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1화 (101/187)

배우자나 자식이 있는 대원이라면 길 떠나 합류하긴 어려웠을 것이고, 아마도 대부분 제대 후 어디서 직장생활 하던 미혼 남성이겠지.

싸울 사람은 있는데, 손에 무기가 없다.

그게 지금 저 전사들이 처한 상황이다.

난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알겠습니다. 합류하죠."

비서실장 안준규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만나뵙길 기대하겠습니다. 곧 연락이 갈 겁니다."

"네. 나중에 봅시다."

전화를 끊었다.

전사들과 무기들이라.

어떤 사람들인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잘 훈련된 전사들이 모인 세력과 동맹을 맺으면 확실히 종말을 헤쳐나가기 수월할 것이다.

가족을 찾아야 하는건 나 뿐만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가족을 걱정하고 있다.

나도, 우리도, 그들도.

동맹을 맺고 세력을 구축하는 것.

나쁘지 않아.

난 바닥에서 활을 주워들었다.

"어떤 사람들일지는 겪어봐야 알겠지만."

화살을 매겨 아래를 조준하고, 당긴다.

빠아아아-

"지금까지는."

나직이 속삭이곤, 시위를 놓았다.

핏.

파공음을 일으키며 내리꽂힌 화살이 좀비의 정수리를 뚫었다.

붉은 빛이 사라졌다.

후우.

숨을 내쉬고는 다시 화살을 들었다.

"썩 나빠보이진 않는데."

바퀴벌레들과는 확실히 다르긴 해.

그렇게 활을 쏘는 사이,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다.

게다가 화상통화다.

...뭐지?

활을 내려놓고 통화를 밀었다.

내 눈이 커졌다.

전화기 너머, 영상 속 남자.

늘그막한 노신사.

"당신은..."

잇지 못하는 내 말에 그가 미소짓고는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한성훈씨. 대한민국 대통령 민정우입니다."

실화냐.

진짜 대통령이잖아.

난 눈을 가늘게 떴다 뜨고는 말했다.

"아, 네. 반갑습니다. 한성훈입니다."

초췌해 보인다.

제대로 못 먹고 지내는거다.

대통령 민정우가 웃고는 말했다.

"요즘같은 시대에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고 함부로 말하기도 어렵지요. 우리도 그렇습니다만, 성훈씨도 사람들을 보살피며 노고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네, 감사합니다."

정치가 극혐해왔는데 대통령을 실제로 마주해보면 느낌이 또 다르다.

대통령 민정우가 말했다.

"좀 어떠십니까? 식사는 잘 하고 계신지요? 사람들은 건강하고요?"

"네. 괜찮습니다."

난 숨을 들이키곤 고개로 아래를 힐끗 가리켰다.

"밑에 마트가 있어 먹고 입는건 문제 없습니다. 각하는 좀 어떠십니까?"

대통령 민정우가 미소지었다.

인자해 보인다.

"다행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있고, 한성훈씨와 같은 분이 있어 아직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습니다."

자기 먹고 사는 문제는 말을 안 한다.

어려울거다.

사람 좋아보이는 할배가 안색부터 초췌하니 마음이 안 좋네.

대통령 민정우가 말했다.

"비서실장으로부터 합류를 결심하셨다는 말씀은 전해들었습니다. 또한 가족을 찾기를 원하신다고요."

"그렇습니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곤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

"어쩌다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난건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성훈씨. 희망을 잃지 맙시다. 가족을 꼭 찾기를 바라겠습니다. 힘 닿는대로 도와드릴테니 성훈씨도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통령 민정우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만나뵙길 기대하겠습니다."

"네."

전화가 끊어졌다.

"후우..."

대통령이라...

뒤에 보이는 배경은 아무리 봐도 무슨 집무실 같지가 않았다.

그냥 가정집으로 밖에 안 보인다.

넓지도 않고, 꼭 모텔방 같은것이 대통령이 있을 만한 곳은 일단 아니다.

청와대가 아닌거다.

영부인도 안 보이던데.

당한건가.

아니면, 변해버렸나.

담배를 한 대 피워물고는 폰을 내려다봤다.

종말은 모든걸 다 앗아갔다.

대통령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씁쓸해지네.

그래도 대한민국 대통령인데 좀 으리번쩍한 곳에 있을 것이지.

다 죽고 변해버려 생존자 세력들 밖에 남지 않았다는건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좀 제대로 된 군대와 명령체계가 살아 있어서 이 좀비 웨이브를 해결하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지 않겠는가.

그 과정에서 나도 내 능력으로 돕고.

그걸 좀 기대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대통령까지 저 지경이 되어있는걸 눈으로 보니 더더욱 희망이 없어진다.

대통령은 내게 희망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어차피 말 뿐일거다.

대통령이 본건 동영상 정도가 전부인데 내가 뭘 할수 있는줄 알고 덜컥 믿고 희망을 본단 말인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기도 하겠지.

담배 한 대를 다 태울 무렵, 다시 전화가 왔다.

저장해놓은 번호다.

[특임대 2팀장 성규혁]

음.

대통령까지 보고가 올라가서 나한테 직접 연락해 올 정도다.

특임대장한테도 올 때 됐지.

전화를 받았다.

"네, 한성훈입니다."

"특임대장 성규혁입니다. 방금 대통령께 말씀 들었습니다. 합류하기로 하셨다고."

난 피식 웃으며 활을 들었다.

"그랬죠. 잘 해봅시다."

특임대장 성규혁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한성훈씨. 기분나쁘게 듣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아직 성훈씨를 못 믿겠습니다. 동영상도 솔직히 조작된 것 같고 말이죠."

음.

솔직하네.

나라도 못 믿지 그런 동영상은.

누가 유튜브 동영상 달랑 하나 보고 진짜라고 믿고 수소문하겠냐고.

상황이 다급하니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사기꾼이 아니길 바라면서 찾은거라고 보는게 맞지.

그런 면에서, 성규혁은 꽤 솔직하다.

이 사람 생각이 합리적으로 돌아간다는건 요전번 전화로도 확인했다.

난 피식 웃었다.

"중요한건 나를 믿느냐가 아니죠."

"무슨 말씀이시죠?"

"중요한건 무기를 확보하는거 아닙니까? 나를 믿느냐가 아니라."

특임대장 성규혁은 대답할 말을 찾을 수 없는지 말하지 않았다.

난 말했다.

"조건은 전과 동일합니다. 나 혼자 들어갑니다. 당신들에겐 아무런 피해도 없을거고요. 내가 해놓고 나면 무기 절반. 헬기로 실어다 우리 사람들에게, 이 건물 옥상에 내려놓는 겁니다."

좀비 웨이브가 언제 또 들이닥칠지, 거리에 놔뒀다가 자칫 우리 사람들, 내 여자들이 물릴지도 모르는데 길거리에 무기를 놓으라고 할 순 없다.

게다가 얼마나 될진 몰라도, 수백여 정이 넘어가면 나 혼자서 갖고오는건 무리다.

그 먼 곳까지 우리 사람들과 같이 파밍하러 나가는 것도 위험요소가 크다.

헬기가 수송해주는게 제일 좋다.

그리고 저 쪽도 사람들을 구하겠다고 나서서 모였다는 사실 자체로 무기를 가질 자격은 갖췄어.

나는 말했다.

"그 과정에서 나를 믿을 필요는 없는겁니다."

특임대장 성규혁이 말했다.

"일단 말씀은 알겠습니다. 이쪽도 조건은 동일합니다. 성훈씨가 실패한다면, 구조작전은 없습니다."

난 피식 웃었다.

"그래요. 그렇게 하죠."

구조작전이라...

난 갸웃하곤 물었다.

"특임대 1팀이 행방불명 되었다고 들었는데, 그 쪽은 구조작전을 안 합니까?"

"안 합니다."

으음.

칼같네.

조건이라는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거는 모양이군.

난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어쩌다 행방불명 된거죠? 무장이 아무리 빈약하기로서니 특수부대가."

특임대장 성규혁이 숨을 들이키더니 천천히 말했다.

"1팀이 맡은 임무는 무기고까지의 잠입임무였습니다. 들켰고, 총을 쐈죠. 그 뒤로 행방불명입니다."

음.

총을 쐈으면 일단 주변에 있는 놈들은 죄다 도발당해서 달려들었겠네.

사방에서 몇백마리씩 몰려들면 뭐...

몸통을 쏴서 죽는 놈들도 아니고 무조건 헤드샷을 해야되는데 답 없지.

"살아있다는 소식은 아직 없고요?"

"없습니다."

특임대장 성규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도 위험은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구출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말입니다. 그들은 임무를 수행하러 간 거고, 실패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더 묻지 마십시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가까운 사람이 특임 1팀에 있었나본데.

속상한게 느껴진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합류하도록 하죠. 작전은 가능하면 빨리 하도록 합시다."

"네. 오늘 05시. 헬기 출동합니다. 이상입니다."

전화가 끊겼다.

흐음.

특임대장 성규혁이라.

이유는 모르겠는데 맘에 들어.

전문가라는 느낌이 팍팍 든다.

난 피식 웃고는 화살을 꺼내들었다.

자아.

해가 뜨면 새로운 날이 시작된다.

난 아직 밝게 떠있는 달을 바라보며, 화살을 매겼다.

핏.

쒸우웃-

화살이 정수리를 퍽, 꿰뚫었다.

"후우..."

이걸로, 100마리.

[레벨이 올랐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이곤 하늘을 바라봤다.

달이 휘엉청한게 아홉시나 된 것같이 보인다.

하지만, 새벽 두 시.

앞으로 세시간 뒤에 헬기가 뜬다.

사람들에게도 알려야 될 것이고...

...한두시간쯤 잘 수 있으려나.

낮에 좀 빈둥대며 자둬서 다행이다.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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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받은 자

[전문화 - 그림자전사] [레벨 - 10]

[호칭 - 다재다능한]

스테이터스

[체력 - 100/100] [감각 - 100/100]

[힘 - 54/54] [민첩 - 4/4]

[정신 - 75/75] [지능 - N/A]

[분배 포인트 - 1]

스킬

[패시브 - 혼의 문신 LV. 3]

[패시브 - 회복]

[패시브 - 한계달성]

[액티브 - 잔영] (자동시전 중)

[액티브 - 적중] (자동시전 중)

[액티브 - 가속] (자동시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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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1업 하고 4일째.

레벨 10.

벌써 라고 하면 벌써지만, 하루 2업씩밖에 못한걸 생각해보면 확실히 느리다.

남은 전문화는 두개.

물음표가 아직 안 열린걸 보니, 공간 탐색자까지 만렙 찍어야 열릴 것 같은데.

힘에 1 넣어 55를 만들고는, 10층 수현이 방으로 들어가 눈을 붙였다.

헬기라...

혹시나 제 때 못 일어나더라도 헬기소리가 들리면 사람들도 눈치 채겠지.

눈 감은지 몇 초 쯤 지난 것같다.

공기가 드드드드 울리기 시작했다.

...이 소리...

헬기 프로펠러 소리같은데?

난 눈을 떴다.

몸이 축 처진다.

"아, 눈따거."

몇 초밖에 안 지났을건데?

폰을 들어보니 새벽 다섯시 12분이다.

...눕자마자 잠든 거구만.

눈을 비비곤 세수하고 옷을 입는데, 수현이가 어느새 일어나 눈을 비비고 있었다.

"우응... 오빠... 어디가? 어? 무슨 소리야?"

멀리서 들려오는 헬기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다.

수현이가 놀란 토끼눈으로 나를 본다.

난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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