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화 - 야생사냥꾼] [레벨 - 30]
[호칭 - 성장중인]
스테이터스
[체력 - 89/100] [감각 - 3/19]
[힘 - 3/45] [민첩 - 4/4]
[정신 - 3/75] [지능 - N/A]
[분배 포인트 - 8]
스킬
[패시브 - 혼의 문신 LV. 3]
[패시브 - 회복]
[패시브 - 한계달성]
[액티브 - 적중]
[액티브 - 가속] (자동시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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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레벨 30.
확실히 공격계열 전문화를 선택한건 정답이었어.
이대로만 가면 얼마 가지 않아서 최고레벨을 달성할 수 있다.
감각에 8을 넣어 27.
성장하고 있다는걸 실감한다.
씻는동안 올라온 수현이, 예은이와 식사후 두 여자를 한번씩 안고는 잠들었다.
꽤나...
나쁘지 않은 생활인 것 같은데.
종말이 터진 후 매일 수십 수백마리씩 죽여가며 살육을 저지르고, 피를 뒤집어 쓰지 않은 날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나는 그렇게 느끼고 있다.
나는 지금 살아있다.
요즘만큼 그걸 실감한 적은 없는 것같다.
"흡!"
힘껏 베어들어갔다.
핏방울을 뿌리며 쇄도한 검날이 이마를 뚫고 들어가, 이내 두개골을 완전히 절단낸다.
카칵!
수박 쪼개듯 갈라진 머리에서 핏방울이 느릿하게 솟아오른다.
베어낸 머리통이 여유롭게 일어난다.
나는 즉시 뒤돌았다.
베어넘긴 좀비의 떼거지가 머리에서 피를 일렁일렁 흩뿌리며 허공에, 또 땅을 딛고 있다.
순간적으로 주위사방을 촬영한 화면처럼 느릿하게 무너진다.
나는 몸을 굽히고 땅을 박찼다.
허공의 핏줄기와 방울들이 내 몸에 부딪힌다.
끝날 때가 되었어.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체력 업적 버프로 향상된 신체기능은 내 몸의 여러 부분을 강화시켜 주었다.
달리기도 그 중 하나다.
주위 풍경이 잔상처럼 지나간다.
한 걸음을 뛰는데 가게 하나가 훅 지나간다.
분수가 멀리서 다가오다 순식간에 사라진다.
됐어.
이쯤이면 저 놈들은 날 못 본다.
타탓.
걸음을 멈추는 동시에 검을 양쪽으로 떨쳤다.
그 순간, 가속이 끝났다.
크워어어어어-
우르르릉!
괴성 섞인 절규와 포효가 지진처럼 무너져 내린다.
잘못 쌓은 도미노처럼 우르르 무너지는 인간파도.
촤륵!
떨쳤던 검에서 피가 이제야 떨어진다.
난 즉시 검을 집어넣고 활을 뽑았다.
슈르릉- 착.
몇 번이나 반복했던 동작인지 알 수 없다.
이젠 검집을 보지 않고도 검을 꽂아넣는다.
순식간에 활과 화살을 꺼내 매긴 후, 한쪽 무릎을 꿇었다.
천장이 있는 이런 곳에선 살짝 위로 쏘는게 장력을 더 탄력있게 주는 방법이다.
활을 은근히 들어올린 후, 시위를 당겼다.
빠아아아-
핏.
손을 놓자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쏜살이 좀비의 머리를 꿰뚫는다.
즉시 다음 화살을 꺼내 쏜다.
빠아아아- 핏.
활 쏘는 속도.
빨라진다.
하루가 갈 수록, 쏘면 쏠 수록 매겨 당기고 쏘는 시간이 짧아진다.
눈 앞의 투명한 원도 이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
핏.
쒸우우웃-
화살이 또 하나의 머리를 뚫었다.
실 끊어진 인형처럼 엎어지는 좀비을 바라보며 다시 화살을 꺼내려는 차였다.
진동이 울렸다.
난 몸을 멈추고 바지 주머니를 내려다봤다.
진동은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메세지가 아니다.
전화가 온 거다.
"후우."
활을 옆에 내려놓고 전화를 들었다.
수현이다.
이상한데.
내가 뭘 하는지 수현이나 사람들이 모를리가 없다. 소식이 있다면 메세지로 전해오는게 일반적인데.
전화를?
난 액정을 밀어 전화를 받았다.
젠장, 액정에 핏자국이 생겼어.
"어, 수현아. 무슨 일이야?"
수현이가 다급하게 말했다.
"오빠! 빨리 와! 빨리!"
목소리가 심상찮다.
난 땅을 짚고 일어서 활을 허리의 활집에 꽂아넣었다.
"무슨 일이야? 왜그래?"
"오빠, 빨리, 빨리이!"
정말 심상찮다.
수현이가 이러는건 처음 듣는다.
그때 누가 전화를 바꿔들었다.
정은서였다.
"성훈씨. 빨리 오셔야 겠어요. 지금, 저, 하아... 빨리 오세요. 네?"
...여자 둘이 이러는걸 보면 확실히 보통 일이 아니다.
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알았어. 지금 갈게."
전화를 끊고 밖을 향해 뛰듯 걸어갔다.
멀리 남은 좀비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거의 지하철까지 뚫었는데.
지하철의 철도 안까지 들어가면 어쩌면 더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바글바글하게.
만약 그렇다면 또다시 만렙을 찍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어제오늘 지하도를 쓸어왔다.
게다가 화살도 아직 33발이 남았다.
한 발 들고 들어와 쏘고 또 쏴서 33발이 됐다. 지난 며칠간 쏴댔던 화살을 도중에 계속 수거했으니까.
아깝다.
지하철까지 코앞인데.
내가 뭘 하는지 여자들이 절대 모르지 않을텐데,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러지?
지하도를 나와 주위를 살폈다.
아무것도 없다.
조용하고, 고요하다.
평소와 똑같다.
멀리 대형마트를 바라보니, 옥상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손짓을 하며 뭐라고 외치고 있다.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은데.
뛰듯 걸어서 대형마트까지 돌아가니 보초서던 훈이 아재가 나를 발견하곤 셔터를 열어주었다.
드르르륵-
"서, 선생님, 선생님!"
"왜 그래요? 무슨 일입니까?"
"저, 위, 위에, 위에 가보시면, 위에."
훈이 아재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난 고개를 끄덕이곤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10층까지 타고 올라가는 시간이 유독 길게 느껴진다.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데 조바심이 난다.
왜들 저러는거지?
띵-
문이 열렸다.
곧장 계단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우리쪽 사람들.
그리고, 새로 들어온 남녀들.
모두 옥상 난간에 줄이어 서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왔음을 눈치챈 예은이가 다급히 손짓했다.
"오빠, 성훈이 오빠! 얼른요, 빨리!"
사람들이 날 쳐다본다.
눈빛들이 하나같이...
수현이와 정은서가 손짓하며 날 불러 자리를 만들어 준다.
난 그리로 가서 멀리 내다봤다.
"도대체 왜그래? 무슨..."
나는 눈을 의심했다.
...내가 지금 뭘 보고있는거지?
넓은 도로.
수십, 수백대의 차량이 뒤집어지거나 바로 서서 방치되어 있는 먼 도로.
거기에 먹구름이 껴 있었다.
아니, 먹구름이 아니다.
머리다.
도로 전체를 메우며 꾸물거리는 그것은, 무수한 다리를 가진 검은 지네처럼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좀비 웨이브다.
"...미친."
유튜브로만 봤지 실제로 본건 처음이다.
여기서 수백미터, 아니, 킬로미터 단위로 떨어져 있다.
하지만, 결코 먼 거리가 아니다.
그것은 꾸물거리고 꿈틀대며 서로 엉겨붙고 밀쳐대며 실로 하나의 생물인 것처럼 도로를, 건물을, 도시를 잠식해 들어가고 있었다.
멀어서 들리지 않는다.
유리가 박살나는 소리는.
그러나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
좀비 웨이브가 다가오는 건물들.
높고 낮은 건물들의 유리가 박살나며 좀비들이 뛰어내리고 있었다.
셀 수도 없는 규모다.
수십만, 아니, 백만일지도 모른다.
세상을 뒤덮을 것만 같다.
나는 그대로 선 채 좀비 웨이브를 바라보며 압도되어 버렸다.
저건 내가 처리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야.
수십만, 백만에 달하는 좀비들.
도시 전체를 뒤덮을 듯한 좀비 웨이브를 내가...?
...무리다.
...잠깐.
"...저게 뭐지?"
좀비 웨이브의 최첨단.
무언가가 있었다.
사람이다.
여자인 것같다.
여자는 자전거를 타고 있다.
그리고 한 손에는 빨간색의 무언가.
너무 멀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난 그것이 무엇인지 곧 깨달았다.
자전거 탄 여자가 들고있는 것.
그것은 확성기였다.
여자는 미친듯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온 몸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멀어서 아직은 들리지 않는다.
그저 우웅대는 소리가 아련히 들려오는 것 정도다.
...누군지 알겠다.
암컷 바퀴벌레다.
이 씨발년이...!
"오, 오빠..."
수현이가 겁먹은 목소리로 날 부른다.
예은이도, 소은이도, 정은서도, 준혁과 태영도, 다른 사람들 전부 다.
나를 보고있다.
그리고 좀비 웨이브를 보고있다.
"...아익..."
흘리는 듯한 신음.
털썩.
옆을 보니 할매가 엎어져 있다.
"할머니! 할머니이!"
예은이와 소은이가 할매를 붙잡고 흔들어댄다.
하지만 할매는 신음을 흘리며 깨어나지 못했다.
좀비 웨이브를 보고 기절해버린거다.
난 옆에 서있던 태영의 팔뚝을 붙잡고 당겼다.
"너, 할머니 모시고 내려가."
태영의 팔뚝에 핏자국이 남아버렸다.
하지만 태영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네, 형."
끄덕이곤 할매한테 걸어간다.
난 몸을 돌려 옥상 끄트머리로 걸어갔다.
저기가 도로를 거의 정면에서 볼 수 있는 자리다.
걸어가며, 활을 뽑아들었다.
투슈륵.
다른 팔로 화살을 뽑아들었다.
내가 뭘 하려는지를 깨달은 정은서가 놀라며 물었다.
"성훈씨. 무리예요. 그걸로 어떻게... 너무 멀어요."
난 이를 갈며 나직하게 말했다.
"걱정 마."
끄트머리에 서서 화살을 매기고 활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