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화 (100/187)

"후우..."

...렙업하기가 녹록치 않겠는걸.

50마리당 1업이라...

힘, 현재 46.

렙업하고 얻은 1점을 넣어 47로 만들었다.

그림자 전사를 불러내어 전부 써도 1업을 못한다.

그림자 전사, 솔직히 너무 마음에 든다.

하지만, 힘이 겨우 47이어선...

난 손에 든 활을 내려다봤다.

감각 스킬로 카운트 두 배가 되어 현재 내가 헤드샷 할 수 있는 횟수는 200회.

그러나 화살이 받쳐주질 않는다.

...나도.

나도 무기가 필요해.

정부측 사람들이 무기를 원하는 만큼, 나도 필요하다.

"...하아."

한숨 나오네.

그래도, 그림자 전사를 얻었으니 이걸 활용해 가면서 하던대로 옥상에서 화살을 쏘며 천천히라도 렙업해 가야지.

50마리당 1업이라는 점은 좀 빡세지만, 그래도 그림자 전사의 성능의 기쁨을 실추시키진 못했다.

마음이 벅차오른다.

화살들을 주워들고 옥상 계단으로 들어가는데, 아랫쪽에서 무슨 발소리 같은게 들렸다.

뭐지?

타박 타박 내려가 화살을 나무통에 꽂아두고 일어서서 10층 복도쪽을 바라봤다.

조용하다.

발소리가 들렸는데?

계단 아랫쪽을 내려다보니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

...여자다.

그냥 벽에 달라붙어 있는 것 같은데?

누가 같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저기 서서 뭐하지?

계단을 내려가보니 그림자가 쏙 하고 사라진다.

뭐야?

잠시 기다리자, 벽 너머에서 여자가 얼굴을 살짝 내밀었다.

아아.

이 여자, 그 여자다.

마트에서 날 보고 쫄았던 여자.

부쩍 자주 내 주위에서 알짱거렸던 그 여자다.

눈이 마주쳤다.

여자가 다시 벽으로 숨는다.

...참, 나.

난 피식 웃고는 말했다.

"거기서 뭐 해요? 잠이 안 와요?"

여자가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아... 안녕하세요."

뭘 안녕하세요야 안녕하세요는.

벌써 이게 몇번째냐.

하루에도 대여섯번씩 마치 우연인 것처럼 내 앞에 나타나서 안녕하세요 하고 사라지고.

여자는 둥근 단발머리를 하고있다.

얼굴은 약간 고양이상의 귀여운 인상이다.

수현이보다도 작은 키에 뭔가 어설프게 치마를 입고있는데, 골반이 커서 그런가 안 어울린다.

게다가 블라우스라니.

지금은 새벽 두 시가 훨씬 넘었다고.

뭐냐 이 옷차림은.

데이트 하러 나가나?

난 피식 웃고는 계단을 내려갔다.

내가 내려가자 여자가 깜짝 놀라더니 몸을 돌려 가려한다.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난 여유롭게 계단을 내려가, 느릿해진 여자에게 다가갔다.

바로 코 앞에 있다.

샴푸 냄새가 맡아질 정도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가슴 언저리가 보인다.

골반은 큰데 가슴은 또 아담하네.

뭔가 나름 매력있는걸.

그나저나 이 여자, 때를 잘못 골랐어.

지금 난 그림자 전사를 얻어서 마음이 너무 충만하단 말이지.

수현이와 예은이는 더이상 같은 침대에서 자지 않는다.

은서가 내 여자가 된 이후로, 셋은 각각 다른 방에서 잔다. 식사할 때나 함께 모여서 먹고.

바로 수현이 방에 가려 했다.

이 가득 차오른 마음을 써버릴 곳이 필요했으니까.

그런데...

이 타이밍에 내 눈에 띄다니, 안 좋아.

며칠간 모르는 척 그냥 인사나 받아주고 넘어갔는데, 이젠 됐어.

인사 받아주기도 지겹다.

난 여자의 손목을 살짝 쥐었다.

가속이 끝났다.

여자는 가려했지만, 팔이 잡혀 움직일 수가 없다.

헉 하며 날 돌아본다.

난 여자를 당겨 벽에 밀어붙였다.

여자가 하악, 하며 숨을 들이키더니 나를 힐끔 올려다 봤다.

겁먹은 것 같다.

"왜, 왜 이러세요..."

가려하길레 벽을 짚었다.

여자가 움찔 하더니 멈췄다.

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

거의 책 한권 두께 정도로 가깝다.

난 말했다.

"너 요즘 자주 눈에 띈다?"

여자가 흑, 하며 숨을 들이키더니 얼굴이 빨개졌다.

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여자의 귓가에 속삭였다.

"난 지금 기분이 좋아. 여자가 당장 필요할 만큼. 하필 지금 타이밍에 내 앞에 나타난건 네 책임인거야. 알겠어?"

그러며 여자의 허리를 감싸안아 당겼다.

여자가 내 팔을 붙잡는다.

"왜, 왜이러세, 흑."

귀를 빨았더니 말을 멈춘다.

난 그대로 블라우스를 당겨 치마에서 빼내곤, 안으로 손을 넣어 젖을 움켜쥐었다.

브라가 방해된다.

귀를 빨며 곧장 후크를 풀어내고는, 가슴을 어루만졌다.

여자가 내 손을 붙잡으며 밀어내려 한다.

흉내 뿐이다.

정말로 밀어내려 하지 않는다.

정말 싫었다면 소리라도 질렀겠지.

힘껏 날 밀쳤겠지.

그저 미는 흉내만 낼 뿐이다.

치마 속에 손을 넣어 팬티를 어루만지니, 균열이 이미 촉촉하다.

내가 붙잡았을 때부터 젖기 시작했나보지.

난 미소짓고는, 여자에게 입맞췄다.

"흡..."

여자가 숨을 멈췄다.

혀를 밀어넣으니, 스스로 입을 벌려 내 혀를 맞이해 준다.

계속 내 눈에, 하루에도 몇번씩 내 앞에 알짱대며 나타나더니 결국 나를 원했던 거구만.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촉촉히 젖어있는 도톰한 살결을 어루만졌다.

털이 없다.

매끈매끈한데, 어딘가 꺼끌거리기도 한다.

스스로 밀었나본데.

난 즐거운 기분으로 손을 빼내곤, 리프팅 벨트를 벗어 옆으로 휙 던졌다.

그리곤, 여자를 돌려 뒤에서 안으며 바지와 팬티를 같이 내렸다.

이미 잔뜩 성질난 아랫도리가 벌떡 튀어나왔다.

난 여자의 가슴을 움켜쥐며, 팬티를 내리곤 곧장 내 물건을 갖다대고 밀어넣었다.

"...아흑!"

아픈건지 여자가 파르르 떤다.

난 천천히 허리를 밀어넣으며 미소지었다.

이 여자, 이름이 뭐지?

대학생인 것 같은데, 나이는 몇이지?

"이름이 뭐야?"

여자는 허리를 밀어넣을 때마다 참는 듯한 신음을 낼 뿐 대답하지 않았다.

왜 말을 안 하지?

뭐, 상관없다.

당장 여자가 필요했을 때 내 눈앞에 나타났고, 안을 뿐이다.

살결 부딪히는 소리.

신음 섞인 숨소리.

여러 소리가 계단에서 작게 메아리쳤다.

* * *

새로운 전문화를 얻었다 해서 생활이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림자 전사라는 강력한 도구를 활용해 매일 사냥해 렙업하고, 여유시간엔 섹스한다.

파트너가 넷으로 늘었지만, 새로 파트너가 된 여자는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 그 날 이후 도망만 다닌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눈 앞에 나타나면 범하는데, 이젠 안녕하세요라는 말도 안 한다.

얼굴이 빨개져서 그냥 눈 앞에 알짱거린다.

그럴 때마다 계단에서, 어디 아랫층 사무실에서 멋대로 범하는데 싫은 티도 안 낸다.

그래서 수현이, 예은이, 은서도 내게 새로운 파트너가 생겼다는걸 아직도 모른다.

상황이 상황이니 내게 새로운 파트너가 생겼다고 세 여자들이 싫어할거란 생각은 안 든다.

이미 하루에 두번씩 매일 안아주고 있고.

체력 스킬, 만세.

그나저나, 언제 말하지?

말은 해야 될 텐데.

그런 고민이 들지만, 여자가 지 이름도 나한테 안 알려주는데 뭐 어떻게 말해야될지 모르겠다.

몇번이나 물어봤다고, 나는.

그렇게 죽이고 섹스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화살을 좀 쟁여놓자.

하루에 복제되는게 72발이니, 그림자 전사와 함께 딱 100마리.

하루 2업만 하자.

그렇게 생각하곤, 복제되고 남은 화살을 차곡차곡 나무통에 모으기 시작했다.

야생 사냥꾼 레벨을 올리느라 제법 썼으니, 다시 보충해놔야지.

그렇게 하루 2업씩.

나흘이 지났을 때였다.

그림자 전사로 킬카운트를 올려놓고 옥상에서 한창 활을 쏘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비서실장 안준규로부터.

"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성훈씨. 안준규입니다."

난 활을 내려놓곤 대답했다.

"네. 오랜만이군요, 비서실장님."

거의 2주째 감감무소식이다가 이제와서 연락을 했다?

조건을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하려 함이겠지만, 뭔가가 달라졌다.

정부측에 무슨 일이 생긴거다.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난 활을 내려놓곤 담배를 꺼내들었다.

이야기가 길어질 수도 있겠는걸.

비서실장 안준규가 말했다.

"네, 오랜만입니다. 그간 별 일 없으셨습니까?"

별 일은, 참.

난 담배에 불을 붙이곤 피식 웃었다.

"실례지만, 비서실장님. 피차 왜 연락했는지 아는 마당에 본론으로 그냥 들어가시죠. 제 조건, 받아들이겠다는 말씀 하시려고 연락하신거 아닙니까?"

후우.

남은 연기를 뿜어내곤 대답을 기다렸다.

비서실장 안준규가 웃고는 말했다.

"단도직입적이라, 좋습니다. 말씀하신 조건을 받아들인다는 말씀을 전하려 연락드린게 맞습니다."

"예.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긴거죠?"

안준규는 잠시 말이 없었다.

헛기침을 하곤 안준규가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난 피식 웃었다.

"비서실장님, 이러지 맙시다. 제가 무슨 바보도 아니고. 거의 2주째예요. 지금 상황에 무슨 절차가 복잡하고 처리할 일이 많아서 결재가 늦어지는 것도 아닐테고요. 원래 거절할려고 하신 거잖습니까. 그래서 연락이 없었던 거고요. 그런데 지금 연락을 또 주셨어요. 그 쪽에 무슨 일이 생긴겁니다. 무슨 일입니까?"

비서실장 안준규는 대답하지 않았다.

난 담배를 빨고는 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비서실장님. 조건 받아들이면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될건데, 서로 숨기는거 없이 가는게 어떻겠습니까?"

스읍 하며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비서실장 안준규가 말했다.

"...예. 그러면, 말씀드리죠. 지금 상황에 기밀 같은건 의미가 없을 것 같군요."

그렇지.

하루나 이틀은 사람 감질나게 하느라 일부러 연락 안할 수 있다.

좀 넉넉하게 봐서 일주일도 봐준다.

그런데 2주나?

지금 상황에서?

이건 명백한 거절의사다.

그런데도 연락해온건, 나라는 사람이 아쉬울 정도의 무슨 일이 터진거다.

비서실장 안준규가 말했다.

"...특임대 1팀이 작전을 나가 행방불명 되었습니다. 정황상 놈들에게... 당해버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럴 줄 알았다.

내 조건 마음에 안 든다고 지들끼리 간 거구만.

달랑 권총 두개 소총 두개 들고.

"행방불명이 되었다. 1팀이 확실히 놈들에게 전멸했는지는 아직 모르시는 거고요. 정황상 그렇게 보인다.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2팀 팀장은 아직 거기 있습니까? 이름이 성... 아, 성규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혹시 같이 행방불명 되진 않았습니까?"

"다른 팀들은 아직 임무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다른 팀들이라...

2팀 이외에 여럿 있다는 거구만.

그런데 무기가 없다.

어떻게 된 거지?

부대에서 탈출해 생존한 대원들이라면 어느정도의 무장을 갖추고 있어야 될텐데, 고작 권총 둘에 소총 둘이었어.

...짐작가는 바가 있다.

"실례지만 현재 특임대 대원들은 현역입니까?"

비서실장 안준규가 대답했다.

"현역은 두명 뿐입니다. 그중 하나는 임무에서 행방불명 되었고요."

그렇지.

제대하고 민간인으로 살던 사람들이 합류한 거라고 보는게 맞겠다.

일 터지고 정부나 군부터 찾아 나섰겠지.

무기도 없이 길 떠나 안죽고 합류했다는걸 보면 확실히 훈련된 전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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