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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겜 능력이 현실로-114화 (114/126)

〈 114화 〉 판타지 세계의 용사

* * *

이진석이 다른 사람들은 도우러 간 사이 술자가 죽었는데도 아직까지 살아 움직이는 뼈다귀들과 대치하던 아르칸은 전장을 둘러봤다.

‘어떻게 술자가 죽었는데도 움직이고 있는 거지?’

아까 봤을 때 술자인 네크로맨서는 이진석의 검에 목이 베여 죽는 것을 분명 확인했거늘.

아직까지 움직여 자신에게 메이스와 망치를 휘두르고 있는 뼈다귀의 정강이를 걷어찬 아르칸은 곧바로 뒤로 빠지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현재 전장은 이진석이 숨어있는 사람들의 비명을 듣고 이동하기 전.

꽤 많은 놈들의 수를 줄여줘 전보다 할만하기는 했지만 언데드 특성상 마력만 꾸준히 보급 받으면.

아무리 싸워도 지치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더 시간이 끌리는 순간 점점 부상자들이 속출할 것이다.

‘이대로는 답이 없다.’

비전투인원들이 숨어있는 곳에 얼마나 많은 뼈다귀들이 몰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라.

더 이상 이진석을 기다릴 수 없다 판단한 아르칸은 이제 지쳐서 제대된 공격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모두 모여라! 방진으로 자세를 잡는다!”

그런 아르칸의 말에 지친 사람들은 젖먹던 힘까지 짜내 방패로 뼈다귀들을 밀어낸 다음.

서로 진형을 유지한 채 빠르게 아르칸의 근처로 모여들었다.

아르칸은 오합지졸로 흩어지지 않고 진형을 유지한 상태로 자신에게 오는 사람들을 보자

가르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며 한눈에 봐도 상당히 지쳐 보이는 그들에게 말했다.

“아직 힘이 남은 사람들은 무기를 들고 도저히 못 버티겠다 싶은 사람들은 방패를 들어!”

아르칸의 명령에 따라 둥글게 모인 사람들 중 체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모두 방패를 들었고.

아직 체력이 남아있어 무기를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검이나 도끼를 들어 대치했다.

“내가 하나 둘 셋을 세면 방패병들은 잠깐 방패를 치우고 무기를 든 사람들은 그 틈으로 공격해라!”

지그재그 형태로 방진을 짜 가장 먼저 방패병들이 공격을 방어하고

이후 틈이 생기면 놈들을 공격할 전략을 짠 아르칸은 곧바로 이곳으로 놈들이 몰려오자 명령을 내렸다.

“방패 들어!”

“방패 들어!”

아르칸의 말에 따라 복명복창을 한 방패병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후들후들 떨리는 팔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쾅 쾅 쾅

해골들이 휘두른 둔기에 방패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이를 악물고 충격을 버티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아르칸이 이번에는 무기를 들고 있는 인원들에게 말했다.

“방패 잠깐 옆으로 치우고 공격시작!”

원래라면 방패와 무기가 맞닿은 순간 방패로 상대를 밀어내 빈틈을 만들었을 텐데.

지금은 사람들이 너무 지친 상황이라 방패를 잠깐 옆으로 비켜내 놈들의 몸을 조금 여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 전략을 택한

아르칸은 곧바로 조금 보이는 놈들의 척추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퍼석!

용병시절 수없이 많은 전투를 겪으며 이제는 신체의 일부와도 같은 검을 있는 힘껏 휘두르자.

단단한 저항감이 느껴지던 놈의 척추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대로 끊어졌다.

“다시 방패 들어!”

한 마리를 처리했다고 해도 뒤에는 아직 50은 되어 보이는 뼈다귀들이 바글거리고 있어.

아르칸이 다시 방패를 들라고 명령하는 순간 체력이 모두 떨어져 반응속도가 느려진 마을사람 중 한 명이 방패로 막기 전 놈의 공격에 당했다.

“크아악!!”

“제임스!”

왕년에 자신이 창 좀 다뤘다고 자랑하며 마을의 경비를 가장 앞장서서 서는 제임스.

그는 뼈다귀가 휘두른 메이스에 어깨가 부서져 방패가 저절로 아래로 내려가 아무것도 보호되지 않은 몸이 훤히 드러났다.

뒤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칼을 든 루카스가 그를 도와주기 위해 곧바로 검을 휘둘렀지만.

어차피 죽은 상태라 공포라는 것이 없는 언데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검을 피하지 않고 묵묵하게 메이스를 휘둘렀다.

­퍼걱! 파삭!

무언가가 부서지는 것 같은 두 개의 소리.

하나는 루카스가 휘두른 검에 의해 뼈다귀의 어깨와 갈비뼈가 부서지는 소리였고.

다른 소리는 루카스의 검을 무시하고 산자를 죽이기 위해 행동한 뼈다귀가 얻어낸 결과였다.

“아...”

이제 막 뼈다귀를 전투불능으로 만들고 제임스의 모습을 확인한 루카스는 탄식을 내뱉었다.

메이스에 맞아 어깨가 부러지더라도 뒤로 물러나지 않고 몸으로 놈들을 막은 제임스.

그는 자신이 물러서는 순간 방진이 뚫린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고 생각해.

뼈가 바스러진 고통 속에서도 꾹 참고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 질 것을 알면서도 자리를 지켰다.

“제임스으!!!”

뼈다귀가 휘두른 메이스에 머리를 맞아 쓰러진 채 피를 흘리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본

루카스는 주변에 있는 놈들을 향해 없는 체력을 쥐어짜 커다랗게 검을 휘둘러 잠깐 전진을 막은 뒤 곧바로 수통을 꺼내들었다.

“제임스! 정신 차려!”

잠깐 놈들이 주춤한 사이 루카스는 수통의 뚜껑을 열어 아직 누워있는 제임스에게 그대로 포션을 부었다.

부상당한 사람을 후방으로 보내고 제대로 치료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

당장이라도 그의 입에 포션을 물려주고 싶었지만 이내 다시 몰려오는 뼈다귀들 때문에 루카스는 이를 악물고.

머리를 가격당하는 순간까지 그가 놓지 않은 방패를 빼앗아 제임스의 자리를 채웠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전투를 계속하기를 잠시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체력이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버텨라! 버텨! 이 악물고 버티라고!”

방금 전까지 옆에서 있던 동료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소리.

더 이상 방패를 들 수 없어 몸으로라도 놈들의 공격을 막는 사람들.

그렇게 점점 체력이 떨어져 사람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을 때.

뒤쪽에서 커다란 소리와 함께 뼈다귀들이 날아갔다.

“진석이다! 진석이가 왔다!”

“다들 버텨! 진석이가 왔으니까 가족들은 안전하다는 거야!”

후방에 두었던 자신들의 가족이 안전하다는 소리에 사람들은 이미 다 떨어진 체력을 쥐어짜며.

놈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어그로를 제대로 끌어준 탓에 이진석은 편하게 놈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파가가가각!!

이곳에 오는 동안 흩어진 뼈다귀들을 처리한 덕분에 약간은 익숙해진 마력을 컨트롤하며.

한 번에 3~4마리씩 처리하기 시작하자 놈들의 수는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진석이 등장한지 채 5분도 되지 않은 시간.

그렇게 많았던 뼈다귀들의 숫자는 이제 마을사람들의 숫자보다 적어졌고.

그런 놈들까지 모두 처리한 이진석은 이곳저곳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들에게 달려갔다.

‘겨우 막았는데 죽으면 안 돼!’

죽지 말라고 기절할 정도로 정액을 쥐어짜내 포션까지 만들어줬는데.

이번에 얻을 업적을 위해 개고생한 것을 떠올린 나는 곧바로 시스템에게 상점을 열어 달라 말했다.

‘시스템 포션 효과 좋은 걸로.’

[수통에 준비해뒀습니다.]

다른 포션 병을 꺼내면 사람들이 의심할 테니 수통에 모두 포션을 옮겨두었다는 시스템의 말에 감사하며.

나는 내 정액포션이 아닌 진짜 포션을 부상자들의 입에 넣어줬다.

“으으으...”

눈으로 봤을 때 가장 많은 피를 흘린 사람부터 포션을 넣어주자 꽤나 비싼 걸 샀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요단강 건너갈 정도로 피를 흘린 부상자들이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제임스! 눈 좀 떠봐!”

그중에서 뼈다귀에게 머리를 가격당해 정말 죽은 줄 알고 있던 제임스가 신음을 흘리자.

옆을 계속해서 지키던 루카스의 신음소리를 듣고 곧바로 그의 몸을 흔들려했다.

“가만히 내버려둬라!”

아무리 좋은 포션을 먹었다고는 해도 치명상을 입은 중상자라는 것은 변하지 않기에.

아르칸은 호들갑을 떨고 있는 루카스에게 호통을 치며 그의 행동을 막아섰다.

“중상자를 건들려고 하다니 제정신인가!”

“죄,죄송합니다. 너무 기뻐서...”

아르칸의 호통에 정신을 차린 루카스는 뻗은 손을 빠르게 뒤로 빼며 그에게서 떨어졌다.

“중상자 응급처치 다 끝났습니다.”

그렇게 아르칸이 혹여 중상자들을 만지려는 사람이 있을까봐 감시하는 사이.

다행히 모든 사람에게 포션을 먹여 목숨 줄을 붙여둔 나는 안도하며 아르칸에게 말했다.

“사망한 인원은 있었나?”

“일단 이곳에 있는 중상자들은 모두 살아있습니다.”

“고생 많았다. 이제 부상자들을 데리고 돌아가자.”

정말 고맙다는 얼굴로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아르칸은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들에게 부상자를 부축하라는 소리와 함께 솔선수범해 한 부상자의 몸을 공주님 안기로 들어올렸다.

‘시스템 마을에 죽은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나?’

[확인 가능합니다.]

‘이번 전투로 죽은 사람이 있나?’

[목숨이 위험한 사람은 몇 있었지만 현재는 모두 살아있습니다.]

“후우...”

무혈까지는 아니지만 아무도 막을 수 없는 강제 이벤트 마족의 침공을 사망자 없이 막아냈다는 사실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 피를 흘리고 쓰러진 사람들을 보자 실패라고 생각했었는데.

다행히 시스템이 준 포션의 효과가 뛰어났는지 모두 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시스템 얼마짜리 포션을 산거야?’

딱 봐도 머리가 둔기에 맞아 함몰된 채 쓰러져 있는 사람까지 다시 숨을 붙여둔 포션의 효과가 궁금해 물어보자.

시스템은 자신의 일처리 덕분에 잘 풀렸다는 것이 기뻐서 그런지 당당하게 가격을 말해줬다.

[최상급 포션 5개를 구매했습니다.]

‘최상급 포션?’

말만 들어도 상당히 비싸 보이는 이름에 상점을 확인한 나는 그 가격을 목도하고 자리에 멈춰 섰다.

[최상급 포션]

­이 포션은 치명상 정도의 부상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가격 – 10만 포인트

“진석아?”

“…….”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아르칸이 물어봐도 그의 질문이 귀에 들리지 않고

말도 안 되는 액수에 멍을 때린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린 뒤 포션 5개의 가격을 계산해봤다.

‘10만이 5개면 50만...?’

상점에서 파는 최하급 포션이 10포인트인데 그 가격의 만 배나 되는 포션이 다섯 개.

아무리 사망자 없이 클리어 해 업적을 받고 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아직 내 포인트는 상당히 많이 남아있지만

고작 업적 하나 얻겠다고 그렇게 얻기 힘든 포인트를 대량 태워버리자 마음속이 공허해졌다.

[사용자님의 선택입니다.]

마치 자신은 아무 잘못 없다는 듯이 급하게 말하는 시스템의 말.

그 말을 듣자 뭔가 울컥해서 뭐라 하려했으나 맞는 말이라 조용히 침묵했다.

“에휴...내 팔자야.”

뭔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은 느낌에 나는 한숨을 쉬며 길을 걸어갔고.

옆에서 얼굴을 찌푸리다 허망한 표정을 짓다 반복하던 이진석이 다시 앞서 걸어가는 것을

본 아르칸은 그가 이번에 처음 겪는 큰 전투로 인해 어디 부상을 당한 건 아닌지 걱정했다.

이후 부상자를 모두 마을 치료소에 모아둔 전투인원들은 자신들을 기다리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이장의 집으로 기어갔다.

­똑똑

“저 왔어요.”

아직 체력이 멀쩡해 빠르게 온 나는 이장이 만들어둔 은신처를 두들기며 그들을 불렀다.

“끝난 건가?”

혹시 아직 밖에 스켈레톤 워리어들이 돌아다니는 건 아닐지 걱정된 목소리가 안에서 들리자.

나는 그들에게 남은 놈들은 모두 처리했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러자 앞을 막고 있던 벽이 밀리면서 안에 있는 사람들이 우르르 나와 내게 말했다.

“정말 끝난 게 맞아?”

“우리 남편은 괜찮아?”

“다들 무사한 거지?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지?”

안에서 자신들을 대신해 싸워주는 전투인원들이 걱정됐는지 비전투인원들은 모두 사람들의 안위를 걱정해주었다.

“다친 사람들이 꽤 있기는 한데 다들 목숨에 지장이 갈 정도는 아니에요. 모두들 죽은 사람 한 명도 없이 살아있습니다.”

“흐으윽...”

“고마워, 정말 고마워 진석아!”

죽은 사람이 없다는 것에 그동안 가슴을 졸이던 걱정을 녹이며 우는 사람.

처음 겪는 마족의 침공에 사망자 없이 막아냈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

놈들이 마을을 침공한 것 때문에 이곳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걱정.

이런 저런 감정들을 느끼며 사람들은 나를 따라 촌장님의 집을 나오는 순간 저 멀리서 자신들을 만나기 위해.

생사가 오가는 전투를 겪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지친 상태에서 기어서라도 이곳으로 오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보자

전까지 생각했던 암울한 생각을 모두 버리고 그들을 향해 뛰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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