웅덩이를 밟고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저벅거리고 찐득한게 불쾌하다.
밖을 보니 화장실 입구부터 마트까지 대충 5미터는 되어 보인다.
이정도면 슬슬 끌어들이면서 잡기 충분한것 같은데?
고개를 끄덕이곤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캬르륽?!"
오, 여자 화장실엔 좀 있는데.
대충 예닐곱마리.
일 터지고 화장실로 도망왔다가 죄다 당해버린 모양이다.
"캬으아앍!"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캬--아----"
즉시 검 두자루를 뽑아내곤 놈들에게 들이닥쳤다.
파각, 파각!
서있는 놈들, 엎어져있던 놈들, 가속 두 번으로 모조리 정리하고 곧장 칸막이를 밀어젖혔다.
안 열린다.
칸막이는 여섯칸.
전부 안 열린다.
"--캬-륽!"
우르르, 와당탕!
여자들이 머리에서 피를 뿜으며 엎어졌다.
촤르륵, 촤륵!
피가 사방으로 튀어오른다.
털커러러렁.
밀었던 문들이 일제히 흔들리며 소리를 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좁은 화장실이라 피를 제대로 뒤집어 썼다.
머리에서 얼굴에서 뚝뚝 흐른다.
하지만 이젠 피 맞는건 아무렇지도 않다.
그보다, 이 닫혀있는 문은 어쩌지?
크르르르- 크르르르-
소리가 나는 칸이 있고 안 나는 칸이 있다.
...설마 누가 있는건가?
...음...
종말이 터진지 2주가 넘었다.
이 안에 누가 있었든, 살아있다고 보기 힘들다.
됐어.
냅둬.
체력에 1을 넣어 58을 만들고 밖으로 나갔다.
60 찍겠는데?
화장실 복도 너머 칸막이까지 걸어가 주위를 살폈다. 소리를 들어보니 주변에 제법 있는것 같은데.
전부 도발하기엔 좀 위험부담이 크고...
난 헛기침을 했다.
"흠!"
"크륽?!"
곧장 반응이 온다.
"캬르륵, 크륽."
온다.
여러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버럭 소리지를 때만큼은 아니지만, 근처에 있는 놈들은 확실히 유혹당했다.
다시 헛기침했다.
"크롸륽!"
이번엔 확실히 반응했다.
놈들이 칸막이 사이로 우르르 나타났다.
나를 봤다.
얼굴이 일그러진다.
아가리가 쩌억 벌어진다.
손이 올라온다.
"크아아악! 캬아아아아악!"
난 미소지으며 한 걸음 물러섰다.
"좋아, 덤벼."
놈들은 서로 붙잡고 밀어대며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칸막이와 벽 사이, 겨우 두사람이 지나갈 만한 틈새에 갑자기 너무 많이 몰렸다.
한 번에 우르르 몰려오질 못한다.
"크아아악! 크아아아악!"
온다, 왔다!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난 곧장 뛰어들며 찔러넣었다.
파각, 파각!
놈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며 계속 검을 찔러넣었다. 두개골이 퍽퍽 뚫리는 느낌이 손으로 전해진다.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칸막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놈들은 대충 열댓마리. 가속 박고 칸막이까지 전진하며 계속 찔러넣었다.
"흡!"
파각, 파각, 파각 파각!
이쯤에서 잠시 물러서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 기다렸다.
"--크-륽!"
찔린 놈들이 와르르 무너지며 피를 사방으로 휘날렸다.
촤륵, 파팟.
온 몸에 핏방울이 쏟아진다.
"크아아악! 캬아아악!"
비집고 들어오는 놈, 넷, 아니, 다섯.
근처에 있던건 저정도가 끝인가보군.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곧장 뛰어들어 놈들의 머리를 뚫었다.
빠르게, 더 빠르게!
가속 낭비 없이!
파각!
검을 뽑아내자 마자 가속이 끝났다.
"--켉!"
다섯마리가 우르르 넘어진다.
가속 한 번에 다섯마리.
조금씩이나마 빨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