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화 〉 판타지 세계의 용사
* * *
배식을 하고 있는 곳으로 가 자연스럽게 줄을 서니 우디가 오늘 나올 음식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늘 아르칸님이 마을 밖에서 엄청 빅보어를 잡아오셨대!”
“그래?”
“그래서 오늘 오랜만에 파티한다고 어른들이 숨겨놓은 술까지 꺼냈다더라.”
옆에서 조잘거리는 우디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기다리니 어느새 내가 배식을 받을 차례가 되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마을에 얼마 남지 않은 청년들이니 먹고 힘써야지.”
아무리 야겜이지만 모두를 미녀로 만들 수는 없었는지 푸근한 인상의 넉살 좋은 프이바 아줌마가 나무로 만들어진 배식판에 고기를 왕창 퍼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대충 감사를 표한 나는 야채 스튜를 받기 위해 옆자리로 옮겼고 그곳에서 개발자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평민으로 튜토리얼을 하느라 밖에 나가지도 못하는 플레이어들이 성욕을 풀 수 있도록 이런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아주 아름다운 미녀를 존재시킨 것이다.
튜토리얼 전용 히로인들은 언제나 랜덤으로 설정되는데 이번 히로인은 여타 다른 히로인들보다 최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상급 정도는 되어 보였다.
그녀는 시골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새하얗고 뽀얀 피부, 황금을 녹여 만든 것 같은 금발, 보는 순간 저 사람은 마음씨가 곱겠다고 생각될 정도의 선한 인상을 가진 미인에
몸매는 또 야겜 아니랄까봐 옷의 가운데 부분이 불룩 튀어나오는 가슴에 허리는 얇지만 그렇기에 더욱 돋보이는 골반까지 흠잡을 곳이 없는 미인이었다.
‘다른 게임보다 판타지 세계의 용사에 나오는 여성들은 진짜 차원이 다른 것 같단 말이지.’
그녀에게 스튜를 받으며 몸매를 훑어보던 나는 성욕의 눈을 사용했다.
이름: 에리카
나이: 22세
신장: 160cm 몸무게: 48kg
가슴: F컵
성감대: 보지, 목
처녀유무: 유
성 취향: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강한 남성과 다정한 섹스
성욕: 하
상태: 오랜만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에 행복감을 느낌.
내 신장과 비교해서는 약간 아담하지만 비율이 좋아서 그런지 그렇게 작아 보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마경이라 매끼니 풍족하게 먹지 못할 때도 있을 텐데 먹는 족족 다 가슴으로 가는지 F컵의 풍만한 가슴까지.
거기다 성에 대해서는 무지한지 성욕이 상당히 낮고 성 취향도 어디 만화책에 나오는 백마 탄 왕자님이 취향이었다.
‘이런 여자일수록 색에 빠트리면 헤어나올 수가 없지.’
다른 야겜들도 공략할 때마다 여성들을 색에 빠지게 해 섹스의 즐거움을 전파하는 것이 취미였던 나는 에리카도 그렇게 공략할 생각에 아랫도리에 피가 쏠리는 것을 꾹 참아야했다.
“맛있게 먹어!”
“고마워.”
목소리도 어찌나 아름다운지 약간 높은 목소리지만 귀에 거슬리지 않고 부드럽게 고막을 어루어만지는 것만 같았다.
“정말 아름답지 않아?”
“에리카?”
“당연하지! 내가 마을 밖의 여자를 본 적이 없지만 에리카는 분명 도시에서도 인정받을 미모일 거야.”
그 말을 들은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고 말았다.
‘에리카 정도면 고급 창관의 여성보다 아름답지.’
마을에서 튜토리얼 하는 동안 지루하지 말라고 만들어둔 캐릭터라 그런지 몸매도 좋고 아름답기는 확실히 아름다웠기에
열심히 마을 사람들에게 배식을 해주는 그녀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본 나는 나무로 만들어진 식탁에 앉아 잘 구워진 빅보어고기를 손으로 들어 뜯어먹었다.
식사를 모두 마치고 난 마을 사람들은 각자 집으로 향했고 마찬가지로 그릇을 모두 비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들어간 뒤 늦은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이제 나가볼까.’
보초를 서기 위한 경비병을 제외하고 모두가 잠든 새벽 마을 외곽으로 나가 간단하게 신체능력을 점검한 나는 내 키보다 높게 서있는 목책을 단숨에 넘은 뒤 숲으로 달렸다.
높은 신체능력으로 달리기를 몇 분 직선으로 쭉 달리던 나는 하늘에서부터 내려온 반투명한 무언가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보고 확인하기 위해 다가가자
더 이상의 침입은 불허한다는 듯 반투명한 무언가의 앞으로 지나갈 수 없었고 시스템도 안 된다는 듯 나에게 알렸다.
[튜토리얼 기간입니다.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가상현실에서는 가능할까 싶었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은지 거부하는 시스템을 보고
포기한 나는 주변의 마물을 잡을 생각으로 숲을 거닐었지만 몇 시간이 지나도 마물은 무슨 흔한 동물조차 발견하지 못하자 시스템에게 물었다.
“왜 숲에 아무것도 없는 거지?”
[튜토리얼 기간이기 때문에 경계선 내부에는 어떤 생물도 살고 있지 않습니다.]
“영약도 먹을 수 있는 게 없는 건가?”
[영약 정도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더 나가시려면 NPC의 인정을 받고 함께 나가셔야합니다.]
“와 진짜 극 하드코어 겜.”
평민으로 시작할 때는 힘이 너무 약해서 마물들을 만나는 순간 바로 순삭이었기에 밖에 나갈 생각을 접어두었지만
이번에 가진 힘이라면 간단한 마물정도는 상대할 수 있어 기대감에 넘쳤는데 아쉽지만
영약은 존재한다고 했으니 습격까지 남은 기간 동안 영약만 열심히 파밍해서 성장하면 꽤 괜찮은 스탯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도 되었다.
영약의 위치는 언제나 랜덤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사방이 어두운 밤에는 제대로 찾을 수 없어 일단 집으로 돌아가 잠을 청한 뒤 찾기로 마음먹었다.
시스템을 이용해 밤을 스킵한 나는 다음날 아침이 되자 잠에서 깨어나 시스템이 말했던 대로 이곳에서 유일하게 자유롭게 나다닐 수 있는 은퇴용병 아르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아르칸 아저씨.”
“그래 좋은 아침이구나.”
내 인사를 받아준 아르칸은 마을 사람들이 쓸 장작을 패고 있느라 상의를 벗고 있었는데 많은 전쟁터를 다니고
마물들을 잡으러 다녔다는 말이 사실인지 단련된 그의 몸에는 상당히 많은 흉터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니?”
“아저씨가 마을 밖을 나가실 때 저도 데리고 가주실 수 있나요?”
시스템이 알려준 대로 아르칸의 도움을 받아 경계 밖을 벗어난 뒤 마물을 잡을 생각으로 그에게 부탁하자 아르칸은 잠깐 고민하는 얼굴을 하다 나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겠구나.”
“왜죠?”
“아직 많이 약하기 때문이다.”
아르칸의 말에 내 힘을 증명하기 위해서 땅에 떨어져 있는 도끼를 들은 나는 그대로 힘을 주어 사람 몸통만한 두꺼운 통나무를 한 번에 자르고 어떠냐는 얼굴로 그를 쳐다봤지만
아르칸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내가 자른 통나무를 쳐다보더니 자신이 들고 있던 도끼로 내가 자른 것의 두 배 정도 되어 보이는 통나무를 그대로 잘라버렸다.
“아무리 힘이 강하다고 한들 경험도 없고 하물며 마물조차 만나보지 못한 너를 아직 마을 밖으로 데려갈 수는 없겠구나.”
무슨 짓을 해도 허락해 줄 것 같지 않은 아르칸의 단호한 말에 일단 물러난 나는 어떻게 하면 마을 밖으로 나가 마물을 잡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방법이 없을까나.’
다른 사람들이라면 그냥 튜토리얼이 끝나기 전까지 마을여자들과 실컷 섹스하면서 편안하게 지냈겠지만
튜토리얼인데도 불구하고 충분히 마물을 처리할 수 있는 힘을 초반부터 가지게 된
나는 빨리 힘을 키운 다음 이곳 마을의 히로인들과는 급이 다른 진짜 히로인들을 만나고 싶어서 몸이 달아올랐다.
판타지 세계의 용사에서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마물을 죽여서 신들이 부정한 것들을
처리한 보상으로 타 게임의 경험치가 쌓이는 것처럼 랜덤으로 능력치를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운 좋게 마경에 자리 잡고 있겠다,
이왕 강해지는 거 더 빨리 강해지고 싶어 시도해봤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 되었다.
이외에도 던전에서 들어가 아이템을 얻거나 스승에게 능력을 전수받거나
예전 강자들의 남겨둔 힘을 계승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모두 지금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경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기연이 하나 있기는 한데 그건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지 얻을 수 있는 거고...’
어떻게 하면 시스템의 빈틈을 뚫을 수 있을까 고민하며 마을을 거닐던 나는 빨래를 커다란 소쿠리에 가득 채워 들고 있는 에리카를 발견했다.
“안녕 에리카?”
“엇?! 안녕?”
에리카에게 인사하면서 그녀가 낑낑거리며 들고 있는 소쿠리를 대신 들어준 나는 도와주겠다는 말을 한 뒤 그녀와 함께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갔다.
“도와줘서 고마워 이번에 축제준비 때문에 바빠서 빨래가 밀렸었거든.”
“마을사람들끼리 돕는 거지 뭘.”
그렇게 말한 나는 쪼그려 앉아 빨래를 꺼내 물에 적시고 있는 그녀의 몸을 훑어봤다.
사람들이 적은 마을에 살고 있어서 에리카의 옷은 그렇게 좋은 재질로 만들어져 있지 않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브래지어를 만들 수 없어 마을에 있는 여성들 모두가 노브라로 다녀 에리카의 무릎에 커다란 가슴이 뭉개지는 모습이 상당히 꼴려보였다.
“여기 주변에 돌아다니고 있을 게 빨래 다하면 불러줘.”
“그렇게까지 도와주진 않아도 되는데...”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괜찮아 나 오늘 할 일도 없거든.”
“고마워...”
‘이렇게 호감도를 쌓아서 순애를 한 번 노려볼까.’
힘으로 제압한 뒤에 각인사 스킬을 이용해 그녀의 취향을 바꾸면 간단하게 범할 수 있겠지만 요새 너무 강압적으로 섹스를 해서 그런지
달달한 순애를 느끼고 싶었던 나는 어차피 시간도 많겠다. 그녀의 취향대로 공략한 뒤 쾌락에 함락시키고 싶었다.
“그럼 다하면 불러줘.”
에리카에게 말한 뒤 산으로 올라온 나는 어떻게 하면 경계 밖에 있는 마물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시스템아 경계 주변에 가장 가까운 마물이 어떤 놈인지 알 수 있나?”
[현재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마물은 오크입니다.]
“오?”
시스템의 말에 나는 상당히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곳의 오크들은 야겜답게 수컷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암컷들을 납치해 자신들의 임신공장으로 사용하는데
이런 습성 때문에 오크에게 강간당할 위험에 처하는 히로인을 구하는 이벤트도 있을 정도다.
아무튼 오크들은 암컷들의 냄새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잘 노리면 튜토리얼이 끝나기 전 마물들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았다.
‘최대한 빨리 한 명을 공략해서 애액을 경계에 발라보자.’
이 게임 또 불합리한 게 플레이어는 안에서 밖을 나갈 수 없지만 마물들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에 잘만 계획한다면 생각보다 빨리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에리카는 순애로 공략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그녀를 제외한 마을에 있는 여자들 중 가장 예쁜 여성을 공략하기로 마음먹었다.
“…진석아~.”
생각을 모두 정리하고 이곳 주변에 영약이 있을지 돌아다니고 있을 무렵
멀리서 에리카가 내 이름을 불리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찾는 것을 포기하고 계곡으로 내려갔다.
‘아무리 강해지는 게 좋다고 해도 히로인이 먼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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