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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능력이 현실로-51화 (51/126)

〈 51화 〉 판타지 세계의 용사

* * *

판타지 세계의 용사는 점점 능력치가 높아질수록 한계가 상당히 높아지는데 특히 중에서 상으로 올라갈 때 엄청나게 뻥튀기되기 시작한다.

대충 계산 했을 때 약 2배 정도로 필요한데 그 정도면 최상급 영약을 배터지게 먹어도 부족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다 가장 올리기 어려운 능력치니...’

사기급 스킬을 얻었지만 제대로 사용할 수 없어 약간 억울해진 나는 더 이상 영약을 찾을 의욕이 생기지 않아 마을로 돌아갔다.

“하나! 둘! 뛰어!”

마을에 도착하자 마을 사람들이 훈련하는 소리가 들려 궁금한 마음에 그곳으로 가자

사냥을 일찍 마치고 돌아온 아르칸 아저씨의 지도하에 마을의 남성들이 훈련을 받고 있었다.

“찌르기!”

“어이!”

“후리기!”

“악!”

중앙에 모여 있는 남성들은 모두 창대가 나무로 이루어진 창을 들고 있었는데 모두들 아르칸 아저씨의 구령에 맞춰서 움직이고 있었다.

‘확실히 초보자들이 마물을 쓰러트리려면 창이 가장 편하지.’

검이라면 힘이 부족할 경우 마물들의 가죽을 뚫을 수 없겠지만 창은 찌르기에 힘을 집중시킬 수 있는 무기이다 보니 같은 힘을 실었을 때 검보다는 피해를 더 크게 줄 수 있었다.

이진석이 혼자서 생각하며 사람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을 때 아르칸은 그런 이진석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훈련 때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오늘은 모습을 보였구나.’

우디와 같은 마을의 젊은 청년인 이진석의 모습이 항상 보이지 않아 걱정이었던 아르칸은 그에게 이리오라고 손짓하며 말했다.

“마침 잘 됐다, 진석이 네가 훈련할 때 항상 보이지 않길래 걱정했는데 오늘은 같이하자꾸나.”

“아...저는 괜찮습니다.”

이미 약한 마물 정도는 무기 없이 맨손으로 때려잡을 수 있는 신체를 가지고 있어 쓸데없다고 생각한 나는 아르칸의 제안을 거절했다.

“남자라면 마물들이 쳐들어왔을 때 자기 한 몸 지킬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지 겁쟁이처럼 도망만 갈 생각이더냐?”

내 거절에 아르칸은 실망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나에게 빈정거렸고 그 꼴이 마음에 들지 않은 나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따로 훈련을 하지 않아도 전 강합니다.”

“호오? 내 훈련을 받아본 적 없는 네가 훈련을 받은 사람보다 강하다고?”

“강해지는 방법에 훈련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어디 내기 한 번 해보자꾸나.”

훈련이 필요 없다는 내 말에 아르칸은 잠깐 턱수염을 쓰다듬더니 대뜸 내기를 하자고 말했다.

“어떤 내기죠?”

“지금부터 내가 지목하는 사람과 대련을 해서 이기면 훈련에 참석하지 않아도 참견하지 않으마.”

아르칸의 말에 잠깐 고민하는 척하던 나는 속으로 새로운 이벤트가 떠오른 이 상황에 기뻐하며 내기를 수락했다.

‘아르칸의 호감도를 사면 경계 밖을 나갈 수도 있으니 좋은 상황이다.’

“우디, 나와라!”

“저,저요?”

“그래! 나와서 창을 들고 이진석과 대련해라.”

신기한 광경을 보듯이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던 우디는 자신이 지목될지 몰랐는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너라면 충분히 이진석을 이길 수 있을 거다.”

아르칸이 호언장담하며 말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상당히 회의적이었다.

생각해보라 아무리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전문적인 훈련이 아니라 그냥 기초적인 정도만 배운 상태에서

빼빼마른 170초반의 우디와 근육 빵빵한 185cm의 내가 싸우게 된다면 누가 이기겠는가.

“저,저 말고 다른 사람은 안 될까요...?”

“아니, 자신감을 가져라 우디 열심히 훈련한 너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저,정말요?!”

“아무것도 없는 맨손으로 싸우는 것과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니 이길 수 있다.”

“알겠습니다!”

아르칸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우디는 자신감 넘치는 얼굴을 한 채 중앙으로 걸어왔고 그런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은 나도 천천히 중앙으로 걸어갔다.

“무기는 필요 없나?”

“없어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저런 조악한 창 정도로는 내 몸에 상처 하나 낼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어 맨몸으로 우디를 제압할 생각이었다.

“자 그럼 서로 최대한 급소를 노리는 공격은 피하도록. 시작!”

아르칸이 시작을 알리자 우디는 창을 앞으로 내세우면서 가만히 내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런 우디의 모습을 보자 어떻게 제압해야할지 고민하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내가 움직임을 보이자 바짝 긴장한 우디는 침을 꿀꺽 삼키며 전에 장작을 패러 갈 때 봤던 이진석의 힘을 떠올렸다.

‘나는 흠집도 못낸 나무를 한 번에 쪼개버렸지 붙으면 내가 무조건 불리해...’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창 사거리에 들어오면 바로 이진석을 찌를 수 있도록 준비한 우디는 그가 사정거리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창을 내질렀다.

슈욱!

바람을 가르는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앞으로 나아간 창은 사정거리로 다가온 이진석에게 정확하게 쏘아졌으나 그가 옆으로 한 걸음 걷자 아무도 없는 허공을 갈랐다.

‘창으로 적에게 피해를 입히는데 실패했으면 그 다음은 상대의 차례라고 하셨지 뒤로 도망가자.’

아르칸이 가르쳐준 대로 한 번 공격 후 후퇴를 하기 위해 뒤로 걸음을 옮긴 우디는 자신의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했는지 후회했다.

‘아니 훈련을 받았는데도 이 정도라고?’

일부러 천천히 창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 주자 예상대로 우디가 곧바로 창을 내질렀지만

그 내질러진 창의 속도는 진화된 육체로 모든 신체능력이 올라간 내 눈에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리게 보였다.

위기감 하나 없이 그저 옆으로 한 번 걸음은 옮긴 것으로 간단하게 피한 후 카운터를 날리기 위해 다가가자

아르칸에게 기초적인 것은 배웠는지 창을 거두며 우디가 뒤로 후퇴하려 했다.

‘아무리 무언가를 배웠다고 해도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우디가 상대의 반응을 보지도 않고 안일하게 후퇴하려 하자 다리에 힘을 준 나는 땅을 박차며 그대로 가속해 그의 복부를 후려쳤다.

뻑!

“어억...!!”

뒤로 후퇴하느라 자세가 무너진 상태에서 순식간에 뻗어지는 주먹에 복부를 얻어맞은 우디는 제대로 된 비명소리도 내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배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만 중지해라!”

내게 복부를 얻어맞은 우디가 쓰러진 것을 보자마자 아르칸이 달려와서 대련을 중지했다.

쓰러져 있는 우디의 상태를 살핀 아르칸은 잠깐 호흡곤란으로 힘들어하는 그를 도와준 뒤 나를 바라봤다.

“이제 훈련 안 받아도 되는 거죠?”

“그래, 훈련은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내 쪽에서 한 가지 부탁을 하지.”

“무슨 부탁이요?”

“나와 한 번 대련을 해보자.”

내게 대련을 요청하는 아르칸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크게 웃었다.

‘튜토리얼 최고 이벤트 떴다!’

평민들은 마을에서 가장 강한 강자를 이길 경우 초반에 맞지 않는 상당히 후한 보상을 받게 되는데 그런 이벤트를 개방해준 아르칸에게 감사하며 말했다.

“맨입으로요?”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를 하나 주마.”

“무기는 별로 필요 없다니까요?”

“그렇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귀중한 물건을 주도록 하마.”

“얼마나 귀중한 건데요?”

“그 누구에게도 받을 수 없는 아주 귀중한 물건이다.”

“좋아요, 그럼”

일단 튜토리얼 중에서 가장 좋은 보상인 것은 확실했기에 나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르칸은 내 수락을 듣자마자 자신의 허리에서 차고 있던 롱소드를 꺼냈고 그의 모습을 본 나는 어이가 없어서 뒤로 다시 물러나며 말했다.

“지금 그걸로 싸우겠다는 거 아니죠?”

“아, 미안하군.”

내 말에 다시 검을 검집으로 집어넣은 아르칸은 나무를 대충 깎아 만든 목도를 손에 들고 다시 내 앞에 섰다.

“이제 시작해도 되겠나?”

“네.”

말이 끝나자마자 순식간에 쇄도한 아르칸이 내 허리를 향해 검을 내질렀지만 이미 뛰어난 동체시력으로

검의 궤적을 예상한 나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 회피하고 횡베기를 하느라 비어있는 아르칸의 하체에 로우킥을 날렸다.

‘이걸 막네?’

내가 생각하기에 완벽하게 빈틈을 노린 카운터라고 생각했지만 용병으로 전장을 구르다 온 세월이 있는지 아르칸은 곧바로 다리를 들어 올려 내 로우킥을 방어했다.

약한 견제느낌으로 날린 로우킥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자세를 잡을 수 있었던 나는 아르칸이 다시 검을 휘두르기 전에 앞으로 다가가 완전 밀착했고

그런 내 움직임에도 당황하지 않은 아르칸은 나를 떨어트리기 위해서 검의 폼멜로 내 옆구리를 찍으려 했다.

무시하고 그대로 밀고 들어가면 한 번에 끝낼 수 있겠지만 쓸데없이 맞고 싶지 않은 내가 잠깐 뒤로 물러나는 사이 틈이 생겨 나와 같이 뒤로 물러난 아르칸은 자세를 바로 잡고 말했다.

“그 나이에 정말 대단하군.”

“뭐가요?”

“카운터를 노리는 타이밍이며 상대의 빈틈을 바로바로 찾는 게 상당히 뛰어나.”

한차례 내 움직임을 본 아르칸은 놀라워하며 칭찬했지만 진화된 육체로 인해 상대의 모든 움직임이 다 보이는 내게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기뻐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이번에는 진석이 네가 공격해 보아라.”

내 칭찬을 한 아르칸은 이번에 내 공격이 보고 싶은지 가만히 기다리면서 말을 꺼냈는데 당연히 자신이 나를 봐준다는 듯이 말하는 그의 말투가 거슬려 전력으로 움직였다.

하체에 힘을 가득 준 상태로 언제든지 팔을 뻗을 수 있도록 상체의 근육을 긴장시킨 나는 모든 준비가 갖춰지자

지면을 있는 힘껏 밟아 뛰어갔고 단 두 걸음 만에 주먹을 뻗을 수 있는 사정거리에 도착한 나는 목검을 향해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이진석이 목검을 향해 뻗어오는 주먹을 보면서 그 힘을 흘린 뒤 공격할 반격할 생각이었던 아르칸은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빠르게 깨달을 수 있었다.

“커헉!”

‘무슨 힘이...!’

폭발적인 힘을 실은 상태로 뻗어진 주먹은 목검을 부수는 것도 모자라 그의 배에 커다란 타격을 줬고 전력을 다한 내 주먹에 맞은 아르칸은 단말마를 내며 멀리 나동그라졌다.

땅을 데굴데굴 구른 아르칸은 정신을 차리고 방금 전 이진석의 움직임을 생각했다.

‘덩치 큰 마물이 뛰어오는 것 같았다.’

어떤 기교도 없이 그저 육체적인 능력만 이용해 달려온 이진석은 그대로 자신이 쥐고 있는 목검을 향해 주먹을 뻗었고

간단하게 공격을 흘릴 생각이었지만 주먹에 실린 힘이 얼마나 강한지 닿는 순간 자신의 손목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가 이겼죠?”

그렇게 전투에 대해서 복기하고 있을 때 다가가 말하자 땅바닥에 드러누워 있던 아르칸은 방심한 탓에 전투도

모르는 젊은 청년에게 당한 것이 부끄러웠는지 부러진 목검을 집어던지며 말했다.

“그래, 정말 대단한 몸이더구나, 그 몸을 가지고 훈련한다면 더 좋을 텐데...”

“나중에 필요하면 부탁드릴게요. 그래서 보상은요?”

“후...여기 있다.”

아직도 아쉬운지 훈련얘기를 하려던 아르칸은 내가 보상에 대해서 물어보자 한숨을 쉬더니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줬다.

‘떠헙! 아니 약해빠진 아저씨가 이걸 왜 가지고 있어’

아르칸이 품에서 꺼낸 바람모양이 음각된 은색 반지였는데 그 반지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는 나는 놀란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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