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5화 (105/187)

그리고, 과자와 생수를 그 위에.

한쪽으로 몰아넣는다.

옆에 남은 칸에 탄창 네 개.

가방이 두둑하고 묵직해졌다.

즐겁고 행복한 기분으로 가방을 둘러메고 폰을 보니 벌써 오후다.

지이이잉-

음.

연락 올 때 됐지.

난 전화를 받고는 말했다.

"네. 지금 나갑니다."

"꽤 오래 걸렸군요. 다치거나 혹시 물리신건 확실히 아닙니까?"

난 피식 웃었다.

"네. 다치지 않았습니다. 이제 나갑니다."

전화를 끊고 일어섰다.

어우, 묵직하네.

빡세진 않아도 무게가 느껴진다.

체력 업적 스킬 얻은 이후로 간만에 느껴보는 무게감이다.

검 두자루, 활과 화살 10여발, 기관단총 두 정에 두툼한 가방까지.

무게만큼 마음도 뿌듯하다.

그나저나 진짜 체력업적 스킬 없었으면 엄청 힘들었겠는데.

두번째 전문화로 우연히 고른 거지만, 초반에 체력 100 찍어놓길 잘했다.

진심으로.

얼마나 앉아서 쉰 건지 모르겠다.

쉬었다기 보단 새로운 무장을 준비하느라 걸린 시간이지만.

스텟이 거의 충전된걸 보니 두시간은 넘었나본데.

난 상쾌한 기분으로, 아이 방은 외면하고 계단을 내려가 집을 나섰다.

노을이 내려오고 있다.

"후우."

멀리 벽을 바라보니, 특임대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난 피식 웃고는 전화를 걸었다.

"네, 성훈씨. 하실 말씀이라도?"

"여기까진 안전합니다. 건너오시죠."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특임대원들이 서로 돌아보며 뭔가 이야기한다.

특임대장 성규혁이 손을 들더니 네 사람이 걸어왔다.

난 고개를 끄덕여주곤, 다음 집으로 건너갔다.

비었다.

그 다음집도.

반환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인건가.

빈 집이 제법 많은데.

다음.

병원.

3층 건물이다.

하지만 너비가 꽤 되는 건물이라 납작해 보인다.

...많이 있을까?

반환절차에 들어간 미군병원이니 입원한 사람은 몇 없지 않을까 싶은데.

난 특임대원들을 힐끗 바라보곤, 병원으로 들어갔다.

입구 앞 접수처.

응급실과 붙어있다.

조용하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들려온다.

문이 닫혀있는 응급실 쪽에서.

그리고, 뭐 하는 방인지 모르겠는 안쪽에서.

나는 검을 뽑아들었다.

스르릉-

* * *

"후우."

병원에 있던건 거의 의사와 간호사 뿐이었다. 그나마 많지도 않다.

입원환자는 아예 없었고, 사복입은 몇몇이 있었을 뿐이다.

아마 감기 따위였겠지.

열 마리도 안되는 줄 알았으면 그냥 건너뛸걸 그랬다.

"쯥."

병원을 나오니 특임대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스읍.

나도 한 대 필까.

아니.

슬슬 해가 떨어지고 있어.

빨리 해치우자.

"다음 갑니다."

병원을 감싼 도로 너머엔 집과 창고가 나란히 붙어있었다.

주택은 지금까지 봐 왔던 것과 다를게 없다.

1층 창문이 박살나 있지만 유리파편은 도로에 없다.

뭐가 창문을 뚫고 안으로 들어간거다.

평범하다.

난 고개를 끄덕이곤 도로를 건너 집 근처로 다가갔다. 아마 이 집 옆 창고가 무기고일 것이다.

무기가 좀 많았으면 좋겠...

...음?

난 걸음을 멈췄다.

...주택.

...문.

박살나있다.

나처럼 힘으로 뭉갠게 아니다.

난 문으로 가까이 다가가 손잡이를 바라봤다.

번개 모양으로 나가버린 문짝의 나무살.

그리고, 검은 구멍.

...누가 총을 쏜 거다.

난 고개를 들어 문과 문 틀을 자세히 살폈다.

긁힌 자국.

희미한 핏자국.

...뭔가 있다.

지이이잉-

전화가 왔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낮아진다.

나는 속삭이듯 전화를 받았다.

"네."

"무슨 일입니까? 그 집에 뭔가 있습니까?"

"모르겠네요. 한 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연락드리죠."

전화를 끊고, 검을 꺼냈다.

스르릉-

그리고, 문 손잡이를 잡았다.

크르르르- 크르르르-

...들린다.

문을 천천히 열었다.

계단 쪽.

그리고, 부엌.

내게 등을 돌리고 있다.

...저 사람들은...

난 뒤를 힐끔 돌아봤다.

...같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두툼한 어깨와 가슴.

단정한 머리.

훤칠한 키와 전투적인 신체.

...1팀 특임대원들이다.

...여기 있었나.

바로 옆이 창고다.

꽤나 깊숙하게 침투했었구나.

이 특임대원들도 목숨을 걸었던거다.

이들이 집에 있다는 것은, 은신처가 필요했다는 뜻.

흡집과 상처 가득하던 문짝의 상태가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나는 문을 살며시 닫았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네, 성훈씨."

나는 나직이 말했다.

"1팀 찾았습니다."

대답이 없다.

뒤돌아보니, 성규혁이 귓가에서 폰을 천천히 내리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이 집을 바라보고 있다.

난 특임대장 성규혁을 바라보며 귓가의 전화기를 가리켰다.

그가 전화를 들어 귀에 댄다.

나는 말했다.

"그들은 더이상 1팀이 아닙니다. 나는 지금부터 그들을 처리합니다."

"성훈씨. 그들 중에."

말을 멈춘다.

난 갸웃하며 그를 봤다.

성규혁이 말했다.

"...여자가 있습니까?"

여자?

난 잠깐 생각해보곤 고개를 저었다.

"내가 본 건 두 명입니다. 남자요. 여자가 있는지는 여기선 모르겠군요. 들어가 봐야 압니다."

성규혁이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전화를 끊는다.

그리곤, 주위를 살피며 나를 향해 걸어왔다.

세 특임대원들도 서로 쳐다보며 함께 다가온다.

나는 기다렸다.

내 곁으로 다가온 특임대원들이 문 옆에 나란히 섰다.

자세부터 이미 훈련 끝판왕이다.

문 앞엔 절대로 서지 않는다는 신념이 느껴질 정도다.

특임대장 성규혁이 말했다.

"우리도 진입합니다."

그러며 허리춤의 통파를 꺼낸다.

...음.

난 고개를 끄덕이곤 나직이 말했다.

"그건 필요없을 겁니다."

눈빛을 보니 반드시 들어가겠다는 의지가 들어있다.

난 말했다.

"...갑시다."

난 검을 고쳐 움켜쥐곤, 곧장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곤, 크게 말했다.

"특임대!"

"크롸라라락!"

두 명.

아니, 세 명!

열려있는 욕실에서 와라락 튀어나온다.

모두 남자!

"크아아아악!"

온다!

가속.

[자동 시전 : 가속]

난 단숨에 휘몰아쳐 세 사람의 머리를 뚫었다.

차마 베어내진 못 하겠다.

가능하면 이 모습은 그대로 보존해주고 싶다.

이미 좀비으로 변해버려 더이상 사람도 아니게 되었지만, 영문도 모르고 죽은 사람들과는 궤가 다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뭐라도 해볼려다 이렇게 된 전사들이다.

가속이 끝났다.

"--커-얽!"

세 사람이 동시에 우르르 무너졌다.

피가 휘날린다.

후두둑.

얼굴에, 옷에 피가 튄다.

난 고개를 숙이고 귀를 기울였다.

소리.

으르렁대는 소리.

놈들이 숨쉬는 소리.

집 안 어디엔가 또 있는가.

...없다.

조용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특임대 2팀원들이 들어와 시체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곤,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슬퍼하거나, 흐느끼지 않는다.

그저 나직이 한숨을 내쉬곤 일어선다.

평소와 다름 없는 얼굴이다.

동료의 죽음 같은건 가슴 한 켠에 묻고 임무에 나선다, 라는 태도다.

...마음에 든다.

난 검을 털어내곤 검집에 집어넣었다.

스르릉-착.

그리곤 특임대장 성규혁에게 걸어가며 백팩의 유틸리티 칸에서 권총을 꺼냈다.

"받아요."

성규혁이 내 손을 바라본다.

그리곤 내 눈을 본다.

거절도, 사양도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곤, 권총을 받아들어 곧장 탄창을 꺼내보더니 약실도 점검한다.

그리곤 손에 쥔 채 엄지로 안전장치를 올려 두 손을 내린다.

그 모든 동작이 한 순간에 이뤄졌다.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나도 고개를 끄덕여주곤, 집 안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소리는 안 들리지만, 마음 놓을 수는 없지.

뭐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

특임대원들은 각자 방을 살펴보곤 서로에게 손짓했다. 그리곤 수신호를 받은 자들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다음 방으로 넘어간다.

일사불란하다.

1층 점검을 마치곤, 2층으로 올라갔다.

흐으윽- 흐으윽-

...들린다.

난 계단에서 멈춰서선 손을 살짝 내밀었다.

계단을 오르던 소리가 조용해진다.

그러나, 내 뒤에 있다.

나는 몸을 숙인 채 소리가 나는 방으로 향했다.

문에 피가 묻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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