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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능력이 현실로-56화 (56/126)

〈 56화 〉 판타지 세계의 용사

* * *

“원래 자세부터 배우지 않습니까?”

“나는 오직 실전만을 가르친다. 어서 오도록.”

그렇게 말한 아르칸은 더 이상 질문해도 답해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런 아르칸의 모습을 본 나는 진화된 육체 덕분에 맞아도 별로 아프지 않을 테니 일단 해보기로 생각하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검을 가슴 앞에 둔 상태로 그대로 달려 나간 나는 초보자라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찌르기로 아르칸의 가슴을 노렸고

그런 내 검의 궤적을 보고 있던 아르칸은 검을 살짝 옆으로 눕히며 내 찌르기를 흘려냈다.

‘힘을 싣기가 쉽지가 않네.’

주먹이었다면 온전히 힘을 실어 그대로 저 목검을 부숴버렸겠지만 신체가 아닌 손에 들고 있는 다른 물건에 힘을 싣는 건 익숙하지가 않아 생각만큼 위력이 나오지 않았다.

이후 찌르기를 흘려낸 아르칸은 빈틈이 보이자 곧바로 내가 했던 똑같은 찌르기로 내 옆구리를 노렸지만

이미 평범한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반사신경으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검을 피하는 동시에 그대로 몸을 돌려 있는 힘껏 아르칸의 몸에 검을 휘둘렀다.

­부웅!

‘이크!’

꽤나 살벌한 소리를 내며 휘둘러진 목검을 본 아르칸은 설마 허리가 무너진 상태로 그런 위력의 공격을 할 수 있을지는 몰랐는지 공격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났다.

“역시 반사신경과 힘을 정말 괴물 같구나. 하지만 몸만 잘 쓸 줄 알지 검은 다룰 줄 모르는군.”

이미 이진석이 목검에 제대로 힘을 실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아르칸은 모든 공격을 흘린 목적으로 과감하게 공격하기 시작했고

아직 손에 들고 있는 검에 익숙해져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던 나는 필사적으로 그의 공격을 막거나 피하며 시간을 끌었다.

‘슬슬 어떻게 써야하는지 알겠다.’

진화된 육체 덕분이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 육체의 재능은 평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검을 잡아보지 못한 초보자에게

어떻게 검을 쥐면 되는지 지금 어떤 검로를 그려야 상대가 막기 난해해하는지 어떻게 하면 상대의 공격을 막고 반격할 수 있는지를 몸에 자동으로 때려 박아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손에 들린 목검에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점점 검을 맞대면서 달라지는 내 움직임에 아르칸은 머릿속으로 감탄했다.

‘허어...분명 처음 잡아보는 것처럼 보였는데 벌써 기초적인 훈련을 받은 병사정도까지 수준이 올라왔다.’

처음 검을 잡았을 때는 제대로 검을 쥐는 법도 모르는 초보였는데 검을 맞대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검을 쥐는 방법이 달라지며 내지르는 검로 또한 상당히 깔끔해졌다.

그렇게 대련한지 30분 정도 지났을 때 이미 기본적인 자세를 혼자서 모두 터득한 나는 이제 점점 아르칸의 익숙해진 검로에 대응하면서 검을 나눴고.

그런 내 모습에 더 이상의 대련은 불필요하다 생각했는지 아르칸은 검을 크게 휘두른 뒤 뒤로 물러나며 자신의 검을 집어넣었다.

“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이제 슬슬 검에 익숙해져서 슬슬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려 했는데 귀신같은 타이밍에 끊어버리자 허망해진 나는 몸에 힘이 축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진석 너는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구나,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혼자서 자신만의 자세를 정립해나가다니.”

“그럼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해주실 겁니까?”

“기본적인 검술에 대해서는 알려주겠지만 너 같은 천재에게 틀에 박힌 교육이 좋지 않겠지. 실전 같은 대련이 너에게는 가장 좋은 방법이겠구나.”

내 교육방법에 대해서 잠깐 고민한 아르칸은 일단 횡베기 종베기 찌르기 등 검을 휘두르는 기본적인 자세를 알려주고 떠났다.

아르칸이 떠나가고 그가 알려준 대로 혼자서 1시간 정도 검을 휘두른 나는 어느 정도 자세가 몸에 익는 것이 느껴졌다.

‘캬! 이렇게 성취감이 빨리 느껴지면 뭘 하든 기쁘게 하겠다.’

처음 느껴보는 재능의 힘에 공터에서 혼자서 몇 시간 동안 검을 휘두른 나는 날이 밝아오자 잠을 청하기 위해 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검술을 배우고 아르칸과 대련을 하거나 루이와 섹스를 하거나 에리카를 꼬시며 시간을 보내던 나는 시스템의 말을 듣고 칼을 준비한 채 밖으로 나갔다.

[사용자님 현재 오크들이 마을에 접근해 있습니다.]

‘수는?’

[13마리입니다.]

‘여기까지 오려면 얼마나 걸릴 거 같아?’

[아마 20분 이내로 모습을 드러낼 것 같습니다.]

시스템과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오크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마을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데엥! 데엥!

“습격이다! 노인과 아이, 여자들은 모두 촌장님 집으로 대피하고 남자들은 모두 목책 앞으로 모이도록!!”

큰 소리와 함께 마을에 위험을 알리는 종이 울리며 경비병이 말하는 대로 사람들이 대피하기 시작했고

남자들은 곧바로 병장기가 쌓인 곳으로 이동해 하나씩 무기를 들고 목책 앞으로 모였다.

“현재 마을을 향해 오크들이 오고 있다. 흉악한 놈들이니 만큼 모두 조를 이뤄서 놈들이 절대 마을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아니 여기 근처에 마물들은 거의 없을 텐데 갑자기 오크들이 여길 왜와!”

“그런 생각은 접어두고 일단은 준비하자고!”

마을의 남성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조를 꾸리며 오크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왔구나!’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던 나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벤트가 당도했다는 것을 알고 기뻐하며 아르칸이 연습하라고 넘겨줬던 검을 들었다.

“그런데 아르칸씨는 언제 온데?”

“아까 확인하자마자 부르러 갔으니까 올 때까지 버티기만 하자고!”

목책 위에서 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180cm가 넘는 단단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는 몸에 초록색의 돼지 머리를 한 10마리의 오크들이 숲속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돌도끼를 들고 나타났다.

“왔다! 활부터 쏴!”

한 사람의 명령에 사람들은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조악한 활을 쏘기 시작했지만 고작 그런 활로는 두꺼운 오크의 가죽에 살짝 생채기만 날 정도였다.

“활이 소용없어!”

“다들 일단 내려가서 입구에서 막아!”

활이 통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 사람들은 입구에서 놈들을 막기 위해 아래로 내려가 창을 들고 곧 등장할 놈들을 기다리며 침을 꿀꺽 삼켰다.

­콰캉!

언제 놈들이 올지 몰라 사람들이 긴장하며 침을 삼키고 있을 때 목책의 문 너머에서 큰소리가 들리더니 쿵쿵 거리는 소리가 얼마 들리지 않아 우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무너져버렸다.

“취이익!”

“꾸위에이이익!”

듣기 싫은 짐승소리와 함께 등장한 오크들은 사람들을 보자마자 달려들었고 놈들의 돌진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다가오는 경로에 창을 내밀었다.

­쿵! 쿠쿵!

“힘껏 밀어!”

방진 형태로 둥글게 말아 일차적으로 오크들의 돌진을 막아낸 사람들은 창을 쥐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줘 돌진을 버텨냈고

무식하게 달려오면서 창에 찔린 놈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더니 손에 들린 돌도끼를 휘둘렀다.

“크윽! 여기 지원 좀 와줘 못 버티겠어!”

“이쪽도 여유가 없어!”

“다들 아르칸씨가 올 때까지 버텨 우리가 뚫리면 끝장이니까!”

아무리 기초적인 훈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처음 마물을 만나본 사람들도 있어 마물들의 살기에 위축된 사람들은 제 힘을 발휘 못하며 놈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오크들이 방진을 무시한 채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뒤에 물러나 있던 나는 지원이 필요한 곳으로 달려가 꽤나 손에 익숙해진 검을 놈에게 그대로 휘둘렀다.

“취아악!”

빈틈을 노리며 휘둘러진 내 검에 옆구리가 길게 베인 오크는 초록색 피를 흩뿌리다 비명을 지르며 자세가 무너졌고

그로 인해 놈과 대치하고 있던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놈의 목에 창을 꽂아 넣었다.

“죽어!”

“끄르륵...!”

그렇게 오크들이 사람들과 대치를 하고 있거나 위험한 순간마다 튀어나가 지원을 해준 결과 어느새 10마리였던 놈들 중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놈들은 5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다들 정신 차리고 압박해!”

얼마 남지 않은 놈들은 포위한 상태로 다들 마무리 작업에 착수하고 있을 때 어린 아이들과 노인 그리고 여성들이 대피한 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악!!”

“무슨 일이야!”

“오크가 뒤쪽에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씨...”

설마 지능도 적은 놈들이 양동작전을 펼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지금까지 명령을 내리던 아저씨가 입술을 깨물며

고민했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드디어 좋은 기회가 생겼다 생각해 그에게 혼자 가겠다고 말했다.

“일단 저 혼자 가겠습니다. 빨리 마무리하고 와주세요.”

“너 혼자서 버틸 수 있겠어?”

“5마리 정도는 혼자서 버틸 수 있습니다.”

“아니, 그래도 혼자는 무모해 여기 우디랑 제이크를 데리고 가라.”

“네.”

2명이 더 딸려와 봤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지만 놈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혹시 위험한 일이 있으면 제물삼아 쓸 생각으로 데려갔다.

“빨리 움직여!”

이야기를 끝낸 나는 우디와 제이크 아저씨를 데리고 비명소리가 났던 곳으로 이동했고

그곳에 도착하자 이제 막 마을에서 결혼한 르네 누나가 오크의 어깨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르네!”

평소 르네 누나의 남편과 친했던 제이크 아저씨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크게 고함을 지르며 뛰어갔고 그런 모습을 본 나는 한숨을 쉬며 조용히 오크의 눈에 띄지 않도록 돌아갔다.

‘기습할 수 있는 좋은 상황인데 왜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한 방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날려버린 제이크 아저씨를 째려보며 그를 데려온 것을 후회한 나는 어그로를 끌은 그를 미끼삼아 천천히 오크의 사각지대에서 다가갔다.

“취익!”

뒤에서 들리는 소리로 습격을 알아챈 오크는 어깨에 들고 있던 르네 누나를 땅바닥에 던지더니 그대로 허리춤에서 기다란 돌칼을 하나 꺼내 제이크 아저씨와 대치했다.

“우디야 일단 내가 앞에서 시선을 끌 테니 빈틈이 생기면 그대로 창을 찔러라.”

“네,네...!”

살면서 처음 겪어본 상황에 얼이 나가 있던 우디는 몸을 덜덜 떨며 제이크의 말에 본능적으로 답했지만 그는 처음 마물을 본다는 공포감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너무 무서워...’

아르칸 아저씨의 훈련을 받으면서 마물이 등장하면 그까짓 거 금방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우디는 난생 처음 보는 오크의 흉측한 모습과 그들이 뿜어내는 엄청난 살기에 도저히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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