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8화 (98/187)

스킬 존나 마음에 안 드네 진짜.

그림자 전사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젠장.

"쯧."

옥상엔 아무도 없다.

새벽 두시가 넘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놀 사람은 놀고, 섹스할 사람은 실컷 섹스하고, 다들 잘 시간이다.

난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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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12/???)

1. 첫 전문화 획득.

2. 악체 10 처단.

3. 악체 100 처단.

4. 두번째 전문화 획득.

5. 호칭 1단계 상승.

6. 체력 100 달성.

7. 악체 1000 처단.

8. 세번째 전문화 획득.

9. 호칭 2단계 상승.

10. 호칭 3단계 상승.

11. 감각 100 달성.

12. 네번째 전문화 획득.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음.

업적 세개 달성했네.

일단 이걸로 알 수 있는건...

악체 처단 업적, 내게 문신을 주는 업적은 0 단위로 달성된다는걸 알았다.

...다음 문신은 1만 마리를 사냥해야 얻을 수 있다는 거구만.

1만 마리라...

지금까지 몇마리 잡았지?

알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좀비을 사냥하면 혼석을 주니까.

혼석이 몇갠지만 보면 된다.

저장고를 열어보니 3134개.

...3천 마리 넘게 죽였네.

으음...

종말 터진지 겨우 한달 됐는데 혼자 3천 마리나 사냥하고 다녔으니 거의 뭐, 학살자나 다름없네.

자, 어쨋든 그건 그렇고.

업적, 볼까.

10번. 호칭 업적.

[저장고를 1칸 획득했습니다.]

음.

저장고 이걸로 5칸이다.

빠르게 가자.

다음.

11번. 감각 100 달성 업적.

[스킬이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오."

감각 업적 스킬이라.

체력은 내 신체기능을 향상시켜주는 거였지.

달리기도, 점프력도, 힘도 좋아졌고, 스킬 덕분에 하루에 섹스를 10번씩 해도 기운이 넘친다.

그러면 감각은 뭘까.

상태창을 열어 스킬을 눌렀다.

[패시브 - 한계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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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 - 한계달성

체력 달성 - 사용자의 신체능력이 향상됩니다.

감각 달성 - 감각 효율이 두 배로 늘어납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

자, 잠깐.

감각 효율 두 배?

난 즉시 활을 들어 화살을 매겼다.

현재 감각 64.

난 상태창을 켜둔 채, 아래를 향해 시위를 당겼다.

어두워서 뭣도 안 보인다.

하지만, 내 눈엔 보인다.

선명한 붉은 빛이.

핏.

쒸우우웃-

쏜살이 파공음을 일으키며 정수리를 뚫었다.

붉은 빛이 사라졌다.

나는 감각을 바라봤다.

...64다.

...다시.

화살을 매겨, 다시 쐈다.

핏.

붉은 빛이 사라졌다.

감각, 63.

...두마리.

두마리!

두마리당 1점이다!

미친!

헤드샷 횟수 200회!

활로 죽일 수 있는 놈이 2백 마리로 늘었어!

아니, 활이 아니다!

...모든 원거리 무기다.

투사체를 이용하는, 모든 무기다!

난 그제서야 겨우 미소지을 수 있었다.

스텟 업적.

체력도 그렇고, 감각도 그렇고.

정말 마음에 들어.

100을 찍는 보람이 있어!

리프팅 벨트에 꽂혀있는 화살집에 활을 집어넣곤,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곤, 살짝 웃었다.

"...하하."

웃고싶다.

마음껏 웃고싶다.

크게, 호탕하게!

도대체 얼마나 강해지고 있는거냐, 나는.

허리에 손을 얹었더니 골반이 좀 땡긴다.

안 그래도 두툼하고 단단한 리프팅 벨트에 검 두개, 화살집, 활집까지 달아놓으니, 제법 피로감이 생긴다.

체력 스킬덕에 별로 무겁진 않지만, 불편한 것까지 사라지진 않으니.

난 허리에서 손을 내리곤 다시 업적창을 켰다.

이제 마지막 업적이다.

12번.

네번째 전문화 획득 업적.

[그림자 장갑을 획득했습니다.]

...어?

장갑?

난 내 손을 내려다봤다.

유지 장갑을 끼고있다.

...장갑을 또 준다고?

저장고를 열어보니 확실히 들어있다.

[그림자 장갑]

...뭐 어쩌라고 장갑을 또 주냐.

두 개 끼라는 건가?

난 나직이 한숨을 쉬고는 손을 들었다.

얻은거니 써보긴 해야지.

뭐 어떻게 쓰는건지는 또 알아내야 되겠지만.

존나 불편해갖고 뭐 알려주지도 않는 이놈의 상태창, 진짜.

그리자 장갑에 손을 얹었다.

탭에서 그림자 장갑이 사라지고 빈 칸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끼고 있는 유지 장갑에서 보라색 기운이 번뜩거렸다.

빛이 난건 아니다.

마치 강한 바람에 휩쓸린 것같은, 묘한 형태로 보라색 기운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기운이 사라지자, 유지 장갑의 색깔이 변했다.

갈색에서, 짙은 보라색으로.

[유지 장갑이 달가림 장갑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어?"

달가림 장갑?

유지 장갑과 그림자 장갑이 합쳐져서 달가림 장갑으로 업그레이드 됐다고?

난 내 손을 내려다봤다.

...뭔데?

뭐가 변한건데?

손등을 봐도, 손바닥을 봐도,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

색깔 말고는.

난 검을 뽑아들어 봤다.

슈르릉-

...그대로다.

...뭔데 씨발?

"설명 좀 씨발년아, 진짜 개빡치네."

개씨발 욕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

난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진짜."

한숨을 푹 내쉬고는, 검을 거꾸로 쥐고 담배를 피워물었다.

"...하아..."

좆태창 씨발, 설명 좆도 안 해주는건 여러번 겪어봤지만, 아이템 업그레이드 해주고도 아무 설명 없는건 좀 선 넘은거 아니냐고.

달가림 장갑이 뭔데 씨발.

허리에 손을 짚었다.

담배연기를 푸우 내뿜는다.

"에이, 씨발."

허리 피부 땡기네.

어차피 지금 검 쓸것도 아니고.

난 한 손으로 리프팅 벨트를 풀어 대충 바닥에 놔뒀다.

그러며 쭈그려 앉았다.

"푸우..."

담배연기를 길게 뿜으며 검을 리프팅 벨트 위에 대충 얹었다.

검에서 손을 놓은 그 순간.

달가림 장갑에서 보랏빛 기운이 일어났다.

검이 허공에 떠 있다.

손을 놓았는데도.

나는 천천히 옆을 돌아봤다.

내 그림자가 검을 쥐고 서 있었다.

"뭐... 뭐야 이거."

난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섰다.

검을 들고 있는 내 그림자.

피부도, 얼굴도, 머리칼도 없다.

진짜 그림자다.

녀석의 발과 내 발끝이 이어져있는 것이, 마치 내 눈 앞에 딱 내 그림자처럼 생긴 벽이 서있는 것같다.

기묘하다.

희한한 광경이다.

뭐 이런게 다 있지?

내 그림자가 내 눈앞에 서서 검을 쥐고 있다니.

난 천천히 걸어 그림자의 옆으로 돌았다.

그림자의 머리가 나를 따라 움직인다.

마치 나를 보는 것같다.

하지만 이 놈은 그림자다.

얼굴도, 눈도 없다.

그저 검을 뿐이다.

진짜 희한하다.

옆으로 돌면서 보는데 이마랑 뒤통수도 있고, 가슴과 등도 있고, 진짜 사람처럼 있을건 다 있다.

3D 그림자라니.

이런건 듣도보도 못했다.

그림자 전사 전문화.

내가 그림자 전사인게 아니고, 그림자 전사를 형성해 내는 전문화인건가?

그런 의문을 머릿속에 담은 채 나는 내 그림자 주위를 천천히 걸었다.

놈은 그저 나를 바라볼 뿐, 달리 반응하진 않았다.

내가 놈을 바라보고, 놈은 얼굴을 내 쪽으로 돌리고 있고, 서로 쳐다보면서 기묘한 기분이 들고.

그런데...

이 놈, 어떻게 써먹는거지?

난 놈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옥상 저 쪽을 가리켰다.

...걷는다.

그림자가 걸어간다.

생각보다 빠르게 걷는데?

옥상은 넓다.

대형 마트가 있는 3층까지가 가장 넓고, 그 위로 탑을 쌓아놓은 것같은 형태의 건물.

텃밭이라기엔 꽤 넓은 흙판을 깔아놓을 수 있을 정도로 옥상은 넓은 편이다.

대략 이십 몇미터? 혹은 30여 미터?

그쯤에서 그림자는 멈췄다.

가만히 선 채 움직이지 않는다.

난 침을 꿀꺽 삼켰다.

...조종이 되네.

난 옆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  쪽.'

...움직인다.

그림자의 고개가 돌아가고, 상체가 돌고, 다리를 옮겨 첫 걸음을 뗀다.

그리고는, 정확히 내가 바라본 지점까지 걸어갔다.

...좋은데?

이리 와.

그렇게 생각하니, 그림자가 몸을 내 쪽으로 홱 돌렸다.

몸을 굽힌다.

그리곤, 순식간에 내 앞으로 돌아왔다.

"으엇, 깜짝이야 씨발."

딱 1미터 거리에서 우뚝 멈추곤 나를 바라본다.

하도 빨라서 오는게 거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마치 가속을 돌린 것처럼.

혹시나 싶어 상태창을 켜보니 가속 횟수를 소모하진 않았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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