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 판타지 세계의 용사
* * *
“저기...루이?”
“왜 에리카?”
에리카가 불렀음에도 이진석의 떠나가는 뒷모습에 시선을 거두지 않은 루이가 대답했다.
그런 루이의 행동에 그녀가 이진석을 좋아한다는 확신을 얻은 에리카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혹시 해서 하는 말인데 너 진석이 좋아해...?”
그런 에리카의 물음에 이진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루이가 고개를 돌려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응, 나 진석이 좋아해.”
‘아아...’
자신과 사귀고 있는 진석이를 루이가 좋아한다는 말에 에리카의 머리에는 두 가지 감정이 들었다.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친구가 자신과 사귀고 있는 진석이를 좋아해 그만큼 진석이가 매력 있다는 것에 자랑스럽다는 감정.
또 다른 감정은.
이렇게나 예쁘고 귀여운 친구가 자신과 사귀고 있는 진석이를 좋아해 혹시 그녀에게 빼앗기지 않을까 불안하다는 감정이었다.
같은 이유이지만 서로 상반되는 감정 속에서 에리카는 루이와 한 번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루이, 나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
“뭔데?”
“여기서 말하기는 좀 그렇고 저기로 가자.”
평소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는 목책을 가리킨 에리카는 그녀를 데리고 그곳으로 갔다.
“그래서 할 얘기라는 게 뭐야?”
루이는 아직 에리카가 진석이와 사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천연덕스럽게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걸 말해줘야 할까...?’
가족을 모두 잃고 이곳으로 혼자 와서 살고 있는 루이가 처음 왔을 때.
자신과 친해지기 전까지 얼마나 괴로워하고 우울해했는지 알고 있는 에리카는 도저히 그녀의 마음에 상처 줄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루이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고민하던 에리카는 결국 마음을 정했는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루이 너에게 말하지 않아서 정말 미안하지만 나 진석이랑 사귀고 있어.”
“응, 알고 있었어.”
정말 수많은 고민 끝에 이진석과 사귀고 있으니 그 마음을 포기하라고 말하려하던.
에리카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듯이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루이의 행동에 충격을 먹었다.
“그러니까...알고 있었다고?!”
“응, 이미 다 알고 있었어.”
“그런데도 진석이를 좋아한다는 거야?”
“진석이가 에리카 너랑 사귀는 것과 상관없이 좋아할 수는 있는 거잖아?”
마치 내가 좋아하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이 말하는 루이의 말투에 평소 화를 거의 내본 적 없는 에리카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게 지금 사귀고 있는 당사자한테 할 말이야?”
“내가 뭐 너랑 사귀고 있는 진석이에게 고백한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좋아한다는 건데 그게 잘못된 거야?”
전혀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것 같은 루이의 말투에 에리카는 다시 한 번 충격을 먹었다.
그렇게 충격을 먹은 에리카는 이제 오기가 생겨 진석이와 자신이 했던 일들을 그녀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나 진석이랑 서로 포옹도 하고 손도 잡았었어.”
“응, 나도 봐서 잘 알고 있어.”
“또! 내가 루크리아 꽃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진석이가 그 꽃들이 화려하게 핀 정원 같은 곳에 데려가줘서 데이트도 하고 왔어!”
“…그건 몰랐네.”
자신이 좋아하는 꽃이 화려하게 핀 정원 같은 곳에서 함께 데이트를 했다고 말하니.
그건 충격이었는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태연스러워하던 루이의 표정이 깨졌다.
그런 루이의 표정에 자신감을 얻은 에리카는 씨익 웃으며 이번에 쐐기를 박자고 생각했다.
“그,그리고! 나는 진석이랑 같이 침대에서 사랑도 나눴어!”
쐐기를 박기 위해 진석이와 사랑을 나눴다는 말을 했지만 그래도 그녀의 수줍은 성격에 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이런 말을 하기에는 부끄러웠는지 에리카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말을 더듬었다.
하지만 부끄러워하는 와중에도 자신이 완벽한 결정타를 넣었다고 생각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고개를 들어 본 그때 에리카는 루이의 표정을 보고 얼어붙었다.
“응, 그건 이미 알고 있었어.”
“뭐...?”
아까 전에는 데이트했다는 말에 깨졌던 루이의 표정이 이미 침대에 함께 누워 사랑을 나눴다는 말을 듣자.
아까 이진석과 사귄다는 말을 들었을 때처럼 태연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온 루이의 얼굴을 보자 얼어붙었다.
“아,알고 있었다고?”
“네가 좋아하는 꽃밭에서 데이트를 했다는 건 몰랐지만 나머지는 모두 알고 있었어.”
데이트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루이가 천천히 자신과 그밖에 모른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서로 알몸으로 몸을 씻겨주기 위해서 냇가에서 함께 몸을 씻은 것.
그러다 흥분했는지 냇가에 대놓고 신음을 흘리며 섹스를 한 일.
모두 같이 저녁을 먹기 위해 마을 광장으로 모였을 때 함께 앉아 다정하게 밥을 먹은 것.
이진석의 집에 저녁 늦게 들어가 다음날 점심에 다리를 후들거리며 나온 것.
이진석의 침대 위에서 다리를 벌리고 보지로 자지를 받아들인 것.
그 이외에도 자신과 이진석 그 둘밖에 모르는 일들을 루이가 모두 말하고 있었다.
“둘이 오크 사건 이후로 사귄다는 건 한참 전부터 알고 있었어.”
“어,어떻게...”
“왜냐하면 내가 에리카 너보다 먼저 진석이를 좋아했으니까.”
자신과 진석이 둘밖에 알지 못하는 일들을 루이의 입으로 모두 듣게 되고 가장 친한 친구가.
자신의 남자친구를 더 먼저 좋아하고 있었다는 말에 에리카는 다리에 힘이 풀려 더 이상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에리카 네가 언젠가 얘기해줄 줄 알았어. 너는 내 하나뿐인 친구니까.”
진석이를 좋아한다고 말한 루이에게 자신이 그를 더 좋아하고 이미 자신과 사귀고 있다며.
그녀의 마음을 포기하게 만들려고 루이를 데려온 에리카는 그녀가 내뱉은 그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끝까지 말해주지 않아서 이제는 나도 티를 내려고. 오늘 저녁에 진석이에게 고백하러 갈 거야.”
“뭐...?”
자신보다 루이가 먼저 진석이를 좋아하고 있다는 말보다.
왜 하나뿐인 친구인 나에게 진석이와 사귀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았냐는 말보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충격적인 루이의 말에 에리카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벌떡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막을 생각이라면 너도 저녁에 진석이 집 앞으로 찾아와.”
마치 선전포고와도 같은 말을 남긴 루이는 힘없이 바닥에 앉아있는 에리카를 한 번 바라보다.
이내 뒤를 돌더니 그대로 걸음을 옮겨 자신의 집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에리카는 정신을 차렸는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지금 당장 진석이를 찾아야 해!’
혹시라도 루이에게 진석이를 뺏길 수 있다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지금 당장이라도 그를 보고 싶다는 마음에 진석이를 찾기 시작했다.
에리카가 침공을 대비하기 위해 영약을 찾으러 마을 밖으로 나간 이진석을 찾고 있을 무렵.
오늘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친구에게 고백한 루이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자신의 주인님과 처음 만난 그곳에 도착했다.
‘여기서 알몸으로 자위하고 있다가 주인님에게 강간당했지...’
지금은 하루라도 보지 못하면 마음이 불안할 정도로 좋아하지만 그와의 첫 만남은 최악이었다.
싫다고 말하는데도 억지로 자신에게 이상한 약물을 먹여 소중히 지켜왔던 처녀를 단번에 파괴해버렸고.
그 이후로도 지치지 않고 바로 뒤에 있는 집으로 끌려가 날이 밝을 때까지 범해졌다.
처음 당했던 펠라 조교. 야외 노출 조교. 정액에 중독시켜 자위를 좋아하는 자신에게 절정을 금지하는 조교까지.
지금가지 있었던 이진석과의 일을 모두 하나하나 떠올린 루이는 옷 속에 손을 넣어.
주인님에게 조교당한 이후 항상 품에 넣고 다니는 그의 정액이 들은 유리병을 꺼냈다.
“흐으읏...!”
이미 조교가 될 대로 되어 정액의 냄새를 맡은 것만으로도 가버린 루이는 그 자리에서 쭈그려 앉아 아래로 손을 내렸다.
찔꺽찔꺽
주인님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알아서 푹 젖은 보지를 손가락으로 쑤시던.
루이는 그보다 더 아래로 손을 내려 그가 항상 차고 다니라고 명령해.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항문에 박혀 있는 플러그를 빼냈다.
뽀옥!
“하응!”
처음에는 손가락 하나 정도의 굵기로 시작된 플러그는 어느새 손가락 세 개를 합쳐야 할 정도의 굵은 크기로 변경됐고.
그런 플러그를 익숙한 듯 항문에서 빼낸 루이는 슬슬 성감대로 개발되기 시작해 플러그를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쾌락에 신음을 흘리며 생각했다.
‘내가 주인님에게 먼저 사랑받고 먼저 함께 했는데...’
주인님과 있었던 일을 모두 떠올리며 자위하다 오크가 마을을 습격한 날.
에리카와 주인님에게서 느껴지는 그 묘한 기류에 처음 그녀가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주인님이 그저 자신을 정말 노예정도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에리카가 더 좋다고 말하면서 주인님에게 버림받는 것은 아닐까.
내가 먼저 좋아했는데. 내가 먼저 사랑받았는데. 내가 먼저 그에게 모든 걸 줬는데 내가 먼저...먼저...
그런 암울한 기분에 빠져있어 밥조차 제대로 먹지 않고 시름시름 앓아가던 무렵 자신의 상태를 눈치 챈 주인님이 나에게 말했다.
처음 만난 건 너다. 이곳에서 내 처음을 가져간 것은 너다. 너와 모든 일은 먼저 함께 했다.
자신이 먼저라는 따뜻한 주인님의 말에 위로를 받은 루이는 이제 에리카에 대한 추한 질투의 감정을 마음속에서 지우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정리 이후 이제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인 에리카랑 함께 주인님에게 안기고 싶다는 생각을 점차 갖기 시작했다.
‘에리카도 주인님을 좋아하니까 이해해 줄 거야, 주인님의 정력은 그녀 혼자 버틸 수 있을 정도가 아니니까.’
주인님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이상 노예인 자신이 발언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 루이는 어제 그가 자신과 함께 에리카를 안겠다는 말을 꺼내자 어떻게 하면 그녀를 꼬여낼 수 있을지 한참을 고민했다.
평범하게 그를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집에 가야한다는 그런 다양한 방법이 있었지만.
루이는 자신이 먼저 좋아한 주인님에게 더 예쁨 받는 것 같은 에리카가 정말 조금은 질투가 났었다.
‘이참에 그냥 나도 주인님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어떤 방법으로 에리카에게 말하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좋은 생각을 하나 떠올렸다.
그게 바로 자신이 먼저 주인님을 좋아했었다고 고백하는 그냥 돌직구 방법.
이런 방법이라면 에리카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려줄 수도 있고 어차피 주인님에게 안기는 순간.
그 이후는 모두 주인님이 알아서 해줄 거라 굳게 믿은 루이는 몇 번이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그렇게 시뮬레이션을 거치며 마인드 컨트롤을 마친 루이는 뻔뻔하게 에리카에게 주인님을 좋아한다는 말을 했고.
그 작전이 잘 먹혀들어간다 싶을 때 자신이 처음 듣는 말을 꺼냈다.
[또! 내가 루크리아 꽃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진석이가 그 꽃들이 화려하게 핀 정원 같은 곳에 데려가줘서 데이트도 하고 왔어!]
자신과는 섹스만 했던 그가 에리카와 함께 그것도 그녀가 좋아하는 꽃들이 핀 장소에서.
자신은 해보지 못한 다정하게 데이트를 했다는 그 말에 루이는 마음속으로 적잖게 큰 충격을 받았다.
‘나랑은 한 번도 안 해주셨는데...’
물론 섹스만 하는 생활이 나쁘지 않았지만 자신도 주인님과 함께 다정한 분위기 속에서.
길을 거닐고 이것저것 예쁜 걸 보러 가는 등 한 번쯤 상상해봤던 일을 에리카가 먼저 해버렸다고 하자.
마음속에서 심한 질투가 끓어올랐으나 일단 주인님의 집으로 끌고 오는 게 목적이라 꾹 참고 그녀를 도발하는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잘 풀리기는 했다만 데이트를 했다는 그 말이 도저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은 루이는 주인님과 함께 데이트를 하는 망상을 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숲속을 팔짱을 끼고 걸어 다니면서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입을 맞추는 그런 상상.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그 상상에 루이는 손가락으로 거칠게 보지를 쑤시고.
다른 손으로는 항문에 박힌 플러그를 넣었다 뺐다 왕복시키면서 가버렸다.
“주인님...주인님...흥아아아아앗!!!”
프츳! 푸샤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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