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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능력이 현실로-35화 (35/126)

〈 35화 〉 클럽에서 만났던 필라테스 강사 이세연

* * *

그렇게 떠나가는 직원의 뒤태를 보면서 성욕의 눈을 사용할까 했으나 미인의 반주에 속하더라도 이세연보다는 급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넘어가기로 했다.

‘이왕 할 거면 어중이떠중이보단 엄청 예쁜 사람들이 낫지.’

수컷의 체취 같은 간편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냥 대충 미인이다 싶은 순간 꼬셔보려고 했겠지만

그런 편안한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아 여자 한 명 공략하기 위해서 시간을 꽤 많이 쏟아야하다 보니 기준이 더 엄격해졌다.

생각을 마치고 이세연에게 도착했다는 연락을 보내며 앞에 놓인 홍자를 마신 나는 카페에서 파는 밍밍한 홍차의 맛과는 다른 훨씬 깊은 향과 맛에 놀랐다.

정말 비싼 홍차를 쓰는 건지 아니면 차를 타는 사람의 실력이 뛰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카페에서 돈 주고 사먹는 싸구려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라 만족하며 천천히 차를 음미했다.

그렇게 차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자 이제 막 수업이 끝났는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사람들이 강의실에서 나왔다.

건물 입구에서 봤던 사람들보다 꽤 나이가 들어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기는 했지만 관리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멀리서 보기만 해도 피부에 광이 나는 게 보였다.

‘아, 광이 아니라 땀이었구나.’

역시 있는 집 사람들이구나라고 감탄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훑어보니 조명이 워낙 좋아 얼굴에 맺힌 땀들을 반짝거리며 비추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괜찮은 사람은 보이지 않아 그들에게 관심을 끊고 이세연을 기다리고 있자 강의실에서 나온 여성회원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와

로비에 있는 나를 보고 나누던 이야기를 멈추며 모두들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갑자기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리게 되자 뭔지 모를 긴장감에 아무렇지 않은 척 그들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도록 고개를 아래로 내리고 차를 마실 무렵

그렇게 떠들썩하던 로비가 갑자기 침묵 속에 내려앉아 불편한 침묵이 어색해지려 할 때 어떤 한 회원이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윤지야 저기 저 사람 뭐하는 사람이야?”

자기들 딴에는 나에게 들리지 않게 말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진화된 육체로 인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내 육체는 소곤거리는 소리조차 잘 들렸다.

“저도 잘 몰라요, 오늘 처음 와서 누구 기다린다고 했어요.”

“누구 기다리는지도 몰라?”

“네, 전해준다고 하니까 괜찮다고 하면서 거절하더라고요.”

동물원의 동물이 된 기분과 함께 나에 대해 말하는 내용이 모두 들리자 상당히 불편했던

나는 얼마 남지 않은 차를 모두 마신 뒤 학원 밖으로 나가 아까 들어오기 전에 봤던 흡연실로 들어갔다.

“후우...아니 있는 집 사람들이라며 왜 사람을 동물원에 갇힌 동물 보듯이 보는 거야.”

[아무리 배운 사람들이라도 사용자님의 얼굴과 몸을 처음 본다면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밖에서는 사람들이 쳐다볼 때 잠깐 지나가면서 보는 정도니까 괜찮았는데

이런 실내에서 갇혀가지고 빤히 쳐다보니까 도저히 못 견디겠다.

[거기다 진화된 육체로 만들어진 사용자님의 분위기 때문에 더욱 여성들의 시선을 끄는 것입니다.]

“그런 분위기가 있다고?”

[예로부터 여성들은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강한 남성을 본능적으로 원해왔습니다.]

[사용자님은 현재 진화된 육체로 인해 인간의 한계를 약간 초월한 상태라 뛰어난 수컷이 암컷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전에 돌아다녔을 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마 판타지 세계의 용사에서 드신 영약으로 인해 육체가 더 좋아져 그런 것 같습니다.]

“…그게 적용이 된다고?”

[게임에서처럼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적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오우 쉣...!’

게임에서 먹은 영약이 100퍼센트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적용된다 말을 들은 나는 한 가지 떠오르는 생각에 흥분하며 시스템에게 물었다.

“그럼 게임에서 마력 능력치를 올려서 현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나?”

[불가능합니다. 아무리 창조주님이라고 해도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왜 불가능하지?”

[현실에는 마력이 없어 차량과 비교한다면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은 존재하지만 연료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스템과 스킬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휴대폰에 문자가 왔다.

­나 끝났어, 샤워만 하고 금방 나갈게.

이세연의 연락을 받아 흡연실에서 나온 뒤 다시 안으로 들어가자 다들 샤워하러 들어갔는지 로비에 있던 여성들이 사라지고 이번에는 남성들이 나와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많은 남성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그들은 나에게 적대감이나 질투 등을 표출하고 있었는데

아까 전 여성들이 호기심이나 호의를 표출하는 시선보다는 훨씬 좋았다.

‘열등한 새끼들.’

혹시라도 자신이 호감을 품고 있는 이곳 강사나 직원들이 나에게 호감을 가지지 않을까 경계하는 시선을 받아내던

나는 더 이상 열등한 놈들의 불쾌한 시선을 받고 싶지 않아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치며 노려보았다.

내 시선과 마주한 사람들은 자신들과 내가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는지 마주치자마자 시선을 치웠고 열등한 수컷들과 기싸움을 하고 있을 때 이세연이 나타났다.

필라테스 강사로 일한다는 이세연은 몸에 딱 달라붙는 긴팔 상의에 레깅스를 입고 있었는데

평범하지 않은 몸매의 그녀가 입고 있으니 파괴력이 남달랐다.

얇은 긴팔 상의는 어느 한 특정 부분이 팽팽하게 늘어져 있어 안에 입은 스포츠브라가 비쳐보였고

아래에 입은 레깅스는 커다란 골반을 여실히 드러내며 아래로 쭉 뻗은 각선미까지 완벽하게 보여줘 어떤 남성이든 지나가다가 한 번 쳐다볼만한 매력을 지닌 모습이었다.

‘와...죽이네.’

곧 저 몸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기분 좋은 생각과 함께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하려는데

이세연의 뒤에서 어떤 남성이 졸졸 따라다니며 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는 모습이 보이자 나는 잠시 그 대화를 조용히 들었다.

“혹시 오늘 시간 괜찮으시면 저와 저녁 함께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말씀은 감사하지만 오늘 선약이 있어서요.”

“그럼 오늘 말고 다른 날은 괜찮으신가요? 이번에 새로 개봉한 영화가 있는데 함께 보러 가시는 건 어떠십니까?”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남자 수강생들은 주인을 만나서 반갑다고 꼬리치는 개처럼 졸졸 이세연의 뒤를 따라다니며

이세연에게 한 번만 만나달라고 조르는 꼴을 보더니 다들 한 마디씩 했다.

“어휴 또 시작이구만.”

“그러게요,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저러네요.”

이미 많은 수강생들이 이세연에게 한 번만 만나달라고 부탁했었지만 이세연 강사는 자신의 수강생과 사적인 만남을 가질 생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하며 단 한 번도 그 누구와 만난 적이 없어 이곳에 있는 수강생들은 익숙한 듯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런 모습을 처음 본 나는 돈이 많든 사회적 지위가 높든 사람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이 비굴하게 부탁하는 꼴이 우스워 그 모습을 잠깐 지켜보던 나는 열등한 수컷주제에 우월한 수컷의 암컷을 노린다는 것에 기분이 나빠져 곧바로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영화를 본 다음에는 제가 좋은 레스토랑도…”

“세연아 끝났어?”

시종일관 무표정인 이세연에게 남성이 말 하고 있는 타이밍에 치고 들어간 나는 웃으며 그녀의 어깨에 팔을 걸었다.

“왔어?”

시종일관 불편한 표정이었던 이세연은 나를 보자마자 웃으며 반겨주었고 그 얼굴을 본 남성은 멍한 표정을 짓다가 얼굴을 붉히며 이세연에게 말했다.

“세연씨 분명 남자친구는 없다고...!”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하건 아니건 그건 세연이 자유죠.”

다시 한 번 남성의 말을 끊은 나는 그녀의 어깨를 끌어당기며 내 몸 옆에 찰싹 붙여두자 내 행동에 이세연은 얼굴을 붉히다 조심스럽게 내 허리에 팔을 감았다.

학원에서 모든 사람들을 사무적으로 대하는데 유명한 이세연이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내 몸에 밀착하자 그것을 본 남성은 얼빵한 표정을 고치고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말했다.

“제가 사귀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한 번 잠깐 시간 내달라는 게 힘든 일입니까?”

그런 그의 말에 이세연은 부끄러워하던 표정을 고치더니 다시 사무적인 얼굴로 돌아와 남성에게 말했다.

“네, 힘든 일이니까 더 이상 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저는 단 한 번도 남자친구가 없다는 말은 하지 않았답니다.”

그 말을 듣자 남성은 자존심에 상처가 났는지 이세연에게 손을 대려했고 놈의 손이 이세연의 팔을 잡으려 하자

그 꼴을 그냥 둘 생각이 없었던 나는 마찬가지로 손을 뻗어 놈의 팔을 잡았다.

“싫다는 여자한테 남자가 왜 이리 집착합니까. 거절당했으면 쿨하게 떠날 줄도 알아야지.”

팔이 잡히자 남성은 곧바로 내 손을 쳐내려 했지만 진화된 육체로 탈 인간이 된 나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고

아무리 힘을 써도 자신의 팔이 꼼짝도 하지 않자 자존심에 상처가 난 남성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위를 이용했다.

“당신 내가 누군지 알아?”

“별로 관심 없는데.”

무관심한 내 말투에 또 상처를 받았는지 자신이 무시당하자 남성은 이제 자신이 아닌 부모가 쌓은 지위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너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관심 없다니까.”

“우리 아버지가 한아건설 사장이야!”

한아건설은 사람들이 듣는다면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업계에서 잘나가는 회사였지만 우리 집도 그렇게 못사는 편이 아니라 별로 와 닿지 않는 회사이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이 서로 만나려면 급이 있어야 하는 거야 평범한 너와 비교했을 때 나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그래? 내 눈에는 네가 훨씬 질적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부모의 지위를 자신의 무기로 사용하는 찌질이의 말을 흘려들으며 이세연에게 의사를 묻자 그녀는 평소 사무적인 얼굴보다 더 정색하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의 수준은 지위로 정해지는 게 아닙니다. 행실로 정해지는 거지.”

“…….”

이세연의 발언에 제대로 뼈를 맞은 남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며 분을 삭이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내가 이번 일 기억해둔다. 그리고 세연씨 제가 포기했다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야 아직 안 끝났는데 어딜 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그냥 여기서 한 판 붙던지.”

“흥, 이래서 사람은 교육이 중요하다니까 어디 양아치도 아니고.”

제대로 싸우면 5초 안에 정리될 거면서 치와와마냥 짖어대는 놈의 꼴이 마음에 안 들어

이세연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팔을 풀고 아직 놓지 않았던 놈의 팔을 잡은 채 가까이 다가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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