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2화 (132/187)

15, 16번 업적이 생겼네.

악체는 아직 1만마리는 못 잡았나본데.

내심 악체 업적이 열리길 기대했는데, 살짝 아쉽다.

악체 업적은 혼의 문신 보상을 주니까.

아주 오랜시간동안 문신 극혐해왔는데, 부상당한 뒤 회복한 지금은...

문신, 짱짱맨.

더 내놔!

없으니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아쉽네.

그래도 다섯번째 전문화 얻었으니 금새 달성할 수 있겠지 뭐.

16번, 호칭 업적부터 열었다.

이건, 저장고를 늘려주는 업적.

아직도 뭐 어쩌라는 저장고인지는 모르겠는데, 하나씩 늘려나가다 보면 뭐 쓰임새가 언젠간 생기겠지.

저장고가 5칸으로 늘었다는 메세지를 확인하곤, 남은 업적을 바라봤다.

솔직히 기대된다.

전문화 업적들은 대부분 내게 아이템을 주었다.

그 아이템 모두가 너무나 쓸모가 많아.

...어?

잠깐.

그러고보니, 난 장갑을 끼고있지 않다.

아이템에 대해 생각하니 이제야 눈치챘다.

화살집을 보니 복제띠가 감겨있지 않다.

미친, 잃어버린건 아니겠지 설마.

난 즉시 저장고를 열어봤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혼석 - 9683] [달가림 장갑]

[투사체 복제띠] []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하..."

여기 다 들어있었구만.

...내 몸에서 멀어지면 자동으로 저장고로 들어가는건가?

스읍...

그런거면 좋겠는데.

그런거겠지?

그렇지 않으면 도로 집어넣은 적도 없는데 이게 다 이 안에 들어가있을 리가.

난 피식거리며 웃고는 장갑과 복제띠를 꺼내 손과 화살집에 장착했다.

그리고, 업적창을 켰다.

이제 남은건, 15번.

"후우."

아이템 나와라.

아이템.

이번엔 뭘 줄까.

나는 15번, 다섯번째 전문화 업적을 눌렀다.

메세지가 출력되었다.

[돌개바람을 획득했습니다.]

...?

...돌개바람?

뭔데?

난 저장고를 다시 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혼석 - 9683] [돌개바람]

[] []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돌개바람 들어있네?

그냥 글자로 보이는거라 저게 도대체 뭔지 감도 안 잡힌다.

돌개바람, 무슨 바람 같은걸 일으키는 그런 아이템인가?

난 갸웃하며, 돌개바람 칸을 눌렀다.

그리고 그 순간, 내 손에 회백빛 소용돌이가 휘감기기 시작했다.

한 뼘 정도의 작은 소용돌이.

하지만 꽤 밝게, 스스로 어렴풋이 빛나고 있어 꽤나 어두운 활주로 안에서도 내 손이 잘 보인다.

난 내 손을 휘감싸며 돌고있는 소용돌이를 바라봤다.

...능력을 얻고 나서 여러가지 해괘한 일을 많이 겪었지만 이런건 또 처음이네.

이건 뭐야?

아이템이야?

뭔데 이게?

난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러며 뭔가 일어나길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은은히 빛나는 회백빛 바람이 내 손바닥과 손등을 계속 휘감싸며 돌고있을 뿐이다.

"...무슨..."

뭐야 이거.

이걸로 때리라는 건가?

장풍인가 이거?

나는 장풍쏘듯 손을 대충 앞으로 뻗었다.

그 순간, 내 손에서 소용돌이가 퍼지며 뻗어나갔다.

은은히 빛나는 바람이 회전하며 바닥에 내려앉는다.

그러며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몹시 빠르게, 아래에서부터 위로, 또 위에서부터 아래로 형상을 갖추어갔다.

채 형상이 완성되기도 전에.

보자마자 내 눈 앞에 나타난게 뭔지 깨달았다.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 앞에 나타난 것.

은은히 빛나는 바람이 스스로 휘감싸며 쌓아올린 듯이 나타난 것.

유려하게, 또 날카롭게.

아름답고 또 전투적인.

그러한 선을 지닌 그것은, 앞뒤로 두 개의 바퀴를 가진, 순백색의 모터바이크였다.

길이는 약 2미터 이상.

좌우로 두툼하나, 날렵해 보이는 인상.

검은색 안장 앞쪽으로, 정확히 탄창이 들어갈만한 가죽띠 두 개.

"...미친..."

오토바이다.

오토바이가 나왔다!

민첩과 연계된 전문화, 공간탐색자.

스킬은 이동기.

특전은 이동수단!

미친...!

난 벅차오는 심정을 느끼며 오토바이, 돌개바람으로 다가갔다.

시동이 완전히 꺼져있다.

보니, 키를 넣는 곳도 없다.

...어떻게 하는거지?

핸들에 손을 얹어본다.

그리고 그 순간, 시동이 걸렸다.

그루루루룽-

사자가 낮게 포효하는 것같다.

"...후우."

손을 대면 시동이 걸린다니.

아마 돌개바람에 시동을 걸 수 있는 사람도 나 뿐이라는 뜻이겠지.

난 오토바이의 핸들에서 천천히 손을 옮겨, 안장 뒤쪽까지 쓸어만졌다.

"...?"

안장 뒷쪽.

유선형의 사각형 박스가 있다.

손잡이를 열어보니, 작은 고리가 하나 나와있다.

"...뭐지 이건?"

...어차피 사용법 같은건 알려주지 않는다.

내가 직접 알아낼 수밖에.

난 고리에 손가락을 걸어 당겨봤다.

내부가 열리며, 검은색 구멍이 나타났다.

스으으으읏-

바람을 빨아들인다.

뭐지?

구멍을 봐도 이게 뭐 하는건지 모르겠다.

...생긴건 무슨 수납공간처럼 생겼...

난 그 순간, 멈칫했다.

고개를 내려본다.

허벅지에, 잉그램.

난 잉그램을 꺼내 홈에 갖다대봤다.

그러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 잉그램이 너무 큰...

잉그램이 사라졌다.

내 손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문이 철컥 하며 닫혔다.

"엇."

난 안장 뒤쪽의 박스를 다시 열었다.

그리고, 고리를 당겼다.

"어."

고리를 당긴 손에, 고리 대신 잉그램이 쥐어져 있었다.

...무기 수납공간이다.

분명히 이 작은 박스에는 잉그램이 도저히 들어갈 수 없다.

그런데, 들어갔다.

그리고, 고리를 당기자 곧장 내 손에 쥐어졌다.

...그렇다면, 자기 부피 이상의 무기를 수납해 다닐 수 있다는 뜻이다.

"...하."

난 잉그램을 쥔 채, 몸을 일으켰다.

내 눈 앞에, 육중한. 그러나 날렵한.

오토바이, 돌개바람.

나는 돌개바람의 아름다운 자태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그럼, 한 번 해볼까?

돌개바람에 올라타자, 헤드라이트가 번쩍 켜지며 앞을 밝힌다.

으르르릉-

핸들에 손을 얹자 돌개바람이 반응한다.

사자의 로어같은 돌개바람의 으르렁을 들으며, 나는 핸들을 당겼다.

나를 등에 태운 돌개바람이 앞으로 달려간다.

기다렸다는 듯이, 바람을 가르며 쏜살처럼 활주로를 달려나간다.

공기가 밀려 머리칼이 휘날린다.

엔진이 있는건지, 어떻게 작동되는건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단지, 기이이잉- 하는 희미한 가동음만이 기분좋은 풍압 속에서 들려올 뿐이다.

...최고다.

나는 돌개바람을 타고 활주로를 질주했다.

돌개바람이 일으킨 먼지바람이 뒤에서 나를 따라온다.

"...하하."

기분 좋다.

어느정도로 빨리 달릴 수 있는건지도 시험해보고싶다.

그런데, 중요한건 돌개바람에 계기판이 없다.

속도계도 연료계도 없다.

지금이 시속 몇 KM인지, 최대로 얼마나 달릴 수 있는건지 전혀 모르겠다.

그저, 돌개바람이라는 이름 답게 몹시 빠르다는 느낌만 들 뿐이다.

활주로를 몇번이고 왕복하며 질주하다, 돌개바람을 비틀며 급정거했다.

크르르르륵-

옆으로 누운 바퀴가 지면을 긁는다.

완전히 세운 돌개바람에서 한 발을 내려 땅을 딛고는, 숨을 가다듬었다.

"후우."

오토바이같은거 평생 타본적 없다.

그런데도 앉아마자 어떻게 운전해야 하는지 몸에 새겨놓은듯, 자연스럽게 달릴 수 있었다.

평생 타 온 것처럼.

돌개바람을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은 정말로 최고다.

신나게 타고 다녀봤으니, 이제...

여러가질 실험해 봐야되겠지.

난 돌개바람에서 내려 무기수납공간을 열었다.

먼지가 희미하게 빨려들어가는 것같다.

어떻게 이렇게 되는건지 모르겠다.

오토바이 정도의 묵직한 질량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것도 불가사의한 일이긴 하다.

난 허벅지에서 잉그램 두 개를 양 손으로 꺼내어, 무기수납공간에 갖다댔다.

하나가 쓱 빨려들어간다.

그리고, 고리가 닫혔다.

다른 하나는?

두 개는 안 들어가나?

나는 무기수납공간에 내가 가진 무기를 이것저것 넣었다 빼보면서 뭐가 들어가고 안 들어가는지, 몇개나 들어가는지를 시험해봤다.

결과, 한 번에 하나밖에 안 들어간다.

하지만 크기나 무게 같은건 상관없다.

손잡이까지 길이 1미터가 넘는 검, 보기보다 제법 큰 활까지 이 조그만 수납박스에 들어가는걸 보면, 사이즈에 관계없이 무기 하나를 수납할수 있는 모양이다.

다른걸 넣어보려고 해봤는데 안 된다.

신발도 안 들어가고, 폰도 안 들어간다.

오직 무기만 가능하다.

혹은, 내가 이건 무기다 라고 스스로 여기고 있는 물건에 해당하는 것이던지.

수납공간 이외에 다른 부분은 그저 평범한 모터바이크와 다를 것 없다.

경주용 모터바이크처럼 묵직하고 날렵하며, 날카롭고 세련되게 생겼다.

은빛 감도는 순백색 오토바이.

난 안장을 톡톡 두드려 오토바이가 정말 마음에 든다는 제스쳐를, 아무도 안 보는데서 혼자 표현했다.

다음은...

이걸 어떻게 도로 집어넣지?

오토바이를 항상 곁에 두고 다닐순 없다.

도로 넣는 방법이...

그런 생각을 하며 안장을 천천히 쓰다듬는데, 돌개바람이 희미하게 소용돌이치며 형상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림자 전사처럼.

그리고는, 내 손에 소용돌이가 되어 머물렀다.

나는 미소지었다.

내 의지대로 가능하다는 거로군.

저장고를 열어 빈 칸에 갖다대니 바로 저장된다.

은빛 감도는 순백색의 예쁜 오토바이.

돌개바람을 언제든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다니.

...정말 기쁜걸.

다음으로 남은 것은, 공간발톱.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이것저것 시험해봐야 된다.

전투시에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써먹는건, 아까 낮에 추락할때 경험한걸로 충분해.

많이 써먹어서 몸에 익혀놔야지.

"...공간을 움켜쥐어서..."

중얼거리며 손을 내밀어 본다.

그리고 천천히 손가락을 오므렸다.

지금 서있는 곳은 활주로 한가운데.

주위엔 격납고와 논밭 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