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 판타지 세계의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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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정리를 해둔 다음 오늘 처음 만난 루이를 생각했다.
원래 게임에서 튜토리얼을 할 때 한 명만 히로인으로 넣어주는데 두 명이나 히로인이 당첨된 일은 수많은 시간을 녹여
판타지 세계의 용사에서 모든 엔딩을 봤던 나조차 당황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시스템에게 물었다.
“시스템, 원래 튜토리얼 기간 동안 히로인이 두 명인 적이 있었나?”
[없었습니다. 하지만 3개월 동안 한 여자만 안고 있기 질린다는 유저들의 불만으로 이번 베타 때부터 실험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럼 마을에 히로인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야?”
[그건 아닙니다. 아직 테스트기간이기 때문에 한 명만 더 추가되었습니다.]
‘그래 게임이면 시간대를 스킵할 수 있지만 가상현실에서는 더 즐기려고 할 테니까 히로인들을 늘려주는 게 맞지.’
컴퓨터로 게임 할 때는 그냥 대충 히로인 공략 이벤트만 챙기고 나머지는 모두 스킵해서 튜토리얼을 지나쳤었는데
이제는 가상현실로 모든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어서 그런지 아마 튜토리얼을 스킵하는 사람들이 적어질 것을 예상해서 질리지 말라고 넣어둔 것 같았다.
히로인에 대한 궁금증을 모두 풀어낸 나는 노출증과 정신적인 지배 즉 명령당하는 것에 쾌락을 느끼는 그녀의 성 취향을 생각해
루이가 따로 야외에서 자위를 하는 틈을 노려 그 장소를 급습한 뒤 협박해 조교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영약을 구할 시간을 줄인다.’
시스템으로 영약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대비 효율성이 마물을 잡는 것보다는 좋았지만
힘을 인정받은 뒤 경계 밖으로 나가면 더 좋은 영약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영약을 찾는 시간을 줄이고 루이의 조교에 힘을 쓰기로 했다.
“시스템, 루이의 위치를 항상 알 수 있도록 지도에 표시할 수 있어?”
[가능합니다.]
“그럼 그렇게 해줘.”
[설정되었습니다.]
시스템의 말이 끝나고 지도를 확인해보자 집으로 표시된 곳에 별모양의 표식이 생긴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수시로 지도를 살피면서 구석진 곳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으면 바로 찾아가기로 생각할 때쯤 접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문구가 올라왔다.
어차피 지금은 밤이라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게임을 종료한 나는 캡슐 밖으로 나와 언제나 하던 대로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처음 3개월을 기간으로 잡고 있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게임에 임하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은 자신이 게임에서 겪은 일들을 일기처럼 매일매일 기록하고 있었다.
그렇게 여러 가지 글들을 지나치던 나는 새로운 스킬을 만렙까지 찍었다는 사람의 글을 찾았다.
[제목: 스킬 만렙 찍음]
[작성자: 헤비머신]
안녕하십니까? 1티어 공략가 헤비머신입니다. 제가 오늘 드디어 스킬 만렙을 달성했는데요.
게임에서 그동안 클리어했던 것들을 포인트로 만들어 줘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잖아요?
그래서 선택이랑 랜덤 레벨업 쿠폰 바로 구매한 다음 운이 좋아서 스킬에 질렀는데 3레벨이 최대였습니다.
일단 사진으로 인증해드리겠습니다.
수컷의 냄새 당신은 이 세상 누구보다 강렬한 수컷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페로몬을 가지게 됩니다.
어떤 여성이든 당신의 채취를 맡은 이상 강인한 수컷을 원하는 본능이 되살아나며 욕구불만도가 상승합니다.
LV.1: 처음 만난 여성에게 쉽게 잊히지 않는 인상을 선사합니다, 오랜 시간 이성과 가까이 있을 경우 상대의 호감도가 조금씩 상승합니다.
LV.2: 여성의 뇌리 속에 강렬한 수컷이라는 인상을 새깁니다.
이성이 근처에 있을 경우 성욕이 증가합니다.
LV.3: 이성이 당신과 오랜 시간 접촉할수록 그들은 당신을 잊을 수 없게 되며 심각한 경우 상사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어 있는데 on/off가 가능하기 때문에 껐다 켰다하면서 여성들은 공략할 수 있습니다.
운 좋게 랜덤 쿠폰 두 개를 사용해 2업을 해 3레벨이 되었고 이후 더 찍을 수 있나 싶어 선택 쿠폰을 사용해보니 만렙이라고 불가능했습니다.
능력은 1레벨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좋아졌고 효율도 훨씬 증가해서 조금만 야한 일에 관심 있는 캐릭터라면 바로 와서 다리를 벌려줄 정도입니다.
다른 게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판타지 세계의 여성들에게도 사용해보았는데 정신력이 강한 사람들이 아니면 얼마 힘들이지 않아도 금방 넘어오더군요.
아무튼 만약 아직 스킬을 아껴두신 분이 있고 상점에서 레벨업 쿠폰을 충분히 살 수 있는 고인물이라면 강추드립니다.
혼자서 레벨도 조절할 수 있고 on/off가 가능하기 때문에 입맛대로 여성을 조교할 수 있으니까요.
이상 1티어 공략가 헤비머신이었습니다.
본 글을 모두 읽은 후 댓글을 보니 엄청난 수의 댓글들이 달려있었는데 그냥 부럽다는 댓글들이 주를 이뤄 넘어가기로 했다.
물론 돌연변이 정자와 수컷의 냄새 사이에서 어떤 스킬을 고를지 고민했던 나도 이런 스킬을 현실에서 가지고 있었다면
훨씬 쉽게 여자들을 먹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가졌지만
어차피 이미 지나간 일이고 장기적으로 본다면 어떤 여자든지 내 취향대로 만들 수 있는 돌연변이 정자도 상당히 좋은 스킬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어 아쉬움은 잠깐이었다.
그렇게 혼자 생각하며 아쉬움을 털어버린 나는 글을 올린 사람의 정보가 정말 확실한지 바로 앞에서 확인이 가능한 시스템에게 물어봤다.
“시스템, 스킬 만렙은 3레벨이 최대야?”
[대부분의 스킬들은 3레벨이 최대입니다.]
“그럼 다른 것들은 아니라는 거야?”
[예, 소수의 스킬들은 더 올릴 수 있습니다.]
“어떤 스킬인지 알 수 있나?”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단호한 시스템의 말에 간단하게 포기한 나는 그동안 궁금했던 걸 이번 기회에 물어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까 게임에 집중하느라 못 물어봤는데 날 아는 사람들이 내 바뀐 모습을 보면 어떡하지?”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사람이면 군대를 갔다 와서 좀 변했다고 밀어붙여 볼만 하지만
전역 이후 만났던 사람들은 이미 내 모습을 알고 있을 것이 뻔했기에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시스템이 나에게 말을 해줬다.
[모두 원래 그렇게 생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저도 잘은 모르지만 그렇게 설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아니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제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닙니다.]
“어떻게 나를 이렇게 만든 거지?”
[제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닙니다.]
“그럼 너는 어떻게 존재하는 거지?”
[저는 창조주님이 만들어주셨기 때문에 존재합니다.]
시스템에게서 창조주가 있다는 말을 들은 나는 누군가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창조주는 누구지?”
[당신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닙니다.]
“뭐?”
계속해서 자신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고 말하던 녀석이 누가 시스템을 창조했는지 물어보자 내가 접근할 수 없다는 말을 하자
나는 평범한 사람에게 게임에 있는 스킬까지 전해준 목적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를 이렇게 만든 이유는 뭐지?”
[창조주님께서 당신의 열정을 보고 보상을 내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무슨 열정?”
[수많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다양한 루트를 이용하고 그를 바탕으로 공략을 올려 게임을 플레이하는 여러 사람들도 정해진 엔딩이 아닌
그들만의 엔딩을 생각하며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즐거워하시던 창조주님께서 당신에게 드린 보상입니다.]
호의를 가지고 줬다는 말에 아직 모든 말을 믿지 않은 나는 시스템에게 다른 질문을 했다.
“호의를 가지고 나에게 준 거라면 왜 나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이런 일을 진행한 거지?”
[저희는 당신의 염원을 들어드린 겁니다.]
“난 딱히 염원한 적 없는데?”
[아닙니다. 분명 캡슐에 들어와 술에 취한 상태로 당신의 염원을 말했습니다.]
“술에 취했다고? 설마?!”
[술에 취한 상태로 캡슐에 들어온 당신은 여성들을 개처럼 범하는 상상과 함께 모든 여자를 따먹고 싶다는 염원을 빌었고 창조주님은 당신의 염원을 이뤄드린 것뿐입니다.]
“미친….”
그렇게 무슨 이유에서 이런 힘을 얻게 된 것인지 알게 된 나는 어떻게 하면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을지 시스템에게 물어봤다.
“내가 모르는 게 많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더 알 수 있지?”
[플레이어님께서 염원하신 대로 만들어진 힘이기 때문에 염원을 계속해서 이루시면 열람가능한 정보도 늘어납니다.]
“그러니까 여자들을 계속 따먹어라?”
[맞습니다. 게임이든 현실이든 모든 여자를 공략하시면 결국 끝에 도달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찜찜하기는 하지만 일단 현재로서 들을 수 있다는 정보가 극히 적다는 말에 다음에 생각하기로 마음을 접었다.
“그럼 우선 바뀐 내 몸에 문제는 없는 거지?”
[예, 오히려 전보다 훨씬 강해지고 건강해졌습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내가 이렇게 갑자기 변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예, 플레이어님과 창조주님을 제외한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나만이 아니라 창조주도 알고 있다는 사실이 걸리기는 했지만 아직은 그 무엇도 알 수 없어 그냥 참고 넘어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럼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이 능력을 얻을 수도 있나?”
[없습니다. 창조주님께서 당신에게만 하사하는 특별한 힘입니다.]
일단 타인이 이런 능력을 얻을 수 없다는 말에 안심한 나는 내가 술에 취한 상태로 동의했다고는 하지만
어떤 위화감도 없이 이런 몸 상태로 만든 창조주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던
나는 어쨌든 현재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되어 있어 내 몸에 이상이 없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어차피 알 수가 없으니 여자들과 더 관계를 맺어 확인해보는 수밖에.’
간단하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다음 게임을 최고의 컨디션으로 하기 위해 집에서 1시간 동안 운동을 한 뒤 샤워를 하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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