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 두근두근 MT기간
* * *
내가 들어가자 정신을 차렸는지 뒤에서 삼인방이 씩씩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방에 들어와 대충 필요한 물건들을 챙긴 나는 미리 차에 시동을 걸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 시각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한예령은 가지고 온 검정색 비키니를 내려다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이걸 입을 수 있을까?’
평소 사람들의 시선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에 입어보자고 샀는데.
막상 입어야 할 때가 오게 되자 꽤 생각이 복잡했다.
결국 비키니를 입을지 말지 정하지 못한 한예령은 강에 갈 때 입으려고 준비해둔 반바지와 래쉬가드를 하나 챙기고.
옆에 놓인 비키니를 바라보다 혹시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함께 작은 가방에 집어넣어 밖을 나왔다.
미리 차에 도착해 시동을 걸어두고 한예령을 기다리던 나는 시스템에게 물었다.
“한예령이 비키니를 가지고 왔을까?”
[제 생각에는 100퍼센트입니다.]
“그 정도로 확신한다고?”
[예, 한예령이라는 여성은 분명 비키니를 입을 것입니다.]
마치 한예령이 비키니를 입지 않는다면 자신이 기필코 입히겠다는 듯이 시스템이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시스템과 대화를 나누며 한예령을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저 멀리 그녀가 가방을 어깨에 맨 상태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차에서 내렸다.
“미안해요, 오래 기다렸죠?”
“아니요, 저도 온지 얼마 안 됐어요. 짐은 다 챙겼나요?”
“네, 기다려주신 덕분에 잘 챙겼어요.”
“그럼 이제 갈까요?”
대화를 마치자 우리는 서로 차에 탔다.
이진석의 차에 탄 한예령은 안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냄새에 저절로 풀리려는 얼굴을 신경 쓰는 동안 얼마 걸리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도착한 곳에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일단 사람들 오기 전에 미리 옷을 갈아입을까요?”
“네, 좋아요.”
따로 탈의실에 들어간 나는 안에서 바지와 옷을 벗고 락커룸 앞에 마련된 거울의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캬...!’
비율을 중요시 생각해 만든 내 신체는 이보다 완벽할 수 없을 정도로 균형 잡힌 몸을 하고 있었다.
길을 걸어가면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볼 정도의 잘생긴 외모.
떡 벌어진 어깨에 탄탄해 보이는 가슴 근육.
그 아래로 이어지는 완벽한 복근과 함께 여성들이 봤을 때 남성성을 느낄 수 있는 두꺼운 팔까지.
정말 완벽하게 조각된 조각상만큼이나 아름답다고 생각할 만한 몸이었다.
‘좀 더 신경 쓸 걸 그랬나.’
게임에서 커스터마이징한 몸을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줄 알았으면
좀 더 신경을 썼으면 좋았을 거라는 후회를 하며 상의를 탈의한 채 반바지만 입고 탈의실에서 나왔다.
상체를 그대로 드러내며 밖으로 나오자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남자들은 내 몸을 보고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았고 지나가던 여성들은 그 자리에서 멈춰 내 몸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크...만족스럽다.’
고작 상의를 탈의한 것만으로 여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는 기분을 여실히 느끼며 주변에 있는 의자에 앉아 한예령을 기다렸다.
‘비키니...제발 비키니!!’
그녀가 제발 비키니를 입고 오기를 기대하며 여성들이 나오는 탈의실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진석이 제발 비키니를 외치고 있을 때 탈의실로 들어온 한예령은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있었다.
‘입어도 괜찮을까...?’
사람들이 많은 줄 알았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없어 자신감이 생겼지만.
재차 생각해보니 어차피 학교 사람들이 이곳에 도착하면 사람들은 금방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 한예령은 둘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한예령이 비키니를 입고 오기를 바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기다리고 있던 이진석은 탈의실에서 나오는 그녀를 발견했다.
그녀가 탈의실에서 나오자 아까 내가 탈의실에서 나왔을 때와는 정반대로 남자들은 자리에 멈춰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고.
여성들은 부럽다는 얼굴 몇몇 빼고는 모두 질시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
그리고 탈의실에서 나온 한예령의 모습을 본 나는 비키니가 아니라는 것에 실망해버렸다.
한예령은 짧은 반바지에 검은색 래쉬가드를 입고 왔는데 그 정도로 충분히 그녀의 뛰어난 몸매 덕분에 눈이 즐거웠지만.
이미 마음속으로는 비키니 입은 한예령을 생각하고 있던 탓인지 실망하는 감정이 들어버렸다.
‘입고 온다면서.’
[어...아닙니다. 그녀는 입을 겁니다.]
이제는 신뢰도가 떨어진 시스템의 말을 들으며 표정을 고친 후 나를 찾는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한예령에게 다가갔다.
‘그래도 사기기는 해.’
바랬던 비키니는 아니었지만 짧은 반바지에 래쉬가드를 입고 있는 한예령의 몸매는 정말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짧은 반바지가 살려달라고 외치는 것 같은 커다란 골반과 함께 아래로 쭉 뻗은 뽀얗고 기다란 다리는 보는 것만으로 시선을 빼앗았고.
위로는 몸에 달라붙는 래쉬가드 덕분에 그녀의 가는 허리와 풍만한 가슴이 돋보여 한 번 바라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요.”
“아!”
한예령의 몸을 모두 훑어본 뒤 나를 찾고 있는 그녀를 부르자 그녀는 내가 있는 곳을 바라보더니 그대로 멈췄다.
탈의실 밖으로 나온 한예령은 자신이 나오자 몰리는 사람들의 시선에 비키니를 입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부담스러워...’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이진석이 어디 있는지 빨리 찾으려고 할 때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그녀는 눈앞에 상의를 탈의한 채 반바지만 입고 있는 이진석의 몸을 보자 그대로 얼어붙었다.
“…….”
누군가가 혼신을 빚어 만들었다고 믿을 만큼 완벽한 그의 비율에 한예령이 얼어붙어 있자 이진석이 그녀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예령씨?”
“…오래 기다리셨나요?”
“아니요, 별로 안 기다렸어요.”
아직 내 눈을 마주치지 않고 몸을 관찰하고 있는 그녀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자고 말했다.
“사람들 오기 전에 우리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먹으면서 기다릴까요?”
“네, 좋아요.”
그제야 내 몸에서 시선을 뗀 한예령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다리고 있자.
얼마 있지 않아 저 멀리서 대거 몰려드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들 왔나 봐요.”
“그러네요.”
저 멀리서 오는 조교와 학생들을 보며 나와 한예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으로 걸어갔다.
우리가 학생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저 멀리서 한예령과 나를 발견한 학생들은 남녀 할 것 없이 감탄했다.
“와! 몸매 진짜 미쳤다.”
“아니...저렇게 팔다리가 가는데 어떻게 가슴이 저 정도로 커? 수술한 거 아니야?”
남자들은 한예령의 폭발적인 몸매를 보고 눈을 뗄 수 없는지 걷다가 내리막길에서 넘어지는 남자도 있었다.
여자들은 한예령의 몸을 보고 수술했다고 말하며 질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부러워하는 눈빛이었다.
그와 반대로.
“얼굴도 잘 생겼는데 몸까지 잘생겼네...제발 니꼬삼이어라.”
“나 진짜 저 팔뚝에 안기면 죽어도 좋을 거 같아.”
내 몸을 본 남자들은 분명 자지는 작을 거라며 자기 합리화를 시작했고.
여자들은 내 몸을 이리저리 훑어보면서 혼자 무슨 망상을 하는지 얼굴을 붉혔다.
그렇게 모두들 나와 한예령의 몸을 바라보며 감탄하면서 도착했다.
모두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조교가 학생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인원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후 모든 인원을 확인하자 조교가 말했다.
“다들 구명조끼는 필수로 착용하고 조심히 놀아주세요. 복귀는 자유니 저에게 말만 해주고 복귀하시면 됩니다.”
조교의 인솔로 함께 온 사람들은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 곧장 탈의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나는 옆에 있는 한예령에게 말했다.
“다들 나오기 전에 우리 먼저 하나 타고 있을까요?”
“좋아요.”
내 의견에 한예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럼 뭐부터 탈까요?”
레저를 할 수 있는 곳에 도착하자 한예령은 미리 생각해둔 게 있었는지 곧바로 대답했다.
“바나나보트요.”
“좋네요, 바나나보트. 타러가죠!”
옆에 무료로 대여가 가능한 구명조끼를 착용한 뒤 한예령을 바라보자.
그녀는 커다란 가슴 때문에 구명조끼의 클립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아 고생하고 있었다.
“잠시만요.”
“네?”
연결 끈 길이를 어떻게 늘리는지 몰라 고생하는 그녀에게 다가가 최대한 신체 접촉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구명조끼의 끈을 늘려주었다.
‘이 정도면 되겠다.’
갑작스러운 내 접근에 당황한 한예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고.
그런 그녀의 귀여운 얼굴에 나는 미소 지으며 나머지 끈들의 조정을 끝냈다.
“이제 한 번 채워보세요.”
“감사해요.”
내가 도와준다는 것을 알았는지 감사인사를 한 한예령은 끈을 조정하기 전보다 수월하게 구명조끼를 입었다.
“불편하지는 않으세요?”
“네, 딱 맞네요.”
그동안 가슴 큰 여자들을 게임과 현실에서 만지면서 대충 감각을 익혀둬서 그런지 눈대중으로 한예령의 사이즈에 맞춰 조정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갈까요?”
“네.”
모든 준비를 마친 우리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바나나보트 앞으로 가 보트에 앉아있는 직원에게 손목에 찬 입장권을 보여줬다.
“이야, 선남선녀 커플이 오셨네, 어서 뒤에 타세요.”
나와 한예령을 보면서 커플이라 말하는 그의 말에 반사적으로 한예령을 바라봤다.
한예령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지 굳이 수정하지 않고 그냥 무표정한 얼굴로 보트에 올랐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살짝 까딱이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고 그런 내 반응에 직원은 살짝 웃으며 나에게 슬쩍 다가와 말했다.
“여자 친구가 부끄럼이 많나 보네요, 이따 내가 운전하면서 빠뜨릴 테니까 좀 잘해 봐요.”
알아서 이벤트를 생성해준다는 직원에게 감사인사로 다시 한 번 고개를 까딱여 감사인사를 대신했다.
이후 직원이 보트에 올라타고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있는 그녀의 바로 앞에 앉자 보트가 출발했다.
“출발하겠습니다!”
“네.”
천천히 속도를 올려 출발하자 별 것도 아닌 일인데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아까 무슨 얘기 했어요?”
“어떤 얘기요?”
“직원이랑 타기 전에 대화했잖아요.”
“아 별 거 아니에요.”
아직 속도가 높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예령이 타기 직전 직원과 무슨 말을 했는지 물었다.
그녀에게 별 거 아니라는 말로 무시해 직원이 만들어내는 이벤트를 기다리고 있을 때 갑자기 보트의 속도가 확 빨라졌다.
“꺄악!”
갑자기 높아진 속도에 방심하고 있던 한예령은 바나나보트에서 떨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떨어지지 않았다.
“괜찮으세요?”
“…….”
혹시 한예령이 다쳤을까봐 물어보니 그녀는 대답할 틈도 없는지 바나나보트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몸을 꼭 붙였고.
그런 모습을 사이드 미러로 보고 있던 직원은 본격적으로 한예령을 떨어뜨리기 위해 보트로 드리프트를 시작했다.
“어우!”
“…꺅!”
푸확!
드리프트를 한 세 번 정도 시도했을까 잘 버티고 있던 한예령은 나조차도 입에서 소리가 나올 만큼
거의 360도로 회전하는 직원의 운전에 극심한 원심력을 느끼며 결국 손잡이를 놓치고 강에 빠져버렸다.
한예령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속도를 줄인 직원이 뒤를 돌아봐 나와 눈을 마주쳐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시선을 받은 나는 곧바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물속에 빠져들었다.
“한예령!”
“푸흡...푸하아!”
빠른 속도로 갑자기 물에 빠져서 그런지 당황한 한예령이 강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모습에
재빨리 헤엄을 쳐 다가간 나는 당황하고 있는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아 귓가에 괜찮다는 말을 해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왔으니까 이제 괜찮아.”
“푸흐읍! 허억...허억...”
드디어 진정이 됐는지 나에게 안기고 나서도 한참을 허우적거리던 한예령은 숨을 고르며 나를 바라봤다.
“괜찮아?”
“네...”
자연스럽게 나온 반말에도 한예령은 뭐라 하지 않고 그저 얼굴을 붉히며 조용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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