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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능력이 현실로-109화 (109/126)

〈 109화 〉 판타지 세계의 용사

* * *

돌연변이 정자 스킬을 사용해 모든 정액과 물을 1:2비율로 섞어 수통에 분류하자 대충 50병정도 되는 분량이 나왔다.

‘생각보다 많이 나왔네.’

1:2비율로 섞어 30병이면 많이 나올까 싶었는데 기절할 정도로 짜내서 그런지 상당히 많은 양이 생성되었다.

이 정도면 마을 사람들이 한 명당 하나씩 가지고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한 나는 한숨을 쉬며 정액 포션이 들어 있는 수통을 하나 들고 밖을 나섰다.

해가 뜬지 시간이 좀 지난 아침 광장으로 가자 아르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구나.”

“전쟁 준비 때문에 따로 할 일이 있어서요.”

“그럼 어디 무슨 일을 하느라 늦었는지 들어보지.”

지각에 상당히 민감한 아르칸은 약속시간에 늦은 나를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이유를 물었다.

그런 그의 질문에 나는 허리에 차고 있던 수통을 하나 들어 그에게 보여줬다.

“이게 뭐지?”

“포션입니다. 제가 만든.”

“포션?”

이 세계에서 포션이라는 건 상당히 비싼 물건에 거래되는 물건이라 아르칸은 이진석의 말을 듣고 그렇지 않아도 찌푸려진 인상을 더더욱 찌푸렸다.

‘도시, 그것도 어느 정도 발전한 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포션을 이런 촌동네에서 만들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진석의 말에 아르칸이 말을 덧붙였다.

“포션이 어떤 물건인지는 알고 있는 건가.”

“당연히 알죠, 상처를 입었을 때 마시면 상처를 치유해주는 물약이잖아요.”

왜 그런 당연하다는 걸 물어보냐는 듯이 말하는 이진석의 표정에 잠깐 의문을 표한 아르칸이 물었다.

“정말 네가 포션을 만들었다고?”

“정확하게 말하자면 만든 건 아니고, 산속에서 얻어왔어요.”

“어디 한 번 줘 보거라.”

당당한 이진석의 태도에 아르칸은 장난이라면 가만두지 않을 생각을 하며 속는 셈 치고 한 번 먹어보기로 했다.

일단 맛을 보기 위해 처음 보는 병의 뚜껑을 열은 아르칸은 먼저 손에 약간 부어 색을 확인했다.

‘무색?’

원래 포션이라면 당연히 파란색과 보라색 빨간색 등 색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이진석이 포션이라고 가지고 온 액체는 용병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무색이었다.

손에 따라 일단 색을 확인한 아르칸은 곧바로 자신의 손에 담겨있는 포션을 입에 넣고 삼켰다.

‘그냥 물맛인데?’

포션은 대부분 연금술사들이 만든 것이 대부분이라 무슨 재료를 넣는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역한 맛을 가지고 있어 처음 먹는 사람이 먹는 순간 토할 만큼 심각한 맛인데 이 포션은 그냥 평소 먹는 물맛과 똑같았다.

더더욱 이진석이 가져온 포션에 대한 의심이 깊어진 아르칸은 이제 마지막 실험으로 동물의 가죽을 벗기는 작을 칼을 꺼내.

만일 진짜 회복능력을 가진 포션이 아니라면 앞으로 있을 전쟁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새끼손가락 부분을 약하게 찔러 상처를 냈다.

상처에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한 아르칸은 곧바로 수통에 들어있는 포션을 삼켰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피가 멎어가며 점점 상처가 치유되는 것을 보고 엄청나게 놀랐다.

‘정말이었어!’

포션의 효과를 확인한 아르칸은 곧바로 이진석에게 시선을 돌려 함박웃음을 짓더니 그를 껴안았다.

“정말이구나! 정말이야! 이것만 있으면 마족이 쳐들어올 때 더 안전하게 놈들을 막을 수 있겠어!”

이곳 마을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전쟁훈련을 받아본 적 없이 그냥 간단하게 몸을 지킬 수 있는 무기 다루는 방법이 끝이라.

놈들과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 상처를 입으면 무조건 밀리는 상황이었는데.

이진석이 가져온 포션으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면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하구나! 이 포션을 어떻게 얻었는지 말해줄 수 있겠느냐!”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고작 포션 하나로 아르칸이 희희낙락할 만큼 이곳에서 포션은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점점 변해가는 아르칸의 표정을 보고 있던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서 꽤 멀리 떨어져 있어서 구하러 가다가 놈들이 이곳에 도착하는 게 먼저일 겁니다.”

“그럼 지금 가지고 있는 양이 얼마나 되느냐?”

“그 수통으로 50통 분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50통?”

“네, 마을에서 직접적으로 전투하는 사람들에게 한 통씩 주고 비전투 인원에게 줘도 남을 만큼 있습니다.”

상처를 치유할 수 있고 고작 한 모금만 담겨져 있는 귀한 포션이 저렇게 큰 통에 담겨져 50개나 있다니.

이진석의 말을 들은 아르칸은 지금 당장이라도 전쟁에 이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거라면 희망이 있을 거다!’

혼자 이것저것 망상을 하며 있던 아르칸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이진석에게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진석아, 오늘 정찰은 빠르게 다녀오도록 하고 도착하자마자 마을사람들을 불러 모을 테니 너는 그 포션을 가져와줬으면 좋겠구나.”

“그렇게 하죠.”

이후 정찰을 하는 내내 아르칸에게 칭찬을 들으며 마을에 도착한 우리는 계획한 대로 포션을 모두에게 나누어줬다.

그렇게 포션을 나누어준 후 전투인원에게 훈련을 끝마친 아르칸은 집으로 돌아와 이진석이 준 수통을 바라봤다.

‘아까는 너무 흥분해서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포션이라도 그 회복속도가 느리다면 있으나마나 한 법.

제대로 된 효과를 알아야지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아르칸은 곧 작은 칼을 꺼내 자신의 팔을 길게 베었다.

“크윽...!”

신음이 흘러나올 정도로 길게 베인 상처에서 피가 주르륵 나오기 시작하자.

아르칸은 곧바로 수통을 들어 상처 난 자신의 팔에 뿌리고 곧바로 한 모금 마시다 자신의 팔의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

“버,벌써?”

피가 많이 흘러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상처에 포션을 뿌려둔 것이었는데.

벌써 피가 멎고 살이 점점 아물어 가는 것을 확인한 아르칸은 자신의 용병생활을 하면서 먹었던 포션을 떠올렸다.

그때 배에 칼을 찔려 사경을 헤매는 중 한 모금 정도의 포션을 아주 조금 마시고 나머지는 모두 상처에 쏟아부어도.

상처가 제대로 낫지 않아 두 달 가까이 요양했던 때를 떠올린 아르칸은 이진석이 준 포션의 효과에 소름이 돋았다.

‘이것만 있다면...’

정말 마족놈의 침공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아르칸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잠에 들었다.

그렇게 이틀이 흘러 드디어 튜토리얼 기간이 끝나는 날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성장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능력치 창을 켰다.

이름: 이진석

나이: 24세

힘: 상

민첩: 상

체력: 상

정신: 중상

마력: 중상

그동안 거의 끝에 다다랐던 민첩이 상에 도달했고 다른 능력치에는 변화가 없었다.

‘정신 능력치가 가장 아쉽네...’

영약이 가지고 있는 디버프를 이겨내면 정신 능력치가 오른다는 것을 알아.

윈드라를 한 번 더 먹어서 능력치를 올릴까 고민했지만 정액을 쥐어짜인 날 기절하고 나서.

하루 종일 무기력했던 것을 떠올린 나는 남은 시간이 꽤 촉박해 도박을 할 수 없었다.

가장 아쉬운 정신능력치를 잠깐 바라보다 침대에서 일어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마을 광장으로 향했다.

어젯밤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언데드를 발견한 일 때문에 위험한 정찰은 포기하고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

“하나! 둘!”

“어이!”

아르칸의 구령에 맞춰 조잡하게 만들어진 창과 도끼를 휘두르던 사람들을 바라보던.

내가 따로 훈련을 하기 위해 공터로 움직이는 순간 시스템의 경고가 내 머릿속에 울렸다.

[현재 남쪽에서 언데드 군단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고작 일반인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침공하기 때문인지 언데드들이 활발한 저녁이 아니라.

아침이 밝은지 얼마 되지 않았을 시간에 쳐들어와 준 놈에게 감사하며 나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번에 무조건 무혈루트 성공시킨다.’

지금까지 도전해 본 것 중 가장 환경이 좋아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어떻게 놈을 공략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무렵.

­댕! 댕! 댕!

“비상!비상! 마물들이 다수 남쪽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마을에 다급한 종소리와 함께 놈들이 마을에 다가온다는 소식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다들 미리 정했던 위치로 대기하도록!”

종소리가 울리자 방금 전까지 훈련을 받던 전투인원들은 곧바로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 이동하기 시작했고.

비전투 인원들은 저번 오크의 침공으로 인해 미리 만들어두었던 땅굴로 몸을 피했다.

“모두 주목! 다들 훈련했던 대로 조를 짜 움직이도록 한다! 옆에 동료가 위험하다면 도와주고 최대한 자신의 몸을 생각하면서 싸우도록!”

“예!”

“이진석이 마련해준 포션은 모두 가지고 있나!”

아르칸의 말에 자신들의 허리춤을 확인한 사람들이 모두들 우렁차게 외쳤다.

“준비 됐습니다!”

“좋다! 그럼 다들 뭣도 모르고 우리 마을에 쳐들어오는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도록!”

아르칸의 간단한 연설이 끝나자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조를 찾아 움직였다.

종소리가 울리고 난지 얼마나 지났을까 마을 외곽에 쌓아두었던 목책 중 한 부분이 폭발했다.

­콰캉!

커다란 소리와 함께 폭발한 목책의 뒤로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마을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뒤에 로브의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딱 봐도 나 네크로맨서요 하는 놈이 등장했다.

‘블하임!’

놈의 모습을 보고 단번에 누군지 알아챈 내가 놈을 보고 있을 때 놈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나는 네크로맨서 블하임이라고 한다.”

그냥 혼자 중얼거리는 것 같았는데 놈의 목소리가 멀리 퍼지자 사람들은 자신의 무기를 꽈악 쥐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블하임은 간단히 자신의 할 말을 끝냈다.

“너희들에게 다른 원한은 없다. 그저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도록.”

그 말이 끝나자마자 놈의 곁에 있던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돌진을 시작했고.

마물들이 달려오는 모습에 마을 사람들은 뒤에 자신들이 지켜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놈들을 상대할 준비를 마쳤다.

‘귀찮게 됐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적어도 100기는 넘어 보이는 스켈레톤 워리어들을 보며 생각했다.

차라리 강한 개체 한 두 마리였으면 금방 정리하고 놈을 처리하러 갈 텐데.

아직 마력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놈들의 수가 워낙 많아 하나하나 처리하고 블하임과 싸우기에는 상당히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게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긴장하고 있는 마을사람들에게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뛰어오고 있을 때 상대가 네크로맨서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아르칸은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모두 쐐기 진형으로 변경한다! 진석이가 놈과 붙을 수 있도록 길을 터주도록!”

상대가 이미 유명한 네크로맨서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는 우리의 작전은 바로 이거였다.

현재 마을에서 가장 강한 내가 네크로맨서와 직접 맞붙어 승부를 보고.

다른 사람들은 내가 놈을 처리할 때까지 버티는 정말 ‘모’ 아니면 ‘도’의 싸움.

내가 놈을 처리하지 못하면 마을은 그대로 망해버리는 것이고.

내가 놈을 처리하면 이길 수 있는 그런 단순무식한 작전.

아르칸의 명령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곧바로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 현재 모든 희망인 이진석이 블하임과 싸울 수 있도록 길을 터기 위해 쐐기진형을 준비했다.

“모두 돌격!”

모든 준비가 끝나자 가장 선두에 선 아르칸이 달려 나가며 신호를 보냈고.

사람들은 그 뒤를 따라 자신들의 앞길을 막는 뼈다귀들을 향해 무기를 휘두르며 길을 뚫었다.

그리고 그 뒤에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안고 있는 나는 쐐기 진형 안쪽에 자리 잡아 그들의 속도에 맞춰 뛰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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