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판타지 세계의 용사
* * *
그렇게 계곡에 도착한 나는 빨래를 다하고 몸이 찌뿌둥한지 기지개를 펴고 있는 에리카를 멍하니 바라봤다.
빨래를 하느라 물이 튀어 흠뻑 젖은 옷 때문에 에리카의 몸에 착 달라붙은 그녀의 몸은 웬만한 남성은 바로 함락시킬 수 있을 만큼 음란한 모습이었다.
한 손으로 쥐기에는 너무나 큰 가슴과 함께 속옷을 입지 않아 볼록하게 올라온 젖꼭지와 한 팔로 껴안을 수 있을 정도로 얇은 허리
그 아래로는 애를 숨풍숨풍 잘 낳을 수 있어 보이는 커다랗게 벌어진 골반까지.
그 폭발적인 몸매를 멍하니 쳐다보다 정신을 차린 나는 물에 젖어 더욱 무거워진 빨래를 들기 위해 힘을 쓰는 모습을 보고 바로 다가가 번쩍 들었다.
“정말 고마워 너 아니었으면 여러 번 왔다갔다했어야 했을 텐데.”
“이런 거 가지고 뭘 다음에 힘 쓸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 언제든지 도와줄게.”
마을로 돌아가는 동안 에리카와 대화하며 착실히 호감도를 쌓은 나는 그녀가 머물고 있는 집까지 바래다준 후 영약을 찾기 위해 마을 밖을 나섰다.
마을에서 꽤 멀리 떨어져 나온 나는 여기저기 샅샅이 뒤지며 영약을 찾기 위해 힘을 쏟았지만 역시 영약이라 그런지
그렇게 간단하게 찾아지지 않았고 너무 나오지 않아 정신적으로 약간 지쳐갈 때쯤 머릿속이 번쩍이는 생각이 났다.
“시스템, 주변에 영약이 있으면 알려줄 수 있나?”
[가능합니다.]
“뭐야 그럼 왜 안 알려줬어.”
[물어보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
뭐라 따지고 싶었지만 맞는 말이었기 때문에 혼자 부들거리고 있던 나는 불친절한 시스템에게 툴툴거리며 다시 놈에게 질문을 했다.
“그럼 여기 주변에 영약이 있나?”
[현재 이 주변에는 없습니다. 남쪽으로 1km정도 내려가시면 체력 능력치를 올려주는 브이텀약초가 존재합니다.]
“주변에 약초가 있으면 더 알려줘.”
[알겠습니다.]
그렇게 시스템이 지도에 표시해준 대로 길을 따라간 나는 붉은색의 꽃을 피우고 있는 익숙한 식물을 발견하자 시스템을 이용해 효과를 확인했다.
브이텀: 붉은색의 뿌리를 가진 약초로 체력 능력치를 소량 올려준다 (능력치 상 이전까지 사용가능)
“나이스!”
몇 시간 동안 한 번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시스템을 이용하자 30분도 되지 않아서 중급 약초를 발견한
나는 곧바로 브이텀을 캔 뒤 뿌리에 묻어 있는 흙을 조금만 털어내고 바라봤다.
날 먹으면 한 번에 지옥으로 보내주겠다고 주장하는 꺼림칙한 시뻘건 색의 뿌리를 보던 나는 이게 다 보약이라는 생각에 입으로 털어 넣었다.
“으엑.”
여타 소설을 보면 이런 힘을 가지고 있는 약초들은 상당히 신기한 맛을 낸다고 했는데
그냥 진짜 풀뿌리를 씹어 먹는 것처럼 엄청난 쓴맛이 혓바닥은 물론 입안 전체를 장악하자
본능적으로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꾹 참아가며 즙이라도 흘릴까봐 입을 다문 상태로 모두 먹었다.
“우욱...퉤,퉤!”
무언가 강해졌다는 느낌은 없고 그냥 쓴맛만 엄청나게 올라오는 맛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물을 불러서 죽일까 했지만
튜토리얼 기간이 끝나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메인 히로인들을 위해서라도 꾹 참기로 했다.
“다음은?”
[서쪽방향으로 300m거리에 마력초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에서 푸른빛의 꽃을 피우고 있는 꽃을 발견한 나는 바로 효과를 확인했다.
마력초: 푸른색의 뿌리를 가진 약초로 마력 능력치를 소량 올려준다 (능력치 상 이전까지 사용가능)
마력초의 뿌리는 진한 푸른색이었는데 현실에 있는 스포츠 음료랑 같은 색이라 뭔가 친숙함이 더해져서 바로 입에 넣으려던 찰나 내 능력치에 마력이 없다는 것이 기억났다.
컴퓨터로 판타지 세계의 용사를 플레이 할 때는 마력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배우지 않는 이상
마력을 늘려주는 영약을 먹고 나서 바로 내장이 터져 죽어버렸기 때문에 곧바로 시스템에게 물어봤다.
“잠깐만 나 마력 능력치 없는데 이거 먹어도 상관이 없나?”
[마력을 다룰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없다면 먹을 수 없겠지만 현재 사용자님은 진화된 육체를 가지고 있어 먹어도 별 탈이 없습니다.]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는 진화된 육체에 감사하며 나는 마력초를 입에 넣었고
넣은 그 순간 입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박하 맛에 기침이 터져 나오는 것을 최대한 참아보았다.
“큽, 켁...케에엑!”
입을 막았지만 순간적으로 터져 나온 기침 때문에 침이 나오는 것은 막을 수 없었고 효능이 떨어졌다는
알림창을 본 나는 입안에 가득 남은 박하향을 참아내며 꼭꼭 씹어서 먹었다.
“후아...”
뿌리를 죄다 씹어 삼킨 후 입을 벌려 입안은 물론 뇌까지 점령해버린 박하향을 내뱉자 그제야 살 것 같았던 나는 잠깐 현자타임에 빠져 바닥에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애초에 목적이 섹스를 하는 게임인데 이렇게까지 고생을 해야 되나 회의적인 생각이 들 무렵 시스템은 바로 다음 장소에 있는 영약의 위치를 알려줬다.
[북서쪽으로 3km 이동하시면 레퀴엠이 있습니다.]
“레퀴엠이 이곳에 있다고??”
[예, 마경이라 기운이 풍부해서 그런지 존재하고 있습니다.]
판타지 세계의 용사에서 부르는 게 값이 영약이 여러 가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넝쿨에서 나는 열매인 레퀴엠이었다.
레퀴엠은 힘 능력치를 올려주는 영약인데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마력초나 브이텀과는 차원이 다른 효과를 가지고 있어 초반에 먹는다면 무조건 이득인 영약이었다.
“안내해.”
시스템이 표시해준 대로 향한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색 넝쿨이 울창하게 자라난 곳에 도착했고
그렇게 자라난 넝쿨의 중앙으로 다가가자 그곳에 광택을 나는 검은빛의 열매를 볼 수 있었다.
레퀴엠: 검은색 빛을 내는 열매로 힘 능력치가 대폭 상승하지만 사흘간 마력을 사용할 수 없다. (능력치 최상 이전까지 사용가능)
판타지 세계의 용사에서 영약만 먹고 크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효과가 뛰어난 영약에는 언제나 디버프를 걸어놨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나는 곧바로 열매를 잡아 입으로 가져갔다.
‘어차피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는 마력을 사용할 일이 없으니까.’
이번에는 어떤 끔찍한 맛일까 걱정하며 레퀴엠을 입에 넣은 순간 내가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도 입안에는 달달한 체리향이 가득했고
그런 체리향을 느끼며 주먹만 한 열매를 천천히 음미하며 모두 먹었다.
[힘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약초를 먹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힘이 곧바로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알림이 나타나자 나는 그 알림을 치우며 내 상태창을 살펴봤다.
[상태창]
이름: 이진석
나이: 24세
힘: 중상
민첩: 중하
체력: 중
정신: 중
마력: 최하
상태이상: 마력사용 불가 (3일)
최상급 영약을 하나 먹었다고 ‘중’부터는 상당히 오르기 힘든 능력치가 중상으로 바로 격상했다.
‘노다지다! 노다지!’
“주변에 이런 영약이 또 있어?”
[이 주변에는 없습니다.]
엄청난 효율을 자랑하는 영약의 힘에 주변에 더 이런 영약이 있는지 시스템에게 물어봤지만 역시 최상급 영약이라 흔하지 않은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후 더 약초를 찾아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져 자리에서 일어나 마을로 돌아가려 할 때
주변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그곳으로 다가가니 푸른색의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아름다운 미인을 발견했다.
‘누구지?’
어제 마을 축제 때는 보지 못했던 여성을 본 나는 에리카를 제외하고 이런 아름다운 여성이 있다는 것에 운이 좋다 생각하며 성욕의 눈을 사용했다.
이름: 루이
나이: 22세
신장: 163cm 몸무게: 48kg
가슴: D컵
성감대: 젖꼭지, 보지, 항문
처녀유무: 유
성 취향: 정신적으로 지배당하는 섹스, 노출증
성욕: 상
상태: 한동안 자위를 하지 못해 성욕이 쌓임
‘?!’
파란색 단발머리에 장난기 많은 고양이 얼굴의 미인인 루이는 에리카보다 작은 가슴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반대로 에리카보다 커다란 골반을 가지고 있었다.
머리색과 똑같은 원피스를 입고 있던 그녀는 무슨 일을 하려는지 몰라도 치맛자락을 위로 올리고 있었는데
성 취향과 상태를 떠올리자 혹시라도 그녀가 이곳에서 자위를 하는 것은 아닐까 기대하며 몰래 다가가는 순간
루이에게 시선을 오로지 집중하고 있어서인지 아래에 있는 나뭇가지를 밟아 소리를 내고 말았다.
빠각!
“누구세요?”
원래라면 나뭇가지에 발이 닿은 순간 피하려 했겠지만 진화된 육체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나뭇가지는 쉽게 부러져버렸고
좆됐다는 생각과 함께 수풀 아래로 몸을 숨기자 다행히도 나를 발견하지 못한 루이는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다
불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옷을 정리하고 마을이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에이 싯팔.”
눈앞에서 직접 야외자위를 견식할 수 있는 기회였거늘 한순간의 실수로 그런 기회를 날려버려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을 쉬며 혹시라도 그녀와 마주치지 않도록 빙 돌아서 마을에 도착했다.
“오늘은 상당히 늦었구나.”
저녁 경계당담인지 어제 문 앞에서 만났던 제임스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걸어 대충 대꾸한 나는 방금 전 숲에서 만났던 루이의 얼굴을 떠올리며 마을로 들어갔다.
마을은 언제나처럼 다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서 중앙에 모여 있었고 에리카의 밝은 미소를 보며 배식을 받은 나는 프이바 아줌마가 만든 스튜를 먹은 뒤
혹시라도 아까 봤던 루이를 볼 수 있을까 마을을 한 바퀴 돌아봤지만 그녀를 찾을 수는 없어 집에서 자위라도 하고 있지 않을까 상상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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