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이에도.
손잡이를 살며시 잡고 돌려봤다.
...잠겨있다.
특임대원들이 내 좌우로 다가와, 빠르게 양 옆으로 나눠선다.
권총을 든 특임대장 성규혁이 나를 마주보고 있다.
그가 내게 고개를 끄덕인다.
난 문 손잡이를 움켜쥐고는, 비틀었다.
우드드드득!
그리곤, 곧장 문을 열었다.
"흑, 아아!"
탕!
격발음!
[자동 시전 : 가속]
총알이다!
눈에 보인다!
그것은 공기를 나선으로 비틀어대며 날아오고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여자 목소리?!
아니, 그보다!
난 눈 앞으로 날아오는 총알을 바라봤다.
바로 뒤, 화약폭발의 노란 배경으로 날아오는 총알.
마치 꽃이 핀 것 같다.
난 즉시 검을 들었다.
베어버려야 하나?!
아니, 검이 혹시 부러지면!
난 검을 비틀어 빗겨대고는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장갑아!
검 부러뜨리지 말아라!
총알이 검에 닿았다.
긁는 느낌.
타고 올라오는 느낌.
손으로 전해져 온다.
그리고, 가속이 끝났다.
핑!
금속 불꽃을 일으키며, 총알은 도탄되어 벽에 틀어박혔다.
"아아, 아아!"
철컥, 철컥!
빈 총을 내게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 여자.
몸에 붙는 티셔츠와 스키니진.
몹시 미인이다.
그러나, 안색은 그렇지 못했다.
창백하다.
그리고, 몸 곳곳에 피가 묻어있다.
...발목.
퉁퉁 부어 인간의 발목이 아니게 보일 정도다.
"아아!"
여자가 공포스러운 얼굴로 내게 총을 쏜다.
철컥, 철컥!
"가연아!"
특임대장 성규혁이 나를 스쳐지나가 여자를 껴안았다.
"가연아! 살아있었구나!"
"아, 아아... 아아...."
여자는 여전히 나를 보고있다.
나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총 맞을 뻔 했네, 씨발.
가속 아니었으면 바로 마빡에 총알구멍이 났겠는데.
...마빡에?
...그 상황에서 바로 헤드샷을 갈겼다고?
이 여자, 보통 훈련받은게 아닌데.
"누굽니까?"
내가 물었다.
여자를 안고있던 성규혁이 내게 고개를 돌렸다.
상남자같이 생긴 얼굴에, 그런 눈매임에도,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다.
성규혁이 말했다.
"제 여동생입니다."
특임대장 성규혁의 여동생 성가연.
그녀는 자길 안고있는 남자의 얼굴을 그제야 쳐다봤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더니 울상이 된다.
"오빠, 오빠야?"
"그래, 가연아. 오빠다."
강철 사나이같은 얼굴의 특임대장 성규혁도 저런 표정을 지을 줄 아는구나.
그래.
가족이 걸리면 저렇게 되지.
...내 여동생은 어쩌고 있을려나.
성가연이 오빠를 붙잡고 흐느낀다.
성규혁이 말했다.
"잘 했다. 잘 버텼어."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온 거야? 구조작전은 없었잖아. 나 때문에 온 거야?"
성규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여동생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더니 발목을 힐끗 쳐다봤다.
"못 걷지?"
야구공이라도 들어있나 싶을만큼 퉁퉁 부어오른 발목. 성규혁이 살짝 손가락을 대자 성가연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온 몸에, 이마에 식은땀이 송송 배어있다.
성규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뒤에 서있는 대원들을 향해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리곤 일어서서 장롱 문을 연다.
대원들이 각자 다가와 성가연을 붙잡았다.
"좀 아픕니다. 소리내지 마십시오."
한 사람이 벨트를 풀어 성가연의 입에 물렸다.
성규혁이 장롱 문짝에 주먹을 힘껏 꽂아넣는다.
와작!
문짝이 뚫렸다.
뚤린 그대로 나무를 붙잡고 우드득 뜯어낸다.
나무 두 조각.
다른 대원들이 각자 벨트를 풀어 성가연의 부어오른 발목 근처에 꿇어앉았다.
일사불란한 동작이었다.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를 깨달은 성가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벨트를 깨물었다.
성규혁이 발목에 부목을 댄다.
밸트를 감는다.
그리고, 조였다.
"흐으으으윽...!"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성가연은 바들바들 떨었다.
특임대원 두 명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고, 성규혁과 다른 대원이 발목에 벨트를 꽈악 조여맸다.
단 30초도 되지 않아 이 모든 일이 이뤄졌다.
훈련받은 사람들은 확실히 다르다.
난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사람을 구한건 좋은데, 다들 임무를 잊은건 아니죠."
특임대원들과 성가연이 날 쳐다본다.
난 옆을 향해 고개를 까딱거렸다.
무기고가 있는 방향으로.
난 말했다.
"갑시다. 무기 가지러."
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성가연도 나를, 또 대원들을 돌아보고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들과 오빠가 옆에 있어 용기를 얻은 모양이다.
성규혁이 대원에게 권총을 넘기고는 여동생을 부축했다.
그리고, 다섯사람은 나를 따라 계단을 내려왔다.
"그, 그런데."
집을 나서려는데 성가연이 나직이 말했다.
난 뒤돌아봤다.
성가연은 땀을 흠뻑 흘리고 있었다.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극심한 긴장감과 공포, 그리고 발목에서 올라오는 고통이 이어지는 나날이었을 것이다.
분명히 며칠간 잠도 못 이뤘을거다.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누구시죠? 어떤 부대의..."
"한성훈입니다. 민간인요."
짧게 대답해주곤 집을 나섰다.
뒤에서 민간인...? 이라는 성가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 여자는 나를 모르는 모양이지.
만약 특임대들이 각자 별도의 임무를 맡고있고, 나라는 존재가 그들 사이에서 기밀로 취급되고 있었다면, 설명 된다.
성규혁의 2팀의 임무는 나와 접선하는 것이었겠지.
어쨋든 지금은 뭘 설명하고 할 때가 아니다.
대원들도 달리 말이 없었다.
우리는 빠르게 무기고로 향했다.
...조용하다.
나직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오긴 하나, 근처는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걸.
난 창고의 문을 바라봤다.
"...쯧."
마음에 안 들어.
창고 문이 살짝 비틀어져 있었다.
뭐가 세게 들이받은 듯이.
난 특임대장 성규혁과 대원들을 바라보며 문을 가리켰다.
그들이 다가와 무기고 문을 보더니 각자 눈썹을 꿈틀대거나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반응을 보였다.
특임대원들도 아는거다.
이 문을 열면 어떻게 될지.
비틀어진 문.
여는 순간, 귀를 긁어대는 엄청난 소리가 날 거다.
적어도 이 곳 미군기지에 있는 놈들은 거의 다 도발되겠지.
난 주위를 둘러봤다.
왔던 길엔 공원이 있어.
도발된다면, 저 쪽에서 우르르 몰려 올거다.
상태창은 아까 확인했다.
거의 풀충전 상태다.
"...후..."
난 성규혁을 바라봤다.
그도 나를 보고 있었다.
난 창고 문을 잡았다.
그리고, 미군기지 안쪽을 가리켰다.
저 쪽으로.
특임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성규혁이 여동생을 창고 벽에 기대게 하곤 부축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대원들과 함께 내 주위로 다가왔다.
난 문을 살며시 당겨봤다.
안 열린다.
걸린 것처럼 꿈쩍도 안 한다.
...이건 힘줘서 여는 수밖에 없다.
"후우..."
난 백팩을 벗어, 두걸음 떨어진 도로가에 내려놨다.
그리고, 지퍼를 열었다.
여섯개의 탄창.
난 옆을 돌아봤다.
성가연이 한 발을 든 채 나를 보고있다.
대원들도 나를 본다.
난 문 앞으로 다가가 사람들을 바라봤다.
눈빛들.
그것으로, 우린 서로 준비가 되었음을 확인했다.
숨을 들이킨다.
스으읍.
열었다.
끼이이이이익!
"들어가, 들어가!"
성규혁을 필두로 대원들이 우르르 무기고로 들어간다.
난 즉시 검을 뽑아들곤 성가연의 곁으로 갔다.
크롸라라라락!
캬아아아아악!
포효소리.
짐승 수백마리가 일시에 울부짖는 듯한 소리.
그리고, 드럼을 두드리듯한 달리는 소리.
와장창, 콰장창!
유리가 박살나는 소리.
난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공원 쪽에서.
그리고, 미군 기지 안쪽에서.
양쪽에서 놈들이 몰려오고 있다.
"흑, 학, 흐윽, 학!"
성가연이 긴장해 숨소리가 빨라졌다.
난 이를 깨물었다.
이건 어쩔 수 없겠는데.
난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좀 이상한걸 보게 될 겁니다. 그러려니 하세요."
성가연이 나를 돌아본다.
의문이 들어있는 눈빛이다.
나는 검 한 자루를 검집에 넣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탄창 두 개를 꺼내 오른손에 쥐었다.
왼손엔 검.
왼쪽으론 미군기지.
오른손엔 탄창 두 개.
오른쪽으론 공원.
캬아아아악! 크아아아악!
포효소리와 발소리.
놈들이 몰려온다.
"흐윽, 학, 흐으윽, 학!"
닥닥 하며 성가연이 이를 부딪힌다.
난 이를 악물고 기다렸다.
온다, 온다...!
"크아아아악!"
왔다.
가속.
[자동 시전 : 가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