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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능력이 현실로-101화 (101/126)

〈 101화 〉 판타지 세계의 용사

* * *

블하임. 그는 원래 순수한 마음 가진 백마법사였다.

어느 날 우연히 마을을 지나가던 한 마법사에게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들어 그 재능을 발현시키기 위해.

그는 자신의 부모님과 연인을 두고 마법의 길을 걷기 위해 마을을 떠났다.

마을을 떠나 다른 도시에서 모험가 생활을 하며 돈을 벌고 연구하는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자신이 떠난 마을이 도적떼에게 습격당해 모든 사람들이 죽거나 노예로 팔려갔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말을 빌려 마을을 찾아가 정말 무너지고 불타는 자신의 옛 마을 보며 복수를 다짐했다.

마을이 불타 사라지고 자신의 연인과 부모님이 모두 죽었다는 극심한 분노에 그는 도적들을 복수하기 위해.

놈들을 찾아갔지만 그들은 자신 혼자서 처리할 수 없을 만큼 꽤나 커다란 집단이었고.

또 어느 한 귀족이 뒤를 봐주고 있어 절대로 혼자서 복수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인과 부모님의 복수조차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좌절할 무렵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정한 기운을 눈치 챈.

마족 중 하나가 우연히 술에 취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그를 발견해 힘을 원하지 않냐며 유혹했고.

모든 것을 잃어 마음속에 공허함만 가지고 있던 그는 결국 마족의 유혹에 넘어가 타락당한 뒤 새로운 힘을 가지고 복수를 끝마쳤다.

자신의 마을을 유린한 도적들을 모두 죽인 것도 모자라 그들을 언데드로 되살려 그들의 가족들을 죽이도록 명령하고.

도적들의 뒤를 봐주던 귀족의 도시를 함락시켜 그 귀족이 제발 죽여 달라 빌 때까지 고문했다.

귀족을 고문하는 과정에서 도적들에게 명령을 내린 다른 귀족이 있다는 사실을 듣고.

그 귀족이 있는 도시까지 몰락시켜 모든 복수를 끝마친 그는 자신의 연인과 부모님을 추억하기 위해 그들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가.

그들을 자신의 힘으로 부활시켜 마족들이 머물고 있는 땅 마계로 발걸음을 옮겨 정착했다.

“블하임.”

“예, 군단장님.”

블하임을 휘하로 두고 있는 마왕의 수족들 중 하나인 군단장 가미긴이 블하임을 불렀다.

머리위에는 두 개의 큰 뿔이 나있고 주술사처럼 몸 이곳저곳 화려한 장신구를 달고 있는 가미긴은 자신의 지팡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요새 마경 근처에 인간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하더군.”

“예, 저도 소식은 들었습니다. 마경 근처 도시의 영주가 상당히 탐욕스러운 자라고 하더군요.”

“인간들의 사정에 대해서는 관심 없다. 내가 너를 부른 이유는 마경에 있는 인간들을 죽이고 그 영혼을 가지고 오라는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이니.”

“영혼을 말입니까...?”

“그래, 요새 전선도 그저 자리를 유지한 채 대치만 하고 있으니 인간들의 영혼을 손에 잡을 일이 많지가 않구나.”

영혼과 사령술에 대해서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는 가미긴은 요새 지지부진한 전쟁 때문에.

연구에 필요한 인간들의 영혼을 손에 넣지 못하게 되자 상당히 언짢은 상황이었다.

“알겠습니다, 마경 근처에 있는 인간들을 죽이고 그들의 영혼을 가미긴님에게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가미긴의 명령을 받아들인 블하임은 고개를 숙여 그의 명령을 받아들였다.

“좋구나, 가서 최대한 많은 영혼을 수확하고 돌아오도록.”

“예.”

가미긴의 명령을 받아 그가 머물고 있는 궁전에서 나온 블하임은 복수를 마친 이후.

자신이 언데드로 부활시켜 언제나 곁에서 한시도 떨어뜨리지 않은 부모와 연인과 함께 걸으며 생각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부터 시작하면 되겠군.’

가미긴은 연구를 진행할 때 상당히 예민해지기 때문에 그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명령을 완수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명령을 받은 블하임이 자신의 언데드 군단을 데리고 마을 근처로 향하고 있을 무렵.

이제 곧 마을에 마족의 침공이 들이닥칠 것을 알고 있는 이진석은 놈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었다.

‘블하임의 약점은 놈이 항상 곁에 붙이고 다니는 언데드 세 구였지.’

블하임은 옛 부모와 연인을 되살려 항상 자신의 곁에 데리고 다니는데.

그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심한 편이라 그 셋 중 하나가 부서지기라도 하는 순간 멘탈이 나가버린다.

멘탈이 나간 순간부터 눈이 돌아가 마법사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냉철한 마음을 유지하지 못하고.

전술이고 뭐고 그냥 모아둔 언데드들을 돌진시키는 것 밖에 하지 못하는 놈이라 어느 정도 힘을 갖춘 뒤에 도전하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쉽게 공략할 수 있는 놈이었다.

‘하지만 아직 그 힘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지...’

튜토리얼 이후 최소 컷으로 놈을 죽였을 때 능력치가 대부분 [중]이었는데 고인물 루트로 이미 아이템 파밍이 끝난 덕분이라.

아마 노템으로 싸운다면 [중상]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어도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거기다 혼자 싸우는 것도 아니고 마을사람들이 죽지 않도록 보호하면서 싸워야 해서 능력치가 더 필요할 가능성이 높았다.

‘정신 능력치만 [상]을 찍었다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저번에 진화된 육체를 LV.2로 상승시키면서 맛 봤던 그 예민한 감각이라면.

놈들을 처리하기 훨씬 수월했을 테지만 정신 능력치를 영약으로 어느 정도 올렸을 즈음.

호기심으로 한 번 사용해보다가 뇌가 터져버릴 것 같은 고통을 받은 적 있어 그냥 봉인 중이었다.

어떻게 하면 아무 피해 없이 침공을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하던 나는 창 밖에서 희미하게 들어오는 햇빛에 아침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

아직 완벽하게 계획이 세워지지는 않았지만 일단 가장 중요한 할 일이 있었기에 간단하게 세안을 마치고 집 밖을 나섰다.

“왔구나.”

“네.”

집 밖으로 나가 광장으로 향하자 광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르칸을 만날 수 있었다.

“준비는 다 했나?”

“뭐 준비할 게 있습니까. 몸만 가면 되는 걸.”

“크하하하, 그렇기는 하지 네가 가지고 있는 힘이라면 밖에서 당할 일은 없으니 말이야.”

침공 당하기 전까지 딱히 할 이벤트도 없어서 아르칸에게 열심히 검술을 배우고 마물들도 나갈 때마다 썰어재낀 탓에.

이제는 오크들이 떼를 지어 덤벼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되었다.

“그럼 이제 출발하자꾸나.”

아르칸의 출발하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오늘 할 가장 중요한 일에 대해서 생각했다.

‘일단 마을사람들에게 침공 사실을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하지, 그리고 운이 좋으면 누가 침공하는지 미리 알 수도 있고.’

모르고 있다가 기습을 당하는 것보다는 침공에 대해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게 피해를 훨씬 더 줄일 수 있지만.

다짜고짜 마을에 마족들이 침공한다고 말하면 아무도 믿지 않고 농담으로 치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나는 오늘 밖에서 마족들이 이곳으로 침공한다는 증거를 찾아 마을사람들에게 경고할 생각이었다.

침공하는 마족이 내가 예상하고 있는 놈이 맞는다면 분명 놈은 침공할 마을 근처에 자신의 기물을 두었을 것이 분명했다.

아르칸과 함께 마을을 떠난 나는 침공에 대해서 알릴 수 있는 증거를 찾기 위해 내가 주도적으로 길을 이끌었다.

“진석아, 여기는 굳이 오지 않아도 되는 곳인데 말이야.”

“혹시 모르잖아요, 여기도 마을에서 그렇게 떨어진 곳은 아니니까.”

“그렇기는 한데.”

아르칸은 평소 와 다른 이진석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저놈이 왜 저러지...?’

항상 밖에 나오면 마물들을 잡는 거에 혈안이 되어 있어 놈들이 나오는 곳만 귀신같이 찾아다니던 놈이.

갑자기 마물들조차 다가가지 않아 길이 제대로 나지 않는 곳을 돌아다니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오세요!”

“어, 그래! 간다가!”

전보다 나이가 들었고 은퇴했다고는 하지만 거친 용병 생활을 했던 자신조차.

힘들 정도로 험한 길만 찾아다니는 이진석의 부름에 아르칸은 상념을 집어치우고 곧 그를 따라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이쯤일 텐데...’

저 멀리서 오고 있는 아르칸을 잠시 부른 나는 원작에서 봤던 기물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빙빙 돌고 있었다.

예전 도적과 귀족들에게 복수를 시도했을 때부터 블하임에게는 이상한 취미가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자신이 습격할 곳 근처 어딘가에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광물을 숨겨두는 것이었다.

그 광물은 일정한 시간 동안 부정한 마나를 만들어 근처에 많은 마물들을 불러들기 때문에.

습격을 끝내고 나서 마물들이 습격한 것처럼 일을 꾸미기 쉽고.

혹시 발견이라도 된다면 복수할 대상들이 그것을 보고 공포에 떨면 좋겠다 싶어 시작한 것이었다.

물론 이런 외딴 마을에 그런 짓을 할 필요는 없지만 오랜 기간 동안 만들어진 습관으로 인해.

놈은 항상 자신이 습격할 곳 근처에 만들어둔 기물을 두고 마물들을 불러 모았다.

그렇게 땅을 주의 깊게 살피며 내가 이곳저곳 찾아다니고 있을 무렵 갑자기 시스템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런 거 찾으시는 겁니까?]

갑작스러운 시스템의 말에 기물을 찾느라 숙인 고개를 들어 올린 나는 곧 지도에 무언가가 표시된 것을 확인했다.

시스템이 지도에 표시해둔 곳을 향해 다가가자 그곳에 검은색의 해골모양으로 깎여진 광석하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왜 진작 안 알려줬어?’

[물어보지 않으셨으니까요.]

이번에도 물어보지 않아 말해주지 않았다는 시스템에게 험한 말을 한 나는 천천히 땅에 박혀 있는 광석에 다가갔다.

해골모양으로 깎여져 그런지 몰라도 광석에서는 굉장히 불길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는데.

그걸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피다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온 아르칸에게 보여줬다.

“아저씨 이게 뭐예요?”

“뭔데? 그,그건...!”

이진석의 빠른 걸음에 뒤쳐져 헉헉 거리면서 다가오던 아르칸은 그의 손에 들린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용병 생활을 하느라 이런저런 잡다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던 아르칸은 한 때.

일일단신으로 도시를 함락시킨 네크로맨서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적 있었는데 그 네크로맨서가 함락시킨 도시로 지원 나갈 때.

근처에서 저렇게 깎인 해골모양의 광석이 있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있었다.

‘그놈이 우리 마을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시만 함락시키던 놈이 사람 몇 없는 마을을 공격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던.

아르칸은 곧 자신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진석아 그거 한 번 내가 만져 봐도 괜찮겠니?”

혹시라도 거짓이 아닐까 하며 아르칸은 이진석이 들고 있던 까만 해골을 넘겨받았다.

넘겨받은 해골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아르칸은 전에 봤던 것과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되자 얼굴이 점차 굳어갔다.

‘그래도 침공하는 마족이 바뀌지 않아서 다행이네.’

내가 넘겨준 기물을 받아들고 표정을 경직시킨 아르칸을 보며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혹시 다른 놈이었다면 대처하기 어려워 무조건적으로 피해가 생겨났을 텐데.

그나마 잘 알고 있는 놈이라 생각보다 쉽게 침공을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은 건 어떻게 침공하냐는 건데...’

블하임의 침공 방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 번째는 엄청 강한 언데드 하나만 데리고 침공하기.

두 번째는 약한 애들 우르르 끌고 와서 다구리하기.

나는 제발 첫 번째 방법이기를 빌었다.

아직 튜토리얼 기간이라 강해봤자 ‘스켈레톤 킹’이거나 ‘본골렘’ 정도일 텐데.

그 정도면 이미 튜토리얼의 한계를 벗어난 내 능력치로 처리하기 간편하다는 이유였다.

어차피 목표는 최종보스인 블하임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잡몹을 처리하는 게 최선이라.

한 마리 달랑 데리고 오면 그냥 순식간에 처리하고 빠르게 맞붙는 방법이 가장 피해를 최소하기 좋았다.

“진석아, 일단 빨리 마을로 돌아가야겠구나.”

“갑자기요?”

“그래 지금 즉시 최대한 빠르게.”

그 말이 끝난 직후 있는 체력 없는 체력 다해서 마을로 돌아온 아르칸은 급하게 마을 사람들을 불렀다.

마을을 지켜주는 아르칸의 부름에 사람들을 하던 일도 멈추고 그의 부름에 답해주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부른 겐가?”

마을의 가장 나이가 많은 촌장의 말에 아르칸은 자신의 가방 안에 숨겨두었던 검은 광석으로 깎인 해골을 보여주었다.

“다들 이걸 보십시오.”

“어머! 흉측해라!”

“아니, 무슨 저런 걸 들고 다녀!”

한눈에 봐도 불길함이 가득 느껴지는 해골조각에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만을 토해냈고.

그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아르칸은 천천히 이 해골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풀어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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