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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능력이 현실로-111화 (111/126)

〈 111화 〉 판타지 세계의 용사

* * *

인간이 아니라 고작 시체인 자신의 옛 여인의 팔이 잘렸다고 무방비한 상태로 질질 우는 놈을 보자.

기회라고 여긴 내가 놈에게 달려가려는 순간 피눈물을 줄줄 흘리던 놈이 고개를 들어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눈에서 피눈물을 흘린 채 엄청난 증오와 분노를 가득 담은 얼굴로 내가 달려오는 것을 찬찬히 바라보던.

블하임은 분노로 벌벌 떨리는 몸을 제어하며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네놈은...네놈 만큼은!! 내가 꼭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영원히 고통 속에서 허덕이게 만들어주마!”

얼마나 화가 났는지 가만히 서 있는데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화를 낸 놈은 곧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마법을 나 한 명에게 쏟아붓기 시작했다.

[다크 플레임] [바인드] [블라인드] [서퍼] [다크 스피어] [다크 해머]

여러 가지 저주와 공격을 섞어 한시도 쉬지 않고 자신의 마력을 사용하는 놈의 공격에.

몸에 바짝 긴장감이 돈 나는 일단 몸에 걸린 저주부터 해주하고 몸을 움직이려 하자.

놈이 그때를 노렸다는 듯이 씨익 웃으며 마법을 하나 더 사용했다.

[바인드]

‘ㅈ됐다!’

저주에 면역이 없어 해주하기 전까지 잠깐은 걸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놈은 내가 해주를 하고 나서 움직이려 할 때 다시 한 번 움직일 수 없는 저주를 연속으로 사용했다.

이미 앞서 날아온 검은 불꽃과 창은 땅을 굴러 피한 상태.

마지막으로 날아오는 검은 망치를 피하려는 순간 몸이 멈춰버리자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아.

어쩔 수 없이 몸에 힘을 가득 준 상태에서 망치에 맞아 날아갔다.

“커흐윽!!”

다행히 땅을 구른 상태라 왼쪽 어깨에 빗맞은 상황에서 몸에 마력은 있지만 사용할 수 없어.

마법 저항력이 전무한 상태로 쳐 맞으니 상대의 마력이 침투한 탓에 몸 전체가 울리는 고통이 퍼졌다.

“커헉...쿨럭!”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저 멀리 날아가 피를 한 움큼 토해낸 나는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몸을 웅크려 피해를 최소한 했다.

[사용자님의 상태를 확인 현재 가장 효과가 좋은 포션을 구매합니다.]

제대로 구매할 정신조차 없이 허공을 날아가고 있을 때 내 상태를 확인한 시스템이 알아서 포션을 구매해줬다.

날아가고 있는 와중 입에 무언가가 들어와 본능적으로 삼킨 나는 시스템의 적절한 도움으로 겨우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와...이거 진짜 죽는 거 아니냐.’

고작 어깨를 부딪혔는데 마치 커다란 덤프트럭에 부딪혀 어디 다른 이세계로 갈수 있을 만한 충격에.

나는 아직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은 몸을 덜덜 떨며 겨우 바닥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혹시 놈의 추가 공격이 이어지지 않을까 잔뜩 긴장한 상태로 땅바닥에서 일어나.

주변을 확인하자 얼마나 멀리 날아왔는지 저 멀리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러니까 아파 뒤질 것 같지.”

고작 검은 망치 하나 맞았다고 100m는 넘게 날아온 것 같은 거리에 한탄을 한 나는 놈이 마을 사람들을 죽이기 전에.

정신이 느낀 고통의 후유증으로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이며 생각했다.

‘이대로는 뒤져도 못 이긴다.’

이미 내가 저주에 약하다는 약점이 드러난 이상 다시 가면 샌드백 마냥 같은 방법으로 쳐 맞기만 할 게 뻔한 상황.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 곧 이런 생각을 할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나쁘면 머리가 고생한다더니.’

­힘을 쓰는 일에서 무언가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잔머리 굴릴 생각하지 말고 그럴 시간에 힘이나 더 키워라­

언제 커뮤니티에서 본 순간 마음에 확 와닿은 명언을 떠올린 나는 곧바로 시스템을 불렀다.

‘시스템 진화된 육체에 레벨업 쿠폰을 사용한다.’

[정상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적용되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레벨 업 한 진화된 육체를 확인했다.

진화된 육체 – 평범한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육체로 진화합니다. 당신의 육체는 그 누구보다도 강인하며 종의 번식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LV.3: 진화의 끝에 거의 다다른 당신은 육체의 모든 부분을 생각대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선택권으로 레벨이 오른 진화된 육체의 설명을 읽어보니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육체의 모든 부분을 내 생각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설명.

그 설명을 확인한 나는 곧 아직 다루는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사용하지 못한 마력을 움직여보았다.

­스으으...

그동안 영약만 섭취하느라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해 몸속 깊이 뼈와 피 근육에 잠들어 있는 마력을 의식하자.

제대로 느낄 수도 없고 움직일 수도 없는 마력이 점점 느껴지기 시작했다.

‘된다 된다 된다!!’

얼음이 들은 탄산수를 마신 듯한 청량한 느낌이 드는 것과 동시에.

뼈와 피 근육에 스며들은 마력은 내 통제를 따라 몸 속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튜토리얼 기간에 전대미문인 마력을 다룰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고 있을 때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걸 어디다 두지?’

어디 무협이나 판타지 세계 같은 곳을 보면 단전이나 심장에 몰아둔다고 하는데.

단전 같은 경우에는 21세기 현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 전혀 느낄 수 없는 감각이었다.

한시라도 급한 상황이라 단전은 과감하게 포기한 뒤 그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심장에 마력을 옮기려하자

몸 전체를 돌아다니던 마력이 심장에 몰려가는 순간 곧바로 혈액을 따라 다시 몸 전체로 순환했다.

‘아니 급하다고!’

다행히 저 멀리 블하임이 팔이 잘린 자신의 언데드를 보고 상당히 큰 충격을 먹었는지 아직 울부짖고 있는 중이라.

놈이 정신 차리기 전에 빨리 복귀해서 뒤통수를 때리던가 해야 하는데.

마력을 느낄 수 있어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면 전과 똑같이 샌드백 마냥 처 맞을 수밖에 없어.

한시라도 빨리 마력을 다루기 위해 내가 초조해 하고 있자 시스템이 옆에서 거들어줬다.

[사용자님 그냥 일단 싸우십시오.]

‘지금 가봤자 아까처럼 맞기만 할 거야.’

[일단 마력을 의식했으니 저주에는 저항할 수 있을 겁니다. 시간도 없는데 맞으면서 배우시죠.]

‘그러다 죽으면?’

[어차피 사용자님은 천재가 아니라서 짧은 시간 동안 뭐 어떻게 못합니다. 천재가 아닌 범인들은 노력이라도 해야 하니 그냥 가십쇼.]

고인물들이 판치고 있는 격투게임처럼 뉴비는 맞으면서 배우라는 말과 천재가 아니라는 시스템의 팩폭에.

반박하고 싶었던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의외로 맞는 말이라 뭐라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너 진짜 나중에 두고 봐라.’

짧은 시간 동안 신랄하게 날아오는 독설에 겨우 정신을 차린 나는 나중에 시스템을 직접 건드리거나 만질 수 있는 순간.

가만두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몸 안에서 혈액을 따라 순환하고 있는 마력을 판타지에서 봤던 것처럼 다리로 몰았다.

­콰앙!

“어억!”

마력능력치 ‘중상’에 달하는 모든 마력을 다리로 모아 그 추친력을 이용해 걸음을 뛰자.

내가 딛고 있던 땅바닥이 무너지며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고 마력을 무식하게 몰아서 사용한 덕분인지.

나는 단 한 걸음 만에 엄청난 속도로 다시 마을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

“방금 무슨 소리야?!”

스켈레톤 워리어를 혼자서 셋이나 데리고 다니면서 놈들과 전투를 하고 있던.

아르칸은 블하임이 터트린 마법과는 다른 굉음이 들리자 혹시 놈이 다른 마법을 이쪽으로 사용했나 싶어 바짝 경계하며 소리를 내질렀다.

“모르겠습니다!”

“다들 따로 다친 곳은 없어?”

“현재까지 없습니다!”

이 정도 소리의 마법이 아군 쪽으로 날아왔다면 피해가 상당했을 거라 생각해.

다른 조원들 중 다친 사람이 없는지 물은 아르칸은 부상자가 없다는 소식에 속으로 안도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마법도 아니라면 방금 전 그 소리는 무슨 소리라는 거지?’

그렇게 아르칸이 전장에서 들린 새로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을 때.

마력의 힘을 빌려 순식간에 마을로 돌아온 이진석은 중간에 떨어트린 검을 집어 들고 블하임에게 달려갔다.

놈은 내가 죽은 줄 알고 있는지 계속해서 팔이 잘린 언데드를 보고 멍하니 있었는데.

나 때려주세요 하며 무릎을 꿇은 상태로 뒤통수를 보이는 놈에게 전과는 달리 마력의 양을 조절해 달려가자.

지척에 도달해 검을 내려찍으려는 순간 어떻게 알았는지 놈은 곧바로 몸을 뒤로 빼 내 공격을 피했다.

‘이런 시팔!’

정말 좋은 기회였는데 놈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내 공격을 피하고 슬픔과 분노에 얼룩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살아있었구나.”

“아직 제대로 때려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죽으면 억울하지.”

“한 번에 죽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내 네놈은 반드시 수많은 고문을 해준 뒤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 줄 것이니!”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는지 소리만 버럭버럭 지르던 놈이 진정한 모습에 나는 한껏 긴장했다.

‘아 또 맞겠네.’

현실에서 몇 번 맞아본 적이 없어 고통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인데.

이곳에서 덤프트럭에 치이는 고통을 맛보고 나니 트라우마가 생겨 정말 맞기가 싫었다.

[버티십시오. 범인은 맞으면서 배워야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직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짜증나 죽겠는데 옆에서 시스템이 한 마디 거들자.

다른 때 옆에서 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얄미워 보였다.

이제 곧 있을 고통에 마음을 다짐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던 블하임은 일그러진 얼굴로 다시 내게 마법을 사용했다.

[다크 스피어]

몇 걸음 걸으면 다가갈 수 있는 근거리라 그런지 가장 속도가 빠른 창을 소환해 내게 날린 놈은 바로 거리를 벌리기 위해.

뒤로 몸을 이동했고 마음을 다잡고 있는 와중에 공격이 날아오자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어 피한 나는 뒤로 도망가고 있는 놈에게 다리에 마력을 둘러 빠르게 따라잡았다.

“이 새끼가 생각하고 있는데!”

“무슨?!”

쳐 맞고 날아가기 전까지만 해도 마법을 피하는데 급급하던 놈이 간단하게 자신의 마법을 피하고.

엄청난 속도로 자신의 앞에 도착하자 놀란 블하임은 재빨리 영창을 시작했다.

“늦어!”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덕분인지 전투에 집중하는 순간 감각이 예민해지고.

놈의 움직임이 느릿하게 보이자 다리에 마력을 더욱 실어 넣은 나는 놈의 앞으로 다가가 검을 휘둘렀다.

[배리어]

­카앙!

아직 마력을 사용하는데 익숙하지 않아 몸 한 곳 밖에 마력을 넣을 수 없어.

놈을 따라가느라 다리에 마력을 사용하는 중이라 팔에는 마력을 부여하지 못하자.

전과 같이 놈이 펼친 배리어를 뚫지 못하고 내 검은 그대로 놈의 투명한 막에 막혀있었다.

“네놈, 마력을 다룰 줄 아는구나.”

비정상적으로 빨라진 움직임을 보고 내가 마력을 사용한다는 것을 느꼈는지

블하임이 거의 다 깨져가는 배리어 안에서 더욱 일그러진 얼굴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 덕분에 사용할 수 있게 됐어 고맙다.”

블하임이 이 정도로 강하지 않았다면 아까운 선택권 레벨업 쿠폰을 사용해 진화된 육체의 레벨을 올리지 않았을 텐데.

놈이 워낙 강한 탓에 우연으로 올린 스킬로 인해 튜토리얼부터 마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자 나는 놈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래봤자, 방금 마력을 깨우친 놈 수십 년 동안 마력을 다룬 나와는 그 수준이 다르다!”

내 비아냥이 꽤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놈은 그렇지 않아도 일그러진 얼굴을 더욱 일그러트리며 마법을 준비했고.

그런 놈의 움직임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팔에 마력을 죄다 몰아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억!”

진화된 육체 덕분에 원래도 힘이 넘치는 팔에 마력이 가득 스며들자.

검과 함께 휘둘러진 내 팔은 나조차도 인식할 수 없는 속도로 놈에게 휘둘러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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